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101화 (101/573)

< 2장 40화 - 사기극의 서막 >

“그렇게나 소문이 퍼졌단 말입니까?”

“인삼을 시세의 반값인 한 근에 50냥에 팔아놓고도? 교토까지 들어가면 한 근에 100냥이 넘는단 말이다! 아마 에치고쯤 가면 한 근에 150냥은 할 거다! 그렇다면 당장 팔리지 않더라도 100냥을 불렀어야 한다!”

순식간에 팔려 나간 인삼을 보자 이득에 눈이 멀었다. 그렇게 세 번의 중계수익으로 인삼 180근을 팔고 은 4,500냥(168.75㎏)을 벌었으니 쓰시마의 2년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생각해 보아라. 본래 조선과의 무역에서 얻는 미곡은 양만 차지하고 소득이 없는 물건이지 않느냐. 하지만 인삼은 다르다! 은의 다섯 배가 넘는 가격인데 배 한 척에 달하는 인삼으로 쿠니(국, 여기서는 한 지역)를 살 지경이구나. 지금 무슨 소문이 들리는지 아느냐?”

“저는 모릅니다.”

“오우치 노리히로 그놈이 일전에 은이 발견된 킨푸산(金峯山 - 현 이와미 은광 인근)을 헤집고 있다 하더구나. 조선에서 오는 인삼을 사기 위해 그렇게 다급히 움직이고 있다고!”

킨푸산의 소문은 알고 있었다. 백 년도 더 전인 가마쿠라 시대에 은이 나왔던 곳인데. 근처의 유노쓰(温泉津)의 온천 인근에서도 은이 조금씩은 나오고 있었으니까.

강대한 세력을 자랑하는 오우치는 따로 은광을 개발하려 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변했다. 당장 많은 은이 있어야 인삼을 사들일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다른 이들이 조선에서 인삼을 직접 사 오려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마도. 모두가 그런 귀중한 물건에 정신이 팔렸으니 직접 거래를 해야지. 이제 중개무역 따위는 꿈에도 꾸지 못한다. 미곡 따위는 웃돈을 주고 사서라도 인삼을 같이 사려 할 것이 분명하니까!”

조선과의 무역은 이득도 크지만 움직이는 물자도 많다. 쓰시마와 달리 미곡과 면포는 본토에서 생산이 가능하므로 직접 무역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가만히 있으면 직무역이 활성화되어 굶어 죽으며, 함부로 움직이면 공격당해 죽는다. 고작 180근의 인삼으로 나라가 뒤흔들리다니. 시게모토는 열이 치밀어 오르는지 뒷목을 잡다가 간신히 진정했다. 결국 최후의 방책은 조선에 빌붙어서 목숨이라도 건지는 길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찌하여야 합니까.”

“그러니 네가 조선으로 가라. 아마 조선의 왕은 일방적인 통보를 듣고 화를 낼 것이니 네가 이 일을 수습할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턱 소리가 나면서 보자기에 싸인 단도 하나가 떨어졌다. 사다쿠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일을 수습하지 못하면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할복하라는 뜻이 분명하다. 시퍼런 단검의 날을 바라본 사다쿠니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쓰시마가 살아날 길을 찾지 못한다면, 이 땅을 살아서 밟지는 않을 겁니다.”

한숨을 쉬면서 조선에서 온 사신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본래 조선에 보낸 서찰에는 세견선을 늘려달라는 내용을 썼지만 분명 무리한 부탁이었다.

“조선에서 세견선을 늘려달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 뻔하고. 본토 무역을 따로, 쓰시마의 중계 무역을 따로 하라고 부탁해 보았자 택도 없는 말이지.”

혼잣말을 하였지만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했지만 조선에서 들어줄 가능성 따위는 없다. 문을 열자 제법 건장한 체구의 조선 사신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봤다.

“주상전하께서 내린 명을 완수하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도주께서는 어느 분을 보내신다 하십니까.”

“나요, 사촌 동생인 내가 직접 향할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약조를 새로 맺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 좋은 방책이시군요. 어서 조선으로 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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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에 도착하자마자 말을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실패하면 할복이니 노력할 시간이라도 버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같이 올라온 신숙주라는 자 또한 말을 제법 능숙하게 탔으니 시간을 끌 이유도 없다.

