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57화 - 외교 활동(2) >
“그러니까 야선(也先 - 에센)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저들의 우두머리인 한이 될 수 없다.”
“바로 그렇소. 그 자는 몽고의 초원을 주름잡는 황금씨족이 아니니 말이오.”
“상장군께 보고 올립니다! 별동대가 대총 한의 부대의 덜미를 잡아 몰아넣었습니다!”
이징옥에게서 사람이 왔다. 타이순 칸을 추격하였지만 말을 버리고 깊은 골짜기로 숨었다. 주변을 포위하고 있으니 본대가 와서 마무리를 지어라. 놈들에게 말이 이천필도 안 되니 도망치기도 힘들다. 그 말을 듣자마자 수뇌부는 생포작전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현재 조선에서는 희미하게 유추와 추측으로 아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가 차츰 진행되자 김종서의 표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변해갔다.
“말이나 됩니까? 그 자는 실세가 아닙니까. 그런데도 불가능 하다니.”
“되오. 사로국(斯盧國 - 신라가 시작된 곳)의 골품제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소.”
“알긴 압니다. 그렇다 하지만 그토록 치밀하다니 믿을 수 없군요. 우선 조정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외교만큼은 대군 어른에게 일임하신 것이니까요.”
유목민들은 족보는 없고 글도 읽을 줄 몰라도 중얼중얼 외우는 식으로 자신의 조상들을 전부 외우고 다닌다. 거처는 풀 따라 자연 따라 옮겨가며, 딱히 고정된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니 혈통 하나만 사회적 시스템으로 남아버린 것 이니까.
“알겠소. 만에 하나 이징옥이 대총 한(타이순 칸)을 죽였다면.”
“그러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군어른께서 이제 타고 다니실 말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아 그렇지. 흑우 그 녀석은 너무 무리만 안하면 충분할 것 같으니.”
내가 죽인 그놈은 포로의 증언에 따르면 마오나하이. 에센 타이시의 동생이었다. 그러니까 저런 명마를 타고 다녔지! 심지어 본진에 있었던 예비용 말 중 한 마리는 한혈마 암컷이다!
“아마 대군어른의 계책대로 되어도 타이순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 입니다. 차라리 한 발짝 더 나가시지요.”
“한 발짝 더 나간다니 무슨 소리요?”
한 발짝 더? 아니 적당히 잡은 다음 칠종칠금 운운하면서 풀어주고. 에센과의 사이를 이간질 하는 것이 목적인데? 여기서 어떻게 더 나아가?
“지금 진에 오가는 여진족들은 대군어른의 모습을 보고 태조대왕님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고 있습니다.”
“생각이 없는 달자들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아니요. 태조대왕께서는 승하하신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분의 위명이 이 일대에 퍼져있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날 보던 여진족들은 이성계 하면서 중얼거렸지. 이성계는 태조이며 이 나라를 건국한 자이기도 하지만 전설의 명장이다. 삼대운동을 제외하면 내가 이성계를 따라갈 방법은 없다.
“태조대왕님과 날 비교하다니. 나는 완력이 있으되 그분의 활솜씨의 반에 반도 따라가지 못하오.”
“중요한 것은 대군어른이 위엄이 넘치는 것입니다.”
“위엄이라?”
“그렇습니다. 몸은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장수이며. 빼어난 한혈마에 타고 계시고. 거대한 활을 쉬이 당기시는 것인데 누가 대군어른을 용맹한 무장으로 보지 않겠습니까.”
아니 좀 그런 소리인데. 근육이 많으면 강한 것은 맞아, 그런데 나 같은 보디빌더는 근육량을 길러서 몸을 아름답게 만들고. 거기에 파워리프팅을 위한 근육을 추가로 기른 것이라 실전성이 떨어진다고. 그래서 훈련도감과 갑사들 다 근육량‘도’ 키우는 훈련을 했지 나처럼 몰두한 것이 아니야.
이건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마라톤을 일반인보다 잘 뛰되. 마라토너보다는 못 뛰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유다. 사람 몸의 사용법은 다 다른데 장거리 근육과 단거리 근육이 같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실전용 근육과 보디빌딩용 근육은 다르다.
“솔직히 말씀드리지. 칼을 들고 싸우거나 활을 멀리까지 정확하게 쏠 수는 없소.”
