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43화 - 그럴싸하지 않은 시작 >
영락제의 정벌 이후에도 북원의 세력을 완전히 축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머나먼 사막과 고원을 향해 진격하더라도. 유목민족은 언제든 본거지를 옮길 수 있으니.
영락제는 끝없는 술래잡기로 힘을 쓰느니 조공의 형태로 그들에 대한 무역을 허가하였으며. 이것이 마시(馬市)라고 칭한 관례화된 무역이었다. 그리고 이 마시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정도면 우리 부족에서 손꼽히는 준마들인데 40냥은 하겠소?”
“개 풀 뜯어먹는 소리도 하지마라. 어디서 말 한 마리에 은자 40냥을 받아먹어?”
“작년에는 이것보다 안 좋은 말도 은자 35냥에 샀으면서!”
본래 규정된 사절단은 1천명이고. 규정된 말의 가격은 상등품에 은 10냥이었다. 손사래를 치던 자는 수레에서 양모 한 덩어리를 꺼내서 말 위에 은근슬쩍 얹었다.
“거 기름칠이 필요한 모양이구려. 요즈음 양모가 좀 남아서 말이오.”
“달자 놈이 감히 뇌물로 속여 넘기려해!?”
“뭐야? 평소에는 넙죽넙죽 받아먹더니만 부족하시다면? 그건 뭐요?”
이상한 쇠막대기를 어께에 댄 병사와 단창을 든 병사들이 주변에서 몰려오기 시작했다. 사절단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던가? 명목상으로 숫자를 2배정도 부풀리고. 말의 가격을 4배정도 부풀리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네놈들의 사절단은 이천 오백이라 하였지? 아무리 봐도 그보다 수가 적으니 전부 세어주마. "
"이 미친! 우리 사절단이야!"
다 뒤엎고 도망칠수는 있어 보였지만 그렇게 했다면 이번 거래가 엉망이 된다. 명나라 병사들은 한명 한명 들어가서 짐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머리통을 이 보총으로 날려버릴 것이니.”
“니들 미쳤어? 우리가 잘못했으면 뭘 잘못했다고.”
“이제 제도를 바로 세울 것이니 불만을 가지지 말거라.”
그렇게 사절단은 각기 몸에 지닌 물건까지 검사를 받은 다음에야 풀려날 수 있었고. 말의 가격은 원래 규정된 가격보다도 후려친 1할 5푼만 받았다. 기대한 수익의 2할에도 못 미치며. 명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완전히 동일한 가격이었다.
“에센 타이시(太師 - 태사, 몽골의 직급)께서 이 일을 알면 격노하실 거요!”
“와라부의 태사회왕(太師淮王 - 형식상의 작위)이면 일을 제대로 행해야 하지 않겠느냐?”
사은품이 줄어들고 말의 가격을 적게 받았어도 필수품은 사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품목 중 가장 필요한 것의 가격이 껑충 뛰었다.
“솥이 왜 이렇게 비싼 거요! 가격이 2할은 올랐잖아?”
“우리도 가격이 올라서 별 수가 없다니까.”
“철물의 가격이 모두 이렇게 올랐다니 말이나 되는 것이오?”
오이라트의 중신인 알락은 시장을 돌아보며 기가 찼다. 말 가격을 이따위로 후려친 것이야 기강을 잡는다는 핑계라 치자.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물건인 솥의 가격이 이렇다니.
“대체 왜 가격이 오른 거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모르겠는데. 조선이 무역품으로 철을 많이 가져가서 그렇다니까.”
“조선이? 거기서 철이 왜 부족하다고? 철은 많은 나라 아니었나?”
나름 높은 직급에 있다 보니 조선에는 구리가 부족하고 철이 많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국가에서 값을 올릴 정도로 많은 물량을 가져간다고? 이것은 핑계이거나 정말 명의 정부에서 조선에 직접 철을 주는 것 이었다.
“태사께서 노하실 것이네.”
“알락님. 이 일을 어떻게 하지요?”
“명의 황제가 미쳤다고 말씀 드려야겠지.”
몽골은 수공업 능력이 부족하였고. 명에서는 남는 것이 인력이었다. 그렇기에 비교적 품질이 좋은 쇠솥이 주요 무역품목이 되었다. 옷이야 어떻게든 가죽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려면 솥이 무조건 필요했으니.
“그렇단 말인가?”
