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33화 - 훈련도감(2) (내용수정) >
훈련도감은 공식적으로 2월에 초모를 통해 입소자를 받으며. 초모에 응한 인원이 그 해 9월 9일 중양절에 졸업을 하고 해당 부대로 이동해 병사들의 장인 참교(參校 - 현 하사)가 된다. 이후 2년 더 근무 하면 부교(副校 - 현 중사) 그리고 3년 더 근무해야 정교(正校 - 현 상사)로 임명된다.
전공이 클 경우 바로 관직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 해도 전투를 치르면 경우에 따라서 1개월 최대 6개월의 기간이 단축된다. 거기다 정교 이전에는 종9품에 해당되는 급료인 연간 30석. 정교가 되면 공식적으로 정9품의 관직으로 임명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다들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비교적 거부감이 있는 신체검사도 다 잘 하게 되었고.
“전부 신장과 체중을 기록 하였는가?”
“여기 있습니다. 분부하신 대로 신장은 황종척으로 기록 하였습니다.”
“나가보게. 잠시 확인할 것이 있으니.”
221명 전원의 신장과 체중을 재서 평균을 내봤다. 내금위 군관들은 다들 건장한 사람들이 왔다면서 좋아하고 있는데 이 숫자만으로 보면 건장하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평균이 5자(166.5㎝)도 안 되는 4자 8치(159.8㎝)다.
“분명 조선시대 평균 신장은 161이었는데. 그마저도 회곽묘 안의 유골이나 출토된 뼈들 기준이어서 약간 크게 잡혔다 하지만 160으로 봐야하지 않아? 그리고 체중은 또 뭔데? 평균 97근? 말이 안 되는데.”
얼마 전 삼대 운동 1200근을 찍을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뭔가 잘못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표준 자는 33.3㎝다. 약간 오차가 있어도 그 정도일거고 한 근은 약 600g이다. 그걸 바탕으로 한 내 키와 체형은 175㎝에 105㎏이다.
내가 아는 두 단위가 모두 틀리다면? 내가 치수를 아는 유일한 유물은 속칭 에밀레종. 정식 명칭은 성덕대왕신종이다. 아래의 지름이 2.27m이니 이걸 하부 탁본을 뜨면 정확한 길이를 알겠지. 그렇게 집으로 보내는 서찰을 쓰는데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군어른께서 분부하신대로 정음의 순서대로 사람들을 분류하였습니다. 강 씨 성을 가진 사람들부터 처음으로 면담하실 것입니까?”
“한 다경(약 15분 뒤)부터 한명씩 들어오라 이르게.”
이제 입소한 자들을 면담할 시간이다. 처음이니 정성껏 면담을 해야지. 그렇게 목록을 보면서 잘못 섞여 들어온 역사적 인물을 찾았다. 아주 부정적인 역사적 인물이었다.
“홍윤성(洪允成) 자는 영해(領海). 1425년 을사년 출생. 수양대군의 부하이자 인간백정 홍윤성?”
221명의 훈련병 중 황 씨가 없어서 가장 마지막인 221번을 받았다. 하나하나 면담을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으니 별 수 있나. 그렇게 삼일동안 오후시간 내내 면담을 했다.
“훌륭하네. 평양 인근에서 사노비로 있으며 모아놓은 오승포로 면천을 하였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인어른께서 납속에 미치지는 못하는 양이지만 용력을 보아 한번 초모에 응해 보라 하셨습니다.”
“알겠네. 앞으로 노비를 초모에 응하게 하여 훈련소를 마치게 만드는 이는 노비 값의 곱절을 포상으로 주어야겠군. 들어가 보게. 홍윤성 들어오게.”
홍산이? 노비 이름을 뭐 저렇게 지었어? 다 지나가고 마지막 순서인 우리의 독버섯 홍윤성의 차례다. 얼굴을 보니 2차 시험에서 아주 수월하게 근력운동을 통과한 녀석이었네?
