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53화 – 강 건너에 불 지르기(3) >
흑룡사가 세워진 지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위패가 700개나 쌓였다. 바꿔 말하면 일대의 해서여진 가운데 700호가 흑룡사를 조상의 묘소로 삼은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한 달이 지나자 오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먼 거리에 있어서 그런지 여진족들은 하루에 열 명이 오지도 않았고, 덕분에 일이 제법 뜸해져서 제자들과 함께 입신체비를 즐길 시간도 가질 정도가 되었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역시 이럴 적에는 시거(데드리프트)가 가장 좋다니까!”
“주상전하께서 은혜를 내리시어 머나먼 북방에서 입신체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돌로 만든 역기를 썼지만 역기는 쇠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역시 근손실은 모든 일의 주적이야.”
얼마 전에 보급으로 온 물건 가운데 대역기와 소역기를 비롯한 입신체비 기구들이 다수 있었다. 변방에서 근손실이 일어날까 염려하였는데 잘되었다. 단백질원은 풍부하고 각종 채소 정도야 밭을 만들어두었으니 문제가 적다.
그렇게 제자들과 함께 입신체비를 마치고 일어나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군의를 열기로 했으니 서둘러 몸을 씻고 군막 안으로 들어가자 이징옥이 조금 전에야 돌아왔는지 머리 위에 더운 김이 솟구치고 있었다.
“요즘 바쁘지 않소? 그러고 보니 말을 타고 오지 않은 야인들도 있었는데.”
“일대의 야인들이 이제는 쪽배를 타고 여기까지 옵니다. 그렇기에 강가에 배치할 병력들이 필요하여 오늘도 순시를 돌고 오는 길입니다.”
“배라 하셨소? 그러고 보니 가죽과 나무를 엮어 쪽배를 만든 것을 몇 번 보았지.”
강가에서 고기나 잡는 야인여진과 달리 해서여진은 본격적인 어업활동을 하였다. 조선에서 보자면 그냥 쪽배를 띄우고 그물이나 낚시를 하니 수준이 매우 낮지만, 당장 여기의 지명인 하르빈도 만주어로 그물을 너는 곳이었던가.
“성정이 급한 홀라온(忽剌溫 - 해서여진의 조선식 명칭)들이 이다지도 아국에 따를지 몰랐습니다. 대군 어른께서 행하는 일에 깊은 뜻이 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염려하지 마시오. 야선을 끌어들여 싸우려 하면 내실부터 다져야 하지 않겠소. 그나저나 대총 한이 언제쯤 이곳에 당도한다는 말이라도 있었소?”
“11월이 넘어서야 가능할 것 같다 하였습니다.”
“11월이라? 너무 늦는 것이 아닌가.”
조금 늦기는 하다. 음력으로 10월이면 강이 얼어붙기 시작해서 커다란 배만 다닐 수 있으니까. 만에 하나의 경우지만 에센이 바로 쳐들어오면 준비가 늦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명분을 가지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하였습니다. 재촉한다 하여서 되는 일이 아니니 차근차근 기다리심이 어떠한지요.”
“그렇다면 알겠소. 그리고 적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대비를 하여야지 않겠소?”
“여기 지도를 보시지요. 대군 어른께서 고생하시는 동안 여러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이징옥이 보여준 지도는 이개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 함께 작성하였는지 필적이 나뉘어 있었다. 주변의 지형을 다듬어 주 요새와 보조 요새를 만들고, 우리의 진영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냇물을 끌어다가 해자를 만들려는 계획 같았다.
“해자에 목책과 토벽, 여기에 돌로 만든 망루라.”
“해자를 파면 흙이 나옵니다. 흙이 나온다면 당연히 돌도 나올 것이니 여기에 목책을 더한다면 충분한 효험을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형태가 타원형이지 않소.”
“그러한 것이 무언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성형요새를 만들 욕심도 있었지만 성형요새의 압도적인 방어력은 기병이 아니고 포병과 보병을 상대로 나온 것이다. 기병이 대다수인 에센의 병력을 상대로 어설프게 행동하면 안 된다.
아무리 참신한 전술도 제시만 해서는 될 일이 없다. 생각해 보니 진영이 너무 밋밋하니까 조금씩 개선해야겠지. 짜여 있는 진영에는 자모포가 평상시에 쓰이는 화포와 같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래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군진 안에 깊숙이 돈대(墩臺 - 화포를 쏘는 높은 둔덕)를 두면 평범한 일이오. 성벽이 아닌 이상 화포에 적이 접근할 가망성도 있으니 당연하지. 하지만 포이(砲耳)를 두어 사방을 쏘아댈 수 있는 자모포가 있기에는 아깝지 않소.”
