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16화 (16/573)

< 1장 15화 - 모이는 제자들(2) (0722 수정) >

“종형, 출발합시다.”

“알겠네. 오늘도 땀을 흘리니 기분이 상쾌하군.”

여행을 가는데 공령과 역기봉은 챙겨가지도 못했다. 그렇게 하면 수레 두 개 정도는 끌고 다녀야 할 테니. 대신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근처 나무를 이용한 턱걸이. 그리고 휴대가 간편한 줄을 사용한 줄넘기로 근육을 유지한다.

“입신체비라 함은 언제나 이렇게 행해야 합니까?”

“매일 아침마다 한다면 아주 보람차다네.”

세종대왕님이 튼튼한 말을 두 마리나 내려주셔서 95kg에 가까운 내 체중도 그럭저럭 버틴다. 원래 타고 다니던 말은 반나절만 타도 지쳐서 죽으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은 힘이 좀 빠질 뿐 버틴다. 그렇게 생각보다 빠른 6일째 저녁에 태안 근처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게 있으시오?”

“아이고 나리. 이런 누추한 곳에 어인 일이신지요.”

“마음을 낚으러 온 것이라 누추한 곳이라도 문제는 없소.”

서산군이 가끔 와서는 행패를 부려서인지 낚시 하는 동안 머물 집에 오자 - 마름(소작농 중간관리직)쯤 되는 것 같다 - 사람들은 벌써부터 바짝 긴장해 있는데 대체 얼마나 행패를 부린 거야?

그나마 다행인건 1438년 9월에 소헌왕후님의 생일에 했던 3대 운동으로 역사가 바뀌었다. 그 이후로는 조용히 지내왔던 것 같다. (서산군은 원 역사에서 1439년 1월 간통과 싸움을 일삼고 탄핵되었다.)

“그건 뭡니까? 쇠로 만든 장대라니요.”

“속이 비어있는 대역기봉으로 만든 낚싯대라네. 무게가 24근(14.4kg)이니 함부로 휘두르지도 못하지.”

짐을 푸니 서산군이 깜짝 놀라는데 이게 강철을 말아서 만든 대역기봉을 좀 더 다듬고 끝에 초릿대(탄력 있는 부품)로 대나무를 끼운 녀석이다. 내 힘이면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더라고.

“그렇다면 완전히 쇠몽둥이가 아닙니까? 해돈(돌고래)을 낚으실 생각이십니까?”

“해돈 이라면 힘들겠지만 노리고 온 녀석이 있으니까 이런 것을 준비했지. 거기 있소? 혹여나 해구(海毬 - 성게)를 다루는 어부가 근처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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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날씨가 좋아서 기분도 상쾌한데 바다도 잔잔했다. 혹시나 갯바위 너울에 당할까봐 걱정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낚싯대의 손잡이 쪽에 미리 만들어둔 곳에 쇠로 만든 조거(釣車 - 원시적 릴. 남송시대 기록으로 남아있다)를 달고. 견사(비단) 여러 겹을 꼬아 만든 특제 낚싯줄을 사용하고. 그 끝에 있는 큰 바늘에 가시를 깎은 성게를 두 개 꽂아서 미끼로 사용했다.

“비싼 해구를 어찌하여 그렇게 쓰십니까?”

“경상도 토산물 중에 도음어(都音魚 - 도미)가 있는데 힘이 세고 맛이 좋다하니 그것을 낚아보고 싶더군. 도음어의 이가 단단하니 성게나 소라를 먹을 것 같던데.”

서산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 녀석 낚시는 제대로 해본적도 없었네?

“저도 여러 번 낚시를 하였지만 도음어 중에 한 자가 넘는 것은 건지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이니 큰 놈을 노려보도록 하지. 다칠 수 있으니 적당히 물러서게나.”

팔을 뒤로 젖히고 몸이 상하지 않게 적당히 힘을 줘서 앞으로 던진다. 이 무게로 원투(길게 던지는)낚시를 하려면 미친 짓이니 갯바위 근처에 도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야지. 근데 서산군이 술병을 꺼내네? 여긴 갯바위 위잖아! 데리고 온 종들은 그러려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많이 해온 일 같다.

“종형께서는 술을 드시지 않을 것입니까?”

“낚시는 마음을 낚는 것이니 술은 마시지 않을 걸세. 허나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말고 적당히 마시게나.”