“홍윤성 아니 홍영해.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네. 편하게 이야기해 보게.”
“충청도 회인(현 보은군 회인면) 출신입니다. 몸이 날래고 용력이 있다 자부하나 집이 잘 사는 편이 아니어서 무과에 응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훈련도감의 초모를 듣고 음보로 감영에 들어가 몇 년을 고생하느니 제대로 출세하고 싶어서 이 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무과에 응시할 수 없었던 것은 기마 때문이 아닌가? 잠시 손을 펴보게.”
수양대군과 활쏘기를 겨뤄서 사귄 자여서. 손을 보니 굳은살이 아주 알차게 박혀있었다.
“손에 보니 활을 많이 쏘아서 굳은살이 잘 잡혀있군. 이거 입신체비를 하기 이전의 나였다면 호적수였을 것 같네.”
“그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얼굴을 들지 못하겠습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는데 이제 스물 두 살인 홍윤성을 고쳐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높으신 분을 만나서 얼어있는 것인지 아직 세상의 파도에 쓸리지 않아서 인격 형성이 덜 된 것인지 구분은 가지 않지만.
“이 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는가?”
“보졸들의 장이 되어 그들을 다룬다 하였습니다.”
“나중에도 알려줄 것이지만. 규율은 지엄한 것이고 명령은 완수해야 하는 것일세. 그리고 그 것을 달성하기 위해 험한 수를 쓰지 않고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네. 사람을 때리고 억눌러 말을 듣게 하는 게 아닐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긴 이해를 하였다면 자네는 벌써 훈련을 다 마친 것이겠지. 이만 들어가게.”
정말로 고민되는데 어차피 훈련 과정에서 서로의 유대감을 갈라놓고 악의가 솟아오르게 만드는 상황은 여러 번 일어난다. 여기서 본보기 삼아서 아주 박살을 내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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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먹고 뛰고 가만히 있는데 뭐 훈련을 받는 건가? 안 그렇소 홍 형?”
“이건 적응을 시키는 것 일세. 지금 제식훈련이 뭘 의미하는지 나는 알 것 같은데.”
“말을 빠릿빠릿하게 듣는 것 말이오? 하긴 그것만 되도 정병은 맞지.”
훈련도감은 아직 본격적인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주변 산길을 한 십리(4km)정도 뛰고 돌아와서 훈영체조(국군도수체조의 조선시대 수정본)로 몸을 풀고 제식훈련이라는 것을 한다. 이 간단한 것도 열흘 가까이 지났는데 틀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줄줄이 좌로- 갓!”
“얌마 좌측! 좌측!”
“잡담은 하지 마라!”
가끔가다가 너무 심하게 틀리는 자나 아예 딴청을 피우는 자는 발길질을 당하거나 볼기를 한 대씩 지휘봉으로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점심에는 웬 유생들이 와서 정음을 가르쳐주는데 훈련생들 중 슬슬 깨우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훈련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시간은 달단족의 종류는 어떻고 야인들은 어떻고 왜놈은 어떻고 하는 정보교육과 유교적 지식을 채워 넣는 정신교육이었다. 그렇게 석식을 먹고 나서는 한 시진(2시간) 씩이나 자유시간이다.
“홍 형? 뭐하쇼?”
“뭘 하긴. 괜히 단련실 이라는 것을 만들 줄 아는가? 자네도 같이 가지 그래?”
“되었소. 별달리 하는 일도 없는데 지금 쉬어둬야지.”
홍윤성은 출세하고 싶었다. 그 것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으며 이미 궁시를 배워 관직까지 1년의 시간을 벌었다. 전선에서 몇 번만 전공을 세우면 과거시험을 보는 것 보다 더 빠르게 진급이 가능하다. 그런 뜻을 가진 분들이 단련실을 괜히 만들었겠는가.
“궁금해서 보러 온 것이라면 그냥 보다가 돌아가게.”
“나리는 어느 분이십니까?”
