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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31화 (31/573)

< 1장 30화 - 테크트리(2) (0716 수정) >

1444년 11월이 되자 보령과 문경에서도 흑토를 캤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약간의 토탄과 갈탄을 제외한 한반도의 석탄은 모두 무연탄이다.

혹시나 나무처럼 생각해 아궁이에 넣고 불을 땠다간 구들과 바닥 뚫고 올라온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온 가족 떼죽음 같은 사고가 벌어질 것이니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 했다.

“흑토를 태우고 나면 연기에 숨을 막히게 하는 독이 있다니. 송에서의 기록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널리 쓰이지 않은 이유가 있구나.”

“그렇게 독이 있어서 취사용으로 쓰이고 대장간과 같은 불이 필요한 곳에서 쓰인 것 같습니다.”

“명을 내려 절대로 아궁이에 넣고 태우지 말게 하고 각종 철물의 제련이나 도자기를 굽는데 사용토록 하라.”

물론 이건 내가 직접 필사한 서책이라 내용을 현대지식으로 보강하면서 추가된 내용이다. 몇 권의 서적은 배움을 핑계로 직접 필사하면서 내용을 조금씩 조작했다고. 후대의 중국학자들은 [우리가 가진 것은 초판본이고 후대의 수정 본은 소실되었나?] 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베껴온 내용과 자신들이 가진 초판의 내용이 다르니까.

세종대왕님의 지시로 호조에 들렸다. 흑토가 곳곳에서 나오니 일이 많은 공조에서는 아예 사람이 죽어나간다고 하소연 하였고. 세종대왕님은 흑토에 관련된 제반사항 처리를 그나마 일이 덜 넘치는 호조로 넘겼다. 덕분에 호조판서 남지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생겨버렸다.

“요즘 바쁜 것 같소?”

“사흘째 들어가 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놈의 새로운 흑토를 찾는다고 별에 별게 다 튀어나오더군요. 호환도 빗발치니 착호갑사들이 죽어라 고생할 겁니다.”

“아. 그건 생각하지 못했구려.”

사방팔방에서 어중간한 산은 다 들쑤시고 장인들이 노두를 찾는다고 곡괭이를 들고 다니다가 호랑이에게 습격당하고 있겠지. 남지는 올라온 서찰을 읽으면서 말했다.

“보령과 문경에서 발견된 흑토는 단단하고 천천히 타들어가며 높은 열을 내는데 소나무를 태운 것의 한배 반에 가깝습니다.”

“한배 반이라니 그것은 어떻게 알아낸 것이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기 마련이지요. 일전에 입신체비서를 보아서 조금 배웠습니다. 한 말의 물을 끓이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니 그 정도가 나오더군요.”

입신체비서의 인과관계 분석 개념을 주입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고 그렇게 강조하니 실험 개념은 슬슬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철물을 만들고 도자기를 굽는 데 요긴하게 쓰이겠구려.”

“농번기라면 몰라도 농한기에는 백성들에게 역 대신 급료를 주어 흑토를 캐게 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가면 굴을 파서 캐야 하지만요.”

무연탄이 그 정도의 열량이 나왔나? 하긴 속초 삼척가면 겨울철에 그냥 무연탄을 쌓아놓고 불을 쬐는 사람이 있었지. 생각해보니 군대에 있었을 때 버려진 구 막사를 철거한 적이 있었는데 페치카가 있었단 말이야. 그걸 쓴다면 조선에서도 무연탄을 난방용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장영실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간만에 뵙소이다. 장 별장(別獎).”

“별장이라뇨? 호군입니다. 대군어른과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워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군기시에서 일하는 박강 그 친구를 키우시더군요.”

“그대가 십년만 젊었어도 명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할 것이었는데. 어쩔 수 없으니 좋은 인재를 뽑아 갔소.”

별장이라고 불러주니 좋아 죽는다. 노비 출신인 장영실은 이미 당하관의 최고품계인 종3품 대호군을 받았고. 당상관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승문원정 등의 품계를 거쳐야 당상관으로 올릴 수 있었다.

세종대왕님은 새로운 어선을 만든 공으로 장영실 에게 상을 내리고. 별호를 지어주셨는데 별장(別將 - 정 3품 관직)과 같은 발음의 별장(別獎)이었다. 조금 이야기가 있었지만 공이 크기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몇몇 관료들은 벌써 장영실의 어선을 만들어 가외수익을 짭짤하게 올린다던가.

“저도 늙어가니 슬슬 후계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요?”

“최근에 나온 흑토를 아시오? 태울 때 연기에서 독이 있어 아궁이에는 쓰지 못하지만 화력이 좋고 땅에서 마음대로 캘 수 있으니 또 좋지. 내가 생각하는 대로 벽 구들을 만들면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벽 구들이라뇨? 그림을 보니 연기에 독이 있으니 아예 밖에서 태우고 열기를 전달하게 둔 것이군요.”

