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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109화 (109/573)

< 2장 48화 – 협상 종료 >

가까스로 우리가 한양에 도착한 것은 1월 15일. 정월보다 더 큰 명절인 오기일(烏忌日 - 정월 대보름) 이었다.

“회례사의 정사인 수양대군 말씀을 올리옵니다. 서둘러 도성으로 향하였으나 오기일이 되어서야 당도하게 되었습니다.”

“나라의 일을 열심히 하였으니 사소한 일에는 개의치 말라.”

그런 말을 하면서도 형님은 웃음을 지었다. 이미 일본을 출발한 시점에 사람을 보내서 대략적인 보고를 마쳐놓았기 때문이다.

“아국은 왜와 통교하며 내년부터 대내씨의 영토인…….”

보고를 계속 하는데 신료들의 표정이 오락가락 한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회례사의 일에 어째서 두 왕제(王弟)를 보냈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겠지.

“그리하여 왜의 국왕 족리의정(아시카가 요시마사)의 도움을 얻어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하였습니다.”

“대마도와 달리 왜국과 통교를 할 적에 아국의 배가 왜로 가게 하였으니 훌륭하구나. 3월 초하루에 동래 왜관으로 공인들을 보낸다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공인만 오는 것이 아니고 공인의 가족이 이주하는 것이니 적게 잡아도 일천 명이 이주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라에 공인이 부족하였는데 참으로 좋은 일이다. 좋은 결정을 내린 왜왕에게 사례를 마땅히 할 것이니. 기술자가 오는 대로 왜국에 모피를 보내도록 하여라.”

인삼의 재배는 아직도 기밀에 속한다. 그래서 공인을 보내는 일은 일본 왕이 인삼 거래에 대한 부족한 금액을 사람을 보내면서 충당하였다는 말로 포장하였다. 일을 자세히 모르는 자들은 그저 인삼을 많이 캐내서 남는 물량을 일본에 수출한다 생각하겠지.

훗날이 되면 인삼 재배에 대한 소문이 퍼질 것이고. 실록에도 당시에는 중요한 일이라 숨겼다고 기록 되겠지만 방법이 있나. 그렇게 기나긴 보고를 마치자 대신 중 한명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을 시작했다.

“신 병조판서 조극관 아뢰옵니다. 왜인들 가운데 탐광자와 야장(대장장이)을 보내온다 하셨으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인들 가운데 싸움에 능한 이를 받아오시며 왜도를 받아 오심이 마땅하다 보입니다.”

“어찌하여 그렇게 생각하는가?”

“왜국의 칼과 아국의 칼은 형태도 다르며 만드는 방식도 다를 것입니다. 그러하니 공인들이 아국에 적응하는 동안에는 제대로 된 기물을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 아닌가. 하지만 감내할 일이니 염려하지 말라.”

역시 이징옥의 후임으로 병조판서 자리에 오를만한 사람이며 계유정난에 목숨을 잃을만한 인재다. 형님도 걱정하던 일이지만 나도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긴 힘들어서 애꿎은 돈을 쓰면서 설명했었다.

“그러하니 지금이라도 보내오는 공인 대신 야장을 제외하시고 무인(武人)을 들여오심이 어떠하십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가치가 있다. 내관은 미리 준비한 것을 가져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형님이 가져오라 시킨 것은 날의 중간이 부러진 일본도였다. 공예품의 가치도 있는 보물을 사들여서 부숴버리고 단면을 보여주면서 형님을 설득했었다.

“함부로 날붙이를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나 잠시 참아주게나. 부러진 면에 무엇이 보이는가?”

조극관은 문신이기도 하며 무신이기도 한 자이다. 그는 한참동안 일본도의 단면을 보더니만 감탄하며 말했다.

“칼의 밖과 안의 쇠가 다른 재질 같습니다. 이를 합치니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왜국은 강철이 아주 적게 소출되고 있으며. 왜인들은 궁리를 하다 연철로 심을 만들고 강철로 덮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도다.”

“왜인들의 검술은 현묘하며 사용하는 칼의 위력이 굉장하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철의 질이 떨어지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놈의 사철을 억지로 제련하니 재료의 수준이 형편없고. 억지로 강철을 모아서 표면을 덮다가 실패하면 검이 부러지거나 휘어버린다. 반면에 완벽하게 만들어진 검은 굉장한 위력을 보이지만 최종적으로 내구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일본도의 단면을 대신들에게 돌려가며 보여준 형님은 다시금 말을 시작했다. 기술에 대해서 절실함이 부족한 지금의 조선 관료들은 신비하다 생각하고 더 나아가질 못하겠지만 형님은 아니다.

