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9화 (9/573)

< 1장 8화 - 대왕님 대왕님 우리 대왕님(2) (0725 수정) >

“유야! 무게가 더 올라 가는데 어찌 하려는 것이냐?”

“걱정 마시옵소서. 이 것을 공좌(스쿼트)라 하며 등에 이 대역기를 짊어지어 앉았다 일어서는 것입니다.”

역기봉에 낑낑거리며 공령(플레이트)을 끼우던 하인들 중 한명이. 실수인 척 고의로 바닥에 40근 공령을 떨어트렸다. 당연히 쩡! 소리와 함께 바닥의 판석이 깨져버렸다.

대소신료들은 기겁을 하며 정말 수백 근에 달한다고 수군거렸고. 결국 대역기 350근이 완성되었다. 천천히 활대에 걸린 역기봉에 어깨를 대고 자세를 취하자. 하인들이 좌우에서 두 명씩 달라붙어서 균형을 잡아주면서 손을 일제히 떼었다.

“크하읍!”

기본적인 자세 보다 조금 아래에서 삼각근에 바를 대는 삼각근 공좌(로우바 스쿼트)다. 보디빌딩을 할 때는 정석인 공좌(스쿼트, 하이바 스쿼트가 표준 자세)를 사용하지만. 내 정상적인 운동량 보다 더 많은 중량을 올리는 상황에는 동작을 변형해야지.

등에서 엄청난 하중이 느껴지고 전신이 압력으로 저릿저릿하다. 코피를 쏟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아직 한 번 더 남았으니 무조건 해내야 한다. 쥐어짜내듯 허벅지를 접고 상체를 숙인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허벅지와 등 그리고 허리에 힘을 주며 천천히 일어선다.

“삼백오십 근! 성공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기구를 치우고 시거(데드리프트)를 시도 할 차례다. 나도 스트랭스 대회는 거의 안 나갔지만. 정석적인 순서는 공좌(스쿼트), 의압(벤치프레스), 시거(데드리프트)의 순서로 2연속으로 같은 부위의 근육을 사용하지 않게 한다.

사실 정석적인 순서대로 하고 싶었는데. 형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순서를 변경했다.

‘그리 하여 순서는 공좌, 의압, 시거의 순으로 할 것이며 각기 무게는 350근, 260근 그리고 390근입니다.’

‘무게를 순차적으로 올리는 것이 보기 좋지 않겠느냐?’

‘형님도 아시듯이 이 삼대운동중 공좌와 시거는 부분적으로 겹칩니다. 그래서 이 순서를 앞이나 뒤로 돌리게 되면 더 많은 무게를 들지 못합니다.’

형님은 잠시 생각하더니만. 아주 좋은 말을 했다.

‘1각(약 15분) 정도만 시간을 둔다면 가능하겠느냐?’

‘방법을 조금 달리 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번엔 바닥에서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것이냐?”

“아니옵니다. 바닥에 둔 것을 허벅지까지 올리는 것입니다. 이 대역기봉의 무게는 삼백 구십 근입니다!”

세종대왕님은 내 대답을 듣자마자 어의를 불러서 저게 말이나 되냐고 묻는 것 같았다. 끌려 나온 어의 양홍수는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뭔가 말을 내뱉고 있었고. 소헌왕후님은 현실감각이 없으신지 손등을 꼬집고 계셨다.

하긴 아들이 등에 200㎏이 넘는 걸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 그게 아들로 보이겠는가? 미니 거중기지. 형님과 짜고 치는 판이라 이제 형님이 나설 차례다.

“유야! 그 자세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느냐?”

“걱정 마시옵소서! 이미 준비해 온 일이었고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 하여도 나는 네 몸이 상할까봐 두렵구나. 아바마마! 잠시 유에게 조치를 취하려 하니 시간을 주십시오. 유의 허리를 보하고자 합니다!”