“자모포라, 포와 보총의 중간쯤 되는 무기이니 보통 화포처럼 사용하자면 아깝다는 말씀이군요.”
“아예 밖에 돈대를 작게 두어 나무와 돌로 보강하여 망루 겸 돈대로 삼읍시다. 보총수도 여럿을 두어 적들을 자유로이 쏘게 만들면. 일전의 철령에서의 싸움처럼 지휘관들을 마음껏 유린할 수 있을 것이오.”
“자모포로 포도탄을 쏘아 많은 적을 노리고, 동시에 운총으로 지휘관을 노린다는 말씀이십니까. 돈대 위를 덮으면 화살로 노리기는 힘들고. 총안(銃眼)을 여럿 뚫어놓으면 편하겠군요.”
이징옥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의 전술은 새로 개발된 무기들과 비교하면 다소 뒤떨어졌으니까. 보총수가 포함된 진영도 기존에 쓰이던 일자진을 약간 개량한 수준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전투경험과 경험축적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시대별 전술을 배우지도 않은 내가 함부로 나서지도 못한다. 새로운 개념을 알려주고 실전에 적용하면서 천천히 개량해 나가야지.
“차근차근 생각해 봅시다. 단순한 타원형이면 만들기는 쉬운 일이겠으나 의미가 없소. 시일이 걸린다 한들 정성껏 만들어야 하지 않겠소.”
“정성이라. 생각하여 보니 자모포와 운총수를 둘 돈대를 만들 지점을 먼저 정해야 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돈대에 적들이 몰려들어 포위한다면 구할 방도가 있어야지요.”
“그러한 일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려.”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적지 않게 놀랐다. 교차사격에 대하여 알려주지 않아도 기본적인 개념을 파악한 것이다. 역시 이 시대의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저 정보가 부족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불안한 것이 있는데. 달자들이 아직도 화포를 사용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소.”
토목의 변은 명의 입장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상세한 내용은 숨기려 하였지만 사신들의 입을 통해 전말이 드러났고, 노획한 화포를 적극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토목보의 공방전에서는 에센을 비롯한 오이라트의 군대가 선발대의 화포를 노획하여 포로나 항복한 자들을 통해 사용하였고, 이후 북경 공방전에서도 화포를 적극 사용해서 위험한 순간이 몇 번이고 있었다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포로를 동원하여 사용하였으며. 설령 그 포로들과 화포가 남아있다 하여도 5년의 세월은 화약을 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달자들의 땅은 비가 거의 오지 않으니 화약이 오랫동안 보관될 수도 있지 않겠소? 먼저 대총 한을 만나 화약이 있는지에 관하여 알아내야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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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형을 정비하고 계획을 세우면서 두 달이 흘러갔다. 음력 11월이니 하르빈 일대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했고. 강 건너편에 마련한 안가(安家 - 안전가옥, 여기서는 비밀 협상장) 또한 벽돌집으로 변했다.
그렇게 타이순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무리의 기병들이 북쪽에서 내려왔다. 소식을 듣고 역관과 함께 강 건너로 나가니 타이순과 케식 두 명만 달랑 나와 있었다.
“5년 만에 보는군. 네놈은 왕의 자리도 가능성이 없으면서 여기까지 오다니.”
“왕의 명이니 조용히 행해야지 별수가 있나. 그런데 안색이…….”
“그렇게 안 좋나? 지금 내 인생에서 좋을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역관이 번역하였지만 나도 반말이고 타이순도 반말이다. 우리의 서열은 내수린을 하면서 정해졌으니 케식들이 뭐라 해도 무시해야지. 그렇게 케식들을 무시하면서 타이순을 살펴봤는데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정말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예전에 내수린을 할 때는 그럭저럭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다. 심지어 옅은 술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알코올 중독일 가능성조차 있었다. 술을 마시기 힘든 몽골에서 알코올 중독이라고?
“일단 여기까지 온 명분이 필요하니까 금나라 찌꺼기들 한 2,000명 정도만 보내봐. 그나마 내 세력인 투메드(몽골의 분파 중 하나)부의 근처에 사는 놈들을 병력으로 삼는답시고 온 거니까.”
