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60화 - 협상 성공 (지도 추가) >
요동의 전투가 끝나고. 식읍 일천 결을 수여받았지만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세종대왕님은 내 공을 생각해 가급적 많은 양을 주신 것이지만 재산이 너무 많아도 사람이 게을러질 뿐이다. 나중에 나라일을 돕는데 쓰던가 해야지.
중요한 것은 내 머릿속이다. 난 분명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고. 이것은 세종대왕님도 대충 눈치를 채신 모양이다. 당장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점차 문제가 커졌다.
오늘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 찐득찐득한 연무가 몸을 휘감는다. 흑색화약이 연소하고 남은 지린내와 매캐한 연기가 코를 자극하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말을 타고 달려온다.
“내 머리를 내놓아라!”
“우리가 서로 몇 번 죽였는지 알기나 하냐!”
놈과 나의 화살이 서로 교차하고. 놈은 머리통이 깨져서 쓰러지고 나는 가슴에 화살이 꽂힌다. 몇 번이나 반복된 악몽이라 이제 다 외웠지만 벗어날 방법이 없다. 결국 나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지고 악몽이 끝난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자 아내가 같이 일어났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소.”
식은땀이 온 몸을 적셨는데 언제나 이렇다. 가끔 안개가 낄 때에는 전쟁의 기억이 떠오르며 온몸이 긴장상태로 돌아간다. 이거 분명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맞는 것 같다.
사람이 산채로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내가 쏜 활로 머리통이 박살났다. 당시야 흥분과 분노로 억눌러져 있었지만. 그나마 요동에 있었을 때는 긴장덕분에 잠을 설치는 것으로 끝났지만.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악몽이 시작되었다.
“약이 잘 듣지 않았나 봅니다. 새로 한 재를 지어야겠습니다.”
“약을 장복해 보았자 몸이 상하지 않소. 아무래도 마음에 병이 생긴 모양이니 불공을 좀 드려야겠소.”
이 시대에 디테일한 정신과 치료가 가능한 방법도 없고. 만나본 의원에서도 침을 좀 놓더니만 용골(龍骨)과 주사(朱沙)를 포함한 처방을 내렸는데 용골은 화석이 된 뼈니까 탄산칼슘이고 주사는 황화수은이다! 먹어보니 효과는 있었지만 장복하면 수은중독에 걸리니까 딱 한재만 먹었다.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입궐하라는 명이 떨어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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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 들어가니 형님이 날 보고 반긴다. 아바마마는 종이 한 장을 가져오셔서 천천히 펼치셨다. 이게 무슨 것인지 궁금하다. 또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신 것인가?
“이번 동지사를 통해 명국의 새 황제에게 이런 자문(咨文 - 공식적인 외교 요청문서)을 보낼 것이다. 너희가 보기에 어떤 것이 중요한지 묻고싶구나.”
자문을 미리 보여주신다고? 그것도 대왕님이? 이런 것은 예조에서 담당하는 일이 아닌가? 라고 읽어보자 나와 형님 둘 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내용이 담겨있었다.
[조선의 국왕이 변방에 일에 대해 아뢰올 것이 있습니다. 이번 달자들의 소란으로 양 국가가 모두 피폐해졌으며 – 중략 – 그에 따라 명국의 위용을 달단, 올량합, 여진 등이 쉬이 보고 있습니다. 당부하오니 요동 일대에 대한 거취를 확고히 하시고 달자들을 몰아내시옵소서.
아국이 요동에서 달자들을 막을 때. 후안무치한 달자들은 명국의 위업이 사라진 이후 아국의 정병을 위협하고 쫒아내 피해가 막심하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 중략 – 그러하니 요동에서 달자들을 쫒아내시고 상시 십만의 정병을 두신다면 그들이 감히 요동을 범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국은 대명의 위업을 살리기 위하여 달자들을 소탕할 것을 약조합니다.]
요약하면 요동에서 우리가 나가 손해를 본 것은 요동 인구가 부족해서에요, 우리는 요동 인구가 많으면 좋으니까 조용히 있을 겁니다. 인데 이건 정말이지 끔찍한 계획이다.
요동? 자원도 많고 먹으면 좋다. 그리고 북경까지 향하는 거점이기도 하고. 이걸 쉽사리 명에서 내줄 이유도 없다. 정말 명이 처참하게 당했다면 남경으로 천도하고 내줄 수는 있겠지. 그러니까 요동에 집중하지 않고 요동을 시작으로 명을 망가트린다.