형님이 사람들을 시켜 무명 여러 필을 가져오셔서는 손수 허리에 칭칭 동여매는데 내 도포자락 안에는 이미 소가죽으로 만든 역도벨트가 꽉 조여져 있었다.

시간벌기와 동시에 대소신료들 앞에서 형님과 나와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나중에 이 일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도 ‘세자저하가 아니면 큰 일이 났을 것이다.’ 라며 공을 돌리는 것이 가능하니까.

“이것이 시거(데드리프트)라 하여 하체와 척추의 모든 힘을 사용해 감아쥔 대역기를 무릎 위로 올리는 운동이옵니다!”

발을 넓게 잡고 주저앉아서 역기에 손을 올렸다. 알 놈들은 알 ‘그 데드’다 직장을 가지기 전에 같이 다니던 헬게이 자식들한테 한번 걸렸는데. 추잡한 자세니 무게에 목숨을 걸었느니 하면서 삼주일 동안 죽어라 놀리더라.

간단히 말해 정석이 아니고 나중에 수정할 광시거(廣尸擧 - 스모 데드리프트)다. 니들이 조선시대에 떨어져서. 나처럼 잘해야 3년 몸 만들고. 3대 운동 1000근에 나서면 가능하겠어.

그것도 1rm(1회 반복 최대무게) 스쿼트 하고나서 바로 390근(235㎏) 데드리프트 해보시던가. 자세가 좀 추하다고 욕먹어서 잘 안하니까 문제지. 나중에 가면 더 바른 자세를 찾았다고 고쳐야지.

“후웁 후웁 크랴아아아아앗!”

“떠오른다! 떠오른다고!”

당연히 자세가 중요하다. 더군다나 광시거(스모 데드리프트)는 다리와 손의 관계가 중요하고 이게 흐트러지면 보편적인 자세보다 못하다. 목부터 허리까지를 마음속에서 그린 정중선에 맞추고. 어께를 내리고 상반신을 수축시켰다. 복압을 최대한 주었는데 배에 묶은 무명도 한몫을 했다.

여기에 허벅지 근육과 엉덩이의 근육의 힘까지 가해지자 천천히 대역기가 올라간다. 그렇게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온 봉을 복압을 풀면서 천천히 내렸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항문에 힘이 풀리고 전신이 압력에서 해방된다.

“삼백구십 근을 성공하여 도합 천근을 들었습니다! 주상전하! 중전마마! 저를 이 세상에 나게 한 것과 이런 훌륭한 몸을 내려 주신 것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헌왕후님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상에서 거의 뛰듯이 내려와 내 손을 잡고는 한참을 보셨다. 역기를 계속 잡아 생긴 굳은살은 활을 잡아 생긴 굳은살과 완전히 형태가 다르다.

그 굳은살도 까졌다 다시 붙어서 새 살이 돋아나버려 손이 엉망이다. 손을 쓰다듬으시면서 눈물이 맺히신다. 어느 새 세종대왕님도 내려오셔서 내 몸을 보았다. 어께를 꽉 잡아보시더니 대소 신료들에게 외치셨다.

“이것이 효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능을 썩히지 않고 스스로 발전시키는 진정한 효자의 모습이니 이것이 이상한 일이더냐! 진양대군은 들어라.”

“네 주상전하.”

“이 자리에서는 아바마마라 하여라. 예부터 내려오는 사기(史記)에서는 초의 항적이 누구도 들지 못한 세발솥을 머리 위로 들었다 한다. 너의 용력을 보니 그 고사가 떠오르는구나.”

하인 여럿이서 수라간에서 쓰이는 거대한 솥을 가져왔다. 그래봤자 너비가 일 미터는 되려나?

“이 솥은 물이 열 두말이 들어가며 궁중에서 쓰이는 가장 큰 솥이다. 이 정도면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릴 수 있겠느냐?”

“한번 만져보겠습니다.”

