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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41화 (41/573)

< 1장 40화 - 자원이 부족합니다(2) >

신전자초방(新傳煮硝方)의 내용은 머릿속에 대략적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신전자초방의 내용과 현재 조선의 화약 제조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조선과 다른 점은 짠 흙을 피할 것, 그리고 코닝(corning)을 할 것. 이 두 가지인데 그런 것이야 나중에 적용하면 되는 거지.

“어휴 지독한 냄새.”

“오늘은 뭘 해야 하죠?”

인부들은 냄새가 올라오지만 그래도 버틸 만 하다고 나름 좋아하고 있었다. 적어도 뒤섞지 않으니 토하는 이 까지는 없어졌지만 더러운 작업인건 매 한가지다. 지금 상태는 시커먼 색의 퇴비 덩어리다.

“한번 파 보게.”

“그럼 파겠습니다! 우웁 우웨엑!”

“생선 대가리는 이제 형체도 없어졌군. 우웁! 그렇다면 봉분처럼 위로 쌓아 올리게.”

넣어둔 음식물 찌꺼기들이 슬슬 삭혀지는 것 같아서 봉분 형태로 만들었다. 예전에 읽은 역사서적에서 봤던 영국의 화약 제조법이 이것이다. 바닥에 불투수층을 만들고 흙, 거름, 음식물 찌꺼기, 소변과 재를 채우고 섞어서 숙성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냄새가 정말 끔찍하군. 이제 봉분처럼 위로 북돋워 올려 쌓게나.”

“이것을 또 파라굽쇼? 잠시 토하고 오겠습니다!”

“알겠네.”

이제 인부들은 물을 한 됫박 마시고 미리 구토를 하고 일을 나선다. 나도 토하고 싶은데 체통이 있으니 참아야지.

“이제는 준비한 소변만 봉분 위로 천천히 붓게. 볕에 졸여서 부으면 좋을 걸세.”

“뒤섞지 않고 소변만 붓는 것입니까?”

“이봐 천천히 부어! 옷에 튀면 끔찍하니까!”

영국에서 만들었던 방식이면. 숙성된 흙을 봉분 형태로 만들고. 소변을 부어가면서 염초 결정을 기른다. 2년 주기로 수확하면 1㎡ 당 2~4㎏이 나왔던가? 과연 이게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봉분을 만들고 한 달이 흘렀다.

“허연색 이끼가 올라옵니다.”

“뒷간의 흙과 비슷하군.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다가가서 만져본 군기감 장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 것을 찍어 혀로 맛을 보는데 장인정신이 정말 투철하군! 저런게 포상인 업계는 없다. 스캇매니아도 거를 끔찍한 물건이니!

“쓴 맛과 짠 맛이 납니다. 거의 염초의 맛이군요.”

“그렇다면 여기에 염초가 올라오는 게 맞나?”

“그럴 것 같습니다만 다 자라지 않았으니 함부로 퍼낼수는 없습니다.”

냄새도 많이 줄어들고 표면에는 서서히 하얀색으로 염초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3개월을 더 숙성해서 11월에 시험하면 가장 적절할 시간이다. 성공하면 농번기를 피해서 일제히 명령을 내릴 수 있으니까.

“저희가 석달을 넘게 일해서 이 상황이라면. 뒷간의 흙이 더 나아보입니다..”

“아바마마께서 염초의 부족을 해결할 방도를 마련해 보라 하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관아의 흙과 궁궐의 흙도 캐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은 얄팍한 방법이다.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라면 언제라도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질산칼륨 결정의 성장이 확인 되었으니 이제 코닝을 개발할 차례지. 다행히도 이런 저런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연안에 만든 염전에서 힌트가 하나 있었다.

“내려가며 황해도 연안에 들려서 성과의 확인이나 하자꾸나.”

“연안도호부면 형님이 착안하여 만드신 그 곳 말입니까? 염분(鹽盆)에요?”

“그렇다. 어차피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데. 거기서 배를 타도 똑같으니 확인을 하고 싶구나.”

이제 임영대군이 주도적으로 나설 차례다. 나 혼자서 일을 하면 너무 작위적이기도 하고 재능이 있는 자를 미래지식으로 죽여 버리는 느낌도 드니까.

“여기가 형님이 자리를 봐둔 곳입니까?”

“그렇다. 제법 넓어졌구나.”

염전을 만든 지도 3년이 되었다. 그 동안 염전은 현대처럼 벌판은 아니더라도 꽤 넓은 면적으로 전오지(미리 증발시켜 염도를 올리는 곳)를 두었고. 자염을 만드는 솥도 많이 늘어났다. 거기에 나름 천일염의 품질에도 신경을 쓰는 지 깨진 기와들을 바닥에 깔아두었다.

“이것이 흑토입니까?”

“맞다. 흑토 중에서도 질이 떨어지는 녀석이지. 그런데 모양이 왜 이렇지?”

이미 소식을 듣고 온 거다. 질이 떨어지는 토탄을 조금이라도 잘 쓰기 위해 틀에 넣고 찍어내서 현대의 압축탄 같이 사용한다 했지. 나는 모르는 척 인부를 불러서 물어봤다.