그의 눈앞에 생소한 것들이 널려있었다. 대역기라는 것은 직접 초모 자격을 증명하는 시험에서 만져 본 것이기에 익숙했지만 나무를 깎아 만든 커다랗고 짧은 몽둥이, 목봉 끝에 매달린 돌, 돌로 만들어진 자물쇠 같은 것 등등을 보자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했다.
“종 8품 부사정보(副司正補 - 훈련도감에서 일하는 군 관련 인원이 아닌 자를 위해 만든 별도 관직. 본디 있는 정8품 부사정은 오위군의 지휘관 보조자이다)로 있는 마일용일세.”
“실례했습니다! 마 부사정보님. 이것들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요.”
“그냥 마사정 아니 이건 좀 그렇군. 마 부사(副司)라고 부르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였나? 내 친히 알려주지 아주 잘 알려주겠네.”
“그런데 왜 웃으시는 겁니까?”
그날 단련실 에서는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다음날 홍윤성은 아침 운동 중에도 신음을 삼키며 억지로 웃었다. 그리고는 저녁이 되자 아주 천연덕스럽게 입을 열었다.
“앞으로 훈련이 굉장히 힘들어 질 걸세. 어제 단련실에서 마 부사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는데 자네들도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형님께서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런데 왜 웃고 계시오?”
“내 몸이 좋아지는 만큼 자네들의 몸도 좋아질 것 같아서 말이야. 부사님! 오늘도 하러 왔습니다!”
“이거 영해 아닌가? 그 친구들은 누구인가?”
“이 좋은 것을 같이 하러 왔습니다.”
산속이며 아직 겨울이어서 밖은 횃불만 밝혀져 있었다. 단련실은 등불을 여러 개 켜 놓았지만 어두침침해서 깊고 어두웠다. 그렇게 깊고 어두운 곳에서는…….
“아아 이것이 천축퇴(天竺槌 - 인디언 밀) 라는 것이다. 목봉을 천천히 돌리며 악력과 병기를 돌리는 손재주를 늘리는 데 탁월한 효험이 있지.”
“정말 50회를 아앙아악!”
“50회도 조금 부족해 보이는군. 자네의 그것은 부와(俯卧 - 팔굽혀펴기) 라는 것일세. 아무런 것이 없이 자신의 몸뚱이만으로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운동이지.”
팔굽혀펴기를 하던 홍산은 사십 회를 마치고 바닥에 철퍽 누워버렸다. 그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이것을 어떤 분이 창안한 것입니까?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누구긴 누구야 자네들과 일일이 면담한 수양대군 어르신이지. 자네들이 택할 병구(兵具 - 무기)에 따라 좋은 운동이 전부 다른데 일단 뭘 고를지 모르니 전부 다 해봐야지.”
“저 저는 방패수(팽배수의 옛 명칭)를 할 것입니다! 천축퇴는 돌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저기 눕혀져있는 사십 근(25.6㎏)의 거패(巨牌)를 써야겠군.”
두께와 크기 모두가 두 배는 넘는 훈련용 방패를 본 훈련생은 눈치를 보며 문으로 도망가다가 마일용의 손에 의해서 잡혀버렸다. 그 우악스러운 손아귀를 벗어날 자는 이 훈련장 안에 수양대군 말고는 없었다.
“저 저 이만 나갈게요!”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왔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홍 형! 형이 나를 팔아넘긴 거요!”
“아닐세. 다 같이 즐겨야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 외엔 방도가 없지 않는가?”
그 날 단련실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는 몇 배로 커졌고. 다음날 아침운동 시간에 미소를 짓는 자들은 몇 배로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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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주가 되자 정음을 깨우친 자가 전체의 삼분의 일 정도는 되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예상은 한 달이 되어야 삼분의 일인데 진도가 빠른걸. 기초훈련의 시간이 되었으니 병기를 고르게 하였는데. 무엇인지도 모르는 보총수는 다들 기피하였다.
