< 2장 54화 – 불타라 활활(1) >
생각해 보니 우스웠다. 화약과 화포를 보관하고 있던 에센이며, 절대적 우위에 서 있었는데 화포를 빼앗겼다고? 이건 고의적인 수단이다.
“에센의 수에 속아 넘어간 것 아니야? 애초에 쓸 수 없다고 하니까 짐 덩어리를 넘겨줬겠지.”
“생각해 보니 그렇군. 그때에 병력을 한 2천 정도 잃었는데 제대로 속았군.”
한참을 생각하던 타이순은 결국 나의 말대로 일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는지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런 타이순에게 소주 한 병을 더 쥐여줬다. 작은 병에 담겨 있지만 벌써 세 병을 마셨으니 눈이 슬슬 풀린다.
“마음은 정했나?”
“에센에게 항복하기로 하지. 그런데 그 약아빠진 녀석이 함부로 접근하지 않을 것인데, 어떻게 끌고 오려고?”
“그냥 다 알려주면 충분하겠지. 병력 규모부터 어떤 인물이 여기에 있는지.”
“이 근육뇌 머저리야! 그걸 내가 직접 가서 염탐했다고 할 수도 없잖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한데 어쩌라고! 우욱!”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포로로 잡힌 적이 있으니 타이순의 용모파기는 조선군의 장교들이 알 방법이 넘쳐났으니까. 그렇다면 첩자를 가짜로 만들 방법도 있다,
“야 물 좀, 아니, 물이든 뭐든 좋으니까 마실 것 좀 가져와. 이거 아르히보다 센걸.”
그 전에 타이순이 바닥에 토할 것 같으니까 안주라도 좀 주자. 밖으로 나가니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바로 명령을 내렸다.
“흑룡사로 가서 위패를 봉안한 자들을 무기를 흑룡사에 두게 하여 몇 명 데려오너라. 가급적 젊은이들이 좋다. 그리고 멀리서 온 자들이 몸을 녹일 수 있게 등뼈탕도 가득 가져오고.”
“네! 알겠습니다!”
흑룡사에는 아직도 해서여진들이 있었다. 겨울이 되어서 멀리 사냥을 나올 때가 되면, 흑룡사에 들려서 위패를 본답시고 몸을 녹이는 일이 자주 있었으니까. 밥을 축내지 않고 몸만 녹이고 가니까 굳이 막지도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요즘 유행하는 등뼈탕이 들통 가득 담겨왔고, 그 뒤에는 해서여진 청년 세 명이 따라왔다. 밖에서 술을 게워내고 있는 타이순의 모습을 보더니만 바로 알아차린다.
“대군 어른께서 저를 부르시다니. 저자는 몽골 사람이 아닙니까!”
“맞네. 몽골의 칸인 타이순 칸이지.”
“어, 이놈은 니들 소속이 아닌 것 같다? 완전 촌놈인데? 이놈들 주면 안 돼?”
여진족들 대부분은 몽골과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안 좋다. 몇몇 동방 삼왕가 출신 부족들을 제외하면 불구대천의 원수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진족들이 이렇게 몰락한 이유가 몽골 때문이다.
어떻게든 사방팔방으로 찢어발겨서 정체성을 흩어버리려고 애썼고. 그나마도 생존자는 운이 좋은 편이고 대부분은 학살당하고 철저히 파괴당했다. 청년들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자니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
“술이 너무 취했나 본데 들어가서 이거나 먹고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아, 그래? 어이쿠 이게 뭔데? 고깃국물 아니야?”
“먹고 속 좀 풀어라. 이래서는 돌아가다가 픽 쓰러져서 죽게 생겼으니.”
타이순과 케식들을 잠시 쉬게 하고 밖으로 나오니, 해서여진 청년들은 아직도 안가를 바라보면서 살기를 뿌리고 있었다. 그나마 무기가 없으니까 행동을 하지 않았지 젓가락 하나만 있었어도 타이순을 찔러 죽이려고 달려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나 달자들이 미운가?”
“네! 어찌하여 그러한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죽여 버립시다! 놈의 목을 베어서 조상님께서 섬기신 완안(完顏) 대장군님의 넋을 달랠 것입니다.”
도대체 이 청년의 조상이 어떤 일을 겪었기에 머나먼 중국 중부에서 여기까지 밀려왔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이러한 원한이면 충분하다. 그들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복수가 무엇인가? 성길사한(成吉思汗 - 칭기즈 칸)의 수십 대 후손의 목을 벤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복수는 그러한 일이 아니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룰 일이 아닙니까!”