그렇게 열흘 동안 말을 달려 가까스로 한양에 도착했고 약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조선에서도 나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예조 참판을 보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세견선의 양은 늘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이오. 세견선을 100척으로 늘려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였는데 이것이 거짓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고 인삼에 관한 문제를 논하려 하였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세견선을 유지하고 인삼을 본토에 팔아버릴 수 있도록 규정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다음 말을 생각하였는데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인삼이라니? 우리가 보낸 물건은 미곡, 잡곡, 면포만 있었을 것인데.”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인삼은 나라에서 관리하는 것이오. 그리고 아국에 있는 인삼은 모두 명으로 보냈을 것인데 영문을 모르겠구려.”

그렇다면 자신들이 구매한 인삼은 대체 어디서 솟아났단 말인가? 한참을 생각하던 조선의 예조 참판인 정척(鄭陟)은 사람을 불러왔다. 조선의 조정에서도 알지 못하는 일이 대체 무엇이기에? 하지만 자신은 조선의 말을 모르니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도 모른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소. 인삼을 조정에서 판 것이 아니고 북방에서 찾아낸 물건이구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라의 일이니 더 이상은 말씀드릴 것이 없소. 아주 중요한 일이니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니 잠시 기다려 주시겠소?”

이런 일은 들은 적도 없다. 조선의 북방이면 명의 영토가 아닌가? 하지만 무엇인가 말을 하려 해도 논의가 일방적으로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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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평관(東平館)에 열흘 동안 머물러 있자니 좀이 쑤셔왔다. 가끔 만나는 왕의 셋째 동생이라는 자는 한량같이 생겨서 의욕도 없어 보이니 미칠 노릇이다. 그러던 중 늦은 밤에 사람이 왔다.

“계시오? 잠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데 따라오실 수 있겠소?”

“또 연회요?”

“아니오, 당신을 만나려 하는 분이 있소.”

어느 나라나 비밀을 엄수하기 위해 사신은 함부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마음대로 자리를 옮겨 다닐 수도 없다. 이러한 불만을 풀어주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연회를 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오밤중에 무슨 일이란 말인가.

“대체 누구이기에 그러시오. 다음 연회에 만나면 아니 되겠소?”

“한양에도 겨우 내려오신 분이시니 기회가 없소이다. 어서 나와서 말에 오르시구려.”

그렇게 말을 타고 남쪽에 보이는 산 근처로 나아갔다. 제법 커다란 집들이 있었지만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적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렇게 거대한 저택의 문앞에 서자 사방이 조용하였다.

“뭐야 이건.”

“목소리를 낮추시오.”

저택의 문이 열리고 들어가니 넓은 마당이 있었다.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는데 외형이 조선인들과는 많이 달랐다. 다들 철갑옷 위에 짐승의 가죽을 걸치고 있으며, 머리는 박박 깎여 쥐꼬리 같은 한 가닥만 늘어져 있었다.

“도이(刀伊)!”

“도이?”

그들은 자신의 말을 욕이라 생각했는지 성큼성큼 걸어왔다. 오줌을 지릴 것 같다. 40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도이의 입구(刀伊の入寇) 사건은 자신이 나고 자란 쓰시마에서는 무쿠리 고쿠리(여몽연합군을 지칭하는 요괴)의 이야기 전에 일어난 참극이었으니까.

헤이안 시대의 일이었다. 수백 척의 해적선이 쓰시마를 시작으로 큐슈 전체를 습격하였다. 가끔 습격하던 신라구와 행색이 완전히 다른 자들이었다. 짐승 가죽을 걸치고 철갑옷을 입었으며 머리는 박박 깎여 쥐의 꼬리와 같은 머리만 있었다고 한다.

쓰시마의 피해는 끔찍했다. 은광은 모조리 박살 나고 마을과 절은 모두 불타 버렸으며, 고쿠시(지방관)도 병력을 모두 잃고 도망쳐야 했으니.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 쓰시마와 달리 이키 섬은 말 그대로 몰살당한 참변이었다.

“아니, 이보시오 어찌하여 도이들이 있소! 여기 계시는 분은 대체 누구시오?”

“함부로 말하지 말라니까! 이들이 흥분했지 않소!”

쓰시마부터 함께 했던 통역관이 막아서며 뭐라고 말을 하였지만 밀쳐졌다. 사람을 죽이기 전에 온몸의 가죽을 벗긴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는지 허리춤을 더듬으면서 칼을 뽑으려 하였다.

