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50화 (50/573)

< 1장 49화 - 능구렁이(내용수정) >

충샨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조선군의 상세한 전력을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아는 것인 양 최대한 축소하고 그럭저럭 자신의 기준보다 한 단계 낮게 포장한다. 그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니 이러한 결과물이 나왔다.

“결국 2만을 보내서 2천이 중간에 낙오되고. 이만주의 부락을 기습할 때는 이만주가 하필 병에 걸려있었다? 그것을 5천이 포위하지도 못하고 휘둘리면서. 전투가 하루나 걸렸다고?”

“그것이 확실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하루씩이나 싸우면서 도망칠 궁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녀석도 참으로 운이 없군.”

케식(칸의 호위병)들은 이만주의 불운을 비웃었다. 수십 토막이 나 죽어버린 이만주가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지만. 충샨의 기준으로 이만주의 죽음은 절대 피할 수 없는 필연이었다. 자신이 있다 한들 그 자리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십 년 전 자신이 이 자리에 올랐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무조건 몽고의 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만주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도 몽고에서 보낼 4만의 군대는 조선에서 어떻게든 막아낼 수준은 되어 보였다. 비록 그 과정에서 처절한 희생이 있겠지만.

“이만주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요. 그렇다면 저희 부족에서 5천의 인원을 합류시키라는 말씀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왜 안 된다 생각하나?”

“제가 만호를 거느리고 있다지만 그놈의 숙부가 문제입니다.”

“판차(凡察 - 먼터무의 동생, 이전 건주우위지휘사) 말이로군. 얼마 전 죽었다 하던데

휘하에 있는 자들을 전부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지?”

탁자에 있는 주전자를 들어 올린 충샨은 급하게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 조금 넘친 찻물은 그의 짜증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거칠게 들이키는 찻물도 그러한 의도였다. 요동을 먹지 못하는 반쪽짜리 족장으로서의 짜증. 영토에 목이 말라 시야가 좁은 기회주의자의 연기다.

“하지만 한께서 친히 움직이시니 이러시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조선을 치려면 역참을 두어 보급을 하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몽고의 병사들은 보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리가 짧을 때에 한정되어 있고 보통은 100리(40km)마다 역참을 두어 하루거리에서 보급품을 받는다.

“그 일을 너희에게 맡길 것이다.”

“우선 최전선에 있는 심양(瀋陽)에 한 곳을 두고. 그 남쪽으로 있는 요양(遼陽)에 두어 거점을 마련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케식들의 표정이 변했다. 충샨은 그 미묘한 표정 변화에서 점차적으로 확신을 얻었다. 그냥 말만 들으면 될 놈이 점점 중요한 정보로 접근하고 있으니 짜증난다. 그런 표정이 거의 확실하다. 어째서 요동병이 없는 척 모르는 척 넘기는 것일까?

조선을 치려면 우선 요동을 마비시키고. 그 사이에 치고들어가 역참을 두어 거점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병력을 부어넣는다.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단순한 약탈이라면 몰라도 전쟁은 그렇게 해야한다. 그러니 세력이 큰 자신에게 온 것이겠지.

“그렇다 하여도 요동까지 치기에는 4만으로 벅차니 네녀석들을 동원하려 하는 것이지.”

“그 4만이 어떻게 구성되기에 그러십니까?”

“보급대 1만, 칸의 병력이 1만 5천, 에센 태사가 보낸 오이라트 동군이 1만 5천이. 그러니 너희들이 나서서 요동을 마비시켜야 하지 않겠나.”

본디 몽골고원 일대에 원이 세워졌을 때. 처음의 칭기스 칸의 세력은 95밍갓(천인장이 있는 단위)이며 6만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할 수 있었다. 전성기 때는 몽고 전체에 백만에 달하는 병력이 있었고. 원정군 10만은 간단했다.

하지만 내전과 허수아비 칸이 집권한 결과물은 비참했다 외부로 투사할 수 있는 병력은 1만 5천이 한계라는 말이었다. 본토까지 간다면야 10만 정도는 쉽사리 튀어나오겠지만.

“조선을 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만 요동까지 포함한다면 부족하군요.”

“네놈들이 조금만 더 협조적으로 나섰다면 1만의 병력이 더 생겨나겠지.”

“천 단위도 안 되는 부락들을 통제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본보기가 필요합니다.”