대충 그린 것인데도 바로 알아보네. 역시 장영실은 없으면 안 될 인재야.

“가급적 얇게 만들기 위해 벽돌을 쓰면 좋을 것이지만 그러한 벽돌은 값이 비싸니 당장은 힘들 것이오. 벽돌을 두껍게 두어야 벽에 쓸 수 있지 않소.”

“일전에 내수소에서 찾은 석묵(石墨)이라는 것을 가져온 적이 있습니다. 어디에 쓸지 몰랐는데 가루를 내서 벽돌에 넣은 적이 있습니다. 본디 벽돌의 속이 타서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그러지는 않더군요.”

“아마 겉에 있는 것만 약간이 타들어 갔을 것이오.”

“아닙니다. 신기한 것이 화로 안에 집어넣고 이틀 간 불 속에 두었는데 나중에 식히니 금만 갔습니다. 그마저도 급격히 식혀서 그런 것이겠지요.”

잠깐 흑연이 내화벽돌 재료였나? 엥? 이게 무슨 소리야? 내화벽돌은 뭐 좀 좋은 재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현대야 벽돌이 워낙 좋으니 상관없지만 여기는 15세기인데?

“그 벽돌을 무엇을 쓴 거요? 점토는 아닌 것 같은데.”

“황해도 장산에서 난 고령토 중 쓰이지 못할 것을 섞어 만들었습니다. 본디 고령토를 섞은 벽돌이라 하여도 그 정도로 불 속에 두면 금이 가고 깨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그 벽돌을 쓴다면 벽 구들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겠구려.”

“그렇습니다. 이 것은 제가 이번 겨울에 시험을 거쳐 보겠습니다.”

페치카. 내가 조선시대로 내려와서 이름을 바꾼 벽 구들은 90년대 까지도 최전방에서는 제법 유용하게 쓰였다. 나중에 가서는 다들 보일러 까니까 내가 오함마 들고 해체한 폐 막사처럼 부셔져 버린 거지. 못사는 집은 만들 돈이 없고 잘사는 집은 그냥 나무를 때고 말지만 어중간한 집에서는 요긴하게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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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년 4월. 안평대군은 중간점검 중이었다. 나야 삼대운동 천근 사건 때 무게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광시거(스모 데드리프트)를 한 것이고. 그 이후로는 평시거 정확하게는 그냥 시거(데드리프트)를 표준으로 보급했다. 그놈의 매국데드 소리는 이 시기에 없겠지만 운동 방식이 완전히 다르니까 이걸 표준으로 해야지.

“이런 제엔자아아아아앙!”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아직 시거(데드리프트)로 열 근은 더 들 수 있겠구나.”

“입이 열리면 열 근의 여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삼대 운동 사백 팔십 근. 안평대군은 운동 좀 한 일반인이 하는 영역까지는 일 년도 안 되어 따라올 수 있었다. 이대로 여름에 보총 초기생산물량과 같이 명으로 보내버리면 되겠지. 서산군이야 이제 칠백 근을 넘어 팔백 근에 가깝고. 형님도 슬슬 칠백 근을 눈앞에 두는데 다음 목표는 누구로 하지? 금성대군이야 금세 오백 근은 뚫을 것 같으니 재미가 없겠지.

“삼대 운동 사백팔십 근을 달성하였습니다. 이 정도로 그만 하면 아니 되겠습니까?”

“그래도 오백 근은 채워야 하지 않겠느냐. 자세를 조금만 더 다듬으면 충분할 것 같구나.”

“들어가 보거라. 유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다.”

“잠시 유 형님께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형님은 대체 얼마를 드십니까?”

“나? 천백육십 근을 들 수 있단다.”

나이 35가 되면 슬슬 늙어 갈 거고 이 시대에 의약품이 제대로 있을 리 없으니까 상징적인 3대 720kg, 아니 1200근까지는 30 이전에 찍고 싶었다. 다행이도 이 몸이면 1300근 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할 것도 같다. 안평대군이 잠시 안색이 창백해지다 도망간다. 그래 그 영역은 장난이고 형님부터가 좀 힘들지.

“천백육십 근이라. 정녕 네가 소와 겨뤄도 될 것 같구나. 네가 다녀온 연안 일대에 염분(鹽盆 - 자염을 만드는 장소)이 열두 소나 새로 생겼더구나. 그리고 자염을 만들다 남은 짠물을 말린 천일염(天日鹽)이란 것도 나왔더구나.”

“품질은 어떻습니까?”

“자염은 평가하기를 흑토를 사용하여 만드는 품은 적게 들지만 품질이 제멋대로라 하고. 천일염은 사람이 먹을 것이 못 된다고 말하더구나.”