“아무리 우리 본래 병사가 아니고 여진족이라고 해도, 변방의 소수 부락에서 모아왔다고 속인다고? 웃기고 있군, 거기 나가서 경원 일대에 있던 여진족 출신을 한 명 데려와.”
잠시 뒤, 강 건너에 있는 군진에 있던 여진족 기병 한 명이 달려와서는 우리 앞에 섰다. 타이순은 그 모습을 보더니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가까이 다가갔다.
“이게 뭐야!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도 아니고, 금나라 찌꺼기에 이런 튼튼한 갑옷을 입혀? 강철 검을 줘? 저 활이야 그렇다 쳐도 화살촉 보여줘, 야 화살촉!”
여진족들의 충성도는 장비를 대여하면서 급격히 올라갔다. 갑옷은 넘쳐나는 가죽을 누벼 만든 놈이고, 칼은 다른 조선 병사들이 쓰다 버린 녀석들이지만 강철제였다. 철수하는 배에서 장비를 회수하면 되니까 빌려주기도 쉬웠다.
“이런 미친. 이런 장비는 우리도 쓰기가 힘든데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냐?”
“돼지는 무슨. 여진족들 대놓고 말하면 너희보다 조금 못 싸우는 수준이잖아. 장비 차이가 너무 심하니까 너희들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이고.”
“그래 이런 장비를 가지고 있다면 함부로 데려가지도 못하네.”
결국 포기한 타이순 칸은 야인여진 기병의 장비를 보더니만 숲속에 있는 안가로 향했다. 안가라고 하여도 추위를 막기 위해 벽돌집으로 고쳤기에 너무나 이질적인 녀석이었다.
“이게 안가라고? 조선에서 왔습니다! 라고 쓰여 있군! 여기에 주변에 알리도록 화포라도 매일 쏘아대면 아주 좋겠어!”
“그딴 소리는 집어치우고. 이야기를 할 것이 있지 않아?”
“그렇다면 술 한잔하고 시작하지. 아르히(증류주) 같은 독한 놈은 있나?”
“네가 무슨 젤메(사준사구의 일원, 중상을 입은 칭기즈 칸을 위해 적진에서 술을 훔쳐왔다)라도 되는 줄 아나? 적진에 와서 술을 찾게?”
그런 말을 하는 타이순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알코올 중독이 확실하니 병사가 가지고 있던 독한 소주를 한 병 건네줬고. 타이순은 병을 받자마자 뚜껑을 거칠게 뜯어내고 한 모금 들이켰다.
“독한 맛이 아주 좋아, 젤메라? 내가 차라리 수부타이처럼 용맹했으면 소원이 없겠군. 그래, 무슨 이야기가 필요해? 지금까지 할 이야기는 다 했는데 네놈들이 지원도 안 해줬잖아!”
“조선이 함부로 지원하면 너도 뒤가 없다는 것은 알겠지? 조선 놈들과 붙어먹은 칸이면 아주 대접이 좋겠어? 여하튼 에센은 지금 뭘 하고 있나?”
“올해 초부터 황금씨족에서 세력이 약한 자들을 죽여 버리고 있어! 특히 동쪽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지.”
“뭐야?”
원래 역사에서는 타이순이 반항하다가 살해당했다. 섭정의 자리에 앉을 방법이 없는 에센은 자신을 칸으로 칭하였다. 당연히 황금씨족이 아니기에 사방팔방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새로운 칸을 옹립했다.
그 이후로 에센은 쿠빌라이의 혈통을 말 그대로 학살하였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혈통 하나가 타이순의 손자이자 에센의 외손자인 다얀 칸이었다. 그런데 동몽골 숙청이 먼저 일어난다고?
“사고로 위장하거나, 혹은 거슬린다고 사소한 분쟁으로 밀어버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 그나마 1만의 병력을 모아둘 수 있었던 것도 살해당한 자들의 친인척들이 결집한 덕분이야.”
“그러면서도 너에게 혼인을 제안하고 있다 이건가?”
“그래, 아직 나는 칸이고 놈의 제안을 끝까지 거부하고 있어 그런데 이게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지. 생각하여 보니 동생을 피신시키기를 정말 잘했군. 술 한 병 더!”
