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19화 - 만들어진 복수(2) >
하지만 홍윤성의 눈은 계속 주변을 정탐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후방으로 빠져 사실상의 은퇴를 결심했다면. 이번 기회에 많이 벌어둬야 하지 않겠는가? 공을 쌓으면 포상금을 두둑이 주거나 녹봉이 올라가게 진급하겠지. 그렇게 매섭게 적의 마을을 훑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저놈들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어디 한번 줘보십시오.”
저 멀리에서 기마병들이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천리경의 힘으로 보이는 시야에서는. 상이 일그러지고 불분명 하였지만 거의 오십은 되는 기병들이 남쪽으로 향했다.
“놈들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고서에 적어둬.”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틀 동안 머물렀던 척후군 일동은 조금씩 접근하며 올적합의 규모, 병력, 이동지역 등을 파악하였다.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정음으로 그들이 자주 하는 단어를 베껴오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고. 그렇게 12일을 전후하여 전부 돌아오는 것에 성공하였다.
“사망자가 있단 말인가?”
“2조에서 발을 헛디뎌 한명이 추락사. 6조에서는 낙반으로 한명이 중상을 입어 귀환하지 못하고 사망하였습니다.”
“겨울 산은 무서운 곳이니 방법이 없지만 반드시 전훈으로 남기게.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한겨울의 산에서 어떻게 하면 몸을 건사할 수 있는지.”
세달 뒤에 진급할 자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록과 대책의 수립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구지의 부족민들은 소식을 듣고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졌다.
“지금 70리를 왕복으로 산길만 골라서 오갔는데도. 백 명 가운데 둘만 죽었다 이 말인가?”
“저게 사람이야? 산군이야?”
“산군도 이 겨울엔 죽어나가는 놈이 가끔 있는데.”
처음에는 못미더웠던 자들도 이제 적극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아온 정보들과 정음으로 어떻게든 써 온 여진의 말들이 모였다. 올적합은 지금의 상황을 조심스럽게 관망하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잘 된 일이군요. 한 달이 지나면 두만강이 완전히 얼어버리고. 바로 진군이 가능합니다.”
“판관은 어찌하여 잘된 일이라 생각하는가?”
아구지는 점점 자신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아직도 이합집산으로 어설프게 뭉쳐 있는 올적합은 서서히 분열되고 있었다. 합쳐진 올적합은 정말 강하지만 분열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놈들은 조선의 영토가 되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고. 이 상황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국에 거대한 힘을 보여준다면 쉽게 복속될 것입니다.”
“그렇단 말인가?”
“정음이라는 것이 조금 부정확 하지만 대략적으로 소리는 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한쪽에서는 혐진 놈들을 죽여라. 라고 하지 않나. 이을구차(伊乙仇車 - 올적합의 분파) 놈들을 불러와야 한다고 하는군요.”
앞으로 한 달 동안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이야기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진군 경로는 거의 결정이 났으며. 정찰을 한 훈련도감군들이 상대가 보내는 척후의 대략적인 경로와 숫자도 알려준 상황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신중하면 올적합의 분열이 메꿔지면서 화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빠르게 나서는 것이 나아 보인다.
“각 부락에게 약탈을 금지하도록 명을 내릴 것이네. 앞으로 한 달 뒤에 우리는 북방으로 치고 나갈 것이며. 그날이 오면 자네를 정면에 내세워 복수를 천명할 것이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네. 혹시 남는 표피(표범가죽) 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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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지는 높디높은 장대 위에 올라가 있었다. 권위를 나타내고자 갖춰 입은 의관에 표범 여러 마리의 가죽을 엮어 만든 견폐(肩蔽 - 망토)가 펄럭거리며 위엄을 덧붙여줬다.
“들어라!”
수없이 모인 여진족들이 조용해졌다. 심지어 익군 중에 포함되어 있던 여진족들도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늠름한 모습은 북방을 호령하던 금나라의 장수를 방불케 하였지만 실속은 별로 없었다. 이미 조선이라는 호랑이의 등 위에 올라탔으니 이제 호랑이가 물어 죽인 사냥감들을 먹어치울 차례다.
“본래 우리 건주위는 머나먼 북변에 살고 있던 올량합(兀良哈)의 후예였으며. 50년 전에는 조금 남쪽인 미타호(현 한카 호) 서쪽으로 이주하였다!”