“상왕께서 22년 전에 명하신 일이니 기억하는 이가 적으니 아쉬울 뿐이다. 의령에 거주하는 선군(船軍 - 수군)이 왜국에 건너가서 칼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왜인들의 칼과 똑같이 만들어 올린 적이 있다. 상왕께서도 기뻐하시며 군역을 면제시키고 포상을 내린 일이 있었다.”

형님이 가진 최고의 명분이 나왔다. 성리학적 명분에 의해서 선왕이나 상왕의 행적을 따라가려 한다면 가장 좋은 명분이 된다. 그렇게 주변을 조용하게 만든 형님은 다시금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수받은 이가 적기에 그 기술이 끊겼으며. 안타까워하신 상왕께서는 왜국의 공인들을 들이려 하여 삼포에 내왕하는 왜인들을 포섭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십 년이 넘게 지난 다음에야 가까스로 뜻을 따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신 조극관, 아둔하여 주상전하의 혜안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였습니다.”

“염려하지 말라. 이렇게 질이 좋지 않은 철로도 무기를 만드는 자들이니 좋은 철을 준다면 쉽게 보검을 만들어 낼 것이니 병조에서 중히 여겨야 할 일이다.”

일본에서는 매번 잡철을 가공해 철물을 만들던 사람들이니 조선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강철을 보면 눈이 돌아가서 신나게 일할 것이다. 일본도 특유의 접쇠? 그냥 강철을 두드려 만들면 완벽한 칼이 되는데 왜 하겠어?

“그러하니 아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물자와 함께 공인을 받아왔으니 이에 대한 공을 논하겠다. 정사로 회례사를 이끈 수양대군에게 은 삼백 냥을 내릴 것이며. 왜국에서 보내온 물품 중 일부를 하사하겠다.”

“주상전하의 크나큰 은혜에 감복할 뿐입니다.”

“또한 부사로 참여한 안평대군에게도 은 이백 냥과 조만간 사행에서 돌아올 동지사가 가져올 회화들을 상으로 내릴 것이다.”

신숙주를 비롯한 대신들도 충분한 포상을 받았다. 품계는 두 단계만 올라서 정3품 참의지만 육조 중 으뜸인 예조 참의가 되었으며. 이극감은 공조 출신이라 말했으니 공조 선공감으로 배정되었다.

“논공행상은 모두 끝났는데 가장 중요한 공이 남아있군. 지나치기 쉬운 일이지만 중요한 일이로다.”

그리고 가장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자가 대전 안에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데려갔지만 큰 도움을 줬던 신미 대사였다. 숭유억불을 표방하는 나라이니 무릎을 꿇고 가만히 있었지만 형님이 웃음을 지었다.

“신미라 하였나. 그래서 왜국에 다녀오니 어떠한가.”

“이 미천한 불승(佛僧)이 나라의 행렬에 참가하여 쌀을 축낼 뿐이나 벌을 내리지 않으시니 감읍할 뿐입니다.”

“그러하다 생각하는가? 보고서를 읽어보니 종전(宗全 - 소젠)이라는 대사가 이상하다 생각하였지만 계속 어울리지 않았는가. 그 또한 대단한 일이다.”

신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봐도 승려가 아닌 자와 억지로 어울려 있었으니 이상하게 생각했겠지. 하지만 형님이 진실을 말했다.

“종전이라는 자는 산명(山名 - 야마나)씨의 전대 가주일 것이다. 그가 이름을 바꾸고 승려를 자처하며 아국의 사신을 염탐하려 하였으나 생각하지도 않은 자에게 가로막힌 것이다.”

“소승은 그러한 일은 생각하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종전이라는 자는 수양대군께서 충분히 대응하셨으니 저의 공이 아닙니다.”

“그렇다 하면 상도 벌도 아닌 것을 내려주겠다. 앞으로 전조 시절부터 쌓여있는 불경의 언해를 담당할 것이며. 명과 왜에서 들어온 불경의 언해 또한 담당하여라.”

“주상 전하께서 이렇게 은혜를 내리시니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신미는 역사에서도 나와있듯이 뛰어난 언어학적 재능을 가졌지만 공을 세운 적이 없기에 나도 함부로 천거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공을 세우면서 원래 역사대로 자리를 찾는데 성공하였다.