“보총수는 얼마 전 세자저하께서 개발하신 새로운 병기를 다루는 자리일세. 아 너무 많이 가지는 말게. 한 병종에 칠십 명이 넘으면 아니 된다네.”
“방패수 41명, 보총수 66명. 창수 51명, 장검수 63명입니다.”
“그래 방패수가 조금 적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네. 장검수가 많다니 아주 기쁘군.”
훈련장 뒤편에 있는 창고에서 수레들이 연병장으로 몰려왔다. 수레에는 훈련용으로 사용되는. 실제 지급될 무구들보다 1.5배 무거운 녀석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각자 병종에 맞는 무기들을 집게. 아직 무기에 능숙하지 않은 이가 있으니 먼저 나무로 만든 물건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네. 그리고 보총수는 따로 들어가 교육을 받게나.”
“이거 방패수가 쓰는 물건 맞습니까?”
지급받은 방패는 쇠 테두리를 둘러 파손을 막고. 철판이 안 붙어서 무게를 맞추기 위해 두께를 더 두껍게 만든 거대한 방패였다. 훈련생이 잡으니 눈 위만 나오는 크기이다.
“원패가 아닌 장패(長牌 - 직사각형 방패)일세 높이는 황종척으로 4자(132㎝)에 폭은 한자 여섯 치(52.8㎝) 두께는 한 치 반(5㎝)일세.”
“무엇하나? 첫 훈련은 방패를 사방으로 빠르게 돌리는 것이니 어서 동작을 따라하게.”
“이거 들기도 버거운데 으으으으!”
어느 새 내금위 군관들이 달라붙어서 쉴 틈도 없이 훈련을 시킨다. 방패가 이렇게 크고 둔탁하게 된 이유는 방어 범위를 늘리는 것이 첫 번째. 실전성이 있으려면 커야 하는 것이 두 번째. 세 번째는 유효사거리인 백보(166m) 에서 보총에 안 뚫리려면 저 정도는 필요하더라고. 운총? 포기하자. 두치총? 가루가 되더라.
“이게 장검입니까?”
“그렇다네. 정확히는 미첨도(眉尖刀 - 훗날 협도(挾刀)라고 불리는 병기. 양손 무기이며 폴암류의 일종이다)일세. 아주 기니 장검이라 불리기 충분하지 않는가?”
“한 열 근 쯤 되어 보입니다. 천축퇴를 돌리지 않았다면 지금 고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홍윤성은 열 다섯 근(9㎏)으로 무게를 올려놓은 연습용 미첨도를 구령에 맞춰서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 마일용에게 계속해서 단련실로 사람들을 데려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지만 문제만 안 일으키고 따라오면 얼마나 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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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형의 말을 듣지 않았으면 탈락할 뻔 했소.”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않나. 벌써 9명이 탈락했어.”
훈련을 겨우 따라오는 자들이 슬슬 탈락하고 있었다. 점차적으로 난이도를 올려가니 훈련만으로는 답이 없다. 홍윤성은 아무리 피곤해도 석식을 먹고 조금 쉰 다음 반 시진은 단련실에서 몸을 굴리고 씻는다. 개중에서 피곤하다고 씻지 않는 자가 있었는데 수양대군이 직접 나서서 머리 위로 들어 올린 후 세신장으로 던져 넣었다.
“그런데 이렇게 상투를 작게 틀어도 되는 거요?”
“머리를 말리는 시간조차 아까운데 숱을 조금 많이 쳐서 나쁠 것이 무엇인가?”
“그냥 배코를 쳐 버려야지 안 되겠소.”
홍윤성은 나름 자존심이 있어서 배코(정수리의 머리를 깎는 편법)을 칠 수는 없었고. 쪽가위로 조금씩 숱을 치고 길이도 좀 많이 잘라 상투의 크기도 줄이고 말리는 시간도 줄였다. 아니나 다를까 군관들이 피봉(皮封 - 봉투)를 나눠주더니 잘 보관해두라고 하였다.