“네놈들! 지금 나의 손님에게 무엇을 하고 있느냐!”

고함소리에 흉흉한 도이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저게 사람이란 말인가? 얼핏 보면 신장이 작은 것으로 보였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냥 몸이 거대했다.

자신보다 한 척(일본 척은 23㎝) 이상 신장이 컸고 갑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체격은 그야말로 당당했다. 살이 쪄서 체격이 큰 것도 아니다. 얼굴에 군살이 없으니 그야말로 사내대장부라 할 수 있었다.

“오해가 있었나 보군. 일단 들어오시게.”

거구의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어떤 자이기에 험악한 도이들이 순한 양처럼 말을 듣는단 말인가?

“참으로 다행이오. 수양대군 어른께서 때맞춰 오셨구려.”

“수양대군이라 하시면. 왕의 친족이 되시는 분이 아니시오?”

“바로 그렇소. 당신을 여기서 뵙고 싶어 하시는 분이오.”

그러고 보니 예조참판이 북방이라는 말을 하였다. 도이들이 있는 곳은 북방이니 저자가 북방에서 인삼을 구해 동래에서 팔았던 사람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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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계획대로 잘 따라왔다. 정척이 적당히 말을 얼버무린 것도 좋았고. 여진족들도 자연스럽게 압박을 가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두정갑을 찢는 퍼포먼스도 준비했지만 필요 없을 것 같다.

“아닌 밤중에 부르다니 미안하군. 북방에서 대업을 하는 중이라 한양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 수 없는 몸이어서 급하였군.”

“아닙니다. 그런데 북방이라 하심은 저들이 부하 되는 사람이란 말입니까?”

“별일은 아니네. 그저 주상전하의 명을 받들어 북방을 평정하고 야인들을 복속시킬 뿐이지. 저들은 내가 복속시킨 야인들이라네. 그대들의 말로 도이 였던가?”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말을 듣는 소 사다쿠니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란다. 실제로 북방을 평정하는 일에 끼어들어 타이순 칸을 단기대결(내수린)로 물리쳤으며, 여진족들이 내 말을 듣고 조선에 입조할 마음을 정하였으니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그나저나 선물은 잘 받았는가?”

“선물이라 하심은.”

“이상한 소리는 하지나 말게. 산야에서 찾은 인삼 180근을 보내지 않았나? 유황과 구리가 필요해서 왜국에 팔았는데 어찌하여 이를 모른다 하는가.”

생각 없이 상대의 등을 팡팡 두들기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나는 북방을 책임질 뿐이지 정치나 손익계산 같은 것은 부하에게 떠넘기는 무식한 장수로 보여야 한다.

“요긴하게 쓰였지만 선물이 너무 많더군요.”

“그런가? 하지만 선물을 계속 보내야 하겠군. 북방을 정벌하면서 무엇이 가장 부족하였는지 아는가?”

“저도 잘 모릅니다. 저는 그러한 일에는 재주가 없습니다.”

“유황은 화약을 만드는 일에 쓰이고, 물소의 뿔은 활을 만드는 일에 쓰이지, 구리는 화포를 만드는 일에 쓰인다네. 이 모든 것이 북방에 필요한 물자들이지.”

염초만 해도 1년 생산량이 1만 근이 넘어가지만 황철석에서 유황을 캐내는 일은 한계가 있어서 유황이 부족해졌다. 거기에 보총과 신기전을 비롯한 화차계통을 사용해도 화포는 무조건 필요하다.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을 수는 없으니까.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 눈앞에 국사무쌍(國士無雙)이나 다름없는 분이 계시는데 무력으로 해결하실 수 있어 보입니다.”

그놈의 혼네(本音 - 본심)와 다테마에(建前 - 겉마음)를 분리하는 짓거리를 이 시대부터 했었나. 짜증이 밀려오지만 나는 무식한 놈을 연기중이라서 그딴 생각 모른다. 위기감을 느끼면 알아서 본심을 드러내겠지.

“그게 무슨 말인가. 나 혼자서 백 명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지만 북방에 야인들이 좀처럼 많은가? 지금 복속시킨 자는 일부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네.”

“야인들이 그렇게나 많습니까?”

“그렇지. 북방에 있는 야인들은 크게 네 부족이 있고 작게 나누면 수십 부족이 있다네. 그들 중에 가장 큰 자를 몽고라고 하지. 그대들의 말로 무쿠리라 하던가?”

