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45화 (45/573)

< 1장 44화 - 이만주 토벌(1) - 지도추가 - >

“십 삼년 만에 이 자리에서 다시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병판대감.”

“별 말씀을 하시는구려. 중추원사.”

1448년 5월 18일. 평안도 강계에는 이번 원정에서 상장군으로 임명된 김효성(金孝誠)과 우군장 이징석이 거느린 1만의 군사가 몰려와 있었다. 천만 다행으로 오이라트의 사신들은 그들이 오기 전에 급하게 평안도를 지나 북방으로 빠져나가서 그들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

“함길도에서는 그 훈련도감을 중심으로 한 보병을 많이 보내온다 하였는데. 다뤄 본 적이 없으니 문제입니다.”

“나도 보기만 하였지 실제로 다뤄 본 적은 없소.”

김효성은 함흥에 있었지만 이징옥과 교체되고. 얼마 전 병조판서로 임명되어 다시금 군문에 돌아왔다. 그의 입장에서 훈련도감은 손을 대 본적도 없고. 전임자인 안숭선 또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다.

“그대의 동생의 말에 따르면 갑사와 비등하거나 더 우수하다 하더군.”

“그럴 리가 있습니까? 경험이 있다면 몰라도 실전에서 얼마나 싸우겠습니까?”

“실질적으로는 이번이 첫 실전이 아닌가.”

저 멀리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김효성이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함길도의 병사들이 보였고 그 앞에는 대열을 갖춘 이징옥을 비롯한 무장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아 이런.”

“아직도 동생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가?”

“그 녀석은 앞뒤가 꽉 막혀있는데 제가 어떻게 좋아할까요.”

말이 무섭게 이징옥이 말에서 내리고 달려 나와 인사를 하였다. 부대가 훈련도감에게 배운 덕분에 절도 있게 움직이는 것이 매우 볼만했다.

그렇게 병사들을 수습하고 배치한 뒤. 군막 안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출병은 6월 1일에 시작이고. 조만간 장마가 이 지역까지 올라올 것이다.

“전하께서 하필 이 시기에 군을 움직이라 하셨다니.”

“아군도 힘들 것이지만 적들도 힘들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야 그러겠지. 비가 와서 질퍽해진 언덕을 말이던 사람이던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니.”

“활이 습기에 풀어지는데 그것도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가장 큰 문제는 비였다. 이 나라가 세워지게 된 계기인 위화도 회군도 5월 말에 시작된 일이고. 지금 군막 밖에는 비가 한창 쏟아지고 있었다.

“절제사 자네는 보총을 많이 다뤄봤지? 어떤가?”

“거센 빗속이라면 화승이 꺼져버리니 이것만 믿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비를 위해 토관들을 통해 목궁을 제법 모아 왔습니다.”

이징석은 준비가 철저한 모습을 보고 점차 부담감을 느꼈다. 자기는 이미 이 지역을 경험해 보았으며. 직급도 중추원사로 약간 더 높고(같은 종2품이지만 중앙관료가 더 높은 취급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동생이 정말 싫었으니까. 이만주의 목은 자신이 따내야 한다.

“그렇다면 병력은 어떻게 편성하실 것입니까?”

“일전에 최정렬(최윤덕의 시호)대감의 휘하에 있을 때 여럿으로 분열하여 몰아쳤었지.”

“그 때의 목적은 달자를 비롯한 야인들을 몰아내는 것 아니었습니까. 저희는 다르게 가야 합니다.”

이징석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세종대왕이 주장한 최종 목적은 역적 이만주의 토벌이었고 야인들의 토벌은 후순위였다. 장수 전원의 고개가 끄덕거렸다.

“다들 어명을 잊으시면 아니 됩니다. 달자 수천을 베고 수만을 포로로 삼는다 한 들. 이만주라는 구심점이 있으면 다시 뭉치게 될 것입니다.”

“옳은 말이네 우군장. 그렇다면 어떤 계책을 세울 것인가?”

“듣자하니 남한산에서 훈련한 도감군은 험한 산을 날듯이 걷는다 합니다.”

이징옥에게 집중되는 시선들. 부담감을 느낄 법 하지만 이징옥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에게 어명은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이들은 도감군의 진정한 능력을 모른다.

“우군장께서 옳으신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병이 없고 궁시를 다루지 않는 훈련도감군 에게는 차라리 산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갑사들도 데려오셨더군요. 갑사들은 찰갑(철편을 엮은 갑옷)을 입으니 산속을 헤매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도진무께서도 올바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훈련도감은 피갑(가죽갑옷)을 입고 있지요.”

군막이 열리는 소리에 장수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조선에 협조적인 여진족 족장이 들어온 것이었다. 여진족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자를 위해 이징옥이 즉석에서 통역을 했다.

