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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85화 (85/573)

< 2장 24화 - 과열 해소 >

형님에게 명을 받은 다음에는 면식이 별로 없던 인재와도 만나게 되었다. 사육신 중에서 나와 접점이 거의 없었던 성삼문이다. 형님의 말로는 경연과 연계되는 서적 해석과 편찬 일을 잠시 중단시키고 고려사 편찬 작업에 투입한다 하였다. 형님도 인재 보는 눈은 탁월하다니까.

“시강관(侍講官 - 정 4품 문관, 시강원 소속으로 임금에게 경서를 가르치는 자)으로 있는 성삼문이라 합니다.”

“이거 근보(謹甫 - 성삼문) 아닌가? 학식이 뛰어나다는 말은 많이 들었네.”

“대군 어른의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내 평가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서 내가 두렵다. 형님이 왕권이 확고하지 않았다면 견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올라갔으니 말이다. 아마 원래 역사대로 진행하였으면 숨조차 쉬지 못하고 사방에서 두들겨 맞았겠지.

“어명을 받아 개성으로 향해야 하니. 나를 대신하여 주상전하께서 시강관으로 일하고 있는 근보를 보내셨네.”

“저희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무리하여 몸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게. 되도록 자네들과 계속 일을 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있나.”

성삼문은 나를 따라왔다가 쌓여 있는 책의 산을 보고 질겁했다. 말이 50권까지 집필이 완료된 것이지 내가 취합한 책의 양은 70권이 다 되어가니까. 한 달 정도 개성에 가 있어도 내 속도를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경(正卿 - 권람의 호), 자네는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있는가?”

“제 벗 중에 압구(狎鷗 - 한명회의 호)가 개성에 있어서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똥 마려운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는 권람을 보면서 딱 생각이 났다. 한명회 그 칠삭둥이를 소개하고 싶었겠지만 입을 함부로 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권람이 나와 사적으로 친한 관계도 아니고 나도 검증된 인재들과의 관계가 좋으니 함부로 말을 꺼내기 힘든 게 분명하다.

“벗이란 말인가? 개성 관리들이 입신체비를 즐긴다는 소문이 있으니 한번 지도라도 하면 좋겠군. 자네의 벗이라 하면 분명 성정이 좋고 배움이 깊은 자일 것이야.”

“아 그…….”

“그렇다면 어명을 위해서 한동안 자리를 비우겠네. 근보 자네도 서책을 개찬함에 있어 그 빼어난 학식을 보여주게나.”

입신체비 이야기가 나오자 권람이 당혹해하면서 다음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 서찰을 주고받는 친구 사이지만 나는 이미 개성의 관리들도 서찰을 보내면서 입신체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거기서 한명회라는 존재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으니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빠지고 있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분명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중간 정리는 끝났으니까 배재당으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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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렬을 배웅하러 갔을 때 배재당 사람들의 몸 상태를 개략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무엇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좀 더 심각했다.

‘최근 들어서 참기름이 거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끔 닭 가슴살과 돼지 안심을 먹었는데 지금은 매양 그것만 찾으시니 저희도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라면 개인의 의지니까 말로만 주의를 줘야 하지만, 이들은 내 제자이고 내 사람들이니 내가 책임자이다. 그래서 불시에 점검하듯 점심을 먹는 시간에 찾아왔는데, 쌓여 있는 고기들을 보니 답이 나온다.

“내가 언제 이렇게 식사를 행하라 하였는가.”

“대군 어른!”

“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육(커팅)이 아닐세! 양생(벌크)지!”

쌓여 있는 고기들을 보면 답이 딱 나왔다. 점점 더 비정상적으로 변해가는 지방 절제부터 밥도 현미와 보리가 너무나 많으니 먹고 살맛이 날지 의문이다. 나도 익숙해지기 위해 지방의 양을 조금 줄였지 이렇게 삭막한 식단을 계속 유지하지는 않았다.

“그 되도록 기름의 양을 줄이고 질박한 생활을 하는 것이.”

“내가 입신체비서에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나! 절육과 양생은 분리되어야 하며, 절육은 아무리 배움이 깊은 자라 해도 석 달을 넘어서면 몸이 상한다 하였네!”

