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59화 - 종전(終戰) >
“호이트 부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피해를 심하게 입어 철수하겠답니다.”
“대체 뭔 놈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을 달려 호이트 부족의 진형으로 향했다. 전장에서 챙겨온 듯 전사들의 주검과 주인을 잃은 말들이 널려 있었다. 호이트는 제법 잘 싸웠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손에 상처를 입은 자가 간혹 가다 보였다.
“활을 처음 잡는 것 처럼 손에 상처가 있지? 호이트에 그렇게도 전사가 없나.”
“깍지가 부서졌습니다. 분명 깍지(몽골식 화살 사법에서 쓰는 도구. 활줄을 당기는 데 도움을 준다)를 세 개 가져왔는데 다 부서지니 방법이 없어서.”
“네놈들은 쇠로 만든 깍지를 쓰지 않던가?”
깍지가 소모되서 맨손으로 활을 얼마나 쐈단 말인가. 한숨을 쉬며 게르로 들어가자 호이트의 족장이 통곡을 하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제법 소규모 부족들이 손해를 본 적은 있어도 호이트는 규모 6천은 될텐데.
“제 실수이자 불찰입니다. 너무 깊숙이 들어간 나머지 놈들의 원병과 교전을 벌였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피해는?”
“놈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며 화포를 쏴댔습니다. 천이 죽고 이천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부족장의 갑옷에도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적은 이제 예전까지는 쓰지도 못한 보총(작은 화포의 이름을 이제야 알았다)을 아주 잘 사용하게 되었다. 거점에 두어 쏘거나 철기들이 근접한 순간 일제사격을 벌이는 식으로. 숫자만 많아지면 더 죽일 생각이 날지 몰라도 조금씩 강해지는게 눈에 보였다.
호이트가 당한 것 처럼 소규모 부대가 정말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차피 죽을 몸이라는 건지. 혹여나 공을 세우려고 발악하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지만.
“알겠다. 전리품을 미리 배분해 줄 것이니 조용히 돌아가 부상자들을 치료하도록.”
다들 계속된 전투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전투를 벌이지 않으면 답이 없다. 20만의 대군을 쓸어버릴 수 있다고는 해도 그렇게 하면 피해가 누적된다. 그렇기에 2만 단위 이상의 수비 병력이 나올 때마다 철저히 박살내고 있었다. 그것이 벌써 몇 번인지 기억도 안난다.
“명 놈들은 사람을 들통으로 곡식 퍼 넣듯이 밀어 넣는구나.”
“이미 위명을 충분히 세우셨으니 어떠한 명분을 세워서 퇴각하시는 것이…….”
“그 명분이 문제다. 여기서 섣불리 퇴각했다가는 역으로 당할지 몰라.”
혹시나 하고 황제를 장대 위에 매달아서 수비대에게 보내주니 황제가 아니라며 동생이 튀어나왔다. 거기서 뭐라고 했더라? '형님은 이제 황제가 아니오.' 라고? 저놈도 '그래 동생아 네가 황제고 내가 태상황이니라.' 라면서 받아쳤고.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무슨 소문이냐?”
“요동 일대에서 승리한 조선군이 내려오지 않고. 칸을 죽이고 카라코룸을 향해 진격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또 무슨 헛소문이 말인가. 그러나 요동에서의 패배가 전해진지 3일. 타이순은 칸 주제에 말을 버리고 골짜기로 들어갔다가 끌려나와서 포로가 되었다 한다. 조선군 진영에서 탈출하여 도주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다. 조선놈들이 그렇게 허술할 이유가 없다.
“언제는 또 탈출했다는 소문이 돌지 않았나?”
“신빙성이 없다 생각합니다. 탈출하였으면 지금쯤 살아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야 하니까요.”
그리고 에센이 보기에는 조선이 카라코룸까지 원정을 보낼 역량은 없다 생각했다. 당장 분열된 수많은 부족들이라 한들 위기에는 다르다. 말도 제대로 못타는 늙은이부터. 갓 말을 탈 줄 아는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덤벼들 것이고. 거기서 소득을 거두려면 지난날 명처럼 50만의 대군으로 물량을 앞세우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잠깐?
“그러니까 지금 도는 새로운 소문은. 칸이 죽었으니 카라코룸까지 달려들 것이다?”
“그렇습니다.”
“알겠다. 그래 그거면 되겠어.”
이제 답이 나왔다. 작은 부족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큰 부족들도 피로가 누적되어 서서히 손실이 커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동생과 칸이 모두 죽었다면 명분이 선다.