모든 일이 끝나고 주연이 시작되었다. 이번 회례사를 축하하는 자리이자 일본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사건에 대한 2차 보고나 다름이 없었고. 그 와중에 정충렬이 드디어 조선말을 배웠다고 말문이 트여서 이런 말 저런 말을 아끼지 않았다.

“왜국의 국왕 앞에서 대열을 이루고 말 위에 서니 입이 벌어졌는데, 말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니 경기를 일으켰고. 말 두 마리를 혼자서 몰고 다니니 좋아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마상재 또한 이전에 아국에서 보이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겠군.”

“그렇사옵니다. 왜인들이 투구 끈 때문에 입을 벌리지 못해서 투구 끈을 풀었습니다.”

형님은 요시마사의 이야기가 나오면 웃으면서도 반면에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타국의 왕이라 하여도 그렇게 무능하면 정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족리씨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유에게 물어볼 것이 있구나. 인삼의 씨앗 오만 개라면 어느 정도 효험을 보이겠느냐.”

“오만 개라 하면 각 영주에게 나눠질 것이니 아국의 방식대로면 지력을 쇠하게 하지는 못할 양입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일에 힘을 들이면서 세월을 낭비하겠지.”

일본에 준 인삼 씨앗 5만개는 조선에서 한 해 심는 인삼 씨앗과 거의 동일한 양이다. 다만 조선에서는 지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 개간한 밭에만 심지만. 일본에서는 기존 밭에 심어대니 수확량에 알게 모르게 타격이 심할 것이다.

당장 어디인지도 모르고 마구 심는다면? 욕심을 부려서 비옥한 밭을 노려 심는다면? 우리가 가르쳐 준 정보에 의존한다면 이득이 없는 선에서 끝나지만 너무 나섰다가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거다.

“그렇습니다. 아국의 방식을 취하지 않고 아무런 밭에다 함부로 인삼을 심었다가는 지력이 쇠하여 손해를 볼 것이 분명합니다.”

“손해를 보면 나을것이다. 이러한 시국에도 족리씨가 잡기에 치중하며 정치를 게을리 하고 있으니 안타깝구나. 자칫 왜에서 변고가 일어날까 두렵다.”

“변고라 하셨습니까?”

신숙주가 화들짝 놀란다. 나야 오닌의 난이 최악의 무능 쇼군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역사를 통해 알고 있지만 형님과 신숙주는 전해진 이야기만 따져도 어느 정도 예측을 했던 것이다.

“적어도 십 년은 변고가 없어야 한다. 이제 명에서 사민을 시작하여 요동 일대를 정리하고 있으니 사민이 끝나면 숨통이 트인 달자들이 난을 일으킬 것 같구나.”

“달자들의 난이라 하셨습니까?”

“하지만 내란으로 바꿀 생각이다, 네가 일전에 힘을 써서 대총 한(타이순 칸)과 협상을 맺었고. 아국이 끼어들 틈바구니를 만들었으니 염려하지 말거라.”

형님이 한숨을 쉬면서 술을 들이켠다. 명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억지로 나서서 틀어막고 있는 불안정한 형편이니 이 사이에 조선이 치고 나갈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미 날뛰는 말 위에 올라탄 형국이며. 왜국은 그저 날뛰는 말의 뒤에서 알짱거리는 승냥이에 불과하였다. 이를 유와 용이가 원만하게 해결 하였으니 당분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주상전하께서 뜻하시는 일이 무엇이던. 저희가 분골쇄신하여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형님의 잔에 술이 채워진다. 형님은 우리 모두를 훑어보면서 다시금 잔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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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초하루가 다가오자 형님이 나를 동래로 보내기로 하셨다. 본래 다른 관리가 가도 되지만 일본에서 명성을 떨친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보기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민은 이백 명이 맞긴 한데 어찌하여 야장과 탐광자가 이렇게 온 것인지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요시마사가 말한 대로면 야장 백 명, 탐광자 오십 명을 모집해 비율을 따져 인삼 씨를 지급하는 척도로 삼는다고 하였다. 혹시나 대가족이 섞여있을까 염려하여 동래 일대에 천 명이 머물 곳을 마련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래서 야장이 134명에 탐광자가 61명이라 그런 말인가?”

“그것만이면 차라리 나을 것입니다. 각 고장의 곡식과 씨앗까지 가져왔습니다.”

“각 고장의 곡식이라? 왜인들이 특이한 것이라도 가져왔나?”

“자신들 고장의 쌀이 아니면 밥을 먹기 힘들다고 애원하니 이걸 어찌 하여야 합니까. 심지어 왜국의 관리가 이상한 것들도 잔뜩 주었습니다.”