조정의 명령이었다. 어차피 그 시기를 아는 이들도 없으니 기왕이면 수원을 얻기 편한 미타 호 일대까지 영역을 확대하라는 말이었다. 노인들의 증언대로면 그 인근에도 건주위의 부락이 있었으니 상관은 없었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명에서 내려주는 은혜를 입고자 요동으로 이주하였다. 하지만! 명은 우리를 속이고 착취하였다! 결국 세월이 흘러 버려진 신세가 되었지만. 조선은 우리를 따듯하게 받아 주었으며 거처를 주었다. 이런 은혜를 입게 되었으니 우리가 조선을 위하여 일함은 당연한 것이다!”
명보다는 조선이 조금 덜 등쳐먹기는 했다. 그러나 이렇게 혜택을 받은 상황에서 과거의 일을 되짚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가 쓰는 날카로운 강철 화살촉을 준 자가 누구인가.”
“조선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곡식을 준 이가 누구인가.”
“조선입니다!”
“우리가 가져온 준마와 모피를 정당한 가격에 사는 이는 누구인가!”
“조선입니다!”
다들 지난 6개월간의 생활로 조선에 입조한 것을 감사하고 있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가 되었고. 바람잡이 몇 명이 먼터무! 라고 외쳤다.
“올량합의 다른 후예인 먼터무 어른. 나의 7촌이시며. 지금의 건주 좌위가 된 올량합의 분파이며. 우리를 받아준 조선을 태조 대왕께서 건국할 적에 힘을 보태신 분이시다. 지금 주상전하의 증조부이신 태조 대왕의 아래에서 일했던 그 분이 이 근방에 살고 계셨다.”
그가 누구인지 대부분 알지도 못했다. 노인들도 기억을 떠올려 봤자 ‘예전에 같이 있었던 어르신’이라 할 정도로 존재감이 옅은 자였다. 그러나 먼터무의 죽음이 이 전쟁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그 분은 조선에 입조하여 이러한 은혜를 받고자 하였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 올량합과 적대하던 올적합(兀狄哈) 놈들이 먼터무 어른을 비겁하게 기습하여 죽인 것이다!”
분을 이기지 못하는 듯. 장대를 손으로 내리치자 아래 대기하고 있던 훈련도감군 병사들이 같이 발을 굴렀다. 쿵! 하는 소리가 울리면서 바람잡이들이 신호에 맞춰서 ‘복수!’ 라고 외쳤다.
아마 저승에 있는 먼터무가 본다면 지금 이 상황이 이해도 가지 않겠지. 그는 명과 조선 양쪽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죽었으니까. 설령 그 상황에서 죽지 않았으면 조선의 상왕인 세종대왕이 죽였을 것이고. 하지만 이런 좋은 명분은 훔쳐야 한다.
“먼터무 어른의 아들인 충샨은 아직도 명에게 속으며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나 아구지는 원한은 잊지 않으며 은혜는 반드시 보답하는 자이다. 아들이 나서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나서겠는가! 누가 이 복수를 마무리 할 것인가!”
“놈들을 죽여라!”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겁탈하라!”
“사내는 노예로 삼고 노인은 죽여라!”
“여자는 죽이고 남자는 겁탈하… 아니네.”
조선 출신 병사들은 가만히 있었지만. 여진족들은 벌써부터 일어날 축제에 열광하고 있었다. 아구지는 손을 조용히 들어서 그들을 진정시켰다.
“조선은 복수를 위해 힘을 주기로 하였다. 그러기에 우리를 조선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설령 우리가 패배한다 하여도! 조선에서는 우리의 아이들과 여인들을 지킬 것이다!”
설령 패배하여도 좋다. 아니 패배할 일은 없지만 이것으로 망설이는 이들도 거의 사라졌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이 일을 행할 후예도 아닌 7촌인 내가 나서는 일이다. 그러니 단 한 번의 기회를 주도록 할 것이다. 복속하는 이는 무조건 받아들여라! 반항하는 놈들은 철저히 짓밟아라!”
“와아아아아아아아!”
“단 한 번의 기회로 충분하다. 그 이후로는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살리는 것도 마음대로다! 놈들에게 멍에를 지워 수레를 끌게 하여도 상관이 없다! 수레바퀴를 굴려도 상관이 없다!”