“오늘은 정말로 너희가 쓸 연습용 말고 진짜 병기를 지급하겠다. 날은 훈련소를 끝내며 세울 것이니 한 명씩 받아가도록.”
“예!!!”
한 달 반은 사람들을 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다들 시키지 않아도 오와 열을 맞춰서 질서정연하게 서 있으며 제식훈련을 시키면 흩어지고 모이는 것은 칼과 같았다. 다 낡아가는 옷 대신 새로 도착한 것은 쑥색 첩리(帖裡 - 철릭의 옛 말)이긴 한데 소매가 아주 좁아서 오히려 편했다.
“다들 받았으니 보여주는 순서대로 착용하도록.”
“이거 의외로 가볍네?”
“그동안 몸을 단련하지 않았으면 힘들었겠군.”
“햐 신발이 발에 꼭 맞으니 얼마나 편한가. 이거 무슨 가죽으로 만들었지?”
철로 만든 투구도 듬직했고 위에 걸쳐 입은 호저고리. 마지막으로 피갑과 요대까지 입자 정말 졸병에서 벗어나 무관이 된 기분이 들었다. 환복이 다 끝나자 첫날 수양대군의 뒤에 서 있었던 안숭선이 나서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연설이 끝날 때 까지 수양대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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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지름. 지름을 보자! 내 근육들이 궁금해 하더라고!”
한 달 반을 기다려서 드디어 도착한. 커다란 한지 여러 장을 늘려 붙여 만든 에밀레 종의 하부 탁본. 그냥 지름을 알아오라는 말도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직접 재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 황종척을 기준으로 만든 무명실 줄자를 한쪽에 압정으로 박아 고정하고 반대편으로 보내봤는데.
“6자 6치가 좀 안된다고? 이게 가장 큰 지름이잖아! 탁본을 잘못 떴다 해도 크기가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아!”
이제는 인정해야 할 차례다. 내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황종척은 33.3㎝가 아니고 34.5㎝ 혹은 그 이상의 길이였다. 아마 34.5에서 34.8 사이겠지. 가로세로높이를 다 황종척 1자로 만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정확히 한 근 무게의 물을 퍼낼 수 있는 됫박으로 물을 퍼냈다.
“64번을 퍼내면 거의 비어버린다고? 처음에 약간 넘친 것이나 됫박에 흡수되었을 양을 생각한다면……. 약 41㎏을 64로 나누면 641그램?”
지금까지 나는 무게와 길이를 모두 잘못 알고 있었다. 조금씩 작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수양대군의 몸에 빙의해서 운동을 시작하며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내왔다. 즉 내가 계산한 모든 숫자는 잘못 된 것이었다.
“내 키는 184쯤 되고 체중은 112지. 그리고 내가 들어 올린 삼대운동 1200근은 실제로 770㎏이고. 그리고 안평대군이 그렸던 내 체형을 생각한다면.”
내 체형은 175㎝의 키로도 제법 대두로 느껴졌다. 하지만 184의 키라면 엄청난 대두이며 팔다리도 키에 걸맞지 않게 짧았고. 이 것을 보면 생각나는 내배엽(골격과 체형이 모두 굵고 팔 다리가 짧으며. 지방이 잘 쌓이고 힘과 지구력이 우수한 체형) 체형의 인물이 있다 국민 MC라고 불렸던 그 사람이 있다.
“천하장사 강범동. 생각나는건 그 사람 하난데.”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었다. 내가 선별한 훈련도감의 일원들은 이대로 본다면 키는 166에 체중은 62정도다. 내금위 출신 군관들이 튼튼한 자들을 골랐다고 한 말이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은 절대 아니었다.
모든 의문이 풀렸으니 오히려 담담하게 훈련할 수 있겠다. 수양근은 1200근이지만 앞으로 개인의 기록을 더 쌓아나갈 마음이 생긴다. 이제 목표는 1300근(830㎏)이다. 내 몸이 늙기 전에 한번 뚫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