“면목이 없습니다.”
평소의 2할에 못 미치는 처참한 교역품의 양을 본 에센은 할 말을 잃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자기들끼리 내전을 벌이던 몽골을 집어 삼키는데 성공하였다.
기나긴 전투 끝에 오이라트의 4부족과 몽골의 40부족을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한 아버지는 황금씨족의 혈통을 제외한 모든 것을 물려주었다. 그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래 좋아. 그렇다 치자고, 우리가 너무 많이 남겨먹은 것도 어찌 보면 맞는 말이지.”
“그렇다 하여도 저희에게 창을 들이댄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에센은 그럴 수 있다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따로 있었으니.
“한번정도는 당해줄 수도 있는데 우리의 아래에서 빌붙어 먹던 고려의 후신. 조선에 대한 핑계를 대는 건 무슨 연유냔 말이다!”
“진정하십시오! 태사!”
“바얀. 이미 진정한지 오래다, 조선에게 편지를 써야겠으니 사람을 불러와라”
경박한 것 같은 말 속에는 칼날 같은 살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외교는 외교이며 조선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에센은 목을 가다듬고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는 글을 몰랐지만 말은 잘 할 줄 알았으니.
“우리 오이라트는 옛 북원이 시작된 강역을 모두 되찾았으니 후신임을 증명한 것과 같고. 그대들 조선은 고려의 후신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에 있던 나라가 서로 형제의 맹약을 맺었으니 새로운 형제의 맹약을 맺어 봄은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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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8년 4월 초. 전력을 다해 달린 북원의 사신은 평안도에서 잠시 머무르다 한양에 당도하였다. 평소에 달자. 달단이라고 통칭해 낮춰 불렀지만 외교관계를 비롯한 공식적 관계에서는 정해진 명칭대로 와라부(瓦剌部 - 오이라트)라고 칭하는 것이 관례였다.
“환대에 감사하나이다. 일전의 친서는 전달되기만 하였을 뿐 제가 직접 도성까지 들어올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중요한 서한을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괘념치 말라. 일전에는 칙서(勅書 - 황제가 내리는 명령)라 하여 거절하였으나. 그대가 가져온 것은 서한(書翰 - 편지, 여기서는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물론 세종대왕은 잠재적 적국인 오이라트에 대한 소식을 조금 더 밀접하게 알고자 직접 만난 것이었다. 오이라트 사신들은 평안도에서 받아들인 연유도 모르는 채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덕분에 제가 태사를 뵐 면목이 생겼습니다.”
“몽고(蒙古 - 몽골)의 서쪽인 와라부에서 먼 길을 오다니 고생이 많군. 그대가 와라부의 승상 아라지원(阿剌知院 - 알락) 인가?”
“그렇사옵니다. 태사께서 조선국의 임금께 청할 것이 있다 합니다.”
사신으로 온 자는 명에서의 무역을 담당했던 알락이었다. 그 옆에서 인사를 하는 자는 다른 승상인 첩목아(帖木兒 - 테무르) 이었고.
“읽어 보라.”
“…전에 있던 나라가 서로 형제의 맹약을 맺었으니 새로운 형제의 맹약을 맺어 봄은 어떠하겠는가. 그리 하여 서로가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으면 좋을 것이고…….”
“저 오만 방자한 것이!”
세종대왕이 손을 들어 올려서 분노하는 대신들을 제지하였다. 고려라는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는 것 자체가 무례한 것이니 당연히 나온 반응이었다.
“그만! 사신이 무슨 말을 하던 들어야 한다. 계속 하라.”
“근래에 들어 명국에서 무역을 감축하고 가장 필요한 철물을 줄이려고 한다. 이에 백성들이 굶주리며 비싼 가죽으로 솥을 만들어 비참하게 먹어야 하는 신세이니…….”
간단히 요약하면. 고려와 원이 형제이듯 우리도 형제이다. 명에서 우리에게 팔던 생필품으로 겁박하니 이제 그대들과 정당한 교류를 해야 할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대체 명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란 말인가?”
“매번 지내던 마시에서 가격을 2할로 후려치는 것도 모자라 이상한 쇠막대기와 단창을 들고 겁박하여 교역품의 가격을 2할로 깎았습니다.”
“명국과 와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명의 번국으로서 관여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쇠솥과 무명이 부족하다 하니 잠시 기다리도록 하라.”