북경 공략으로 여진족들이 움직일까?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처럼 머리를 굴리는 이가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명에서 대패를 하여 요동의 병력이 빠지지 않으면 일어설 이유는 없다. 혹여나 조선의 북부를 두들기면? 그 정도로는 움직일 가능성이 반반이다.

이득은 최대한 챙겨야 한다. 그리고 아주 좋은 수가 생각났다.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자신이 절대 손해를 볼 이유가 없는 수가. 그리고 이 케식들의 장막을 걷어낼 제안이 동시에. 이들은 북경 공략이라는 말을 했지 그 이상은 말한 적이 없다.

“본보기라면 뭐? 금주(錦州)까지 들어가 요동 총병을 죽이기라도 해야 하나?”

“아예 조선군을 심양으로 끌어들입시다.”

“뭐?”

“한의 주력이 심양 인근을 공격하게 하시고. 제가 정보를 주어 조선군의 주력을 심양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회전을 벌여 쓸어버리면 충분한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그놈들이 회전을 벌이긴 해? 성에 틀어박혀 있겠지?”

말문이 막히는 듯 이번에는 케식의 잔에 찻물이 따라진다. 우려낼 대로 우려낸 찻잎을 직접 갈아넣은 충샨은 다시금 연기를 했다. 저들의 말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다.

“성이라뇨. 심양성은 작습니다.”

“그러니까 심양성에 틀어박혀 있을 거라니까, 성을 끼고 싸우는 것이 기본 아닌가.”

그 말 한마디에도 정보가 담겨있었다. 심양성의 크기는 요동병이 머물러 수비를 하면 될 곳이었다. 그 이상이 있어봤자 하등 쓸모도 없으니 나머지 병력은 성 밖에서 성을 끼고 전투를 하거나 회전을 벌이는 것이 답이다. 그런데 조선군이 성에 틀어박힌다? 이것이 높은 확률로 일어날 일이다?

결국 요동병이 사라지거나 다른 곳으로 간다? 그런 다급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명의 입장에서는 하나밖에 없었다. 북경 공략에서 결정적인 수가 있다! 최소한 북경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거나 병력을 상당 수 줄여버릴 계획인 것이다. 승리를 확신하지 않더라도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갈 수단이.

“그렇다면 다급한 상황을 만들면 됩니다. 이를테면 저희가 조선에게 연락하여. 심양의 요동병과 합류하여 한의 군대를 이겨내지 못하면 여진족 전체가 합류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그게 가능한가? 자네의 아버지는.”

“압니다. 그러나 모르는 척 하면 속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최대한 좋게 넘겼다. 너희들도 바라고 있지 않나? 북경에서 승리를 거둬.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요동으로 조선군을 끌고나와 일전을 벌이는 것을? 북경에서 패배하여 요동이 멀쩡한 상황이면 힘을 들여 요동을 치거나 양면으로 협공당하기 전에 군을 뒤로 물리면 되는 일이고.

“칸에게 말씀을 드리겠네. 혹여나 명에게 붙을 생각이면 절대 하지 말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들은 말은 그럴싸하게 해도 결국은 우리를 버릴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출병은 언제입니까?”

“조선으로는 내년(1449년) 8월에 출병할 거다.”

케식들이 말을 타고 돌아간다. 저 놈들은 요동을 먹을 생각에 분주한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겠지. 저들도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큼 필사적으로 굴리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가까스로 속이면서 정보를 뜯어낼 수 있었다.

“저기 그놈의 자식들이 뭐라 합니까?”

“아직은 알 필요 없어. 아직까지는.”

그래도 어떠한 수를 쓴다 한 들 손해는 보지 않을 구도를 만들어 냈다. 명이 피해를 입을 때 중립으로 있으며 마지못해 몽고의 편을 들었다가 최후의 순간에 보급로를 초토화 시킨다. 명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명이 완전히 망한다면 그때는 그대로 몽고의 편을 들면 된다.

“에센은 명에게 타격을 입힐 한 수를 생각해 낸 것이 분명하고. 타이순은 그것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어. 만약 요동의 병력이 빠지지 않는다 해도 그 정도는 3만의 정병에게 짓밟히겠지.”

명에게 타격을 입힐 수가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이만주를 잡을 때 불막대기 라고 불리는 이상한 무기가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벌써 그 무기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냈단 말인가? 정말로 정보가 부족하다.

“결국 정식으로 조선에 들려야겠군.”