“이보시게. 왜 흑토를 이렇게 찍어내서 쓰는 것인가?”

“가루로 쓰면 잘 타지 않아서 이렇게 덩어리를 만들어 쓰는 것입니다.”

“가루가 타지 않는다고?”

주변을 보니 이미 토탄을 여러 형태로 가공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기왓장만한 것부터 손톱만한 작은 덩어리까지 다양하게. 구공탄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루로 만든 것은 타지 않고 손톱만한 덩어리가 탄단 말인가.”

“형님?”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몸이 둘이면 좋으련만.”

슬쩍 눈치를 주니 임영대군도 토탄을 만져본다. 네 머리로 화약 코닝(corning)에 대한 지식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라고 걱정 했는데 뭔가 알아차린 눈치다.

“화약도 가루이고 이 토탄도 가루입니다. 화약을 뭉친다면 효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그러나 어떻게 뭉쳐야 하는지 그 것을 알려면 시일이 많이 걸릴 것 같구나.”

나는 답을 알고 있지. 물을 조금씩 뿌려 딱딱한 반죽을 만들고 그걸 잘 섞은 뒤 체에 내리는 거니까. 임영대군에게 자신감이 슬슬 보이네. 녀석은 뛰어난 형과 일해서 뭐라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모양이다.

“이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형님께서는 염초전을 다루어 주십시오.”

“알겠다. 군기시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 시험할 화약 정도는 충분히 줄 것이다.”

나중에 코닝 과정을 개발하면 거기다 흑연 뿌려서 뒤섞으면 적당하겠지. 다들 재능이 있는데 나 혼자서 날뛰면 곤란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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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에 또 필요한 재료는 당연하겠지만 유황이다. 숯이야 버드나무 가지의 숯이 가장 좋다 하지만 참나무를 제외한 목재 자원은 충분하니까. 어디서 또 유황을 찾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아예 일본으로 가서 유황을 더 수입해? 하고 있는데 공조에서 의외의 소식이 들려왔다.

“석류황(石硫黃 - 유황)을 발견했다. 그런 말인가?”

“그렇습니다. 보령과 문경에서 흑토를 잘 사용하고 있기에 사람을 시켜 산야를 돌아다니며 찾게 하다 해주목 인근 청단(靑丹 - 현 북한 청단군) 일대에서 광맥을 찾았다 합니다.”

“맞아. 주상전하께서 지방관과 장졸들에게 포상을 후하게 내린다 하셨지. 그런데 어찌 유황을 찾았는가?”

아직도 석탄을 찾아 산야를 떠도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유황 광산이라? 이건 대박이다. 하지만 진짜 대박인 몇 군데 있는 구리광산은 왜 못 찾는지 모르겠다. 한반도에 아예 구리가 안 나서 구리인지도 모르는 것 아니야?

“군관이 산을 오가다가 금과 착각하여 자연동(自然銅 - 황철석)을 찾았는데 다른 것 보다 유황냄새가 심하다 하여 불로 달궈 보니 석류황이 많이 나왔습니다.”

“나도 얼핏 보고 금이라 착각했네. 금보다는 광택이 없고 형체가 각이 딱 잡혀있군.”

공조 관리의 손에 들려있는 철광석을 받아 불에 넣으니 유황냄새가 슬슬 올라온다. 황철석이 한반도에 별로 없는데도 용하게 찾아냈네.

“금은 아니더라도 귀중한 것을 찾았네.”

“별 말씀을요. 군관들이 금이라고 벌떼같이 달려가 캐 내었는데 캐고 보니 너무 양이 많았다더군요. 색도 금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 고장에 금이 그리도 많았으면 옛날에 난리가 났을 거네.”

그 말을 들어보니 다른 초석 채집법도 생각이 났네. 구아노가 한반도에 있던가? 박쥐의 똥이 있는 곳을 찾아보아야지.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동굴을 찾은 기록이 있는 지 확인해보게. 물이 많이 들어차지 않고 편복(蝙蝠 - 박쥐)이 있는 동굴이면 더욱 좋다네.”

“편복이요? 왜 하필 편복이십니까. 야명사(夜明砂 - 박쥐 똥)는 약으로 쓰긴 하지만 집에서만 채취하는 것입니다.”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네.”

알려준 곳에 다시금 사람을 보내게 하였다. 몇 곳의 동굴을 찾아 야명사의 덩어리인 박쥐 구아노를 채집하게 했는데 팔십근. 한반도는 동굴도 물이 넘쳐나서 구아노가 쓸려내려 갔는지 양이 적다. 조용히 포기하고 염초를 우려냈는데 변환비율이 엄청나다.

“야명사가 오래 묵으면 사분의 일이 초석이 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 보았자 전국 팔도를 뒤져서 나온 것이 이만큼이오.”

“앗… 아아…….”

