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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19화 (19/573)

< 1장 18화 - 형태미 vs 기능미 (0721 수정) >

1441년 10월. 겨울이 다 되기 전에 정리를 한번 해야 하니 자리를 마련해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면서 말을 꺼냈다.

“다들 오늘도 정말 고생이 많았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알려주도록 하지.”

우공의 다이어트는 거의 막바지에 와 있었다. 이 양반은 만성 요추염좌가 워낙 큰 병이라서 운동 강도를 올리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 마서방은 얼마 전에 입신체비를 배운지 일 년 하고도 석 달 만에 3대 운동 육백 근을 달성했다. 서산군은 아직도 사백 근 정도에서 멈춰있지만 일 년도 안 배운 사람이 무리하면 안 된다.

“계획이라 하심은 어떤 것입니까?”

“자네들도 알다시피 입신체비라 함은 뜻은 좋지만 아직 시행하고 있는 자가 많지 않고 가르치려 해도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네. 허나 내 자네들의 재능을 보고 우선 길을 나눠보려 하네.”

“저기 저는 아직 살을 빼는 중입니다만.”

우공의 체구는 이제 그저 과체중 수준으로 내려왔다. 아직도 식단을 조절중이어서 식탁에는 밥이 반 공기만 있었고. 자신도 익숙해졌다던가.

“괜찮네. 우선 우현규(우공의 호) 자네는 솔직히 말해서 안타깝지만. 큰 용력을 부릴 수는 없다네.”

“네? 어째서 말입니까?”

“허리의 근육이 그렇게나 오랫동안 계속해서 다쳐왔다면 뼈가 틀어져있을 가능성도 있네. 이 것은 내가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니 용력을 쓰는 방향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네.”

“대군어른!”

분명 다시 무과에 나아가거나. 하다 못해서 서산군처럼 입신체비를 배우려는 생각을 했겠지. 그러나 나도 절대 추천할 수는 없다. CT 촬영이라도 해보면 모르겠다만 불가능한 일이니.

“그렇게 놀라지는 말게. 자네는 앞으로 운동으로 병을 치료하는 법을 중점적으로 배워 자네와 같이 부상을 입어 자리에 누운 이들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이네.”

“그렇게 된다면 의원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의원은 아닐세. 이를 임시로 재활의(再活醫)라고 하지. 의원들이 침구와 탕약으로 몸을 다스리는 것을 보조하여, 운동과 재활 치료를 하는 것이네. 다른 의원들에게도 배울 것이 많겠지.”

내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부상에 맞는 운동 처방을 알 뿐이지 그 이상은 무리였다. 추나 요법은 아직 용어조차 없는 것 같고 수기요법(手技療法 - 한의학에서 시술했던 물리치료법. 명 말에 추나라는 용어로 정립되고 청나라시기에 완성된다.)에서 필요한 것만 뽑아내서 완성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

“아쉽게 되었습니다.”

“이 좋은 것을 많이는 못하다니. 별 방법이 있겠습니까.”

마서방과 서산군은 찝찝함을 감추지 못했다. 막내로 들어온 사제가 삼대운동 천근같은걸 못 한단 말이야? 에이 괜히 귀여워했네 하는 표정인데 저기서 한번만 더 망가지면 정말 돌이킬 수 없으니 내가 포기하게 만들어야지. 황희 수준도 아니고 뼈가 조금만 변형되어도 내가 손 쓸 방법이 없다. 난 운동치료 처방을 하는 거지 카이로프랙틱은 배우지도 못했다.

“그 다음 마정호는 서자이다 보니 관직에 진출할 수 없을 걸세. 자네는 관료 보다는 잡과 관료와 서리, 공인 등에게 입신체비를 가르치는 것이 좋아 보이네.”

“하긴 서자면 잡과만 응시할 수 있으니 사대부들이 제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헌데 그들이 효성을 위해 움직일까 의문입니다.”

“걱정 말게나. 자네가 입신체비를 입문할 때 마음을 되새겨 보게나.”