품질이 제멋대로인 것은 토탄 특유의 탄화가 안 된 부분이나 점토가 섞여서 그런 것이 분명하다. 위스키 만들 때 토탄을 어떻게 쓰던가. 틀에 찍어서 쓰던가?

“흑토의 품질이 제멋대로인 것은 흙처럼 쌓아두어 말리니 양이 일정치 않아서 그러할 것입니다. 차라리 틀로 빚어 일정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그렇지. 지금까지는 근수로 다뤘지만 틀에 넣어서 찍어내면 말리기도 옮기기도 편하겠구나.”

“그리고 백성들이 궁금합니다. 혹여나 농한기라 하여 일을 시키는 것이 고달프다 하지는 않습니까?”

부역이다, 노역이다 하면서 사람 부려먹는 것으로 상소가 많이 올라오지. 그래서 일하면 수익이 생기게 약간의 노임을 지급하는 걸 추천했었는데 과연 통할까?

“쌀 한 되를 준다 하니 너도 나도 부역에 참가하려고 하더구나.”

“쌀 한 되 말입니까?”

“원래는 점심도 주지 않고 한 되로 하려 하였는데. 그래도 최소한 끼니라도 때울 수 있게 잡곡을 삶은 주먹밥이나 개떡을 주게 하였다.”

한 되면 말이 한 되지 0.6리터고 머릿속에서 현대 물가로 치면 4~5천 원 정도다. 조선 인건비 정말 싸구나. 현재 환곡이 한 200만 석 인데 이걸로 사람 좀 모으면 도로공사도 편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교량공사야 그 돈으로는 좀 무리겠지만.

“다른 노역에 함부로 부리면 아니 될 것이다. 백성들은 흑토와 자염을 모아서 얻는 이득에 얽매여서 움직이는 것이니. 아마 성을 쌓거나 보를 쌓으라 하면 다들 일을 꺼릴 것이다.”

세종대왕님이면 체면상 백성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 할 거다. 이것만 봐도 형님은 뭔가 생각이 현대적이다. 그래도 빙의자는 아닌 것이 헬스는 모르잖아? 원래 역사에서도 대놓고 탄압받는 왕씨를 감싸기도 하였으니까 이상적 도덕정치가 아닌 현실적인 정치를 생각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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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가까이 다른 의원들에게 수기요법을 배우고 돌아온 우공은 나를 포함한 자들 셋에게 요법을 시연해 가면서 알려줬다. 가끔가다가 도저히 인체에 득이 되지 않는 것들은 내가 제거하고. 의미가 없는 것도 제거하는 방식으로 첨삭과정을 조금 거치니 어엿한 재활의(再活醫)라 해도 될 것 같다.

“서산군 대감께서는 오른쪽 대퇴부가 조금 뭉쳐있습니다.”

“아주 정확하오.”

“마일용 형님은 요추부분이 조금 쑤시지 않으셨습니까?”

“이거 참 용하군!”

“그리고 대군어른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흠을 잡을 곳이 없습니다.”

“내 몸이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으니 염려 말게. 자네에게 하나 더 알려줄 것이 있네. 붕대(繃帶)요법이지.”

그동안 나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어서. 탄력성이 조금 있는 면으로 만든 붕대로 일종의 테이핑 요법을 만들었다. 전문가는 아니고 보디빌더 시절에 보호용으로 사용한 것을 사정에 맞게 개량한 것 이지만.

“직접 행해 보니 힘을 더하는 것이 아니고 부상을 입은 곳을 보하는 것 같군요.”

“그거라네. 이 붕대요법은 각부에 붕대를 감고 부목을 대는 것과 같이 정리하여 놓았네. 이 서책의 내용까지 합한다면 가르치는 데 얼마나 걸릴 것인가?”

“제가 의원들에게 배운 것은 많지는 않습니다. 아마 여덟 달 정도면 충분히 배울 수 있을 양입니다만 이 것은 경험이 많이 필요하니 근골이 상한 환자들을 어디서 구해오느냐가 문제입니다.”

우현규는 그런 말을 하면서 자신의 허리를 매만졌다. 하긴 처음부터 자신과 같은 수준의 의사가 있었다면 이리 되지도 않았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이겠지?

“그렇다면 재활의를 다섯 더 모집하면 되겠군. 내년부터 환자들도 아주 많이 생길 것이네. 그렇다면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겠지?”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어디 전쟁이라도 납니까?”

“아니라네. 남한산에 훈련도감이라는 새 부대를 창설할 것이고. 그곳의 훈련이 혹독하니 부상자가 빈발할 것이 아닌가.”

