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6화 - 배재당(2) >
근육기억술, 정식 명칭은 근면육연화(勤勉毓聯和 - 근면하게 기르고 연속으로 합친다) 기억술이다. 줄여서 근육기억술인데 이게 소과 합격의 비결이다. 이쯤 되면 광역도발을 넘어서서 자존심에 흠집을 내버렸다. 저 멀리서 열기가 끓어오르는데 이거 나도 막을 방법이 없네.
“오호 지금 뭐라고 하신건가.”
“우리는 소과를 합격한 생원들이라고?”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 한들 세 살에 시를 지었던 천재 소리를 듣는 자가 이제 와서 소과를 합격하지 못했음은.”
“배움이 부족하고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근육기억술은 내가 창안한 것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현대의 지식들을 결합하여 만든 학습법이지. 아무리 애들을 굴리려 해도 합격률이 낮으면 욕을 먹으니까. 그래서 동생 녀석이 재수하던 때 내가 사용했던 방법을 응용했다. 그때 나는 동생이 농땡이 피우지 않게 감시를 했으니까.
이 시대와는 전혀 다른 방법이다. 조선시대에는 아침에 책을 펴서 점심까지 읽고. 점심 먹고 또 서책을 저녁까지 읽고. 다시 저녁을 먹고 밤늦게까지 책을 펴서 공부를 했다. 사람이 집중력의 한계도 있는데 상당히 비효율적이지. 당장 대학 강의도 1시진(2시간) 이상 하면 대부분 잘라서 휴식시간을 가지잖아?
“아침에 가볍게 몸을 풀고 정해진 분량만큼 서책을 읽고. 점심 직전에 다시금 가벼운 운동을 하였지!”
“그렇게 하니 근력운동을 하면서 내용이 복습이 되더군!”
“점심으로 육질(단백질)을 먹으면 꿀맛이었어! 그리고 바로 또 복습을 했지!”
그렇다. 짧게 끊어서 집중적인 구획학습을 하고. 반복적 학습으로 단원별 이해도를 상승시킨다. 여기에서 상벌제도를 도입해서 상황설정과 몰입을 충분히 끌어올린다. 제대로 외우면 기준량의 6할로 줄이고. 제대로 외우지 못하면 기준량대로. 연속으로 걸리면 기준량에서 2할을 더한 횟수를 시켰다.
“저녁에는 본격적인 입신체비를 하며 부족한 부분을 복습하였지. 이 이두박근에는 중용(中庸 - 사서삼경 중 하나)이 담겨있다네.”
“그렇지! 공령의 무게가 올라가거나 횟수가 증가하면! 이렇게 근육이 힘들어지니!”
“얼마나 훌륭한가! 아아 부모에게도 효도할 수 있고 지식이 늘어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김시습은 이제 정신이 혼미해지는지 입가에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앞으로 십 년을 부대껴야 하는 작자들이 근육을 불룩거리면서 자세를 잡고 있었으니.
“자네. 지금까지 학업을 어떻게 하였는가.”
“그냥 읽었습니다.”
“저들에게 적당히 하라고 말해두겠네. 좀 고생이 있겠지만 효험은 아주 좋으니 한번 해보지 않겠나.”
뭐라 우물쭈물 거리던 김시습은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짜내 스승인 김반을 불렀다. 그러나 김반은 그놈의 근육기억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입이 열렸다.
“스승님……. 그냥 집으로 가고 싶어요.”
“시습아. 나도 같이 해보겠다.”
“네?!”
“듣자하니 필부(匹夫 - 평범한 남자)들이 저렇게 소과에 줄줄이 합격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 상왕께서도 입신체비를 하시어 몸이 나아지셨다는데 나라고 하지 못할까.”
이제 탈출구는 없어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자들 중에 본성이 나쁜 자는 없었지. 애초에 모집할 때 너무 많은 대가를 받고 사람을 가르친 놈은 제외했거든.
“저들은 조금 과격하긴 하지만 성정이 착하며 참된 유학자일세.”
“네? 저렇게 나서는데도 참된 유학자라니요.”
“내가 저들을 어떻게 모았는지 아는가? 평범한 자들의 스승이 된 자들이며. 훈련도감 초모에 응하여 합격하고. 졸업한 이들을 가르쳤던 사람들이네. 그런 이들 중에 많은 재물을 요구하지 않은 자를 선별했지.”
김시습이 아무리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라도 훈련도감은 아는 것 같았다. 초모 경쟁률이 이제 20명중 1명이 뽑힌다던가. 오히려 지방에서 1등을 하는 것이 확률이 높다던가.