“죄송합니다.”

서로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을 못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답답해졌다. 이렇게 계속 있다가 폭식이나 식욕 이상 혹은 소화 기능 장애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통풍이 생기면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문제다.

“식생활을 당장 정상적으로 돌리되, 고기를 조금만 많이 먹는 것을 중요히 여기게.”

“대군 어른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니, 이러면 아니 되네. 과함은 모자람보다 못하니까 정진함에 힘쓰게.”

내가 입신체비서를 처음 쓸 때는 나름 많이 조절하려고 애썼다. 정확히 말하면 다소 여유를 가지고 하루 1.5시진(3시간) 정도를 투자하는 생활 체육의 개념으로 접근을 했다.

반 시진의 유산소와 준비운동, 본 운동, 정리운동을 포함해서 한 시진의 입신체비를 권장했고 최소한 7일에 1회 가급적이면 3일에 1회를 쉬라 했었지. 계속된 운동으로 피로누적이 심해지면 온갖 문제가 벌어지니까. 원인은 내가 힘을 내라면서 보낸 나의 진양근(3대 운동 1,000근) 달성 기록 때문이 분명하다.

“저기 그래도 대군 어른이 일전에 절육(커팅)을 하시면서.”

“솔직히 말해서 내 명줄이 깎여 나가는 기분이 들었네. 그런 생활은 일생에 몇 번으로 족하네!

“알겠습니다. 특식일은 꼭 지키겠습니다.”

결국 내가 몸을 기른 기록을 보고 다들 스승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그렇게 내가 가르친 것과 자신의 신체 성장 속도가 어긋나면서 경쟁 구도로 점점 과격해진 것이다. 결국 이 일은 내가 바로잡아야 한다.

“사람의 몸은 각자가 다르니 나의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을 가르쳤지만 나의 몸보다 입신체비에 능한 자는 본 적이 없다네.”

“그렇다면 3대 운동을 기준으로 얼마나 하는지에 대한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체형마다 다르네. 그렇기에 입신체비를 가르칠 적에 부모님에 대한 효를 그렇게나 강조하지 않았는가. 이러다가 골병이 들면 어찌하겠나.”

입신체비서의 집필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처음 2년간 현대 한국어를 세필로 최대한 때려 박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들을 까먹기 전에 옮겨 적었고. 그걸 이 시대의 현실적인 요소로 재정비하였으며, 마무리로 형님이 유학적 지식을 욱여넣었지.

그런 과정에서 근육 증가량이나 기타 기준을 현대의 7할 정도로 상당히 낮춰 잡았다. 이제 각종 식단관리를 비롯한 요소를 확정 지을 차례다. 이걸 속(續) 입신체비서라 이름을 붙여야지. 정말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을 때 정보를 싹 다 써놓기를 잘했다.

“그러니 특식일은 반드시 지키게. 적어도 보름에 한 번은 특식일(치팅 데이)이어야 하며 이때는 배부르게 먹지 않더라도 입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몸을 보하게나.”

“아직 저희는 배울 것이 많습니다.”

“괜찮다네. 그렇다면 이번 특식일은 내가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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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식일에는 역시 돼지다. 나도 현대에서는 삼겹살을 먹었으니 여기서도 돼지를 먹여야지. 그렇지 않아도 도성에서 한나절 거리에 백정을 직접 심어둔 골짜기가 있어서 가 봤는데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뭐야.”

“그러게 말입니다. 어느새 이렇게 커졌지요?”

분명 내가 설득해서 산골짜기에 박아 넣은 백정들이었다. 처음에는 40호 230명 정도의 그럭저럭 소규모였는데 어느새 100호가 넘어가 보이고 산골에 어울리지 않는 기와집도 보였다. 그 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내가 직접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할 일이었다.

“어이구, 최 백정! 자네가 보낸 돼지가 역시나 큰일을 했다니까!”

“제가 비싸더라도 꼭 사서 드시라고 그리 말씀을 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도 여기서 계속 시켜야겠어. 다음 잔칫날에도 꼭 부탁하네!”

분명 9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백정은 범죄자이자 상종 못 할 무도한 자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나이가 꽤나 먹어 수염이 새하얀 유생이 백성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노고를 치하하고 있으니 이게 일어날 법한 일인가?