“내 말을 듣고 명심하게. 그대들이 대총 한을 죽이면 조선까지 와서 목숨을 구걸하는 대총 한의 비루한 목숨만 얻을 뿐이네. 그러니 달자들의 나라를 이간질하는 일을 행하면 어떻게 되겠나?”
“달자들의 나라를 이간질한다 하였습니까? 그렇게 될 가망성이 있습니까?”
이건 이징옥과 상담을 해야 할 일이다. 당장 나 혼자서 수단을 찾아내도 상의하지 않으면 물거품이니까.
그렇게 며칠 동안 타이순을 적당히 대접하고 이징옥과 상담을 했다. 계획이 결정되어 해서여진 청년들에게도 충분한 설명을 거듭했다.
“정녕 조선의 뜻이 이러하다면, 정말 확실한 복수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나?”
“대군 어른께서 행하시는 계책이 신묘하기가 이를 데 없으며, 이러한 대업을 이루기 위해 저희들의 목숨은 아무런 일도 아닙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여진족들의 복수심을 이용하는 일이지만 서로의 뜻이 일치하고 있으니까. 결국 보름 뒤, 타이순과 해서여진 청년들은 카라코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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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5년 1월, 카라코룸에서 다시 쿠릴타이가 열렸다. 내전 상황에서 우세를 점한 에센이 연 쿠릴타이도 아니고. 명목상의 칸인 타이순 칸이 개최하였다.
함정이라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지만 에센은 이미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였기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카라코룸도 에센의 영역이었으니 오히려 타이순이 자기 발로 걸어 들어온 일이나 다름이 없었다.
“함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병력들이 멀리 물러나 있고 숫자도 적군요.”
“아무리 타이순이 멍청이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손을 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으니까. 허튼수작을 부리면 일대에 있는 2만을 들이 부어버리면 충분해.”
“그렇다면 정말 태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행동 같군요. 저 뒤에 있는 것들은 예전에 훔쳐간 화포가 아닙니까.”
에센은 지루한 내전 과정을 생각하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내전의 시작과 끝 모두가 에센 자신의 손에서 놀아났었다.
처음에는 칸이 될 생각을 가졌지만 마음을 바꿨다. 조선을 먹어치우고 새로 생길 조카의 섭정이 된다는 현실적인 목적이 생겼기에 조급함을 가지지 않았다.
그렇게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니 내전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나지 않아 몽골의 대부분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다.
“저놈들은 타이순의 동생 아크바그지 패거리가 아닙니까? 타이순이 정말로 항복을 생각했나 보군요.”
“정말 지농(몽골의 태자)이군, 거기에 투메드 녀석들도 있네?”
“예전에 타이순이 투메드부까지 내려가서 금나라 찌꺼기들을 모아온다 하였는데, 실패하였나 봅니다.”
“뼈 화살에 녹슨 칼을 들고 있는 금나라 찌꺼기들을 모아오려 하다니. 비참하기 짝이 없군.”
상징적인 몽골의 40투멘(부족)이 모인 모습으로 보기에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렇게 카라코룸이 열리는 거대한 게르 안에는 잔뜩 움츠린 행색의 타이순 칸이 조심스럽게 앉아 있었다.
“칸께서 어찌하여 바쁜 이 몸을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일 년 만에 열린 쿠릴타이이니 제가 손수 나섰습니다.”
“태사에게 할 말이 있네. 다름이 아니고 일전에 말하였던 혼약에 대해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한다네.”
“혼약이라 하여도 칸께서는 아직 정정하시지 않습니까. 거침없이 술을 들이켜는 모습을 보니 이십 년은 멀쩡하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독한 아르히를 마시는 타이순은 에센을 노려보았지만 에센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윽고 아르히를 모두 목으로 넘긴 타이순의 입이 열렸다.
“혼담을 받아들이겠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는데, 이는 태사의 위업을 더하기 위해서이며, 황금씨족의 명예를 되찾는 일이기에 행할 일일세.”
“조건이 무엇이기에 그러십니까. 혹여나 명을 다시 치라 하시면…….”
“조선이 투메드부의 동쪽에 있는 흑룡강 일대를 점령했다네. 이대로 있다가는 투메드부가 위태로우니 태사의 군략으로 그들을 막아줄 수 있겠나?”
눈웃음을 짓던 에센의 표정이 굳었다. 조선이 그 머나먼 북방에 발을 디뎠다고? 함정일지도 모르니 자세히 들어봐야 한다.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투메드부에서는 어떠한 병력도 빼낼 수 없었어. 이유는 간단했지. 조선 놈들이 흑룡강을 이용해서 물자를 나르고, 강의 중간인 하르빈인가 뭔가 하는 곳에 거대한 요새를 만들고 있다네. 그러한 상황에 병력을 함부로 빼낼 수 있던가?”