“많은 재물을 요구하지 않다니요!”
“저들 중 노비를 면천시켜. 그들의 주인으로부터 재물을 많이 받을 수 있던 자들도 자신을 위해 쓴 양은 매우 적다네. 배우던 향교에 건물을 짓고. 서책을 사는 것에 투자하였지. 자네는 그럴 수 있겠나?”
세상에 대해 아직 많이는 모르고 있겠지. 내 제자들은 평범한 제자가 아니고 헬창이다. 그것도 이 시대에 헬스를 하면서 철저히 맛이 들린. 아주 순수한 헬창들이다.
“저는 할 수… 아니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것도 좋네.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니.”
이 이상 김시습을 감싸고 돌면 제자들이 편애한다 생각하겠지. 현재 김시습은 어린 시절 천재는 맞다. 그놈의 현대식 암기방법과 철저한 식단 및 일정관리로 다져진 평범한 사람들에게 패배한 것이다.
나도 조금 욕심이 생긴다. 이대로 김시습이 머물러 있으면 모르겠는데 내 아래에서 저런 학습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여진족 족장의 아이들이 옵니다!”
“오오! 좋은 순간에 왔군!”
드디어 애들이 들어온다. 궁에서 형님을 만나서 간단히 설명은 들었으니 여기가 집이라는 것은 알 것이고. 그리고 문이 열리고 인솔을 받아서 들어오는데. 아 이걸 생각을 못했네.
“아 이 냄새가…….”
“저기 좀 씻기는 것이.”
그래 여진족은 이게 문제야. 거의 씻지를 않으니까 냄새가 나지. 원래 조선시대라면 웃어넘길 수 있고. 나도 전장에 있었을 때라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다들 석감을 써서 씻는 자들 주변에 있으니까 냄새가 몰려온다.
“얘들아. 먼 곳까지 왔으니 고생이 많구나. 추운 겨울인데 따듯한 물로 몸을 덥히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신숙주도 싫은 표정을 감추며 – 자기의 제자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인질이니까 – 억지로 여진어로 번역해서 말했는데 다들 모자를 벗는다. 아 젠장 나름 잘 꾸민다고 변발이구나! 금전서미 맨들 맨들 빡빡이 변발 그 자체!
“저래서 상투를 어떻게 틀지?”
“상투를 틀지는 말고 변발을 유지하는 것이 나아보이네. 이미 물을 덥혀놓았으니 순서대로 들어가서 씻어라! 옷도 너희들에 맞춰서 전부 준비해 놨단다.”
애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던 아낙네 – 대부분 고용한 사람들이다 – 들이 지독한 냄새에 혼비백산 했는지 꺅꺅거리면서 잡아다 탕으로 쑤셔 넣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도 애들이니까 냄새가 덜한 거지. 한시진이 지나자 반대편 문으로 아이들이 나온다. 처음 나온 녀석이 이쪽으로 달려오는데.
“우와! 아저씨가 몽고 칸을 때려눕힌 분이세요?”
“그렇다. 앞으로 배울 일이 많은데 이 머나먼 조선까지 잘 왔구나.”
“저도 아저씨처럼 힘이 센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이고, 순진하다. 그렇지만 여진족 상태로 10년만 내버려두면 전혀 순진하지도 않아지지. 변발이 거슬릴 뿐 누비옷을 입혀놓고 미투리를 신겨 놓으니 여느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다.
“대군어른께서 만드신 석감이 저렇게 묵은 때도 벗겨내는군요.”
“그러니 다들 쓰는게 아니겠소.”
아이들이 하나둘씩 내 주변으로 몰려온다. 분명 자기들의 아버지가 나에 대해 조선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자랑했겠지. 그러나 난 가장 힘이 센 사람은 확실한데 가장 강한지는 확신이 안 선다. 솔직히 말해서 싸움을 배웠어야 말이야. 하지만 기대에는 따라 줘야지?
“그렇게나 내 힘을 보고 싶은 게냐?”
“네!!!!!!”
반응 좋아요. 오늘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녀석이 있지. 나는 아주 긴 대나무 다발을 가져왔다. 양 끝에는 그네가 달린 녀석이다. 주변사람들은 숨을 삼킨다. 그네가 두개도 아니고 여덟 개나 있으니까.
“다들 이 그네 위에 앉아서 기다려라!”
“아저씨! 이거 말도 버티지 못하겠는데요?”
“너희들 여덟 정도는 충분히 올릴 수 있단다!”
힘을 보여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공좌(스쿼트)지! 그런 고로 내가 인간 그네가 된다! 그렇게 대나무 다발을 등 위에 짊어지고 일어섰다. 아이가 여덟이니 총 무게만 300kg이다. 어중간한 말은 이 무게를 올리면 주저앉아 버린다.