“칸 녀석이 죽었고 조선 놈들이 몽골을 향해 진격한다는 소문이 도니까 오히려 잘 되었어.”
칸의 죽음을 핑계 삼아 조선을 막는다고 돌아간다. 거기서 칸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아직도 분열되어 있는 부족들을 설득하고. 설득되지 않는 녀석은 모조리 죽여 버린다. 그 다음 허수아비 칸을 세워서 모든 부족을 통합한다.
“이제 황금씨족 운운하고 복수를 내세우면 아주 잘 돌아가겠어. 복수는 가장 중요한 것이니 머릿수를 더 늘릴 수 있겠군. 30만 정도가 사방으로 침공한다면 명도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 거다.”
다음 날. 에센 타이시는 칸의 죽음을 알리고 조선의 침략을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회군을 결정하였다. 지나친 전투로 피로에 절어있던 자들은 대부분 그에 찬성하였으며. 회군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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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에서의 증원은 언제쯤 들어오는가.”
“앞으로 열흘이 남았습니다.”
단 열흘이면 30만의 증원이 쏟아진다. 이제 전면전을 벌여도 될 정도로 사태를 수습했으니 승전만이 남아있었다. 지난 한달 보름의 기간을 생각해보니 자신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될 정도였다.
남경으로 천도하자는 관료들을 설득하고 북경의 방어를 시작하였다. 관문들이 뚫리는 시간을 벌어 최소한의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그 사이에 친왕 주기옥을 황제로 등극시켰다. 사실상 대역죄나 같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북경을 포기하면 남송의 전례를 반복할 뿐이었다.
친정군에 소속되었다가 죽은 정보의 한 수도 아주 좋게 작용했다. 화중, 화남 일대에서 원병 10만이 도착하기도 전에 계속 추가 징집을 요구하였다. 그렇게 한번 물고를 트니 연속적인 충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충실하지 못한 자들도 있는 법이다.
“이미 거의 다 이긴 전쟁입니다. 그런데도 처형하실 것 입니까?”
“물론. 국가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자인데 어찌 그런 자들을 살려둘 것인가.”
간혹 가다 사리사욕을 노리는 자들과 정신을 차리지 못해 태만한 자들이 드러났다. 그리고 바로 철저한 확인과 대조작업을 통해 들통이 나 버렸고. 그들은 온갖 핑계를 대었지만 우겸의 눈에는 역겹게 보였다.
군령을 어기고 퇴각한 자, 싸우지 않으려 한 자, 근왕군의 수를 속이려 한 자, 물자를 제대로 올리지 않은 자. 모두 단 한 번의 전투에 참가할 기회를 주었고. 공을 세우지 못하면 바로 목이 달아났다. 무리하여 달려들다 공은 커녕 손실을 입은 자들도 있지만 적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손실을 입히니 제법 쓸만했다.
“그런다 하여도 불만이 많습니다.”
“불만을 잠재울 계책 또한 황상께 아뢸 생각이네. 그리고 전쟁에 들어간 자금은 왕진을 비롯한 환관들에게서 빼앗은 재산으로 지불하도록.”
“알겠습니다.”
왕진은 지금 역적이 되어 가문이 모두 풍비박산 났다. 북경에 있는 그의 거처와 은닉된 재산을 합치니 이백만 냥이 넘던가. 왕진이 이전까지 얼마나 부정부패를 저질렀는지 그 주변인들의 행실만 보아도 답이 나왔다.
왕진 아래에서 나라의 녹을 착취하던 자들도 바로 들통났다. 화약은 젖어서 곰팡이가 핀 화약이 납품되었고. 갑주들은 철편이 규정의 절반도 붙어있지 않았다. 당연히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바로 목이 잘렸다.
“태감! 급보입니다! 조선군은 비록 대총 한을 놓쳤지만 요동일대에서 달자들을 모조리 소탕하였다 합니다.”
“참으로 다행이군. 이러한 시국에 양쪽에서 쳐들어오면 답이 없었을 것인데.”
“병사들이 제법 상하였지만 요동에 남은 정병 2만을 지원할 수 있다 합니다.”
다행이도 조선이 잘 해주었다. 요동 일대가 뚫렸다면 이번 전쟁은 도저히 이기지 못할 것이었다. 급한 불을 껐으니 치하하는 말을 하고 은자를 내려줘야지. 참전비용이 150만 냥이니 그 정도를 다시 주면 될까? 그 이후에는 요동도 망가졌을 것이니 그 대책도 세워야 한다.