“하긴 제가 효성을 원하여 들어온 것이 아니고 용력을 부리려고 들어왔습니다.”

씁쓸하게 웃는 마서방을 보면서 나도 쓴웃음이 나왔다. 솔직하게 말해서 서자가 뭘 가르친다 하면 한양 관료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힐 것이고 아마 자기처럼 서얼들이 몰려나와 배움을 청하겠지.

입신체비가 학문이 되어 잡과가 된다면 마서방이 가장 제자를 많이 두겠지만 진도를 빠르게 나갈 수는 없다. 근육량을 늘리려면 일단 식단부터 바꿔야 하니까.

“그리고 종제 자네는 종친의 신분을 이용하게나.”

“종친의 신분이라 하심은 제가 주상전하와 세자저하의 입신체비사가 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차후에는 내 아들이 되건 얼마 전 부인이 회임한 둘째가 되건 자식 중 하나는 입신체비사로 진로를 정할 것이지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담당할 이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저를 이리도 믿어주시다니.”

서산군은 지식은 많지만 몸이 부족하여서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식단에 고기가 좀 많이 들어가면 거북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 하던가. 서산군에게는 유단백을 좀 권해보고 싶다.

“종제를 믿어야지. 입신체비를 배운 과정을 보면 누구도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을 걸세.”

“종형께서 그리 말하시니 이전 날의 제 모습이 더욱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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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야. 오늘의 입신체비는 궐하도록 하자꾸나. 요즘 날이 추워지는지라 감모(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하니 이틀 뒤에 주연이 있는데 그 자리에 나가거라.”

“주연이라 하심은 병마도절제사 김종서가 7년 만에 돌아와서 여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그 자리에 부관인 이징옥도 오게 하였다. 그런 자리인데 감모가 이리 심해서야 되겠느냐. 향이를 보내고 싶지만 지금 감모로 인해 나 대신 국정을 도맡아 하고 있으니 오히려 불편할 것이다.”

김종서의 귀환이 조금 늦은 것은 예상한 일이다. 당장 세종대왕님이 건강이 좋아지면서 훈민정음을 빠르게 만들어서 역사가 조금 변하고 관심도가 낮아진 거겠지. 그리고 주정을 만들어 북방의 부상자 치료용으로 보낸 것도 있을 거다.

주정을 써서 소독을 하면. 고통이 있다 하더라도 상처에 염증이 없고 회복이 빠르다는 보고도 계속 들어왔다. 그렇게 사상자가 줄어들면 더 많은 인원으로 북벌이 가능하니까. 그런데 이징옥은 왜 내려오지? 북방에 자리가 비면 좀 위험하지 않나?

“이징옥은 용력이 대단하고 청렴한 이여서 너와 만나게 하고 싶었다. 안면을 트는 것도 좋겠구나.”

“아바마마께서 그리 하신다면. 연회에서 그들을 만나 안면을 트고 견문을 늘리겠습니다.”

“올바른 답이다. 모든 사람은 스승이 될 수 있으니 그 점을 명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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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을 채우시오. 머나먼 북방에서 정말 고생이 많았소.”

“주상전하께서 감모가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조만간 감모를 몰아내실 수 있다 하시니 그때 한 번 더 주연을 여실 거라 하셨소.”

“전하를 뵙고 싶은 마음에 천릿길을 한달음에 뛰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도 아주 좋습니다.”

김종서는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달리 체구가 작았다. 앞으로 판서 자리는 확정인 게 기뻐서인지 술을 넙죽넙죽 마신다. 그리고 저 건너에 앉아있는 덩치가 큰 사람이 이징옥 맞겠지. 아무리 취급이 박한 무관이라지만 정3품이고 조만간 2품인 도절제사 자리에 오른다. 사실상 현장에서 행한 모든 전투에 총괄 책임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양대군께서 이 자리에 오셨으니 여쭤 볼 것이 있습니다. 대군께서 근래 행하신 일들을 서한으로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그 용력을 어떻게 만드신 것 입니까?”