“모인 이들이 이만주가 살고 있는 고장을 파악하였다 합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오백 리 가까이. 거의 보름을 가야 한다더군요.”

지형도와 토관들의 증언에 따라 확정된 이만주의 거처는 일전보다 훨씬 북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첫 토벌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덕분에 벌어진 일인지. 아니면 조선을 경계하여 벌인 일인지. 혹은 다른 여진족들을 상대하다 쫓겨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기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구릉지가 있는 곳이 아닌가?”

“이거 이번에 토벌하지 못하면 정말 골치가 아프겠구려.”

“최해산이 갔었던 곳보다 훨씬 더 위라니. 이제는 파저강도 아니군. 개원(開原) 동쪽이고 구하(寇河) 변이야.” (현 서평현 인근 - 西丰县)

이미 이 근방에서 원정을 벌였던 이징석도 혀를 내둘렀다. 말이 보름이지 이 길을 그대로 갈 수도 없다. 골짜기마다 있을 소규모 부락들과 작은 교전을 벌이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이다.

“평시의 방침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소. 우선 중군은 이만주를 속이기 위해서라도 파저강가에서 천천히 밀고 올라가겠소. 이만주를 남쪽에서 찾는 것처럼 기만하며 행동할 것이오.”

지도 위에 군세를 표현하는 말 중 하나가 움직였다. 청색으로 칠해진 말은 심양(瀋陽)으로 향하였는데 이것이 이징석이 담당한 우군이었다.

“잘못하면 이만주가 바로 북쪽의 송화강(松花江) 인근으로 도망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찾아낼 수 없소. 우군장은 명국에 볼 일이 있어 심양에 들리는 척 하고 바로 방향을 트시오.”

“알겠습니다. 대신 미리 출발하여 시간을 좀 벌겠습니다.”

“그리고 좌군장은… 가능 하시겠소?”

붉은 말의 경로는 장백산 인근을 통해 북쪽의 험지를 향해 움직이다 서쪽으로 확 틀어 역시 개원의 옆에 있는 이만주의 거점을 향해 움직였다.

“거의 600리(240km)를 보병으로 움직여야 할 것인데. 보통 걸음으로는 이십일이 걸리는 거리요. 거기다 험하기 이를 데 없는 산지를 통해야 하니 한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지.”

“굳이 양면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 것은 확실하지가 않소. 한 방면으로 1만의 대군이 움직이면 아무리 이만주가 방심하였다 한 들 당장 내뺄 것이 분명하오.”

김효성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2천 3천이면 몰라도 5천도 사실 많은 감이 있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편성된 인원 말고도 토관들이 더 달라붙으면 한 군세는 500명 이상 증가할 것이 분명했으니.

“청이 있습니다. 지금 저희 방면의 총 병력은 5천이라 하였는데 일반 보병 400과 보인 600을 제하여 중군에 소속시켜 주십시오.”

“어째서요?”

“준족을 가진 이를 가려 뽑고. 짐을 최대한 줄인 다음 합을 맞추어 신속하게 진군할 것입니다. 한 달이 아닌 가급적 빠른 시일 이내에 개원 인근까지 군을 보낼 것입니다.”

이징옥의 무덤덤한 말에 김효성은 기가 찼다. 이징옥에게 5천을 준 것은 산악을 지나가며 일어날 손실을 걱정해서다. 그런데 병사의 수를 더 줄인다고?

“우군은 아마 15일 정도 걸릴 것이네. 그 때까지 목적지 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인가?”

“가능할 것입니다.”

말이 가능하다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며칠이 걸릴지 예측조차 안 되었다. 기병이면 말을 바삐 움직여 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보병은 적을 피하려면 산을 타야한다.

“정말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가능하다 치지. 두 군이 양면에서 포위하는 것이니 반드시 잡을 수 있겠군.”

“하지만 먼저 도착한 군이 며칠간 머무르면 아무리 방심하고 있다 한 들 알아차릴게 분명합니다.”

“알겠네. 그렇다면 도착한지 3일 혹은 이만주의 첨병을 놓친 순간 바로 공격을 시작하게. 그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들킬 수 있다네.”

도진무 양치(楊治)는 전체적인 계획을 하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이 자리에는 2만의 병력이 있었지만 보조인원을 포함하여 계산해야 하니. 본디 좌군은 5천을 분배할 계획이었지만 중군으로 분배가 다시 되었다.

“다들 이것을 보십시오. 이 정도면 어떠한지요.”

“중군이 조금 많지만 별 방법이 없군.”