사신들이 물러나자 세종대왕은 명의 정통제에 대한 평가를 급격히 낮췄다. 대체 한번 기를 꺾어야 한다면서 이런 얄팍한 수를 벌이는 건 무슨 계첵인가? 격장지계(激將之計 - 화를 돋궈 원하는 바로 이끔)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 이다.
“우선 저들이 먼 길을 통해 왔으며 값이 나가기 이를 데 없는 모전(毛氈 - 양탄자)을 들고 왔으니 답례를 해야 한다. 무명 일천 필과 쇠솥 오십 개를 보내도록 하라.”
“전하! 저 간악한 달자들을 내치시옵소서!”
“아니다. 그리고 정인지를 주문사(奏聞使 - 명에 소식을 알리는 사신)로 보내 이 일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여라.”
세종대왕은 머리가 아파왔다. 6년 전(1442년)에 몽고의 명목상 지배자인 대총 한(岱總 汗 - 타이순 칸)이 칙서랍시고 사람을 보내왔었다. 그 당시에는 넘어갈 수 있다 생각했지만. 이제 사태는 점점 험악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만주를 토벌하기 위해 명과의 거래를 마친 상태니 빠져나올 방법도 없었다.
“전하 와라부의 달자들이 독하다 한들 명국에 비할 바가 있겠습니까?”
“그런 멍청한 말은 집어 치워라! 세상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있다지만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일전에 아국의 신하가 된 달자가 저들의 군세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느냐?”
“달자 중 여진에게 가로막혀 아국까지 올 능력은 없지만 동쪽으로 삼만의 기병을 보낼 수 있다 하였습니다.”
“이만주의 토벌을 시작으로 해서 모든 계획을 다시 논의하도록 한다. 지변사재상 김종서를 비롯한 신료들을 부르라!"
수양대군의 말이 걸렸다. 그 중에 절반이라도 실제로 벌어져서 명의 군대가 패배한다면. 저들은 그 공백을 틈타 요동 일대를 공격할 것이며. 여진족들이 밀려나서 조선으로 노략질을 하러 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라의 피해를 최소화 할 대책도 세워야 한다.
“활연관통(豁然貫通 - 환하게 통하여 도를 깨우치다)을 하려면 고난이 필요할 것이니. 언제까지 이 자리에 앉아 만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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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서방. 아니 이제 마 부사라고 해야 하나? 요즘 어떤가?”
“바빠 죽겠습니다.”
훈련도감에 있는 입신체비장은 병종별 훈련과 연계된 도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총수는 기본적인 운동을 하면 되지만 팽배수, 창수, 장검수는 각기 다른 운동을 해야 하니까. 거기에 보조인원이 넷이나 생겨났는데 1기 출신도 있었다. 아 벌서 표정이 썩어들어가네.
“50명 정도는 한번에 할 수 있을 것 같군.”
“아직은 바쁘지 않지요. 정음을 다들 떼는 시점인 5월부터 정말 바빠집니다. 처음에는 조금 더 편안했는데 말이죠.”
“그때가 되면 밖에서도 단련을 하게 준비를 해 둬야겠군.”
정음과 수학을 배우는 시스템은 약간 변했다. 기존에는 오후 군사관련 수업 반시진에 정음 수업 반 시진. 이후 한 시진은 자율 및 정비시간으로 두었다면. 이제는 무조건 정음부터 익히게 한다. 정음을 익혀야 수업 효율이 좋아지니.
“어허 좋은 신체로군.”
“네? 어르신 저 말입니까?”
딱 보아도 어께가 떡 벌어지고 특히 등 근육이 멋진 녀석이었다. 입신체비장에 끌고 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 단련법이나 물어볼까 했는데 아는 눈치다?
“그 훌륭하신 몸은? 수양대군 어른이 아니십니까?”
“날 아나?”
“물론입니다. 제 스승인 원 생원님이 그렇게나 말씀하시던 분이니까요.”
원주 출신으로 그냥 저냥 공부하던 그 사람? 제법 몸은 좋고 편지도 많이 보냈는데 이 녀석이 동쇠인가 그 녀석이었나? 등빨을 단련하기 위해 노가다 대용으로 곡괭이질을 하라고 추천했는데.
“마음이 변하게 되면 언제나 마 부사를 통해 연통을 주게. 자네는 타고 난 몸이야.”
“어찌 생원님의 말씀과 이리도 같으신지. 정말 감사 합니다 대군어른!!”