슬슬 똥줄이 타들어 가지? 몽골을 뜻하는 무쿠리는 지금 시대 일본인이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놈들이며 잔학함은 도이를 능가한다. 도이가 눈앞의 위협이면 무쿠리는 가마쿠라 막부를 박살 낸 괴물들이다.

“무쿠리라 하셨습니까? 그들이 어찌하여 조선과 싸우는 겁니까.”

“아국에게 북동쪽의 바다를 향해 길을 열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건방지더군. 위대한 시조가 이루지 못한 일을 행하려 한다던가?”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들의 수뇌인 몽고의 왕 타이순 칸을 물리쳤다네. 그 와중에 포로로 잡아서 들은 이야기지.”

오금이 저리는 것을 참는지 안색이 변하지도 않고 입술만 씹는데 나는 모르는 척 말을 늘어놓았다.

“붙잡고 나서 아국을 침략한 연유를 물어보았지. 그리하였더니 위대한 시조인 쿠빌라이 대제가 끝내지 못한 업적을 이어가려고 한다더군. 이후에는 밤중에 몰래 탈출하여서 더 묻지는 못하였지만.”

“그렇습니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군요.”

표정관리 정말 잘한다. 하지만 더 이상 다테마에를 하지도 못할 상황이 분명하니 다시금 말을 이어가자. 나는 모르는 척 태연히 말했지만 사다쿠니는 지금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일 거다.

“그 자리에서 죽이지 못하여 전쟁이 이어지니 물자가 부족하다네. 결국 야인들을 복속시키면서 북부에서 얻어낸 인삼을 그대들에게 팔게 되었네. 조정에서는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야.”

“그렇다 하여도 저희가 핍박당하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습니까?!”

“핍박이라? 어찌하여 핍박을 받는다는 말인가?”

천천히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생각을 하는 척하니 본심이 튀어나온다.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삼이 나는 조선에서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닐지 몰라도. 그렇게 많은 인삼은 쓰시마와 같이 작은 곳에는 독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군, 쓰시마는 작은 곳이니 지키는 세력도 평상시의 소득도 아주 적겠군.”

“인삼으로 얻어낸 수익이 너무 많아서 다른 이들이 저희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한 문제가 있었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지?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군.”

인삼이 담겨 있는 화분을 꺼내니 사다쿠니는 질색을 하면서 눈을 돌려댔다. 이제 이자에게 인삼은 가져서는 안 될 흉물처럼 느껴지겠지.

“아국에도 임금이 있듯, 왜에도 임금이 있다 알고 있네.”

“쇼군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북방의 전쟁은 오랜 시간 이어질 것 같은데 그대들이 내전을 일으키거나 하면 물자가 끊어져서 곤란한 지경에 처할 것이라네.”

“옳은 말씀입니다만 쇼군께서는 아직 나이가 어리신 분이어서 그렇습니다. 당분간 다른 영주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도를 찾으시는 것이 어떠합니까.”

난처한 표정을 보니 어린 쇼군이라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문제라 생각하는 것 같다. 커봤자 정치 능력 따위는 개뿔도 없어.

“실은 곤란한 점이 있다네. 작년에는 야인들이 잠시 소강상태여서 인삼을 많이 거뒀지만 항시 많은 인삼을 수확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인삼과 인삼의 씨앗을 줄 것이니 한번 키워봄이 어떠한가? 아국에는 인삼이 산야에 널려 있으니 따로 기를 필요가 없지만 왜에는 인삼이 없다 알고 있네.”

인삼의 씨앗과 모종을 주면 외교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많다. 종자를 가지고도 최소한 10년 이상은 방법도 몰라서 재배가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오닌의 난까지 계속 인삼 약간과 씨앗을 공급하면 충분하다.

“상세한 것은 왜국으로 건너가 상의할 것이네. 북방은 겨울 동안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니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다네.”

“그렇다면 세견선에 관련해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세견선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게. 이번 통신사(通信使)를 겸하여 직접 왜로 향하면서 인삼은 모두 쇼군에게 줄 것이며 쓰시마와는 평소와 같이 교역하도록 방침을 정하겠네. 염려하지 말게나.”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머리를 박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일이 순리대로 돌아가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게 일본을 좀먹을 사기극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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