양쪽에 얼마나 정보를 풀 것인가? 정하는 것만 해도 산더미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넘겨줘야 조선이 적당히 몰락하고 명이 복수전에 나서는 그런 좋은 구도를 만들어 낼 것인가? 시기는 반년정도 남은 내년 3월이 적당해 보인다. 그 이전이면 역공을 할 수도 있으니.

최악의 수는 명이 완전히 박살나서 복수전을 꿈에도 꾸지 못하고. 조선이 몽고를 완벽하게 이기는 것이지만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예 제쳐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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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9년 3월. 대전 안은 살얼음장이 껴 있었다. 아이신기오로 충샨. 지금은 조선의 말로 동산(董山)이며 이성계의 충실했던 신하이자 세종대왕님이 혐오하고 죽이려 했던 먼터무의 아들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냥 누르하치 없애게 이 자리에서 죽이자 할까?

“대왕님을 속인 것은 제 몸을 천 갈래로 찢어 죽이신다 한 들 감내할 것입니다.”

“천 갈래로 찢어 죽일 일은 없으니 대체 왜 다시금 입조 하였는지를 말하라.”

“몽고에서 얼마 전 케식이 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오이라트와 연합하여 북경과 조선을 동시에 칠 것이니 협력하라 하였습니다.”

이런 씨부럴. 양면 동시전쟁? 그리고 몽고? 바지사장 타이순 칸이 왜 저렇게 행동하지? 동맹은 어떻게 맺은 거야? 대신들이 전부 웅성거리고 세종대왕님이 조용히 하라고 손을 드신다.

“사실이더냐?”

“그렇습니다. 총 병력은 오이라트의 동군 일만 오천과 칸의 군대 일만 오천 그 외의 보급대 일만을 합쳐 총 사만입니다.”

“그리고 네가 포함되어 있지 않더냐.”

충샨의 표정이 변한다. 저놈 대가리 엄청 굴리나본데? 그리고 입이 열렸다. 통역의 말을 통해 나온 대답은 살벌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가 돌아갈 것인데 어찌 할 것입니까.”

“달자들의 우두머리라 하여 조금이라도 덕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다지도 흉포하다니.”

“흉포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조선국에서 가장 작은 수레바퀴를 굴릴 것이며. 조선의 귀족들에 대해서 차마 제 입에 담지 못할 흉험한 말을 하였습니다.”

수레바퀴를 굴린다. 이 말은 이것보다 신장이 큰 자는 모조리 죽인다는 뜻과 동의어다. 아니 잠깐 수레바퀴 명령은 칸이 말하는 거 아니야? 그걸 케식 따위가 왜 말해?

“이 달자 놈들이!”

“다들 조용히 하라!”

“전하! 지금 당장 훈련 읍!”

“조용히 하시오 병판대감!”

예의는 아니지만 손으로 김효성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충샨 저놈이 단순한 여진족이라고 생각하는 자가 태반일 것인데 누르하치라는 후손을 생각하면 저놈 뱃속에 능구렁이 1개 사단은 살고 있어 보였다.

“그래서 네놈은 뭐라 입을 놀렸느냐.”

“심양으로 조선군을 끌고 올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회전을 벌여 조선군의 주력을 격파한 후. 심양을 시작으로 보급로를 삼아 본토를 공략하게 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요동병은 어떻게 할 생각인 것이냐. 그리고 북경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는?”

“그것까지 이야기를 했다가는 제가 먼저 죽을 상황이었습니다.”

네가 얻어낸 혹은 생각해낸 핵심은 모른다? 머리 더럽게 잘 굴리네! 듣는 내가 화나기 이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결국 네 녀석은 관망하여 이득을 챙기기만 할 것이라는 뜻이구나.”

“야인들은 이렇게 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우선 들어가라. 심기가 불편하여 더는 있을 수가 없다.”

세종대왕님은 이상주의자이며 그걸 실현할 능력을 가진 분이고 욕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분이다. 반면 충샨은 능구렁이가 꿈틀거리는 이기주의자이며 자신의 욕망에 아주 충실하다. 극과 극이니 세종대왕님이 상대하기 불편한 것이 당연하다.

“세자와 수양대군 그리고 지변사재상 김종서는 안으로 들어오라.”

“알겠사옵니다.”

피로와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짓는 세종대왕님은 물을 한 잔 마셔서 숨을 돌리셨다. 이제 연세도 쉰이 넘었는데 건강이 염려된다.

“동산(董山)이라는 저 야인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하구나.”