“압니다, 아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대군어른께서는 거력을 다루시는 것에 능숙하시다면. 아주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말을 듣자 김종서가 미쳤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듣다 보니 그럴싸한 소리다. 확인을 위해서 잡혀온 포로들에게 물어보니 점점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군어른께서 상대를 완력으로 꺾으신 다음. 더더욱 궁지에 몰아넣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국에 유리한 조건을 마구 제안할 수 있겠군.”
그럴싸해. 녀석이 따라와 준다면 이 계획을 쓰면 되는 거고. 아니라면 병력을 밀어 넣어서 생포해 버리고 원 계획인 칠종칠금 운운으로 풀어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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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군.”
“칸께서라도 몸을 피하십시오.”
“그래보았자 뭘 하라고.”
골짜기로 숨어든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 불화살은 불길을 내뿜는 화약이니 함부로 쏘았다가는 가을바람에 마른 숲이 불타면서 조선군도 같이 죽으리라. 또한 기병은 숲에서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자신을 추격해온 조선군은 골짜기 입구를 틀어막고 주변을 정찰하면서 자신들을 이 안에 가두고 있었다.
“칼을 챙겨온 자는 몇이나 되나?”
“한 이천쯤 됩니다.”
“궁기병 이천에 케리그(보병) 이천이라. 조선 놈들은 한 2만정도 있겠네.”
몽고군의 실낱같은 희망은 조선군 본대가 오는 것 보다. 위기를 알아차린 광순관의 수송대 1만이 빨리 내려와 자신을 구출하는 것이다. 밖에서 함성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본대가 온 것인가?
“조선 놈들이 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고?”
나무 사이로 밖을 염탐하니. 보이는 것은 거대한 행렬이었다. 조선 군대가 좌우에 도열해 있고 뒤로는 주변의 여진족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따라온다. 그 중앙에 있는 자는 죽어버린 마오나하이의 말을 타고 있으니 중요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저 거대한 활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놈 적의 지휘관인가 봅니다.”
“벌써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참으로 우리 신세가 한심하군.”
깨물어진 입술에서 핏줄기가 솟아오른다. 적의 지휘관이 거대한 활을 꺼내더니만 자신들이 있는 방향으로 활을 쏘았다. 여기까지는 300보(540m)는 될 것이라 안심했지만 화살이 저 앞에 있는 나무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황금 씨족의 수치는 나오너라!]
“황금 씨족의 수치라고!”
장수가 크게 외치자 옆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따라서 외친다. 황금 씨족의 수치? 이 자리에는 황금 씨족이 한 명 밖에 없었다. 바로 타이순 칸을 뜻하는 말이 아니던가?
[어설픈 욕심으로 아국을 범하려 하는 자의 얼굴을 보고 싶구나. 그 강성했던 예케 몽골 울루스(대원제국)의 후예라 칭하면서 이리도 비루하다니.]
“감히 예케 몽골 울루스를? 고려의 찌꺼기인 조선 놈이!”
“칸! 힘을 쥐어짜내 돌격합시다! 저놈의 모가지를 따야합니다!”
여진족들의 환호성이 점차적으로 높아진다. 이성계? 지금 이성계라고 하였나? 그 인간 죽은 지 오래잖아? 50년도 더 지났겠다. 타이순은 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태조대왕의 후손이며, 이 전투에서 오이라트의 장수 마오나하이를 사살한 자. 조선국의 둘째 왕자인 수양대군이다. 앞으로 반 시진의 시간을 줄 것이니 당장 나와라! 남자답게 한번 붙어보자!]
이성계라는 소리에 섞여서 수양대군이라는 소리도 같이 들려온다. 적어도 적들이 삼만. 사만은 될 것인데 저들이 일제히 몰려온다면? 골짜기로 몰리고 몰리다가 처참하게 칼을 맞아 죽겠지. 그런데 남자답게 싸우라는 말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네놈은 남자도 아니구나. 아주 유순한 것이 씨를 뿌리지 않게 거세라도 한 것이냐? 무기도 필요 없다. 맨 몸으로 붙어보자! 듣자하니 네놈들은 부흐라는 것을 즐긴다던데. 그 부흐를 변형해서 한번 붙어보고 싶구나!]
“칸!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습니다. 죽더라도 싸워보고 죽어야 합니다!”
“아니다. 너는 가서 한번 물어나 보거라. 저 놈은 날 반드시 생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토록 생포하고 싶어 한다면 차라리 맞서 싸우는 것이 살아날 확률이 높아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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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둘째 왕자 수양대군에게 묻겠소. 만약 우리의 칸께서 부흐로 그대를 꺾는다면. 대체 무엇을 얻는지 알고 싶소.”