“그게 사실입니까?”
“물론, 그놈들 들어오라고 해라!”
잠시 뒤, 타이순의 뒤에서 여진족 특유의 변발을 한 청년 세 명이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쿠릴타이의 한복판에 금나라의 후계자가 들어왔으니 다들 분노를 감추지 않았지만. 여진족들은 고개를 숙이면서 에센에게 조아렸다.
“에센 태사시여! 부디 조선 놈들을 토벌하여 주십시오!”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칸께서 어떠한 수작을 부리셨기에 이놈들이 이렇게 따르는 겁니까? 네놈들은 대체 무슨 꿍꿍이기에 여기까지 왔느냐.”
“넉 달 전의 일입니다. 조선에서 짐을 나를 이들을 찾았기에 곡식이나 얻으려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조선에게 곡식을 받으며 짐을 날랐는데 누명을 뒤집어썼습니다.”
“누명이라?”
여진족 청년들은 바닥에 머리를 박아대면서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이미 이마에서 피가 새어 나오는 자들도 있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조선인들은 강가에서 천막을 치고 횃불을 밝히고 잠을 청하였고, 우리는 산기슭에서 추위에 시달리며 잠을 잤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강가에서 소란이 일어나더니 천둥 벽력 소리와 함께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뭐라고? 불기둥이라 하면 너희들이 잘못 본 것이 아니냐?”
명과의 전쟁을 치르는 도중 일어난 일이었다. 갑자기 명나라 진영에서 불기둥이 치솟고 천둥 벽력 소리가 들린 적이 있었다.
일대의 명군은 며칠 동안 화약무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잡힌 포로를 심문하여 알아냈는데, 화약창고에 불이 붙어서 모두 터진 경우라 하였다.
“아닙니다, 분명히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르는 불기둥과 천둥 벽력 소리가 연이어 들렸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억울하게도 조선군의 짐에 불을 질렀다는 말을 듣고 잡혀갔습니다.”
“그게 얼마 전이더냐. 그리고 어디쯤이고?”
“조선군이 거점을 정한 하르빈에서 강을 따라 이백 리 정도 아래로 내려간 곳입니다.”
몽골에서 너무나 동쪽이기에 에센도 정확한 상황은 몰랐다. 하지만 제법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에센은 턱짓을 하여 이야기를 재촉하였다.
“조선군의 요새까지 잡혀가서 뭇매를 맞았습니다. 애걸복걸하여도 입을 닫고 때려죽이려고 하니 대부분이 죽어나갔고 저희 셋도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지금 조선의 요새라 하였느냐? 그리고 너희는 어떻게 살아남은 것이냐.”
“그렇게 며칠 내내 매질을 당해서 죽을 위기에 놓였는데, 그곳에 계시던 스님께서 여섯 달 뒤에는 메꿔질 일이니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몰래 풀어주셨습니다. 다행히도 조선의 요새는 땅을 깎아 만들어서 넘어가기가 쉬웠습니다.”
에센의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함정이라면 아주 거대한 함정이고, 함정이 아니라면 최고의 기회다. 화포의 핵심인 화약이 저렇게 불타 버렸으니 조선군의 화력은 절반 아래로 떨어졌겠지. 하지만 계속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네놈들은 어떻게 칸을 만나게 되었느냐. 네놈들도 말을 타고 활을 쏠 줄 아니 사내답게 조선군과 한번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
“저희가 도망친 다음부터 조선군은 사방을 파헤치고 다녔습니다. 병력이 오만이라 하였는데 아무리 보아도 이만이 넘지 않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이 아닙니까.”
“일단 알겠다. 너희들은 조선의 요새를 보고 들은 것을 확실히 알아내어 모두 말하여 두어라.”
좋은 정보지만 확인은 필요했다. 에센은 조용히 바얀을 불러서 명령을 내렸다.
“열 명만 보내서 조선군 진영을 그려 와라. 지금은 겨울이니 조선 놈들은 콕 박혀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들킬 염려는 없다.”
“네, 눈이 좋고 날랜 자들을 뽑아 보내겠습니다.”
타이순이 다시금 술을 마셨고. 에센은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타이순이 발악할 수단도 남지 않았다. 여기서 제안을 거절해도 언젠가 칸의 자리가 아닌 칸의 섭정은 자신의 손에 들어올 것이다.