“그저 주상전하께서 내려주신 이 몸을 갈고 닦았을 뿐이오.”

“겸손하기까지 하시니 얼마나 훌륭하십니까. 그런데 아까 전부터 이원봉(이징옥의 호)을 보시던데.”

아 시선이 들켰나. 하긴 야사만 보아도 정말 괴력을 가진 사내니까 관심이 갈 수 밖에.

“지난번에 보냈던 주정이 얼마나 효험을 보였는지에 관하여 묻고 싶어서 그랬소. 병졸들을 거느리는 장수가 상세히 알 것인데 도절제사께서 보시니 어떻소?”

“주정 말입니까? 깨끗한 무명베에 주정을 묻혀 상처를 닦으니 탈이 덜 나 참으로 좋습니다만 문제가 여럿 발생했습니다.”

“문제라 하면 물을 섞어 술 대신 마시는 자가 있었기 때문이겠구려.”

“그렇습니다. 주정이 소주를 우려 만드니 한 되에 쌀 두석이 넘는 것인데도 한 달 만에 다섯 되가 망할 놈들의 뱃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결국 화가 난 김종서가 주정의 효능이 좀 떨어지더라도 익모초 가루를 넣어서 아주 쓰게 만들고. 마셨다가 걸린 사람들을 오십 대의 장형에 처한 다음 겨우 일이 해결되었다 한다. 애초에 내가 안 끼어들었으면 지금 예조판서를 하던가? 그렇게 두서없는 대화를 하고. 이징옥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수양대군께 여쭤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원봉(이징옥의 호)께서 어쩐 일이시오?”

“대군께서 천근을 드셨다는 풍문이 있는데 참으로 궁금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천근을 세 번에 걸쳐 나눠 들었던 것이오. 각기 의압(벤치프레스), 공좌(스쿼트), 시거(데드리프트)라 하는데 의압은 누워서 가슴에 대역기를 붙였다 팔을 뻗어 올리고. 공좌는 무게를 올린 채 앉았다 일어나고, 시거는 바닥에 있는 것을 무릎 위 까지 들어 올린 것이지요.”

이징옥의 표정이 달라진다. 한번 해보고 싶어서 그러나?

“한 번에 삼백 근을 들었다 하면 장졸 세 명의 무게입니다. 그 용력을 보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진고개에 있는 내 사저로 오시오. 입신체비를 위하여 제자들을 기르고 있으니 그들과 안면을 트면 좋을 것이오. 혹시 서책은 읽은 적 있소? 먼저 읽으시는 게 좋을 것이오.”

“서책을 먼저 읽어 지식을 가지겠습니다. 그러니 사흘 뒤에 방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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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신체비장으로 온 이징옥은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누가 보면 하급 관료라고 보아도 믿을 것 같은 복장이다. 이 사람이 용맹과 청렴함을 겸비하였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맹렬해서 이 사람이 여진족을 멧돼지로 비유하고 말 그대로 때려잡았던 것이 이해되었다.

눈을 마주친 마서방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고 우공은 그래도 무관으로 있었던 몸으로 만나기 껄끄러워서 그런지 구석에 숨으려다가 보행기에 올라타 시선을 회피했으니까. 반면 서산군은 서책을 읽다가 인사를 하고 다시금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것이 소역기라는 겁니까.”

“무쇠로 주물을 떠 만든 것인데 한때 주상전하께서 드셨던 것이기도 하오.”

“옆에 있는 것은 근 수인데 이것을 점차 무게를 늘려가며 드는 것입니까? 차츰 무게를 늘려나가면 배우기는 쉬울 것 같습니다.”

“그리 하여도 난해하고 힘들 뿐이오. 이 몸이 주상전하께서 내려주신 자질이 있기에 삼대 운동 천근을 삼년 만에 (다른 사람들에겐 삼년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오.”

이미 책을 읽었는지 눈빛에 자신감이 넘친다. 그렇게 들어보고 싶나?