“진정한 남자이며 황금 씨족임을 인정하여. 그대들에게 말을 한 사람당 한 필씩 돌려줄 것이고. 그대들을 무사히 도망칠 수 있게 해주겠다.”
“사실이오?”
“물론이다. 대신 너희의 칸이 직접 나서야 한다. 속인다면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니.”
골짜기에 숨어있던 놈 하나가 쏜살같이 말을 타고 돌아간다.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타이순 칸은 부흐를 거의 안했다. 12세에 에센의 아버지 토곤에 의해서 칸으로 계승되고. 그 이후로도 찌그러져 지내고 있었으니 부흐를 취미삼아 몇 번 한 것이 전부니까.
“일이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군요.”
“놈이 나올까?”
“아마 나올 겁니다. 이 상황에서 고스란히 병력을 온존해 돌아가는 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그런데 그 내수린(耐守躪 - 인내하고 지키며 짓밟다, 레슬링) 이라는 것은 어떻게 창안하신 겁니까?”
“머리를 굴리다 보니 나오더군.”
레슬링 좋지? 그것도 프로레슬링 스타일로! 부흐나 씨름은 넘어지면 끝이니까 내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잘못 넘어지면 한판에 져버리니까. 그런데 레슬링은 상대가 뻗을 때 까지 하는 것이니 오히려 좋지.
“내수린을 할 터를 만들어라!”
“바닥이 푹신해야 다치지 않는다! 벌판을 갈아엎고 건초를 뿌려라!”
골짜기에서 칸과 그의 호위병, 케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함정이라고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으니 마지막 희망에 기대겠다는 소리지. 내수린은 프로레슬링과 유사하게 만들었으니 설명을 해야겠지? 역관들이 실시간으로 통역하고 있으니 대화에는 문제가 없겠군.
“드디어 왔군.”
“조선의 왕족이면서 네 놈은 무슨 생각이냐. 예케 몽골 울루스의 황금 씨족을 들먹이면서 한낮 소국의 둘째 왕자가 할 말이더냐!”
“그래서 그 소국의 군대에게 처참히 당한 예케 몽골 울루스는 대체 어느 나라인가.”
타이순 칸의 덩치는 제법 크긴 하다. 신장이 한 178에 체중은 90정도? 갑옷이 두꺼우니 조금 체중이 작을 수도 있고. 내 기준으로는 작지만 이 시대에서는 충분히 거한이다. 케식과 타이순의 무기를 한 구석에 내려놓게 하고 몸 검사를 했다. 비겁한 수는 안 쓰려 했는지 단검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부흐라 하였는가. 부흐에서 네 녀석의 허리를 꺾고 말겠다.”
“부흐는 한번만 넘어지면 끝이니 재미가 없지 않나. 내가 내수린을 만들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주먹질과 발길질을 제외한 어떠한 것도 허용 된다.”
“그래서?”
타이순의 눈동자가 요란하게 굴러간다. 아마 승산을 재고 있는 거겠지? 그런데 이거 너한테 승산이 없어. 이 규칙을 수용하는 순간 네놈은 무조건 질 것이 분명하니. 이 시대 이 지방에 관절기 특화무술인 주짓수나 유술이 있을 리가 없잖아?
“넘어지면 일어설 수 있을 때 까지 일어서면 된다. 상대를 자빠트리고 몸으로 찍어 누르는 것 한번만 허용된다. 이제 좀 재미있어지지 않나?”
“좋구나. 그 내수린인지 뭔지로 네 녀석을 박살내주마!”
“네가 이긴다면 말 한필씩을 줘서 돌려보낼 것이고. 내가 이긴다면 네 녀석과 부하들은 우리의 포로가 된다.”
그러니까 잡아서 던지는 것. 그 다음 몸으로 찍어 누르는 것만 허용되는데. 말이 경기지 공개처형이지. 타이순은 말에서 내려와 웃통을 깠는데 자연산 근육이 조금 보이네. 케식들이 억지로 환호성을 지르며 힘을 북돋워주려고 한다.
“칸! 저놈의 허리를 꺾어버리십쇼!”
“저놈은 덩치가 좀 큽니다만 다 살덩이일 겁니다!”
살덩이? 그래 어디 한번 근육다운 근육좀 봐라. 양 팔에 힘을 주고 두정갑을 뜯어낸다! 뚝뚝 소리가 나면서 고정하는 가죽 끈이 뜯어지고 징이 풀리면서 철판들이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기묘한 기합소리가 나온다.