“아구지! 아구지! 아구지! 아구지!”
전쟁이 가져다줄 수많은 이득은 여진족들을 광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장 놈들에게서 적당한 준마 한 마리만 가져와도 오승포로 150필이고. 쌀로는 45석이다. 명에게 바치던 가격에 3배 이상이었으니까.
놈들에게서 비루먹은 말 몇 마리만 빼앗아 팔아도 한 가족이 1년 동안 먹고 살 수 있다. 여기에 모피를 비롯한 수많은 재물도 제 값을 받을 수 있었다. 다들 욕망으로 눈이 번들거리는 가운데. 아구지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그렇다! 야인이라 멸시당하고 모욕당하던 우리를 받아주고, 키워주고, 그리고 복수를 할 기회를 준 것은 조선이다. 그렇다면 다시금 묻겠다! 우리의 정당한 복수를 돕는 자는 누구인가!”
“조선입니다!”
조선 천세. 대왕 천세. 이성계 천세. 먼터무 천세 등등의 어지러운 고함들이 진영을 흔들었다. 이제 건주위 출신들을 설득하는 일은 끝났으니 조선의 관리가 나올 차례이다. 아구지가 뒤로 물러나고. 이번 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이맹전이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훌륭하도다! 태조 대왕께서 혼란한 북방을 물리치시고 내려오실 적. 그분의 충실한 신하 동맹가첩목아(먼터무)는 한때 조선의 상호군(上護軍 - 정 3품 품계. 명예직)이었으며. 조선을 섬겼다.”
여러 역관들을 통해 말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하지만 다 거짓말이었다. 이성계가 있을 적에는 이지란(李之蘭)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긴 하였지만. 그러나 거짓말은 계속 이어졌다.
“청해 이 씨의 시조이신 양렬공(襄烈公 -이지란) 아니 입조하기 이전의 존함은 고륜두란체목아(古倫豆蘭帖木兒)이다. 그분 또한 동맹가첩목아와 친하셨으며 육촌 사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양목답올(楊木答兀)이 야인의 난을 일으켜 동맹가첩목아를 처참히 살해하였다.”
우우우우우! 소리가 나면서 건주위 여진족의 뒤에 있던 함길도의 익군이 낮은 소리를 냈다. 이지란은 동북면의 영웅 중 하나이며. 아직까지도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여진족 계열에게 익숙한 자였으니까. 그리고 그의 후손은 아직도 음관(蔭官 - 조상의 관직을 이어받음)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건충대위(建忠隊尉 - 토관에게 부여하는 정 5품 관직) 이효강(李孝綱)은 앞으로 나오라!”
익군 사이에서 거의 노년이 다 되어가는 장수가 앞으로 불쑥 튀어 나왔다. 이효강은 토관으로 함흥 일대의 병사들을 통솔하는 흔한 이들 중 하나였다. 그를 비롯한 토관들이 이번 정벌의 보조 군사로 나설만한 이유는 있었다.
“이효강은 양렬공의 손자이며. 그를 비롯한 함흥 일대의 익군들은 모두 복수를 외쳤다. 양목답올의 후예들은 거양성(巨陽城)에 있으니 이제 진군의 시간이다! 먼터무의 넋을 달래기 위하여! 우리는 미타호 까지 나아갈 것이다!”
“대 조선국 천세!”
“먼터무 어르신을 위해서!”
“태조 대왕 천세!”
수많은 고함이 외쳐지고. 두만강 인근에서는 신호용 대신기전 여섯 개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으며 봉화가 다섯 갈래로 올랐다. 즉시 척후를 보내 정찰을 하고. 가장 가까운 부락을 모조리 쓸어버리라는 신호였다.
“강 위로 몰려가면 무너진다! 천천히 건너도록!”
“거기! 조심히 건너라! 한 번에 백 명이다!”
완전히 얼어붙은 두만강 위로 아구지를 시작으로 한 건주위 여진족 족장들이 건너갔다. 그 이후로는 훈련도감군이 건너갔으며. 중군에 소속된 이맹전과 익군과 여진족들이 천천히 진격을 시작하였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족장!”
“무엇이 대단할 것이 있다고. 그저 조선에서 복수를 원하니 내가 한 손을 거들을 뿐이네.”