“저런 거 자네는 본적이 있나?”

“글쎄요. 보통 유생분들은 저희가 잘하면 칭찬을 하시긴 합니다만.”

“그것도 백정이 아닌가.”

영문을 알 길이 없어서 촌장을 찾았는데, 촌장도 지금 뒤뜰에서 사람들과 함께 수유(酥油 - 버터)를 만드는 것에 여념이 없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꾸벅 인사를 하더니만 말 그대로 날래게 뛰어온다.

“대군 어른 아니십니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9년 만에 마을이 두 배가 넘게 커지다니.”

“그것이 사정이 조금 있습니다. 마을이 생기고 2년이 지나자 주변에서 다른 백정들이 찾아오더군요. 그들을 받아들였죠.”

조선시대 백정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소규모가 조금 이주했을 것인데 인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많이 비어있는데 백정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혹여나 양민들도 여기로 이주한 것인가?”

“사실 이주하려는 자는 몇 있었지만 천수답(天水畓 - 관개시설이 없이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 농지)이어서 인기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납공(納貢 - 외거노비의 별칭) 중에 나이가 많은 자들을 여기로 이주시키더군요.”

“납공들을?”

“저희가 농사에 익숙하지 않은 덕분에 사람이 필요했는데. 근처의 양반분들이 나이가 많은 자들을 보내서 온갖 일을 돕게 하더군요.”

백정들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농사 지식이 없기 때문에 소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잠깐 이거 완전 여진족이랑 비슷하네? 전문적인 기술이 없고 척박한 땅은 있으니 조선인이나 중국인을 납치해서 농사를 짓게 했었지.

“여하튼 알겠네. 이 고을에서 돼지를 잘 기르나 본데 한번 돼지나 줘보게.”

“예, 어르신. 그렇지 않아도 살이 오른 돼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안내를 받아 갔는데 납공으로 일하는 이들이 이런 것에도 관여하는지 축사는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저 옆에 쌓인 두엄더미를 보니까 돼지의 분뇨와 지푸라기를 섞어서 계속 뒤섞어 가며 숙성시켜 제대로 된 퇴비를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 마침 두엄을 뒤집던 집주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돼지는 잘 기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군, 두엄도 정해진 대로 제대로 만들고 있네.”

“돼지들이 깨끗한 것을 좋아하더군요. 정성이 더해질수록 맛도 좋아졌습니다.”

품질이 좋은 걸 증명하듯 모두 분리사육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돼지들 간에 격차도 있는지 내가 바라보는 녀석들은 전부 널찍한 곳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값비싼 녀석들입죠. 잔반을 먹이지 않고 녀석에게 들어가는 것들만 해도 다 합쳐 넉 섬(360㎏)이나 됩니다.”

“한눈에 보아도 상처가 없고 평온한 것이 각별하게 키운 녀석들이군.”

“그렇습죠. 각종 묵은 잡곡들, 깻묵, 콩대, 무청을 비롯한 채소를 썰어 버무려 줍니다. 그렇게 여섯 달을 키우면 볼 뗀 수놈은 백오십 근(96㎏)으로 성장합니다.”

백정이 자랑스럽게 돼지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니 자부심이 강한 것 같았다. 저 정도의 무게면 현대에서 고기용으로 쓰이는 돼지보다는 다소 작긴 하지만 이 크기의 네 마리면 충분할 것 같다.

“계속 키우면 볼을 뗀 수놈은 2년이 좀 지나서 삼백 근(192㎏)까지는 자랍니다만. 그쯤 되면 다 합쳐서 스무 섬의 먹이를 먹여야 해서 포기하고 있습죠.”

“훌륭하군, 그래서 살이 잘 오른 백이십 근 정도의 암퇘지면 값이 얼마인가?”

“쌀로 다섯 섬입니다, 여기서 도축까지 다 해드리고 껍질 벗기기까지 해드리겠습니다.”

도축 이후 수율을 감안하면 잔반을 먹여서 기른 조선 토종 돼지는 3섬에 고기가 36근, 이 녀석들은 5섬에 고기가 72근이다. 키우는 방식이 달라져도 성장 속도랑 사료 먹이는 수준이 다르니 사료의 질이 올라가도 값이 싸지는 것 같다.