“어떻게 보느냐. 우선 세자부터 논해 보거라.”
“아바마마께 아뢰옵니다. 언뜻 보기에는 명의 위업에 복속하며 이득을 취하려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숨어있는 뜻이 정말로 대단합니다.”
형님이 놀라서 둥그렇게 뜬 눈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사실 세종대왕님이 나한테 먼저 물어보셨어도 답변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세종대왕님은 명에서 환관 왕진을 비롯한 간신들이 물러나고 제대로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가정하고 계획을 세운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게 돌아간다는 가정으로.
“그렇지.”
“그러나 요동의 방비를 정병 십만을 두어 세우려 하면. 최하 일백만, 적당히 구색을 갖추려면 이백만의 백성을 전가사변(全家徙邊 - 죄를 지은 백성을 변방으로 이주시킴)의 형벌을 가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네 말도 옳다, 그러나 명국은 이번 달자의 난동에서 북경을 지키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북경 일대에서 모은 병력도 있었지만 그들은 일부다. 화중과 화남에서 각기 20만의 병력을 동원하였으니 이런 일에 익숙해 졌을 것이다.”
형님도 그것까지 연결해서 생각은 못한 것 같다. 명은 치명적인 피해를 엄청난 인구수로 분산해서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 이런 좋은 방법을 알았으니 백성들을 분산 이주시키면 괜찮을 거라 생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명에게는 손해만 남을 것입니다. 요동 일대를 명국의 백성들로 가득 채우려면 사방에서 백성들을 모아올 것인데. 북경이야 일국의 수도이며 체제가 정비되어 있으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동은 다릅니다.”
“그렇다. 요동은 척박한 땅이며 달자들이 넘쳐나는 곳이지.”
“요동에서 논을 두어 벼를 기르는 것도 불가능하며. 기껏해야 수수와 밀을 기르는 것인데 어찌 농사가 될 것입니까. 그들을 먹여 살리는 것에 계속 힘을 낭비해야 합니다.”
“그렇다, 이주하는 이가 백만이면 소곡이던 대곡이던 매 년 최소 사백만 석을 풀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을 있어야 가까스로 적응하겠지.”
말이 사백만 석이지 지금 조선 1년 예산이 중앙과 지방정부를 통틀어 그 정도다. 정말로 아득한 수치지만 명이니까 어떻게든 가능이야 하겠지. 그런데 그게 잘 돌아갈까? 명에서 과연 요동에 대한 체계적인 개발을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이야 가능은 할 거다. 그 이후로는 불가능하다.
“요동에 저만한 병력이 있다면 달자들은 그 병력에게 공격당할까 두려워 요동에 대한 침략을 시작할 것입니다. 조만간 명은 빠져나오지 못할 수렁에 빠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 네가 나의 뜻을 잘 이해하였구나. 그렇다면 이제 유의 차례다.”
“저도 형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다만 화중과 화남에서 온 백성들은 풍토가 다르니 쉬이 병에 걸릴 것이고. 농사를 망치면 먹고 살기위해 아국으로 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나. 유의 말도 염두에 둔 것이다.”
세종대왕님은 껄껄 웃으시면서 다시금 자문을 보셨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니 추가한 말이 있겠지. 여기서 좀 더 욕심을 부려보자.
“또한 저렇게 많은 소모를 한다면 아국에게도 짐을 지우려 할 것이 분명합니다.”
“어떻게 말이냐.”
“야인여진도 말썽을 부리고 해서여진도 심기에 거슬린다 하면 그들을 떠넘길 것이 분명합니다. 명이 힘을 쏟으면 아국도 쏟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겠지요. 해서여진이야 요동에서 가까우니 상관이 없습니다만 야인여진의 땅은 너무나 멉니다.”
즉석에서 세종대왕님이 붓을 놀리시면서 글을 추가했다. [당부하온데 요동에 그만한 병력이 있다면 북방을 어지럽히는 해서여진과 야인여진에 대한 원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국은 이를 도울 것이니 부디 상국의 위엄을 만 천하에 떨치십시오.] 라고.
“유의 생각도 기발하구나. 요동에서 저 머나먼 야인여진의 땅을 노리느니 아국에 넘기는 것이 옳다 생각할 것이다. 건주여진이 이주할 해서여진의 땅도 아국에게 강제로 떠넘길 수 있겠구나. 그 땅의 여진족들은 항시 아국을 범할 것이라 생각하겠지.”