중군 - 김효성 주장. 양치 부장 겸 도진무. 총병력 8000명, 기병 2000, 보갑사 800, 보병 1600명, 보인 3600명

우군장 이징석외 휘하장수 2인. 총병력 5000명, 기병 2500, 보인 2500

좌군장 이징옥외 휘하장수 1인, 총병력 4000명, 도감군 600명, 보병 2000명, 보인 1400명

조전절제사 강순(康純), 총병력 3000명, 보병 1500, 보인 1500

회의는 끝났다. 심양으로 향하려면 이징석의 우군은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반대로 이징옥의 좌군은 중군과 같이 움직이는 척 뒤를 따르다 분열하여 험준한 산지를 거쳐 이동해야만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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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놈들이 다시 강을 넘었다고?”

“그렇습니다. 칠일 전에 보고 왔습니다.”

이만주는 아직도 숨을 헐떡거리는 부하의 말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의 관직을 받고 견제가 끊이지 않아 아예 북쪽으로 거점을 옮긴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그래서 뭘 하고 있지?”

“무엇을 하긴요. 주변 부락을 다 헤집으면서 족장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기껏해야 십 여년 전처럼 남쪽을 헤매는 것인가?”

아직도 말을 타고 와서 헐떡거리는 부하에게 마유주 한잔을 주었다. 보름은 걸릴 거리를 말을 전력으로 달려 칠 일만에 돌아왔으니 정말 장한 부하이기도 하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면 자신이 이곳 북쪽으로 옮겼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리겠지.

“약이 바짝 올라있을 것인데 이곳도 조만간 떠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명에게 관직을 받았는데도 이렇게 날뛴다고? 황 아니 황제새끼도 돌았나보군.”

“도독동지면 높은 관직을 내린 것이 아닌지요.”

“지금은 똥통에 붙여진 이름이야. 조선이 원한다고 바로 내쳐?”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 족장들에게 견제를 당한 것을 생각하면 명이 자신을 이용해 먹었다고 소문을 내야 한다. 그러하면 바로 내빼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빠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냐 그러면 오히려 큰일난다, 돌아와도 우리 편을 들어줄 놈이 없을거야."

상황을 보아서 싸우던 말 던 해야겠지. 조선군 본대는 몰라도 정탐을 위해 보낸 500명과 한번 싸운 뒤 억지로 물러나는 척 도망쳐야 평판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분견대가 있을 지도 모르니 몇 명을 주변 길목으로 보내라. 녀석들은 하루에 30리(12km)를 움직이니 한 120리 밖의 길목 에서 보면 머릿수를 보고 돌아오게 해라. 그때가 되어도 늦지 않고 한번 붙던 짐을 싸던 할 수 있을 거야.”

“산 속에 말입니까?”

“이 밥통아! 당연히 큰길이지! 놈들이 언제 산타고 오는 것 봤어?”

라고 이만주가 부하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때. 동쪽으로 향하던 이징옥의 부대는 둘로 갈라졌다. 처음에는 4천으로 시작하였지만 행군을 견디지 못한 낙오자들이 생기면서 훈련도감군 500명과 익군 1000명. 그리고 보인 500명만으로 진군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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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험준한 산길을 가려 뽑은 2000명의 병사들이 걷고 있었다. 대열에서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에는 살기가 잔뜩 담겨있었다. 날은 덥고 어제 또 비가 내려서 땅이 질척거리고 습기가 올라왔으니 병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있었다.

“이만주 개새끼 오늘 팔 일째 산악행군이니까 256조각으로 갈라서 죽여 버린다.”

“맷돌로 갈아버리는 건 어때?”

“아니면 간장에 담갔다 튀겨버리자! 겉은 바삭 속은 촉촉!”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피곤하다 못해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떻게든 이놈의 훈련도감 병사들을 따라가야 하는데 자신들보다 짐이 더 많은데도 군소리를 하지 않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으니. 조금 너른 벌판이 나오고 나무도 적어서 쉬기엔 적당한 지형에 이르렀다.

“잠시 휴식!”

“휴시익!”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죽겠다아!”

대부분 함흥 일대에서 온 병사들은 훈련도감군에 의해 철저히 교육받았고. 그 중에서 다시금 뽑힌 이는 몸이 날랜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도 훈련도감 출신보다 못하니 하루에 80리(32km)만 움직일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점검하던 정범수는 한 병사에게 다가갔다.

“256조각으로 갈라버리는 거 굉장히 구체적이군.”

“아아 정참교님! 산술이라는 거 정말 재미있더군요. 반으로 가르는 걸 여덟 번 했습니다.”

“가급적 목만 갈라서 죽여야지. 256조각이면 사람을 삼분의 일근(약 213g)으로 토막 쳐야 하지 않나.”

다들 머리위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었고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도감군들은 비교적 상태가 좋았지만 그건 군장에서 침낭이 빠져서 가능한 것이었고. 개중 몇 명은 특등사수로 배정된 덕분에 받은 운총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투덜거렸다.