칸의 동생인 아크바그지가 이 자리에 있었으니 죽이든 납치하든 상관이 없었다. 이 기회에 조선군의 선봉대를 격파하면 앞으로의 일이 순탄하게 풀리리라. 하지만 자칫 망설이면? 시간을 끌면 화약이 다시 보급되고……. 잠깐, 화약이 보급되고?
“너희들이 나른 짐이 얼마나 되었나? 그리고 거기에는 조선군이 얼마나 있었나?”
“저희들은 나무상자에 담긴 것들을 열다섯 명이 스무 상자씩 옮겼습니다. 혼자서 짊어지기 버거운 무게였으며, 지키는 조선군은 백여 명 정도만 있었지요.”
“알락, 저게 얼마나 되는 양이지? 한번 계산해 봐.”
셈법 따위는 에센도 모른다. 그러나 알락은 손가락을 꼽아보면서 셈을 하다가 기겁하였다. 예전에 북경을 공략할 때 사용했던 화약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저희가 황제를 포로로 잡을 때 사용했던 양 말입니다. 그 양의 다섯 배가 넘습니다. 저희가 가진 화포를 보름 동안 쏠 수 있는 양입니다.”
“그렇다면 조선군이 그 자리에 다시 화약을 저장해서 옮길 이유는? 그리고 옮길 시기는?”
“조선군은 분명 다급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화약이 부족하다면 흑룡강의 얼음이 걷히는 올해 4월, 아니, 3월에 먼저 배로 화약을 옮기고. 거기서부터 사람의 힘으로 화약을 옮기겠지요.”
조선과의 싸움은 신중해야 한다. 처음에는 조선이 명보다 약할 줄 알았지만 수가 적은 놈들 주제에 싸움 실력은 대단했다.
에센이 지금 원정에 참가시킬 수 있는 병력은 3만 정도였다. 하지만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3만이 넘어갈 것이고, 여기에 타이순의 병력은 믿을 수 없지만 적어도 도움은 되리라. 아무리 내전을 벌여도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는 일은 미친 짓이니까.
“가능성은 있어, 놈들이 쌓은 성은 명의 성처럼 두꺼운 석성이 아니고 평지를 깎은 성이잖아? 병력도 기껏해야 2만 내외라 했으니까.”
“하지만 조선군이 화약이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화약의 일부만 태워 버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도 화약을 쓰면 되는 것 아니야? 3월이 되어야 화약이 온다면서. 그걸 강탈하면 적의 보급을 끊고 우리는 애물단지인 화포들을 마음껏 쏠 수 있겠지.”
그만큼 화포는 매력적인 무기였다. 튼튼한 성벽을 끼고 싸우는 명군도 화포를 제대로 조준해서 쏘면 성벽 위에서 혼비백산하면서 도망쳤으니까.
“하지만 지금 조선을 친다고 어떠한 이득이 생기겠습니까. 일을 신중히 진행하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차근차근 저들의 허실을 파악하시고 혼약을 먼저 행하심이 좋습니다.”
“아니. 그랬다가는 일을 더 지체할 뿐이야! 명에서 잡아 온 놈들은 50명이 넘었는데 이제 절반도 남지 않았잖아? 적어도 올해 5월에는 조선의 거점을 쳐야 한다. 그것보다 늦으면 일이 힘들어질 게 분명해.”
에센의 생각이 명확해졌다. 조선군은 2만 이상이지만 화약이 부족하고. 3월경에 보급될 화약을 빼앗는다면 오히려 이쪽이 유리하다.
조선이 여진족들을 쥐 잡듯 잡아 죽인다는 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지금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놈들이 조선에서 가르친 첩자들이다? 가능성이 아예 없다. 설령 첩자라 하여도 한 달이 지나면 모든 일이 명확해지리라.
“하지만 칸께서도 위대한 황금씨족의 위엄을 보여주심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하니 보급을 부탁드립니다.”
“아니네, 한번 패한 자가 나서봤자 무슨 이득이 있나, 나의 병사들 중 삼천을 보태고 투메드부에서도 병력을 보내라 할 것이네. 그러니 태사가 알아서 하시게나.”
만에 하나 조선과 타이순 칸이 연합하였다면, 이 모든 것이 함정이었다면 발 벗고 나설 기회를 만들었지만 타이순은 무기력하게 병력을 나눠줄 뿐이었다. 만약 꿍꿍이가 있었다면 조선을 도와 자신의 뒤를 치려고 수작을 부렸을 것이다.
“조선으로 출병할 준비를 하자! 황금씨족을 대신하여 조선을 징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