명은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그걸 어떻게든 버티는 상국의 위엄을 보일 차례고. 조선은 피해를 적게 입었지만(명에게는 많이 입었다 보고하였지만) 번국의 입장에서 부담을 줄여달라고 징징거리는 상황이다.
당연히 이 시대의 명은 저런 조선을 내버려 둘 이유는 없다. 우는 아이 뺨때리듯이 우리가 부담을 줄여달라는 말을 꺼냈으니 역으로 행동하겠지.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동북 9성을 시작으로 연해주 일대는 우리에게 떠넘길 것이 분명하다.
“하오나 앞으로 아국이 부담할 힘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닐까 염려됩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 건주 일대의 여진족은 아국의 힘을 절대 얕보지 못할 것이다. 설령 명에게 이 일을 알린다 한들 한번 배신한 이들이니 듣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 대이주는 5년이 지나기도 전에 파국이 시작될 거다. 2할은 질병과 기후로 인해 죽어나갈 것이고. 그렇게 사망한 자들은 변방 특성 상 서류상으로는 살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위소제의 핵심적 문제는 거기서 비롯된 것이니까.
생각해보니 세종대왕님의 함정은 또 있었다. ‘달자들을 쫒아내면 아국이 힘을 써 처리할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이것 또한 웃기는 일이다. 여진족들은 아무리 농경생활을 한다지만 주력이 아니다. 농경, 어업, 유목을 다 하면서 지내니 우선 땅을 차지한 이주민들을 공격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결과는? 8할로 줄어들은 백성들이 다시 여진족에게 시달리다가 또 죽어나가고. 마을이 파편화되고 더 이상 관리가 안 되면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곳이 된다. 그리고 생존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마적이 되겠지.
“그리고 너희들에게 미리 말해둘 것이 있다. 이제 오십이 넘으니 늙고 지쳐 더 이상은 나라를 다스릴 수 없구나. 내년 3월 30일에 세자에게 양위할 것이다.”
“아바마마께서는 아직 정정하십니다. 이번 북변에서도 아바마마가 없었다면 갈피를 잡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되었다. 유의 도움으로 몸이 나아졌지만 앞으로 할 중요한 일이 있느니라. 나라의 법을 새로 만들 일이지. 이미 이름도 정해놨느니라. 경국대전(經國大典)이다.”
폭탄선언에 나도 형님도 둘 다 읍소(泣訴 - 간절히 호소함)를 시작하였다. 하필이면 3월 30일? 이거 원 역사에서 세종대왕님이 돌아가신 그 날이잖아?
“아바마마께서는 앞으로 이십 년은 정정하실 것입니다.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짐을 내리시나이까.”
“헌릉에 계신 태종 대왕께 양위를 받았을 때와 어찌 이렇게 같을 수가 있느냐. 네 말도 옳다. 한동안 정정할 것이니 그 동안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세종대왕님의 뜻은 정말 확고하였다. 그래 법전의 편찬은 정말 중요한 일이지. 원 역사에서도 경국대전을 완성하는데 1455년부터 1485년까지 30년이 걸렸으니까.
“본디 나이가 쉰이 넘으면 피로해 지는데. 이렇게 활달하게 움직일 수 있다니. 유가 정말로 도움이 많았다.”
“아니옵니다. 저는 그저 효를 다하기 위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 일 년 동안 효령대군(孝寧大君)과 함께 팔도 심산유곡의 사찰에서 북변에서 죽은 병졸들을 위해 불사(佛事 - 사찰에서 행하는 모든 일. 여기서는 제사)를 해라.”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도 불교를 좋아하는 걸로 알려졌지. 그리고 요즘 약도 지어먹고 잠도 설친다는 소문이 돌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네 백부 효령대군이 불심이 깊으니 너와 함께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건 나를 위해서 배려해주신 것이겠지. 이 시대에서 PTSD라는 증세는 명확하지 않지만 전장에서 놀라고 망가진 나를 위해 종교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보다는 못해도 좋은 치료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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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북경보다 훨씬 더 매서운 추위가 자금성 대전 안을 감돌았다. 조선의 왕이 자문을 보낸 것은 이해했다. 이제 명을 위해 싸운 값을 달라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조선의 왕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한단 말인가.”
새 황제인 경태제는 다행히도 현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정통제마저도 스스로 태상황의 작위에 만족하고 조용히 살고 있으니 국론이 분열되지도 않았다. 그렇게 정국을 안정화 시키는 가운데 조선에서 말 그대로 폭탄이 떨어졌다.
“신 병부상서 우겸 아뢰옵니다. 조선의 왕 이 도가 현명한 제안을 하였다 생각합니다.”