“우와! 우와아아아!”
“너희들 정도는 충분하다!”
이 시대의 지게꾼은 150kg까지는 짊어지고. 보통 장돌뱅이들도 60kg까지는 짊어지고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그걸 가뿐히 초월한 300kg의 무게를 짊어진다! 아이들은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다들 반응이 갈라진다.
“저게 사람이야…….”
“당연히 사람이라네. 저런 방식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양쪽에 모실 수 있겠어!”
“그럼 효도를 두 배로 할 수 있지 않는가! 정말로 훌륭하시군!”
상식인 김시습과 근육이 행동상식이 된 내 제자들이 갈라진다. 아이들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니까 그 다음은 힘을 직접 체험하게 해야지.
“다음은 너희를 높이 던져주마! 한명씩 내 앞으로 오거라! 자네들은 솜이불을 잡고 있게. 그 위로 아이들을 던질 것이니 잘 받아내게나!”
높이 높이는 갓난아이를 어르고 달랠 때 쓰는 방법이다. 몸을 잡고 살짝 던졌다가 받아내는 거지. 현동이한테도 많이 해줬는데 이번에는 여진족 아이들이니까 과격하게!
“높이! 높이이이!”
“으아아악!”
거의 3미터 높이로 날아간 아이가 이불 위로 떨어진다. 이 시대에 이런 경험을 할 방법? 말 뒷발에 채이면 가능이야 할 거다. 그렇게 이불 위로 떨어진 아이들은 반응이 하나같았다.
“우와 죽여준다!”
“아저씨 정말 멋져요!”
“와 이러니까 타이순 칸을 박살내지!”
신숙주도 이런 반응은 기대하지 못했는지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간신히 통역했다. 그렇게 모두 ‘높이 높이’를 시킨 다음에 한 자리에 모이게 하였다.
“다들 재미있었나?”
“네!!!!!”
“그래 즐겼다니 나도 즐겁구나. 너희는 앞으로 배재당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 중에는 조선의 말과 조선에서 쓰는 글도 있고. 말타기, 활쏘기, 책읽기 같은 필수적인 것도 있고.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놀이도 있지.”
“아저씨처럼 언제쯤 되나요?”
“너희들의 뼈가 굳는 16세에 배우게 할 것이다. 그 때까지 저기 있는 학장(學長 - 조선시대의 교사계층)님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김시습을 제외한 내 제자들은 당당히 나와 일렬로 섰다. 아이들의 입이 커지는 것으로 보아 이들의 체구도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16세가 되면. 이 학장들은 너희의 입신체비사를 겸하여 가르쳐줄 것이다. 아마 스물에 너희가 돌아갈 것인데. 그 때까지 열심히 임한다면 나의 절반 정도는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마다 열심히 하겠다는 소리를 해대니까 첫날은 대성공이다. 이제 김반과 함께 모여서 교육 일정을 확실히 정해야지. 그리고 아이들의 불만도가 높아지면 ‘내수린’을 한번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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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 드십시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석감으로 세수를 하니 소반이 하나씩 놓였다. 현미밥에 무말랭이 무침. 콩나물무침. 두부된장찌개. 시래기 무침과 함께.
“이건 또 뭐란 말인가.”
간장을 발라 구운 닭 가슴살이 네 덩이나 놓여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밥을 먹는 자신의 동료들을 보니 닭 가슴살이 두 덩이가 놓여있었고. 이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자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육질을 많이 먹게나. 빈약한 몸을 키우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네.”
“아니 닭 가슴살은 퍽퍽하니 백숙을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어허! 자네 한가로이 백숙을 뜯고 있을 시간이 있는가?!”
퍽퍽한 닭 가슴살이 뱃속으로 넘어간다. 분명 비싼 아침이지만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 본디 식사라 함은 맛을 즐기고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식사는 가축이 먹는 사료와 같았다. 몸을 불리기 위해 먹는 사료.
‘아니다,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자! 이들은 순수한 선의로 나를 대하는 것이다.’
그런 불순한 생각을 하다니! 천한 노비들을 가르치고. 그들에게 정음을 떼게 하였으며. 결국 면천의 길까지 이끈 자들이라니! 자신은 그런 일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목이 막혀가는 것을 억지로 넘기면서 가까스로 식사를 마치자. 잠시 서책을 읽더니만 갑자기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다들! 간단하게 매월당(김시습의 호)도 들어왔으니 십리만 뛰고 오자고!”