이 시대의 한의사는 현대처럼 의대 다니고 각종 과정을 거쳐서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의과는 의술로 관직에 진출하는 것일 뿐이고 의과에 나서지 않아도 의사 노릇은 할 수 있다. 그런 자들에게 재활의는 제법 매력적인 차선책이겠지. 물론 나중에 가면 한의사가 재활의도 포함하게 할 것이지만.

“그리고 다음 달에 또 다시 사람이 올 것이네. 일전처럼 지방 향반의 자제들 스무 명을 선발할 것이고. 이번에는 특별히 우현규(우공의 호)가 재활의로 가르칠 사람을 고려해 다섯이 더 올 거라네.”

“이번에는 지난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요?”

“주상전하께서는 마일용 자네를 조만간 공을 인정하여 명목상의 관직에 제수할 것이네. 대신 자네는 새로 창설될 부대에서 일을 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서 나에게 배울 것이 있다네.”

관직을 제수한다는 말을 하자마자 지옥 끝까지라도 달려간다는 표정을 보이는 마일용. 저 정도면 충분히 합격선이다.

“새로운 부대와 새로운 운동이라 하심은 어떤 것인지요?”

“일전에 이징옥과의 이야기를 나눈 후 창안한 운동법인. 훈령제식법(訓營制式法 - 훈련도감 제식법) 이라네. 엄밀히 말하면 훈령법과 제식법을 합친 것이지만.”

앞으로 1년. 내가 기본 훈련을 창안하고 마일용이 거기서 보조 인원으로 체력단연을 위해 달라붙으며. 우공을 포함한 재활의 들은 부상치료에 임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선발한 자제 스무 명을 동원하여 한글 및 기초한자를 가르칠 선생으로 삼는다. 이미 교관으로 사용할 자들은 내금위에서 탈락한 자들 위주로 철저히 선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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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구려. 아직 건물은 토대만 올린 것이오?”

“나무를 말리는 중이어서 그렇습니다. 올해 말부터 공사를 하면 금방 완성합니다.”

“그리고 세신소(洗身所)에서 쓰일 수통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라도 먼저 만들어야 했을 것인데 저 건물이오?”

“그렇습니다. 그런데 몸을 담가서 때를 불려 닦게 만들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나무로만 만들어진 건물 옆에는 방마다 물통이 높게 달려 있었다. 거기에 옆의 냇가에 흐르는 물을 퍼서 채운 다음. 그걸 개개인이 세신기(샤워기)로 트는 방식으로 몸을 씻는 거다. 용량은 두 말(12L)라고 했으니 충분하겠지? 물 한번 틀고 몸에 비누칠하고 물 한번 뿌려서 씻어내고. 안되면 동료가 채워주면 되는 거고.

“물을 한 번에 받는다면 그것은 어떻게 관리할거요? 그리고 나중에 씻는 이는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물을 쓰게 될 것이지 않소. 그리고 저 건물 안에는 가마솥이 있소?”

“가마솥과 아궁이 두 개를 두었습니다. 전에 시험해보니 찬물을 담은 통에 뜨거운 물을 조금 섞으면 그럭저럭 한겨울에도 씻을 수는 있습니다.”

“따듯한 물로 씻으면 호사이지만. 장작이 많이 들면 힘들어지지. 이걸로 넘어갑시다.”

“그리고 이쪽이 연병장(練兵場)이라는 곳인데 한번 봐 주십시오.”

연병장은 아직도 자갈과 잔돌이 조금 남아있었다. 그거야 며칠정도 사람 굴리면서 치우면 되니 어느 새 흙만 남겠지. 연병장을 구석에는 등산로가 쭉 나있는데 여기가 산악 행군 연습장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폐 사지를 개조해서 만든 그것이 있었다.

“아직 완공은 안 되었습니다. 나무를 밖에 두면 몇 년 만에 상해버리니까요.”

“그건 잘한 거요.”

만약 완성된 상태였으면 트라우마가 솟아오를지도 모르는 그곳. 유격훈련장의 모습이 반 쯤 재현되어 있었다. 아직까지는 석축만 쌓은 상태지만 그것만으로도 저것들이 몇 번 코스인지 이미 짐작이 갔다. 예전에는 시험용으로 몇 번만 쓸 거라 공터에 나무만 박고 적당히 쌓아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철물을 박을 초석까지 오열을 맞추어서 만들어뒀다.

"일전에 임시로 만든 것 보다 터가 넓으니 이백 명은 머물 수 있겠군."

“산악장애물 훈련장도 목재를 제외하고는 완성하였고. 각개전투라는 것도 구성하였으며 참호를 팔 장소도 있습니다.”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소.”

그래 내가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진정하자. 여기에 온 것은 아랫놈들을 굴려 종묘사직을 지키게 만들기 위한거야. 진정하자 진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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