“한번 해보아도 되겠습니까? 얼마 정도를 하면 되겠습니까?”

“자세와 무게는 내가 정해주겠소. 그런 몸이면 어느 정도는 통용될 것이니까.”

대충 이징옥은 키가 175정도고 체격을 보면… 몸무게는 근육질과 지방질이 잘 어우러진 말 그대로 싸움꾼의 몸이네. 한 90, 아니 백오십 근 정도 나가고 체지방 좀 있으니까 3대 800정도는 충분히 될 것 같다. 하지만 운동선수 모양이니 700근 정도로 낮춰보자. 레슬링 선수는 함께 뛰어본 경우가 별로 없는데.

“조금 더! 조금만 더 내리시오! 의압은 가슴살에 역기봉이 닿는 느낌이 나야하오!”

“끄흐읏!”

“대단하시오. 아무리 내가 방향을 잡아주었다 한들 단박에 백칠십 근을 들어 올리시다니.”

“조금은 더 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이 것만 하더라도 충분한 것 같소이다. 무리는 독이 되오.”

전체 운동을 한 세트씩 다 돌려봤다. 역시나 레슬링 선수같이 당기는 힘, 잡아 쥐는 힘, 그리고 몸의 탄력과 코어근육이 굉장하지만 전체 근육량은 적다. 당장 몸의 형태부터가 나와 달랐으니까. 그런데 표정이 왜 이래?

“마음에 들지 않으시오?”

“아닙니다. 이 것만 하여도 충분히 훌륭해 보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주시오. 나는 효를 위해서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었으니 부족한 점을 알고 싶소. 아직 이립(30세)도 안 된 나이이니 많은 것을 배워야 하지 않겠소.”

이징옥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다시 내 제자들을 살펴보았다. 좋은 소리는 안 나오겠는데.

“지금 이 곳에 배우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정말 말을 해도 될지 의문입니다.”

“세 사람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라는 말도 있으니 염려하지 마시오.”

“제가 이 곳에 온 것은 몸을 바로 만드는 방법을 창안하셨다 하여 그것이 군문에서도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을 알아보자 온 것입니다.”

이런 망할. 약점을 제대로 찔렀네.

“허나 군문에서는 창을 찌르고 칼을 휘두르며 활을 당기는 것을 배워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하였지만 몇 가지 동작 외에는 비슷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 말은 이 것이 군문에서는 배울 수 없다는 말이오?”

“배우게 된다면 배우지 아니 한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허나 큰 힘을 발휘하고 몸을 키우는 것이 입신체비라는 학문의 목적이라면. 군문에서 쓰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역시 이징옥 다운 말이고 사람을 이끌고 전장에서 평생 구른 장수의 말이다. 현대에서도 가끔 있는 ‘보디빌더는 근육만 불린 몸이라 전쟁터 가면 제대로 단련한 기능적으로 몸매 만든 사람에게 깨지죠? 풍선근육!’ 라는 저질 떡밥과도 연관이 있다.

현대라면 ‘이게 북두의 권이냐 새X! 평생 기능적인 운동하는 주룩하네(이란 전통의 체력단련 시스템)를 접목한 운동 하러 아랍에서 구르면서 오지도 않을 세기말 기다리던가.’ 라고 묵살 하거나 현실이라면 좀 접어버릴 수 있지만 여기는 조선시대다.

“그대로 적용하기가 힘들다는 말씀은.”

“서책을 보니 계속 고기를 먹고. 충분한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곡식이 들어갈 것이고 그 고기는 어떻게 구합니까.”

“맞는 말이오. 입신체비서가 제대로 효험을 발휘하려면 닷새에 최소 한 근의 고기를 먹어야 하오. 효과가 뛰어나려면 삼일에 한 근의 고기를 먹어야 하니.”