매서운 바람이 눈가를 스쳤다. 저 머나먼 남쪽 한양에서 열심히 배우는 아들 녀석은 지금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까. 그 녀석이 강한 힘을 얻고 지식을 쌓아 정말로 조선에게 모든 것을 배운다면. 이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미 첫 부락에 있는 혐진 녀석들은 지금쯤 난리가 났겠지.”
그와 거의 동시에 북쪽으로 90리 떨어진 어라손참(於羅孫站)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두만강에서 올라온 다섯 갈래의 봉화는 개전을 의미하는 임시 신호였다. 이미 매복하고 있던 200의 기병들이 쏜살같이 마을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리는 조선에서 왔다! 함부로 도망갈 생각을 하지 말고 복속하라!”
“복속한다면 너희에게서 정당한 값으로 물자만 받아 갈 것이다!”
복속할 때에 어떻게 복속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 이것에 대해서 이맹전은 확실한 기준을 그었다. 이 여진족들은 조선인이 아니고 여진족이며 복속의 의사만을 취한 것이라고. 정당한 가격은 입조하기 이전의 값이라고.
“고작 이백기로 우리를 모두 쓸어버릴 수 있다고 어림없는 아악!”
두터운 곰의 모피를 둘러매고 있었던 족장 한명은 화살을 맞는 순간 등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몸서리쳤다. 곰의 모피를 뚫고 등판 깊숙이 박힌 화살은 철제 화살이었다. 자신들이 꿈에도 꾸지 못하는 잘 제련된 강철제 화살이다.
“저 새끼들 뭐야! 뭐냐고!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철을 쓰냔 말이다!”
“족장님 위험합니다. 저놈들 칼 좀 보십시오!”
“저건 또 뭔데!”
큰 부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골제 무기를 쓰고. 가까스로 건진 철을 두들겨서 주철이던 연철이던 상관하지 않고 집히는 대로 금속이라는 금속은 모조리 쓴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것들은 시퍼렇게 날이 선 장검이었다.
“항복! 항복! 항복하겠소!”
같은 200명이라 한들 무기의 질이 너무나도 다르다. 이미 부락 근처를 급습했으니 싸워서 이긴다 하더라도 미래가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을 것이 분명하다.
“조선에 복속하겠나?”
“조선이 왜 우리에게 쳐들어 오는 것이오!”
“이제부터 이곳은 모두 조선의 땅이어서 그렇다.”
조선의 땅이라니. 미친 소리가 아닌가? 그리고 이 놈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놈들이기에 말이 이렇게 다른 것이지?
“댁들 뭐 조선 사람인줄 아나? 같은 여진족이잖아!”
“우리는 건주위 소속이었다가 조선에 입조한 조선의 신하이니 상관이 없지 않나.”
왜? 건주위? 요동 일대에 사는 놈들이 어째서 이런 변방 촌구석까지 왔단 말인가. 거의 해서여진과 가까운 지역인데.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우리는 올적합을 모조리 쓸어버리거나 복속시키려고 진군하는 중이다. 재수 없게 병력이 움직이는 근처에 너희가 있어서 얻어 걸린 것이지.”
“올적합을? 올적합 모두를? 그걸 어떻게 물리친단 말이오.”
“두 가지 제안을 하겠다. 첫째는 우리의 2만 군세에(허세다) 끼어들어 올적합을 칠 것이냐. 둘째는 합당한 가격을 받고 물자를 내놓는 것이다.”
잠시간 고민이 이어졌지만 상대의 번뜩이는 칼을 보자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철 화살을 맞으니 나중에 배신자라고 날아올 뼈로 만든 화살도 맞기가 싫었다. 정답은 하나다.
“얘들아 무기 들어라! 예비말 다들 준비해라!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었던 올적합 새끼들 다 죽여 버린다!”
“족장님? 저기 올적합은 우리 친척이긴 한데요.”
“친척? 개뿔! 서로 피 안 섞인 지 백년 되면 뒤통수 까면 까는 거지! 애초에 배신을 뭘 두려워해! 저 멀리 요동에 있는 건주위가 복속해서 신세 폈으면. 우리도 한번 고개를 숙여봐야 하지 않겠어?”
그와 동시에. 옛날의 방식대로 가격을 후려치려던 아구지 휘하 병사들의 낯빛이 썩어들어갔다. 이놈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올적합을 배신하나? 이건 의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