어이고 이놈아, 이 갯바위에서 제대로 된 등산화도 없는 시대에. 아침 댓바람부터 술을 마셔? 구명조끼도 없이? 낚시 간다는 것은 핑계고 만만한 사람을 괴롭히는 재미로 왔던 것 같다.

“허허. 또 먹고 달아났으니 얼마나 약삭빠른가. 아니면 여러 마리가 한입 씩 먹고 달아났나 보군.”

“저도 한번 던지겠습니다.”

“좀 취한 것 같은데 조심하게나.”

“아뇨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취기가 올라와 비틀거리는 서산군을 보면서 위험하다 생각하고 있는데 손에 느낌이 왔다. 이건 느낌이 대물이다! 끝에 초릿대 역할을 하는 대나무가 확 휘었어!

“왔구나!”

초릿대면 몰라도 낚싯대는 거의 휘지 않으니 줄을 감았다 폈다 하면서 힘을 조절하고 고기와 몸싸움을 한다. 근데 어째 할아버지가 말했던 그 손맛이 아닌데? 내 목표는 돌돔이고 이놈은 할아버지의 이야기와는 뭔가 다르다. 낚시로 힘을 썼는데 조금 버티다가 쭉쭉 딸려온다.

“종형! 대물입니다!”

“대물이긴 한데 내가 원하던 것은 아니네.”

올라온 것은 한자가 조금 넘을 같은 참돔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다가 더 큰 참돔을 한 마리 낚고 한참이 지났다.

이놈이 내가 목표로 삼았던 돌돔 같다. 어족자원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조선시대니까 나 같은 초보가 낚아보는구나! 현실이었으면 할아버지처럼 낚시하던 분도 힘든 일인데.

“저도 좀 힘을 보태겠습니다.”

“아니 괜찮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충분히 낚아 올릴 수 있다네.”

“종형께서는 저를 무엇으로 으아아아아악!”

“동생!”

취한 몸으로 갯바위를 걸어 다니니까 저렇게 미끄러지지! 말 그대로 풍덩 입수해버린 서산군을 보고 거의 다 건져 올리던 돌돔도 포기하고 웃옷 다 벗고 그냥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 시대에는 다 개해엄만 있으니까 내가 구조해야지 별 수 있나?

“살려주십쇼. 으악! 왜 잡으시는 겁니까!”

“거기 자네! 준비해 온 밧줄감은 대나무 뭉치를 던지게! 동생 조금만 참아!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게 내가 알아서 잘 하겠네!”

일단 난동을 부리기에 뒤에서 잡아서 꽉 조여서 힘을 좀 풀어주고. 부표로 쓰이는 대나무 뭉치를 구명조끼 대용으로 두 개 가져온 덕분에 그것에 의지해서 천천히 갯바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서산군을 건져내자 아주 혼이 날아가서 몸일 부들부들 떤다. 오늘은 손대지 말고 내버려 두려 했는데 갑자기 데려온 종의 멱살을 잡고 밀친다.

“네놈들은 꿔다 둔 보릿자루더냐? 종형께서 저 위험한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나!”

“그만두게! 저들이 뭘 알겠나. 너희들은 물러나 있어라!”

“종형! 저들은 제가 거느리는 자입니다! 형님이 다룰 일이 아닙니다!”

아니 인권문제고 나발이고 네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으니 이상하지. 하긴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있으니. 당연하다 생각하겠지?

“그렇다고 하여도 함부로 손을 대서야 쓰나? 전부터 보아왔는데 내 도저히 안 되겠어.”

“무엇이 말입니까?”

“자네 백부님과 자네가 관련된 이야기일세.”

서산군은 뭔가 고함을 치려다가 입을 다물고 조용히 팔을 내린다.

“그걸 어찌 아신 겁니까.”

“종제의 행실을 보니까 대략 알겠군.”

서산군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은. 처음에는 그럭저럭 성품이 괜찮고 평가가 좋았다는 사실이다. 형인 순성군은 군호를 받을 때만 해도 반대가 많았지만 서산군은 군호를 받을 때도 아무런 일이 없었으니.

그리고 2년 전인 1438년 단오날에 사건이 터진다. 아버지인 양녕대군과 형제들을 이끌고 석전을 벌였던 것이다. 역사대로면 그 이후로는 계속 폭행, 난행, 살인 등의 패악질을 일삼다가 말년에 가서 세종대왕님도 포기하고 고성현(현 고성군)까지 유배를 보냈지.