에센의 행동은 훨씬 효율적이 되었다. 원래 역사에서 막무가내로 행동했다면, 여기서는 철저히 이성적으로 움직이니까 오히려 내가 황당할 지경이다. 타이순이 술에 미칠 이유가 있었다. 친척들과 후원하는 부족들이 하나하나 끊겨나가는 상황이니까.
“에센의 부하 녀석들은 뭐라 하던가. 근방은 투메드부의 세력이니 소문이 퍼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직도 조선을 노리나?”
“오이라트 아래의 4개 투먼들? 놈들은 똘똘 뭉쳐 있지. 에센이 명나라를 실컷 두들겼으니 조선 따위는 쉽게 박살 낸다 생각하고 있거든.”
다시금 타이순의 목으로 술이 넘어갔다. 저렇게 먹으면 금방 술기운이 올라올 텐데 잘도 버티네.
“놈이 조선을 노리지만 대놓고 말을 하지 않을 뿐이야. 조선과의 전투를 벌인 놈들 중 몇몇은 넘어가 버렸어.”
“그렇다면 에센은 조선이 이 땅에 거점을 세웠다는 사실을 아나?”
“몰라. 아니, 이제는 알지도 모르겠네. 부하들은 믿을 만한 녀석을 불러왔지만 저 뒤에 본진에 있는 놈들 가운데 에센의 첩자가 없다고는 말을 못 하겠어.”
타이순은 술기운이 올라왔는지 서서히 말이 느려지고 있었다. 미리 생각해두지 않고 즉흥적인 계략인 양 한참 동안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본론을 제시했다.
“그냥 항복해.”
“뭐? 이 미친 새끼가! 네가 그러고도 조선의 왕자냐? 아무리 왕위에 오를 수 없어도 그딴 소리나 하고 자빠져 있어! 내가 무너지면 조선이 침략당한다고!”
“그래, 알아, 안다고. 몽골이 통일되면 옛날 대원의 시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5만 이상의 병력들을 마음껏 보낼 수 있지. 명이 군대를 장성 밖으로 보낼 생각이 없으니까.”
“잘 알면서 그딴 말을 하다니! 예전 요동에서 싸울 적에는 마오나하이 그 멍청한 놈이 멍청한 짓을 했지만. 사방팔방으로 쳐들어가는 상황을 너희들이 버틸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는 타이순의 눈에서 욕심이 보였다. 남이 만들어준 칸의 직위라 하여도 절대 놓을 수 없다는 굳은 의지. 하긴 이놈의 인생에서 어떤 일을 순전히 자신의 뜻으로 했을까.
“항복하되 조건을 걸어, 투메드부에서 병력을 끌어오지 못했다고. 조선 놈들이 거점을 만들고 여진족들을 거둬들이고 있어서 투메드부가 위험하니 구원해 달라고.”
“그러니까 에센의 뜻을 따르지만, 조선을 물리쳐야 혼인을 한다 말하라고? 그렇다 해도 조선군을 손쉽게 볼 이유는 없어. 쿠릴타이에서 전투에 대해 제법 상세히 이야기했으니까.”
“그만큼 경계하고 있나?”
“그래, 조선군의 화약병기를 경계하고 있다. 그걸 생각하면 에센도 함부로 쳐들어올 방법이 없어.”
유목민족은 어려운 상대를 만나면 퇴각해도 정상적인 일로 취급한다. 우회하고 빈틈을 노려 승산을 잡고 피해를 줄이는 전투를 벌이지. 그렇다면 화약병기에 대해서 은근슬쩍 물어보자.
“화포를 그렇게 무서워한다고. 하지만 너희도 화포를 썼잖아?”
“나도 소문을 들었고. 에센 또한 화포를 엄중히 보관하고 있었지. 그런데 얼마 전에 에센이 가지고 있던 명의 화포를 빼앗으려다 손해를 크게 입었어.”
“명의 화포라고? 그런데 그걸 왜 사용하지 않은 거지?”
“화포를 쓸 줄 아는 명의 포로들에게 물어봤는데. 이 화약은 완전히 굳어버려서 도저히 쓸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 깨뜨리면 안 되냐고 했는데 그랬다가는 터져서 우리 모두 죽는다더라.”
걱정했던 일은 덜었다. 아무리 몽골이 건조하다 해도 5년 이상 묵은 흑색화약. 그것도 코닝을 하지 않은 화약이라 적은 습기라도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5년 동안 명나라 사람이 몽골에 잡혀 있었다니. 에센은 아직도 화약병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손이 가고 번거로운 포로 관리를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