“살이 잘 오른 녀석으로 세 마리만 주게.”

“예! 대군 어른이 보시기에도 가장 좋은 녀석으로 드리겠습니다!”

바로 배재당으로 가져온 돼지들을 요리하려고 후추를 꺼냈다. 다행히도 현시점까지는 일본이 전국시대도 아니며, 대항해시대의 여파로 수입량이 감소하지도 않아서 같은 무게 은의 절반이 좀 안 되는 가격이다. 내 재산이 많아서 다행이야.

“너무 과하신 것 아닙니까?”

“전혀 과하지 않다네. 이렇게 풀어줘야 적당하지 않은가.”

당연히 다섯 냥(18.75g)의 후추로는 턱도 없어서 겨자, 산초, 마늘, 거기에 생강도 듬뿍 발라서 향을 입히고, 닳아버린 쇠솥에 숯을 넣고 당수육(倘粹肉 - 세종대왕이 붙인 바비큐의 이름)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수육과 각종 돼지고기 요리를 만들면서 특식일을 시작했다.

“배재당에서 맞이하는 첫 특식일이니 내가 크게 내었네.”

마당에 있는 거대한 상에는 술은 없지만 고기가 그야말로 가득가득 쌓여 있었다.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따로 고기를 빼둔 것도 있지만 일단은 고기다. 각자에게 반 근이 조금 안 되게 돌아간 고기들이니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대군 어른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다네. 오늘을 즐기고 내일부터는 몸을 다스려 다시금 정진하게.”

다들 먹는 속도와 모습을 보니 서로가 경쟁 관계라 참았던 것이지 불만이 쌓여 있던 것이 분명하다. 특히 경쟁 상대가 아니고 배워야 하는 대상으로 있었던 김시습은 말 그대로 행복해 보였다. 저렇게 행복한 얼굴을 한 김시습을 조금 더 쉬게 해줘야겠다.

“가끔 목에 기름칠을 해야 마음도 편해지고 몸도 편해진다네. 이런 것도 미풍양속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은데.”

“미풍양속이라 하심은 어떤 말씀입니까?”

“지방에 만들게 될 입신체비장이나 향교에서 특식일을 시행하면 모두가 같은 시일에 하겠지? 그렇다면 그 날에는 관아에 알려서 백성들에게 베푸는 날로 써도 좋겠지.”

속된 말로 종교단체에서 하는 주말 급식 같은 거를 하면서 명분을 챙기라 이 말이지. 특식일이라고 향교에서 모여 닭 뜯고 돼지 뜯으면 욕먹을 게 뻔하다. 그렇게 지나가는 말을 했는데 다들 감동했는지 나를 우러러본다.

“역시 대군 어른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무엇이. 구휼은 사대부의 도리가 아닌가.”

별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돌아봤는데 다들 맛있게 먹고 있고 여진족 아이들은 거의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 그래도 명나라 돼지 3마리니까 배재당에 있는 일꾼을 포함한 40명의 어른, 100명의 아이들을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었다.

“그래 고기에는 기름이 있어야 제맛이지!”

“자네 체하겠군. 쌈을 싸서 먹게나.”

섬유질의 섭취는 중요하다니까. 이 시대에는 커다랗게 싸먹는 쌈이 아니고 반 큰술 정도의 크기로 쌈을 싸서 먹는다. 자연스럽게 섬유질 섭취가 늘어나니까 나도 권장하는 방식이고 입신체비서에도 쌈의 효율성이라고 잔뜩 써놓았지. 김시습도 다 먹고 솔선수범해서 식기를 정리하고 있으니 따로 말을 걸었다.

“매월당 자네는 한 달 정도 나와 같이 개성에 가야겠네.”

“네? 대군 어른께서 저를 어찌.”

“어명을 받들어 서책과 족보를 찾으러 개성으로 향해야 하네. 그런데 개성 유수부의 관리들이 일 년 동안 입신체비를 하였으니 자네가 보고 배울 것이 있어서 그렇지.”

과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을 누누이 했는데 개성에 가서도 내가 너무 과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래도 배재당처럼 과열경쟁으로 몸살을 앓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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