“몽고와 아국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어 이득을 챙기려는 간악한 자가 아니겠습니까.”

“그 자의 심계가 궁금하구나. 세자의 생각은 어떠하더냐.”

형님의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고뇌에 차더니만 입이 열렸다. 형님도 이런 안개 속에서는 도저히 모르는 것이겠지.

“어찌 하여 입조 하였는가, 서한으로 충분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리고 심양까지 아국의 군대를 끌어낼 작정이라니요. 전장이 명국이 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만.”

“수양대군의 생각은 어떠한가.”

아 진짜 머리아파 죽겠네. 저놈이 벌일 수? 이 전쟁에서 일어날 수를 몇 번이나 계산해도 가정을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희대의 천재들과 그 천재를 속이려는 희대의 사기꾼을 내 평범한 머리로 어떻게? 아니 머리로는 필요 없잖아? 역사라는 지침서가 있지.

“추측일 뿐입니다만. 동산은 지금 아국의 전력을 가늠하러 온 것 같습니다.”

“전력을 가늠한다 라니?”

“정확히는 이 사태를 노름판으로 보고 있는 것이겠지요. 아국과 명이 각각 몽고와 오이라트를 상대로 승리할 수도, 패배할 수도, 서로 손실만 보고 무승부가 날 수도 있다 볼 겁니다.”

충샨은 역사에 기록이 거의 없다. 자신의 아버지 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것. 명에게 함부로 굴다가 죽었다는 것. 요동을 공격했다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이것만 보아도 요동지방에 대한 확고한 지배권을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 한들 과연 명이 패배할 것인가 그게 의문이구나.”

“아마 몽고에서 그에게 어느 정도 정보를 주었을 것입니다. 명을 상대로 온전히 패배하지는 않고 대등한 상황까지 끌고 갈 계획을요. 다급해진 명이 요동 총병을 통해 병력을 북경으로 돌려보낼 방책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 않느냐.”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명에서 보총에 대한 정보를 유출하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세종대왕님도 이제 납득하신 것 같다. 무엇인지 몰라도 보총을 상대로 해서 최소한 무승부가 날만한 방법? 나도 모르지만 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 까지는 안다.

“보총에 대항할 방법이라. 보총의 단점은 비바람에 약하다는 것 이지만 야선(也先 - 에센)이 어떠한 장수일지는 모르지만 천기에 기대는 것은 장수로서 못할 짓입니다.”

역시나 옳으신 말씀. 세종대왕님도 형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리고 들려온 형님의 말에 내 귀를 의심했다. 이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그러나 동선이 벌인 판에 끼어드는 것은 나쁘지 않다 봅니다. 전장을 아국까지 뒤로 물러서게 할 경우 북방의 모든 달자들이 저들의 세력권 안에 들어 올 것이고. 설령 막아낸다 한 들 북방이 상한 틈을 타 소란이 벌어질 것 입니다.”

“그럴 수도 있구나. 그렇다면 그 자가 아국에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명이 반격을 벌일 때. 요동 일대에 대한 지배권을 얻고 조선에서 관리하는 달자들을 집어삼킬 생각 같습니다. 그래서 아국이 피해를 많이 입고 끝내는 달자들을 토해내는 그런 결말을 원할 겁니다.”

명이 적당히 지고 반격의 실마리를 잡을 때. 변방의 체제를 개편하면서 여진족에 대한 통제권을 일제히 자신에게 넘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과 몽고 간에 치열한 싸움을 벌이다. 조선이 무너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몽고를 배신해 병참을 흩트려 놓는 방식으로 뒤를 끊고 도망치겠다는 계획이 분명하다. 조선군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들어온 것이고.

“세자저하의 말씀이 옳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해답은 단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수양대군은 우선 그 해답을 찾게 양계갑사(兩界甲士 -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근무하는 갑사)를 교대하여 훈련을 시킬 것이니 이에 최선을 다 하라! 지변사재상 김종서에게 명한다.”

“네 전하!”

“저들이 아직 아국의 군대가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모르고 있구나. 동산에게 적당한 상을 내려 돌려보내고. 명국에 소식을 전할 것이니 심양에서의 방어전을 준비하라.”

드디어 올 것이 왔군. 결국 충샨이 숨기고 있는 정보까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오이라트는 명의 경군과 대등 혹은 우세를 보인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꼬락서니를 보건데 토목의 변이 아니고 뭔가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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