“그아아아아아앗!”
“세상에 저거 뭐야! 뭐냐고!”
“팔뚝이 내 장딴지보다 두터워!”
“배가 어떻게 여섯 갈래로 갈라져있지?”
투구도 벗고. 나와 타이순 둘 다 하의만 입은 채로 임시로 만든 내수린장 위에 섰다. 이미 타이순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내 몸을 훑어보고 있는데. 갑자기 몸을 숙이며 태클을 건다!
“어?”
“지금 뭐했나? 그것도 힘이라고 쓰는 것인가?”
그런데 넘어 갈 리가 있나. 체중차이가 30kg정도면 헤비급과 라이트급의 싸움이다. 바꿔 말하면 공개처형이나 다를 바 없고. 그 체중차가 다 근육으로 난다면? 나는 애처롭게 내 허벅지와 허리를 밀고 있는 타이순의 팔을 풀어버린 다음.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단번에 들어올렸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폭풍메치기(프로레슬링 기술 F5)다!”
“오오 세상에!”
어릴 적 친구들과 이불 위에서 프로레슬링을 했었지.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기술 이름을 외치면서 타이순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규칙은 규칙이니 가볍게 뛰어서 바디프레스!
“끄윽!”
“일어나라 타이순. 네 녀석의 힘을 보여라. 이대로 조선까지 끌려가고 싶은 것이냐.”
“칸! 일어나십시오! 칸!”
역관들이 내 말을 받아서 번역해준다. 그 충격을 버텨냈는지 일어서긴 한다. 그러니까 부드럽게 달려들어서 목을 잡아 쥐는데 양 팔로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애를 쓴다. 그래봤자 응 안 돼. 사타구니에 다시금 손을 집어넣고 몸을 들어서 바닥으로 내리찍는다. 합이 맞지 않으니 접수 같은 것도 없고 별 방법이 있나.
“이것이 질식투(窒息投 - 초크슬램)다!”
“커흐어억!”
접수 개념도 없고 바닥도 탄성이 부족하다. 당연히 목을 내리치는 척 하면서 엉덩이부터 박았는데 뒤로 자빠지면서 머리를 박았다. 뇌진탕 아니야?
“일어나라! 단 두 번 자빠지는 것이 너의 힘의 전부냐?”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는 대놓고 규칙을 거부하시고 주먹질을 하신다? 그런데 뇌진탕에 빠진 상태여서 허우적 거리면서 주먹을 휘적거린다. 팔을 들어 좀 막고 어깨로 밀친 다음 넘어트렸다. 좀 더 즐기고 싶은데 이미 정신이 나갔어. 넘어진 놈의 다리를 잡고 마지막 기술을 시작했다.
“규칙을 어기다니! 네 녀석은 옹졸하기 짝이 없구나!”
“칸!”
다리를 잡고 빙빙 돌리면 딱 하나밖에 없지. 자이언트 스윙. 이거 레슬링에서는 대충 돌리다가 속도 줄여서 놓아주는데 그렇게 싱겁게 끝내면 말이 나올 것이 분명하니까.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건초더미를 쌓아놓은 곳으로 던져버렸다. 목이 꺾일 일은 없겠고 건초더미가 좀 움직이다가 잠잠해지는 걸 보니까 안에서 기절한 것이 분명하다. 혹시나 문제 생길까 염려되어서 어제 밤에 시체는 아니고 통나무로 몇 번 연습을 한 보람이 있네.
“역차던지기로 결판이 났군. 결과에 승복하라! 네 녀석들을 전부 죽일 이유는 없다!”
주변의 병사들이 타이순을 호위하기 위해 나온 케식들을 에워쌌다. 골짜기 안에서는 끝까지 저항하려는 녀석들이 남았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생각을 가졌는지 그럭저럭 순순히 끌려 나왔고. 정말로 전부 죽일 생각은 없다니까? 오이라트 애들은 모조리 포로로 끌고 갈 거지만.
“대군어른 수고하셨습니다.”
“별 것 아니었소. 마지막에 달려들 때에는 조금 위험했지만.”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지요.”
계획은 아주 성공적이다. 이렇게 박살을 내 놓고 공포심을 심어놓으면 다음 단계의 일이 훨씬 잘 풀릴 것이 당연하고. 반 협박이나 다름 없는 조약도 강제로 체결할 수 있겠지. 세종대왕님이 내가 보낸 서찰을 보시면서 이해하실런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