수율은 대단하지만 양은 대단히 적지? 그렇게 전국 팔도를 뒤져서 구아노를 찾았는데 현재까지는 80근이 한계였다. 나중에 정크선이 발달해서 태평양을 다닐 수 있을까? 그때가 된다면 나우루의 인 광석을 약탈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섬을 아예 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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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7년 11월. 평가는 언제나 싫다. 특히 매의 눈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적들을 화약으로 족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있는 형님에게는 더더욱 싫다. 궁궐 후원 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바마마의 명이라지만 평양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 것도 좋다. 네가 만든 염초전(焰硝田)에서 채취한 흙으로 염초를 조제해 보았는데. 세 근이 나왔다.”

내가 만든 초전은 한 평(3.3㎡)의 넓이였다. 여기서 나온 초석은 6개월 동안 약 3근(1.8kg)을 생산해 냈고. 영국의 방법이면 2년 동안 1㎡에서 2~4㎏이라 최대 13.2㎏을 생산할 수 있었는데. 숙성 기간이 짧고 장마철도 있으니 수율이 떨어진 것 같다.

“그렇다면 기존에 염초를 굽던 것과 비교하면 효험이 어떻습니까?”

“기존에 흙을 모아온 것의 칠할 정도가 나왔다.”

“칠할 이요?”

그렇게 난리를 치고도 고작 70%? 그렇게 오줌을 붓고 인부를 시켜 삭히는 짓을 했는데 기존 염초 조제법을 뛰어넘지도 못했다니. 영길리 놈들은 왜 이런 것을 했지? 가만 얘들도 흙은 조선에서처럼 각지에서 채취했잖아?

“훌륭하다. 내 이런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염초라 함은 사람이 사는 곳 각지의 흙을 섞어 만드는 것 인데. 네가 한 것이라고는 오줌과 재를 섞어 모은 것 외에는 없지 않느냐.”

“공임이 많이 들지 않습니까.”

당장 맞장구를 치고 싶지만 겸손해야지. 나는 지금 초석의 절대 양이 부족하다고 실망중인 거다. 그렇게 자기세뇌를 했다.

“생각해 보거라. 염초는 아주 귀한 물건이며, 재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소변은 퇴비를 만들면 모를까 그저 변소에 모아뒀다 퍼가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재료를 구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너의 말대로 소변을 모아와 부은 이는 평양 전체에서도 육백이 되지 않았다.”

계산을 해보자. 평양을 비롯한 평안도, 황해도 일대에서 초석을 잘 만들 환경이 주어진다. 여기에서 어느 정도 도시에 사는 사람은 5만정도 되겠지. 그렇다면 숙성기간을 1년으로 잡고 굴린다 치면?

“그렇다면 평양과 개경 일대의 사람들이 모두 소변을 모아온다면.”

“내 짐작하건데 500근은 거뜬히 나올 것이다.”

“500근이요?”

“일 년마다 평양과 개경에서만 그 만큼이 나올 것이다.”

계산을 해보자. 초석의 숙성은 습도가 높으면 젬병이니 다른 지역에서는 절반의 효율이라 치자고. 조선에서 도호부사(都護府使 - 종3품 관료) 이상이 다스리는 곳은 한 60곳 되겠지?

거기에다 도성을 비롯한 대도시도 있고. 그렇다면 대충 조선 인구 중 30만은 소변을 공급할 수 있을 거다.

“전국 팔도에서 소변으로만 만든 초석이 3000근에 달할 것입니다.”

“그렇지. 아바마마께서는 이미 교지를 작성하고 계신다. 전국 팔도에 있는 모든 관아에 이 방법을 시행하라 명하셨다.”

“하오나 관아에서도 악취가 심하다고 일을 거를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 염초전을 만들 것인데. 그들이 어찌 거를 것 같으냐.”

그래서 후원에서 보자 하셨군요. 냄새나는 것도 궁궐 후원에 두니까 니들도 까라는 세종대왕님의 말씀. 신료로써는 포상인가 그거인가? 정작 여기는 후원 가장 구석진 곳이어서 냄새는 안 날거고.

“그리고 구(임영대군)도 만나보았다. 그 아이가 너에게 배웠다 하며 별응법(別凝法 - 나누어 굳히게 하는 법)을 만들어 내더구나, 덕분에 화약의 위력이 이 할이나 올라갔다.”

“화약의 정제법 말씀이십니까. 저도 염전을 살펴보다 백성들에게 배운 것인지라.”

“그런 것을 찾아내는 것이야 말로 훌륭한 것이다.”

임영대군은 화약에 매달려 살다 얼마 전에 별응법이라는 명칭의 코닝 방법을 개발했다. 지금은 군기시에서 무기별로 최적화 된 크기를 찾기 위해 매달려 있겠지.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어찌하여 이리도 급하게 움직이시는 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본디 그러실 분은 아니시다. 하지만 올해 초 명에서 칙서(勅書)가 내려왔다. 조만간 오만한 달단을 징벌할 것이니 협조하라는 공문이었지.”

토목의 변? 그거 1448년 조공무역을 빡빡하게 하면서 시작된 것 아니었나? 1년이나 더 빠르게? 아차, 보총을 쥐어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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