어린 시절부터 잘못된 교육을 받아왔고. 아버지가 보이는 행동을 따라하다가 결국 사고를 치니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역사를 조금 바꾸면서 행동이 약간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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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탁을 뜬 참돔은 안주가 되었다. 회를 먹고 싶기는 한데 초장도 없고 이 시대에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치료제도 없으니(촌충이나 편충이면 몰라도 고래회충에 걸리면 위 천공이 기본이다 ) 그냥 구이와 맑은 탕(지리)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주안상이 차려지고 단 둘이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언제부터 제 행실을 눈여겨보신 겁니까.”

“어린 시절을 생각하였다네. 자네가 군호를 받았을 무렵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지.”

예전의 그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기분이 울적해 지는 것 같다. 다시금 서산군은 술을 거칠게 마신다.

“지나간 일입니다.”

“그래. 지나간 일이니까 다들 잊을 거라 생각하고 있겠나. 자네는 아직 과실을 단 한번만 범했을 뿐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사는 것인가.”

“아버지께서는 참으로 무심하신 분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따라 단옷날 석척회(석전)를 행할 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숨을 쉬면서 술을 들이킨다. 저러다가 간이 상할 텐데.

“주상전하께서 그렇게 대노하신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한 순간에 방탕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오더군요. 그 중심에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하긴 백부님은 아바마마가 아니셨다면.”

“당장 어디로 위리안치(圍籬安置 - 유배형 중 중죄에 해당되는 자에게 가하는 형) 당하실 것이 뻔합니다. 제가 아버지와 같이 배우고 같이 행동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만 알고 있습니다.”

나도 독한 소주를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한번 꼬리표가 붙으니 견부호자에서 견부견자로 추락한 그 시선이 너무나 무섭고. 아버지의 행실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었단 말인가.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하고. 백부님이 어떻게 종제를 가르쳤던지 간에. 성실하게 무엇인가에 임해 볼 생각은 없는가?”

“제가 말입니까? 저도 제 자신을 압니다. 스물이나 되어서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고. 배운 것과 같이 행동하니 꼬리표가 달라붙는 제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란 말입니까?”

“우선 성실해지게.”

“답답하십니다!”

그래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변호를 하지 않으니 마음을 연 것 같았다. 이제는 설득의 시간이다.

“나는 어릴 적 사가에서 자라왔지. 거기서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인 줄 알았고 나의 능력이 대단한 줄 알았지. 그렇게 궁으로 들어오니 형님이라는 사람이 너무나 빼어나서 견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 외에는 없었어.”

“......”

“어떻게든 관심을 돌리기 위해. 주상전하 앞에서 내 자신을 뽐내기도 하고 자랑스럽게 나서 보기도 하였다네. 결국 형님을 넘어서지 못해 포기하고 궁 밖에서 한량처럼 생활하면서 지내왔다네.”

“종형.”

여기까지는 수양대군의 이야기. 사고를 치지 않을 뿐이지 소일거리나 하면서 한량으로 있었던 과거는 분명한 증거니까. 여기서부터는 나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저 열심히 행했다네. 아바마마께서 내려주신 몸이기에 이렇게 가꾸어 나갈 수 있었고. 아바마마가 어릴 적부터 나를 가르쳤기에 이러한 학문을 만들 수 있었지. 그렇게 하니 세상이 달라지지 않았나. 아바마마의 환후를 이 손으로 고쳐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저도 달라질 수 있겠습니까?”

“중니(공자)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 힘이 달리면 중도에서 멈출 수도 있다. 그러나 너는 시작하지 않으려고 하였다(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劃)라고.”

서산군이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안다고 말을 하냐.

“종형께 꼭 입신체비를 배워야 합니까?”

“학문을 배워봤자 쓸 곳이 없다면. 차라리 나와 같이 있는 것이 좋아 보인다네.”

“입신체비는 몰라도 서책은 읽겠습니다. 지금 배우려 해봤자 기초가 없으니 종형을 안타깝게 만들 것 같습니다.”

“걱정 말게나. 내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네.”

어떻게든 서산군을 내 편으로 끌어들였다. 이렇게까지 설득했는데 중간에 포기하고 난리를 치면? 그때는 정말 포기해야지. 그렇지만 아직 범죄라고 할 만 한 놈은 하나만 저질렀잖아.