“조선군의 지휘관은 종1품 김종서라 하였는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오지 말라 하여라. 외교관으로 있는 수양대군이면 몰라도 종1품이면 아국의 종3품 직위보다 실질적으로 못하니까.”
조선군이 최정예를 보냈다 하는데. 상하 지휘체계가 확고한 지금에서 조선군이 와봤자 도움이 되기는 힘들다. 싸움이야 잘 하겠지만 가장중요한 지휘권에서 도독에게 말을 꺼내지도 못할 수준이며 병력의 단위도 2만이니 문제이다. 오나 안오나 차이가 없을것이다.
며칠 뒤, 오이라트의 병력들은 서서히 북경 일대에서 철수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지독했던 토목의 변은 마무리 되는가 싶었다. 오이라트가 포로 송환 절차도 남겨놓지 않고. 포로 몇 명과 함께 정통제가 다시금 북경에 돌아왔다.
“태상황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나갈 때는 황제였다가 들어올 때는 태상황이란 말인가.”
사실상 버려진 황제 아니 태상황인 정통제는 조용히 남궁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검소하게 옷을 입고 검소한 식사를 하며. 자신이 주장한 친정에 끌려가서 죽은 신하들의 위패를 놓고 묵묵히 삶을 이어갔다.
정통제에게 사소한 변화도 있었다. 대역 죄인이며 아무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아 독수리에게 쪼아 먹힌 채 버려진 환관 왕진의 부셔진 두개골을 찾아내. 남궁에 있는 변소 안으로 던져 넣었다. 스승에 대한 대접으로는 부당했지만 나라를 위태롭게 한 간신이자 대역죄를 범한 자에 대한 대접으로는 적당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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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9년 11월 4일. 한양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북부의 악적 이만주는 조정에서나 골치를 썩을 상대였지 보통 백성들에게는 변방의 도적중 하나이니 그리 큰 관심사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4만이 넘는 달자들을 쓸어버린 것이니.
이미 승전 소식은 조선 전체에 퍼져있었고. 심지어 왕실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개성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한다. 보통 백성들에게 몽고라 하면 전조 고려를 쑥대밭으로 만든 북쪽 달자들의 수뇌이자 끔찍함 그 자체였는데. 그 수뇌인 한(칸)의 군대를 무찔러 박살내었으니 다들 기쁨이 넘쳐났다.
“지변사재상 김종서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렇사옵니다.”
행렬 맨 앞에는 마오나하이가 본진에 남겨두었던 암컷 한혈마를 탄 김종서가 선두에 서 있었고. 그 우측에 멀리서 보아도 당당한 체구가 돋보이는 둘째 아들. 자랑스러운 수양대군이 있었다. 한혈마를 씨암말로 쓰지 못해 아쉽지만 김종서의 공을 생각한다면 상으로 내려도 좋겠지.
“기병들의 말이 달라졌어!”
“저것들 다 달자들이 타고 다니던 준마들이라던데?!”
“세상에 그러면 말만 일만 마리를 넘게 잡은 거야?”
귀환하는 중에 제식훈련을 똑바로 배웠는지 발을 맞추지는 못하여도 오와 열을 잡는 것이 강군중의 강군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대열이 정지하자 세종대왕은 자랑스럽게 외쳤다.
“과인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으며 그대들이 무사하길. 그리고 몽고의 달자들이 패퇴하여 아국을 범하지 않기를 바라였다! 명국의 영토를 지키며 달자들을 소탕하느라 무던한 애를 쓴 상장군 김종서를 비롯한 재상이 대승을 거두었노라.”
“주상전하께서 하명하신 것을 지킬 뿐이었습니다!”
“전체에! 차렷! 열중 쉬엇! 차렷! 주상전하께 대하여! 경례엣!”
“단! 심!”
세종대왕은 기쁘기 그지 없었다. 다들 정예병이었다지만 4개월 전과 비교해도 훨씬 더 나아졌으니. 그런데 둘째 녀석을 생각하자 다시금 마음이 복잡해졌다. 녀석의 행동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는 없었다. 왜 대총 한을 살려둬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세자와의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알았다.