솥의 무게는 대충 짐작하건데 140근쯤 되려나? 85㎏ 정도니까 양 끝을 잡는다 해도 영압(拎押 - 밀리터리 프레스)으로 단박에 들어 올릴 수 있다. 영압 이라 하니 이상한 생각이 들고 갑자기 사라질 것 같으니까 령압으로 바꾸자.

여하튼 무게중심을 감안해도 165근(100㎏) 정도 나오니까 전체승압(全體昇押 - 파워 클린, 흔히 말하는 역도의 그 동작)으로 깔끔하게 아니 잠깐 솥이라 하면.

“고사의 항적보다 못해도 이 솥도 충분히 크지 않느냐?”

“솥은 들 수 없습니다. 솥이라 함은 양식을 짓고 물을 끓이는 데 쓰며 수라간에서 이것이 없으면 배를 곯을 이가 나라의 지존이 될 것입니다. 효를 행하는데 이런 것을 들면 아니 됩니다. 아바마마의 뜻이라 하여도 저는 들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솥과 같은 무게의 대역기라는 것을 들어보아라. 내 항적과 같음을 바라는 것은 아니나 용력의 상징은 머리 위로 드는 것에 있지 않느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니 등골에 소름이 다 돋네. 상징적인 의미지만 항우는 누구도 보지 못한 용력으로 솥을 들어 올리고 사람을 모아 전국을 난세로 만들었다. 내가 아무리 저자세로 나와도 생각도 해보지 않고 솥을 들어버리면 세종대왕님에게 제대로 찍히는 거다.

설령 찍히진 않더라도 다른 이들에게 생각도 없고 뇌도 근육으로 차버린 놈 딱지가 내 인생 내내 따라붙을 뻔 했는데 어떻게든 유교 경전의 지식으로 잘 넘겼다. 형님을 힐끗 보니 아주 잘했다는 표정이다. 이 잔치의 마무리는 백오십 근의 대역기를 전체승압(파워클린)으로 단박에 들어 올리며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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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군. 그대가 보기엔 유에게 한 일이 너무 심한 일이었나?”

“아니옵니다. 진양대군의 상황과 위치를 보았을 때 세자저하와 같이 이번 일을 계획한 것이 분명하니 실로 합당하신 일입니다.”

“일전에 성균관에서 유를 비롯한 대군들을 가르쳤지. 그 아이가 성균관을 나올 때만 하더라도 성정이 급하다고 하였는데 지금 보니 어떤가?”

하연은 천천히 과거를 떠올렸다. 과거의 진양대군은 성격이 난폭하지는 않더라도 다소 급한 편이었다. 자신감은 넘쳤지만 실력은 그에 비하면 부족하였고.

“단련법을 만든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데 그런 거대한 힘을 발휘하려면 타고난 몸으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급한 성정을 버리고 인내와 절제를 얻으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한가? 이 자리에 있기 이전에. 사내로 태어나서 유의 모습을 보며 손에 땀이 차올랐네. 삼년 전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던 아이가 이리도 변하다니. 그러면 그 용력을 따라갈 자는 누가 있던가?”

“아마 지금 함길도(함경도)에서 일했던 전 절제사 이징옥 조차도 그런 힘을 발휘할 순 없을 것입니다. 전에 모상 중에 들었던 말로는 노모를 위하여 멧돼지를 짊어졌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일백이십 근의 작은 멧돼지라고 하였습니다.”

오늘의 일이 좋게 끝나서 다행이지. 진양대군의 대응이 서투르거나 독단적으로 행한 일이었으면 정쟁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진양대군의 대답은 완벽했다. 효를 앞세우긴 했지만 ‘그리 하면 배를 곯을 이가 나라의 지존이 된다.’ 라는 대답은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완벽한 해답이었다. 이 말을 직설적으로 하면 ‘내가 솥을 짊어지면 왕권이 분열된다.’ 라고 대답 한 거니.