“마 부사. 내일 아침 일을 쉬는 자들을 불러 모으게.”
현대 피트니스 센터처럼 동선 연구도 없고. 우선순위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는 시대인지라 안이 어수선한 것이 문제였다.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편하게 쓰도록 기구의 배열과 위치를 수정하니 꼬박 하루가 지났다.
이제 우공도 보러 가야지. 우공은 제중원(濟衆院)에서 냉찜질용 얼음수건을 빨아서 쌓아놓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냉찜질의 개념이 없어서 각종 부상이 악화되기 쉬웠으니 훌륭한 일이다.
“대군어른!”
“잘 지내는가? 표정을 보니 잘 지내고 있군. 얼음수건은 언제나 청결해야 하네.”
“한번 사용을 끝내면 삶아서 씁니다. 그나저나 빙고(氷庫)에서 얼음을 제때 지급하니 정말 좋습니다.”
“사람이 다치면 우선 얼음으로 몸을 식히는 것이 답인데 다들 알지 못해서 말이야.”
의원 여섯이 우공의 보조로 있었다. 일이 그리 많지 않고 배우는 입장이어서 급료는 많지 않지만. 여기서 일하면 주변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의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놓아서 인기가 많다더라.
“뭐 문제 될 것이라도 있나?”
“따로 없습니다, 대군어른께서 직접 보신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천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온다. 문제가 있을까? 했는데 병상의 수는 문제가 아니지만 병상들이 다 트여있어서 조금 거시기 했다. 이건 사이사이에 가림막을 놓으면 해결 될 일이다. 친한 사이면 가림막을 치우게 하면 되고.
그렇게 며칠 동안 훈련도감의 두 시설들을 손보고 나니 도성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복식을 한. 오이라트의 사신 행렬이 북쪽을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금성대군과 함께 그 모습을 보니 정말로 말박이중에 말박이다.
“와라부에서 사신을 보낼 줄은 몰랐는데.”
“와라부라뇨? 몽고가 아닙니까?”
말박이들의 원조는 아니고 방계이지만. 현 시대 가장 강력한 말박이들이 말안장에 무명과 무쇠 솥을 짊어지고 한양을 떠나가고 있었다. 이미 역사가 틀어졌지만 토목의 변 하나만큼은 원본대로 일어났으면 하는데 아마 안 그럴 것 같다. 그리고 금성대군 요놈아!
“악! 왜 어께를 누르십니까! 악!”
“욘석아! 7년 전에 오만하게 칙서랍시고 내던진 것을 잊었단 말이냐? 놈들은 벌써 요동부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저 그때는 관례도 올리기 전이었습니다.”
“그렇구나. 미안하다.”
원래 역사에서는 오이라트를 비롯한 몽골의 동군과 서군의 두 군대가 있었고. 서군은 토목의 변을 일으키고 동군은 여진족들을 헤집으면서 요동까지 쳐들어와 방어시스템을 어지럽히고 돌아가지. 그 과정에서 이만주가 힘을 얻어서 다시 날뛰면서 폐사군에 대한 복구도 불가능해지고.
“저들이 그나마 아국의 북에 있는 달자, 여진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달자들은 다 똑같은 달자 아니었습니까?”
“아니다. 여진족은 과거 몽고에게 국가가 멸망당하고 철저히 짓밟혔다. 그러니 아직도 그 앙금이 남아있어서 사이가 좋지 않다.”
그래봤자 지금 이 시기에는 부족마다 많아야 1000명 단위로 골기와 석기 그리고 철물이나 주워서 쓰고 말 정도로 철저히 박살난 상태겠지만.
“그렇다면 이만주 그놈을 어찌하여 십년 간 못 잡은 것입니까? 명국의 땅에 있다 한들 군사를 몰아 포위하면…”
“가진 게 없으니 그냥 도망가면 된다. 농사를 하는데 노력하지 않고. 농사를 망치면 아국에 들어와 약탈하고, 농사를 잘 지으면 약탈하지 않고. 그렇게 산다더구나.”
“그냥 집이나 전답(田畓 - 농토)도 다 내버려 두고 도망간단 말입니까?”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얘들은 유목민인 것 같기도 한데 농사를 짓는 것 같기도 하고. 문명이 철저하게 몰락해서 닥치는 대로 하는 애들 같다니까. 아직 창고도 없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