“운총 정말 좋은데. 이거 더 무거워서 문제네.”

“특등사수 되었으면 그렇게 부러운… 잠깐! 이거 적습 아니야?”

저 멀리서 징소리가 두 번 들리면서 적이 발견되었음을 알렸다. 토관 중 몇 명이 기마를 타고 정찰병을 자처하였고 그들이 뭔가를 발견 한 것이다. 즉시 훈련도감군은 전부 병장기를 갖추고 대열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징옥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적 달자 삼백가량이 움직이고 있다!”

“쓰벌 결국 싸우네. 여기로 오면 길이 험해도 야인들은 안 만난다고 했잖아!”

“우리는 2000명인데 저놈들 우리를 뭐로 보고 저러는 거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상대도 조선군이 보인다고 갑자기 말을 타고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정비된 진형을 보며 놀라고. 말 위에서 화살을 몇 발 쏘았지만 닿지도 않는 거리였다. 그 대열 중 몇 명이 활을 닿게 하려 백 오십보 거리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탕!]

“으악 세상에!”

“활도 안 닿는데! 저게 뭐야!”

여덟명이 픽픽 죽어나가자 다들 말을 돌려 달아나려 하다 고함소리를 듣고 멈추었다. 이징옥은 오랜 기간 북방에서 살아와 여진족의 말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고 다행히도 말이 통하는 녀석들이었다.

“지금 달아난다면 네놈들의 부락까지 찾아가 다 죽일 것이다! 우리는 악적 이만주를 찾아 이 곳에 왔으니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라!”

“알겠습니다. 항복하겠습니다!”

이만주에게 악감정이 있었는지. 비교적 협조적인 삼백의 여진족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천이나 되는 조선 군대도 군대였지만 활보다 사거리가 배는 긴 운총은 상식을 뛰어넘는 무기였으니.

“그러니까 큰 길을 따라서 걸어서 닷새, 산길을 따라서는 걸어서 삼일이라?”

“그렇습니다.”

“산길을 따라 빠르게 걸으면 이틀로 줄일 수 있나?”

서로를 돌아보던 여진족들은 잠시 머리를 굴려봤다. 보통 삼일 걸리는 길이 이틀이 되려면 짐이 없어야 하는데 이 조선군들은 짐이 제법 많다.

“가능은 할 것 같은데 짐이 많으시면 힘들지 않을까요.”

“걱정 마라. 그렇다면 길 안내를 할 자 50명만 남고 나머지는 돌아가도 좋다. 혹여나 뒤통수를 치려다가는 전부 바람구멍을 내 버릴 것이다.”

“알겠습니다!”

삼일. 앞으로 단 삼일이면 멀뚱하니 있는 이만주의 뒤통수를 노릴 수 있다. 그래도 형한테 또 두들겨 맞기는 싫으니 적당히 기다리는 예의는 있어야겠지.

“전군, 산길을 따라 이틀간 행군을 더 하면 이만주의 본거지가 나온다. 그러나 전투 이전에는 여유가 있어야 하므로 마지막 하루는 휴식시간을 가지겠다.”

“네!”

한편 그 무렵 이징석의 우군은. 왜 이 시기에 이성계가 회군을 하였는지에 대한 복습을 몸으로 깨닫는 중이었다.

“말의 다리가 또 부러졌습니다.”

“썩을! 역시 이 시기는 군을 움직이면 안 된다니까.”

제대로 된 길이 아예 없는 지역이다. 그나마 조선에서는 비가 오면 진창이 되어 억지로 움직일 수 있는 도로는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흙이 있으면 길이고 풀이 있으면 길이다.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 마십시오. 설령 이만주가 도망치려 한들 진창에서 허우적거리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보인들 상황은 어떤가?”

“다들 피로에 절어있습니다. 다리를 다친 자들이 계속 생겨납니다.”

궁기병들도 활의 아교가 죄다 풀어져서 전투력이 급감했다. 동생의 말을 따라서 목궁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활을 쏴 보지도 못하고 전령으로나 썼을 것이니.

“궁기병 이백 명 정도를 앞세워서 정찰병을 멀리서 궁시로 해치우도록 하지.”

“별로 좋은 수는 아닙니다.”

“그래도 방도가 없어. 여기서 주저앉았다간 이만주 놈은 또 저 멀리 도망칠 것이네.”

길잡이의 증언과 지도를 토대로 했을 때. 앞으로 5일정도면 이만주의 거처에 도달한다. 아마 동생은 저 멀리 낙오되어 산군과 여진족들에게 사방에서 공격당하고 있겠지.

“그러게 왜 사서 고생인 것이냐. 이 우직하다 못해서 멍청한 동생아.”

아무것도 모르는 자의 비웃음이 들려오고. 그 비웃음을 산 속에서 듣는 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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