그나마 자기 일가붙이들을 모두 데려온 사람은 없지만 그냥 야장과 탐광자의 수가 많으며 작물은 왜 가져온단 말인가? 이래서야 농부를 데려다가 속인 것 같기도 하다.

더군다나 일본에서 온 공인들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눈치를 살폈다. 정착을 돕는 일이야 조선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하였으니 의심이 깊어진다. 결국 의심을 해소할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거기 자네부터 자네까지. 맨 뒤에 있는 다섯 명은 앞으로 나오게.”

다섯을 따로 불러내서 하나씩 물어봤다. 이 자리에서 해결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일이 점점 커진다. 가장 먼저 불려온 자는 내 덩치에 위축되었는지 질문을 할 때마다 흠칫거리면서 눈치를 살폈다.

“어찌하여 백 명이 오면 족할 야장들이 더 많이 왔는가.”

“저는 모를 일입니다. 실은 저희도 백 명이라고 들었는데 모인 자들이 이백 명에 가까워서 쇼군께서 친히 능력을 시험하셨고. 심지어 탈락한 자가 있었습니다.”

지독한 사투리였는지 역관은 통역하며 난색을 표했다. 그렇다면 출신이 어디인지 물어봐야지. 함부로 출신을 속이면 더더욱 의심해볼 만 하다.

“그렇다면 자네 출신이 어디인가.”

“데와국(현 아키타 현)의 에서 왔습니다. 실은 저 말고도 저와 같은 고장에서 온 이가 데와지만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렇게나 멀리서 왔단 말인가? 내가 알기로 고장이 멀다 못해 왜국에서 오는 일만 한 달이 넘게 걸렸을 것인데?”

데와가 어디더라? 사투리가 굉장히 강하니 아마도 일본에서도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이 맞겠지. 지금은 변방 촌구석 취급이 아닌가?

“저희를 모으신 다이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런 변방에 있느니 조선에 가서 대접을 받는 일이 좋지 않겠느냐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조선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자네가 정말 뛰어난 야장인지 알 방법이 없군. 일을 시켜보겠으니 행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일대에서 손꼽히는 야장이니 자신 있습니다.”

먼저 동래 감영에는 야장들이 충분히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며칠 동안 실력 검증을 시작하였는데 다들 난색을 표하였다. 이미 일하고 있던 자들은 왜인들을 보더니만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왜인들이 야장일도 한답니까? 일전에 왜관에서 사람을 구할 때에는 죽어도 오지 않더니만 어쩐 일이랍니까.”

“다름이 아니고 이번 회례사에서 얻어낸 보답이라네. 각지에서 사람을 보냈다는데 한번 검증을 해야 하지 않겠나.”

“일단 장비가 익숙하지 않아 보입니다.”

검증은 간단했다. 형태만 잡아놓고 만들지 못한 환도 한 자루를 완전히 벼려낼 것. 실력을 보는 사람은 동래 감영에서 으뜸가는 야장이었고 다섯 명이 반나절이면 환도를 완전히 만든다 하였으니까.

“망치질이 신들린 마냥 경쾌한데 실력이 좋은 이들이 아닌가?”

“분명 실패할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쇳소리가 났고. 일본 각지에서 온 야장들은 환도를 보더니만 울상을 짓고 있었다. 환도를 확인했는데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실력이 부족한가 보군. 모습만 좋았으니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일세.”

“아닙니다. 저들은 연철을 두들기듯이 강철을 두들겨서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일본 야장들의 얼굴이 창백해 졌지만 심사를 담당한 자는 오히려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깨어진 환도를 상세히 살피면서 망치 자국을 짚어나가고 있었다.

“함께 하지 않은 이들이었는데 어느 사이에 호흡을 맞추고. 망치를 내려침에 있어서 정확하고 균일하게 내리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익숙해지면 대단한 실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 뒤에도 검증이 이어졌지만.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없었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만 있었다. 요시마사가 제대로 된 사람을 보낸 것 같았는데 아직 검증은 남아 있었다. 탐광자들의 실력을 확인할 차례이다.

“지금부터 자네들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광맥을 찾게. 동래 일대는 왜국과 가까우니 기후도 비슷할 것이라 돌아다니기 쉬울 것이라네.”

“벌써부터 말입니까?”

“염려하지 말게. 임의로 정한 한 패거리만 성과를 보여도 나머지 모두를 인정해 주겠네.”

동래를 시작으로 하여 경상남도 일대에는 소규모의 구리 광산이 있었다. 조선에서는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한 구리 광맥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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