“조만간 그 아이도 궁으로 들여 과제를 줘야겠군.”

“설마 정음의 창제에 진양대군을 들이시는 겁니까?”

“생각하고 있다네. 그리고 진양이라는 군호도 바꿔야겠지? 수양(首陽)이 어떠한가?”

“조금 더 논의를 거쳐서 정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세자와 진양대군 둘이 뭔가 일을 벌이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세자가 끼어 있다면 단순한 힘자랑이 아니고 무엇인가 좀 더 앞으로 나아간.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계획할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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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珦)아 혹시나 네가 그 아이와 함께 준비해둔 것이냐?”

“그렇습니다. 어마마마의 진연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하여 송구스러울 다름입니다.”

세자 이향은 분노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다른 이의 앞에 서야하는 왕후의 신분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뛰어나가서 하지 못하게 만들려 하였다. 단번에 사람을 깔아뭉갤 수 있는 흉흉한 무게들이니까.

“네가 하지 그러더냐! 유가 몸이 날래고 재주가 좋다 하지만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이것이 효도라니! 유 혼자라면 몰라도 네가 관여한 일이 아니냐!”

“어마마마. 일전에 이숙치가 유에 대한 허황된 말을 하였을 때 알아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이년도 더 전부터 이 일을 하여왔고 오늘도 무리하지 않았다 합니다. 오히려 제가 그 아이를 말리고자 하였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더냐?”

문종은 어떻게든 소헌왕후를 설득하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습니다. 그 아이는 석 달 전에 이런 용력을 부릴 수 있는 몸이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동안 몸을 더 다듬는 데 심혈을 기울였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유와 함께 숨기는 일이 있지 않느냐? 내가 아는 너라면 이런 일을 함부로 하지 않고 다음 일이 있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둘이 이렇게 한 몸 같이 나서는 것이냐?”

“아바마마의 소갈 이옵니다. 그것을 치료할 방법을 찾고자 유는 몸을 단련하며 방법을 찾아내었고. 마침내 어느 정도 해답에 이르게 되었다 합니다.”

세종대왕의 소갈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이 세자빈일 시절부터 태종 대왕이 그렇게나 말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으니.

“환후는 어의가 책임 질 것이며 주상께서는 아직 정정하신 분이니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해답이 무엇이냐?”

“아바마마께서 고기를 줄이시고 유가 찾아낸 방식대로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방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세종대왕과 평생을 함께 해온 부인이기에 이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며 만에 하나 태조대왕이 되살아나 용상에 앉아도 될 턱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적어도 주상이 이런 저런 말로 도망칠 방법은 막아냈으니까. 둘째 아들이 쌓아온 것을 단번에 무시할 수는 없다. 유는 지금 나라에서 으뜸가는 몸을 가진 자이다.

“그런 일이라면 가능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제가 유와 함께 한 것입니다.”

“대신 너에게도 할 말이 있다. 요즘 네 안색이 나쁘고 허리도 아파오지 않더냐. 주상전하의 몸을 고치는 일이 끝나면 너도 유에게 배워야 한다. 나라의 지존이 될 사람의 몸이 그래서야 되겠더냐? 유의 칠할 정도는 용력을 써야 할 것이다.”

문종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말이 칠 할이지 칠백 근은 그에게는 까마득해 보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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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님을 설득하러 들어갈 날은 헌릉(태종릉)에 제사를 드리고 나서 하는 걸로 정했지. 오늘은 자야하는데 왜 이리 오한이 일어날까. 밥도 푸짐하게 먹고 솜이불도 미리 펴놨는데. 거기 있느냐? 군불을 때어라.”

“이미 군불을 때놨습니다.”

그런데 왜 이리 등골이 오싹 한지 모르겠다. 3대 운동 최대기록 뽑았다고 몸살 걸릴만한 몸은 아닌데?

“지방이 줄어서 그런가? 아니면 감기라도 걸렸나? 일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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