“다들 고생이 많았으니 이제 논공행상(論功行賞)이 필요하도다. 지변사재상 김종서를 정1품 우의정에 제수할 것이며. 충의공(忠毅公)의 군호를 내리노라. 중군절제사 김효성은 종1품 우찬성의 작위에 오를 것이며. 우군절제사 이징옥은 공과 과가 모두 있으므로 관직을 그대로 둔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징옥의 가라앉은 눈을 보면서 세종대왕은 어쩔 수 없다 생각하였다. 대총 한을 죽이지 않고 내분을 일으킨다는 계략을 실행했기에. 이미 사로잡은 이를 놓쳤다고 말해야만 했다. 그 과실을 기꺼이 떠맡은 이가 이징옥이었다. 참으로 충성심이 넘치는 이였으나 방법이 없었다.
“또한 명의 요동 총병관과 원만한 해결을 보았고. 비록 달자의 대장 대총한이 달아났다 한들 사자와 포로를 걸고 협상을 벌였으며. 일대의 여진족들을 협력하게 만든 공이 큰 수양대군에게 식읍 일천 결을 하사한다.”
둘째 아들이 나서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애틋했다. 어찌 그 자리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이었다면 대총한(타이순 칸)을 잡은 순간 덮어놓고 목을 베었을 것이었으니까. 처음 그 계책에 대한 서한을 받았을 때는 이해를 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세자와 함께 하루정도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수양대군의 뜻은 자신의 위업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이 나라의 미래를, 세자와 원손의 왕위를 위하여 생각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대총한의 목을 베었다면 당장이야 좋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은원관계를 잊지 않는 달자들에게 시달릴 것이 분명하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머나먼 북방으로 올라가 달자들의 왕 대총 한을 몸으로 쓰러트렸다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 어찌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느냐.”
“주상전하께서 내려주신 몸 덕분이옵니다.”
그런데 오랜간만에 다시 보는 녀석이 뭔가 이상하다. 전쟁 내용을 담은 서한에서 둘째 아들은 적이 포화에 찢겨 어육이 되어버린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였다.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니 조금 쉬게 해줘야 할 것 같다.
“대총 한을 잡지 못한 것 외에는 너무나 완벽한 승리로다. 이제 달자들 중 와라부(瓦剌部 - 오이라트)의 달자들 중 수괴에 해당되는 이를 처형하고 마무리를 지을 것이다.”
손을 뻗자 대열에 따로 분리되어 있던 오이라트 출신 중 수뇌부들은 분위기를 읽었는지 격렬히 저항하였지만. 결국 두들겨 맞고 끌려 나와 하나씩 목이 베어 장대 위에 걸렸다. 그렇게 처형이 끝나고 연회까지 끝난 다음. 동궁 입신체비장에서는 불이 꺼질 줄 몰랐다.
세자는 얼마 전부터 서산군과 함께 입신체비를 하되 그 강도를 거의 곱절로 올렸다. 수양대군이 몽고의 왕 대총한을 박살낸 것은 좋다. 그런데 박살낸 방법이 몸으로 박살을 냈으니 문제다.
“세자저하. 지금 조금 무리하시는 것 같습니다. 약간 쉬엄쉬엄 하시지요.”
“무슨 꼴이란 말인가. 녀석이 그렇게 날뛰었으니 나도 날뛰어야 하지 않는가.”
정말 돌아버릴 일이다. 수양대군이 저런 일을 벌였으니 달자들은 이제 수양대군을 대신해 왕위에 오른 자신의 몸을 중요하게 볼 것이 분명하다. 최소한 보통사람의 두배는 힘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700근은 어중간한 무관이면 가능한 수준이니 800근도 위험하다. 답은 900근이다.
“목표를 3대운동 900근으로 잡으셨는데 정말로 힘드실 것입니다.”
“자네가 지금 천근을 들지 않나? 900근은 시작한지 몇 년만에 들었나?”
“8년 다 되어서 입니다.”
“망했군.”
서산군의 의견을 받아들여 닭가슴살을 비롯한 육류 위주의 식습관으로 바꿨으며. 양생(벌크업)을 시작하는데 고신(고문)이 따로 없었다. 입에서 닭똥냄새가 올라오고 유락과 유청을 끊임없이 먹어대니 동생이 존경스러워질 지경이었다.
한편 저녁마다 세종대왕은 깊은 사색에 잠겨들었다. 더 이상 두 아들을 따라갈 수 없으니 이제는 방법이 없다. 이 전쟁에서 명에게 얻어낼 것을 최대한 얻은 다음 조용히 상왕으로 물러나야지. 세자도 총명하지만 명국을 상대로 최대한 얻어내려면 자신이 나서는 게 답이다.
“요동을 얻기에는 힘들지만. 욕심을 조금 부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