“현명한 제안이라. 그것이 조선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요동에 백성들을 보내서 방비를 철저히 하라. 옳은 말이고 이미 조선은 요동으로 병력을 보내서 달자들과 정면으로 싸워 이겼다. 어찌나 정병을 보냈던지 달자들을 유인하였다 하나 1만의 손해로 막아낼 수 있었고. (실제 손해보다 매우 크게 보고하였다)
“조선은 아국과 합을 맞추어 달자들을 소탕하였으니 달자들의 원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비록 대총한을 놓쳤다 하지만 보고에 의하면 ‘수많은 달자들이 손바닥을 뒤집듯이 행동하였다.’ 라고 하니 달자들과의 사이도 좋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감당할 수 없으니 도와달라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정병들이 상했다 하는데 정녕 피해가 클 수도 있습니다.”
요동의 몇몇 위는 조선이 일방적으로 이겼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동산을 필두로 하여 여진족이 침략한 달자들을 도왔다.’라고. 그리고 요동 일대의 백성들의 증언도 비슷하게 일치했다. 경태제는 만족스럽지 못한 듯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동 일대에 십만의 정병을 두게 백성들을 보내라니. 지금 요동에는 삼십만의 백성들이 있지 않는가. 만약 제도를 올바로 따른다면 삼십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지 않나.”
“그렇습니다.”
“백만, 아니 이백만은 보내야겠군. 그렇다면 손해가 만만치 않은데.”
말이 이백만이지 서류상 인구 8천만, 실질적 인구는 1억인 명에서는 전체 인구의 2%를 이주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이미 명은 건국 직후부터 40년간 이런 대규모 이주를 실행하였다.
“과거에 산서(山西)의 백성들을 하남과 하북으로 이주시킨 적이 있었지. 그 당시 200만이 넘었던가.”
“그렇습니다, 실지로는 산서는 물론이고 강남의 백성들을 포함하였다 합니다.”
“그 당시의 기록을 찾아서 참고하도록 하여라. 다만 이 일은 즉각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아니 된다.”
주원장은 왕조를 개창하면서 전쟁에 휩싸인 중원의 인구수를 충당하려 애썼다. 결국 산서성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인구를 강제이주 시켰고. 다만 지금 강제이주의 대상이 최북단 요동인 것이 문제였다.
“당장 행할 일이 아니다. 차근차근 이주시켜야 할 것이지. 그리고 조선이 또 뭐라 하였는가.”
“야인여진과 해서여진의 영토도 아국이 관할해 달라 하였습니다.”
“그냥 주어라.”
대전 안에 헉 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영토를 이리 쉽게 포기하여도 되는가? 그러나 경태제의 생각은 달랐다. 요동으로 백성을 이주하는 비용이 문제인 것이다.
“이주에 드는 비용은 어떻게 댈 것인가? 태조께서 이 나라를 세우실 때에는 건국 초이기에 다들 힘을 합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동(大同)일대에 장성을 새로 쌓고. 백성들이 이주하는 요동에도 장성을 이어야 할 것이다.”
이미 요동까지 장성을 이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명이었기에 국고가 바닥나려 하고 있었다. 조선에게 승전 보상금을 주느니 쓸모 없는 땅을 주는 것을 택하였다.
“우겸이여, 조선이 과연 달자들을 쉬이 거둘 수 있겠는가?”
“불가하옵니다. 달자들은 농사를 제대로 지을 줄 모르고 도적질을 일삼는 자들입니다. 비록 이단(이성계)이 달자들을 제법 잘 다루었지만 지금은 이 도의 치세이며 계속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은 괜히 요동을 굳건히 만들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수를 썼다는 것이군. 가소롭기 그지 없구나.”
이성계의 부하였던 먼터무도 암살하려 하였던 것이 세종시대의 조선이었으니. 경태제의 판단은 완전히 틀린 것이 아니었다. 결국 황제의 명령이 떨어졌다.
“조선의 왕 이 도에게 철령 동쪽 팔십 리 지점부터 모든 영토를 가지게 하여라. 여진을 비롯하여 수많은 북적들을 상대하다 결국 힘이 빠져나가게 되리라.”
“하오면 지금 요동 일대에 있는 건주위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말을 듣지 않으면 매가 답이다.”
전쟁에서 꿀을 빨았던 충샨에게는 끝없는 나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몽고와 조선 그리고 명을 줄타기 하면서 이득을 얻었던 그이지만. 요동에 백만 단위의 이주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쫒겨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