“좋습니다! 근무 일정대로 합시다!”
저 뒤에서 여진족 아이들이 일어나서 몸을 씻는다. 처음에는 조선의 말과 글부터 배워야 하니 역관 여섯과 학장 여섯이 담당한다. 그 외의 인원은 교대제로 대기하고. 그리고 김시습 본인은 무조건 열외다.
“이래서 서책을 읽을 시간이 언제쯤 있는 겁니까?”
“서책은 쉼 없이 집중하여 한 시진이 가장 적당하다네. 한 시진을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여름철에는 밤에 하니 하루 세 시진에서 네 시진이지.”
이놈의 것이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아직도 추운 아침바람을 맞이하면서 뛰는데 어찌나 빨리 발을 놀리는지 땀이 차오르고 숨이 벅차오른다. 그런데도 앞에 있는 자들은 갑자기 좌우로 꺾거나. 일부러 팔다리를 크게 움직이는 짓을 한다.
“속보의 효과는 몸을 곧추세우고 피를 돌게 하며! 숨을 거칠게 쉬어 몸을 단련한다! 역기로 단련할 수 없는 체력을 속보로 단련하는 것이다!”
“아 네. 훌륭합니다.”
그렇게 어떻게든 속보를 마치고 돌아와 책을 폈다. 피로가 몰려오긴 하는데 다들 열중해서 책을 읽는데 책이 어째서? 나는 논어를 보는데 왜 40쪽이 전부야?
“자네는 죽었다 깨어나도 오늘 하루에는 이 40쪽을 보는 것이네.”
“네? 아니 왜 이럽니까?”
“40쪽을 머릿속에 철저히 주입하는 것이네. 해보게나.”
본디 서책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는 것이 답인데 정 반대가 아닌가? 그렇게 쉴 새 없이 두 시진을 읽는데 주변에서는 기침소리 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정말 어마어마한 집중력이었다.
“학동(學童 - 학생)들의 입신체비 시간이오!”
“아니 이제 좀 읽을 맛이 나는데.”
어떻게든 40쪽을 달달 외웠지만 뭔가 아쉽다. 책은 단번에 쭉 읽어야 제 맛이 아닌가? 그렇게 점심이 되었고. 이제는 조를 나누지 않고 모두 아이들에게 각종 놀이와 운동을 가르칠 시간이다.
“오늘은 우모구를 할 것이다. 너희들이 즐겁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니 잘 해라. 반대편에 있는 학장님들도 처음 하는 사람들이니 너희와 합을 맞출 수 있을 거다.”
수양대군이 말했다. 아이들에게 조선의 문물을 가르치는 것은 좋지만.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운동의 맛을 들리게 해서 잘 키워야 한다고. 그렇게 깃털달린 공을 채로 쳐내면서 몸을 놀리자 다시금 땀이 솟아올랐다.
“하하 이거 재미있군. 제법 빠른데 그려.”
“유제학께서는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이거 손자와 같이 해도 재미있겠군.”
스승님도 이 놀이를 즐기셨고. 여진족 아이들은 아주 눈에 불을 켜고 어떻게든 쳐내려고 했다. 기껏해야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차거나 산과 들을 뛰노는 게 이 아이들 놀이의 전부이니 정말 재미있게 하겠지. 그렇게 한 시진을 가르치고 다시 한 시진 동안 책을 읽는다. 여전히 논어는 40쪽만 있었다.
‘과연 이렇게 한다고 배움이 늘어날까?’
그런 잡념을 하는데. 다시 저녁이 되었다. 갑자기 주변에서 책을 덮더니 조용히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대체 뭐지?
“이 옷으로 갈아입게.”
“이건 흉배(가슴에 다는 장식. 현재는 관복에 없다)가 있는 단벌복 아닙니까?”
“입신체비복이라 하지. 이제 검증의 시간일세.”
대체 무슨 일이지? 그런데 어느 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창고 안에 있던 입신체비 기구들을 마당에 늘어놓았고. 마당에는 횃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오늘 배운 것은 논어이다! 유제학께서는 공정을 가리게 문제를 내 주십시오!”
“어떤 방식으로 내면 되나. 아? 그렇다고?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네.”
대체 무슨 일인가. 이게 뭔 문제고 나발이고? 그런데 한명씩 앞에 서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자로가 여쭈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한다면. 장차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겠다.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다. 명분이 바르지 못하면…….”
“훌륭하구나! 완벽히 암기하였도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신이 저 자리에 있다 해도 저렇게 외웠을까? 아니 잠깐 기억이 나긴 하는데? 고작 한 시진씩 두 번을 배웠는데 기억이 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