“이만 돌아가겠소. 혹여나 도음어를 이리 잡고 싶거든 씨름을 잘 하는 이가 낚아야 할 것이니 무리하지 마시고 그물로 낚으시구려.”

“살펴 가십시오!”

그날부터 서산군은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 좋아하던 술도 접어두고 조용히 있어서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도성에 거의 다 돌아와서야 입을 열었다.

“그 마름의 집에서 말입니다.”

“무슨 일인가? 두고 온 것이라도 있던가?”

“마음을 다시 먹기로 하였는데 그동안 너무 호되게 하여 미처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였습니다.”

“사람이 그리 갑자기 변하는 게 되나. 마음을 다시 먹어도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네. 진심으로 마음이 변했을 때 저들에게 다시 와서 사과해도 늦지 않는다네.”

사람은 하루 만에 변하지 않지. 근데 마일용 이 양반은 어떨까? 처음에는 20일 일정을 계획 했는데 일정이 15일로 줄어들었지. 그렇다면 5일 뒤에 내가 온다 생각하고 농땡이를 피우려나?

“그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니 마일용을 한번 보러 가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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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요즘 무슨 일 있나? 요즈음 술도 안마시더니 사람이 변한 건 아니군!”

“암 그렇고말고. 내일 모레까지는 코가 비뚤어지게 마실 수 있으니 염려 말게.”

“자자자자 술이 들어간다! 주모! 여기 한 동이 더주슈! 탁주 아주 진한거로!”

“어이구 며칠 째 계속 오시니 아주 여기가 일터가 다 되셨구려. 여기 있습니다!”

덕질하는 막내 녀석이 나를 속여먹고 한 말이 생각난다. ‘애초에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하는 거다.’ 이었던가? 그 배신의 끝은 나름 살살 걸어준 암바와 침대 위로 다치지 않게 한 파워 밤 이었다.

그렇다면 이 배신은 무엇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까? 마일용이 잔머리를 굴려 시간을 끌려는 타이밍에 이런 저런 말을 걸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주 가는 주막을 알아낸 게 다행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핫. 언제까지 그렇게 살 텐가?”

“거 술맛 떨어지게 시리! 손 치우지 못 아악!”

“당신 뉘쇼? 정호(마일용의 호)와 아는 사이요?”

“일이 빠르게 끝나서 닷새 일찍 돌아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자네가 이렇게 주당인지는 몰랐으니 같이 한잔 하세나.”

마일용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저녁인데도 조금 부어있으니.

“수양대군어르신!”

“애초에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하나. 이렇게 약조를 배신하다니 기대를 하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 도 없다는 생각만 드는군. 그래 뭐 할 말이라도 있나?”

“나리 저는 나름 열심히 운동을 하였습니다!”

“보름정도면 어디보자. 내일은 아주 열심히 운동을 했을 때 기준으로 중간 점검을 해야겠군.”

다음 날. 마일용의 3대 운동 15회 반복기준 중량합계는 여행을 떠나기 전 보다 10근이 줄어들었다. 마일용의 기록은 나에게 슬픔과 분노를 일으켰다.

"너무 힘듭니다!"

"다시! 보름간 망친 것을 세우는 데 고작 닷새면 된다네. 이 어찌 훌륭한 일인가?"

"같은 것을 반복하며 무게를 올리면서 횟수를 줄이다니 서책엔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것이 금자탑(金字塔 - 피라미드) 훈련이라네. 요즘 고안해 본 것인데 해보니 어떤가?"

"살려 아니 죽여주십시오!"

"안 죽게 잘 조절하겠네. 걱정 말게나. 다음번엔 조금 더 고통스러운 역 금자탑을 할 거라네."

마일용은 다음날 역 금자탑 훈련까지 맛보더니 내가 다시 술을 마시고 운동을 쉬느니 차라리 죽고 말거라면서 학을 뗐다. 물론 훈련은 닷새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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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이라고는 담을 쌓던 녀석이 어찌 이리 열중이냐.”

“아버지 기침하셨습니까?”

“무슨 바람이 들었다고 이 나이에 다시 서책을 보는 것인지.”

퉁명스러운 양녕대군의 시선을 받아넘기며 배움에 열을 기울이는 서산군. 세 살 위의 종형을 보니 자신이 얼마나 미숙하고 어린아이 같은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사람이 알맹이는 41세 라는 것은 알 턱이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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