이전부터 계속 생각하던 것이지만. 입신체비, 즉 보디빌딩이 조선시대에 가진 가장 큰 약점은 벌크업 식단을 유지할만한 자가 적었다. 하루에 단백질을 150g, 1/4근은 먹어야 하는데 돼지고기는 소고기 보다 비싸니. 소랑 닭 그리고 염장 생선정도만 먹을 만 하다.

“이런 말씀을 드려 송구할 뿐입니다.”

“아니오. 나도 견문이 트였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군문에 어울리는 단련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소? 아주 솔직하게 말해주시오. 거짓이 있으면 내가 제대로 배울 수 없소.”

오기가 생기네.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니고 내용을 안 넣었을 뿐이야. 그런데 다음에 나온 이징옥의 말은 날 열 받게 만들기 아주 충분했다.

“힘들 겁니다. 군문과 학문은 길이 다르며. 입신체비는 학문에 해당되는 겁니다. 그러니 적어도 군문의 경험을 쌓은 자가…….”

“그만! 그 이상은 아니 되오.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이 종묘사직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니.”

“알겠습니다. 허면 이런 말씀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징옥이 인사를 하고 사라지자 한숨이 나왔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닌데 열 받네. 보디빌딩은 근육 크기를 불리는 운동 방법이고. 같은 체중 기준으로 실전적인 요소는 운동선수들보다 딸리는 것은 맞지. 그런데 현대 기준으로 그런 저급한 놈들이 시비걸 때 하는 소리가 생각나서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절대!

“종형! 저 자는 군문에만 오래 있어서 입신체비의 훌륭함을 모르는 것이니 그리 신경을 두지 마십시오.”

“맞습니다! 이리도 훌륭하신 것을 이립 이전에 완성한 것만 하여도 대단한데 함부로 평가할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제 허리를 이렇게 편안하게 해주셨으니 그것이 보통 사람이 가능한 일입니까?”

“되었네. 잠시 생각해 볼 것이 있으니 들어가 보게나.”

방 안으로 들어가니 이가 부득부득 갈려 온다. 내가 열 받은 건 다른 게 아니야. 헬게이 놈들이랑 인디언 클럽도 돌려보고 불가리안 백도 메쳐보고 주룩하네 한답시고 이거저거 별에 별거를 다 잠깐만이지만 해봐서가 아니다. 내가 군대를 모른다고?

그래 알보병 출신이니까 모를 수도 있지! 내가 육사 나온 것도 아니고 군대 말뚝 박아서 있던 것도 아니고! 그런데 군대에서 훈련하는 방법을 만들 수 없을 거라고 잘라 말해?

“난 21사 최전방에서 개고생 한 04군번 육군 예비역 병장인데 내가 군문에 관한 것을 아예 몰라? 나도 입신체비서 만들면서 생각 안 한줄 알아? 당장 치즈 만드는 것도 유청단백 모으게 밑밥 깔아놓고 단백질 공급량 불리기 위해서 명태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생각중인데. 왜 내가 자료조사하고 왜 그렇게 굴렀는데.”

한지를 펴고 붓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다가 북 찢어서 구겨버렸다. 하나하나 해보니까 지금 당장은 안 되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겠다. 이징옥은 별 일이 없다면 1450년까지 북방에 있으니 시간은 적어도 8년 남아있다. 오냐, 아주 대단한 선물을 하나 마련해주마. 만 단위는 불가능해도 대충 굴려보니 적게는 오백 명, 많게는 천 명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내가 세종대왕님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내가 훈련한 병사들이 북방에 간다면. 이징옥 네가 과연 이들을 다룰 수 있을까? 좋은 말 했었네. 천 명의 정병을 거느린 보통장수? 천 명의 최정예를 거느린 최고의 장수가 되던가 아니면 내가 준 것도 소화 못하고 욕을 먹던가.”

말이 나온 김에 중국으로 건너가서 돼지나 좀 가져올 시기를 찾아야겠다. 언제쯤 가지? 토목의 변이 1449년이고 상태 안 좋아진 게 1447년쯤이니 5년 이내에 가야하네?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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