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7화 - 대왕님 대왕님 우리 대왕님(1) (0725 수정) >
1438년 3월 3일, 무오년 병진월 정해일을 기점으로 마지막 6개월간의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계획을 세웠다. 소헌왕후님의 생일은 음력 9월 28일이고 202일의 기한인데 전날 준비를 하는 게 있으니 200일로 딱 맞게 정리하자.
“벌크업 남은 기간 120일, 커팅 기간 80일로 잡아보자. 콜먼(90년대 보디빌더, 프로대회 26회 수상자)이 12주 기간이었으니 그거 수준은 해야겠지.”
“유산소는 어디서 뛰어야하지? 컷 해야 할 최소량은 3㎏이고 목표치는 5㎏에 최종 체중 감소량은 염분 및 수분 억제를 포함해 7㎏으로 잡자. 1일 휴식시간 감안하고 6일 운동기간 잡고 주당 0.6㎏를 초반 목표라 생각해보고.”
근육량은 보통 표준 근육량이 정해져 있다. 표준 근육량 이후부터는 잘해야 1년에 2㎏이 성장할까 말까다. 흔히 말하는 무골이 이 표준 근육량이 높은 사람들이고. 그런데 내 몸은 충분히 무골에 속한다. 아직도 근육량 증가가 늘어나고 있으니까.
“주당 한 근씩 잡으면 편하겠네. 그런데 이 몸이 커팅은 잘 받을까 모르겠다.”
하루 0.1㎏을 줄이려면 순수 유산소 운동으로 700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 700칼로리가 말이 쉽지 러닝머신에서 거의 질주를 해야 시간당 200이다.
차라리 종목을 바꿔서 등산으로? 하고 목멱산(木覓山-남산)에 올라가 봤는데 나무를 베지 못하는 금산이어서 산이 은근히 험하다. 등산로 같은 것도 없고 오솔길만 있는데 여기를 싹 돌면 한시진이 좀 넘는다. 이거면 어떻게든 가능은 하겠다.
“역시 근육량이 무제한으로 느는 몸은 아니었나 보구나.”
“혹시 편찮으십니까?”
“아니다. 내 다섯 근이 늘어나기를 바랐는데 네 근만 늘어났구나.”
4개월이 지나고 내 체중은 161근(97㎏)에서 멈췄다. 순수 근육량 증가는 4근(2.4㎏)이 될까 말까다. 정체기의 마지막이 여기서 오다니. 하지만 이 속도면 현대에 있던 몸을 뛰어넘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3대운동도 체크 했는데 목표 수치는 넘어섰다.
3대 운동 수치도 놀랍게 증가해서 커팅기간에 여유분을 두고 의압(벤치프레스)이 270근(162㎏), 공좌(스쿼트)가 360근(216㎏), 시거(데드리프트)가 390근(235㎏)을 달성했다. 3대 운동 천근을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커팅 과정은 그야말로 고행이 따로 없다. 처음 대회 출전할 때 커팅 중에 새벽 4시에 문 닫아가는 술집으로 들어가서 감자튀김을 먹고 망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번에는 그럴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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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양생법입니다. 줄 위를 깡충깡충 뛰는 것이 올무를 피해 달아나는 토끼 같습니다.”
“내 하루 종일 목멱산에서 노닐 수도 없고 거리를 뛰어다니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니. 토끼 같다고 하셨소? 명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했소. 묘계(卯階)가 어떨 까 싶구려.”
유산소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조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남산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미친놈처럼 한 시진(두 시간) 내내 산을 타는 거다.
호리병으로 만든 수통에 가져온 물을 마시고. 단백질 셰이크 대신 닭 가슴살과 현미를 쪄서 환처럼 뭉친 것을 씹어 먹고 다시 뛰어다니고. 그래도 금산인 남산인지라 사람이 순찰을 돌기는 하지만 미리 이야기를 해 놓아서 오히려 길을 찾아주기도 했다.
“우웁! 웨에에엑!”
근육량도 유지해야 하니 최대 운동량의 60%를 기준강도로 잡아놓고 부위별로 20회씩 돌린다. 3분할해서 루틴을 굴리는데 이게 뭔 소리냐 하면 미친 짓과 같은 소리다. 신물이 올라오고 또 다시 게워냈다.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구토를 했다. 이 미친 짓을 앞으로 70일 이상 계속 해야 한다. 할 일은 다 마쳤고 오버워크는 결국 독이니 오늘 근력운동은 끝내자.
“유청단백이라도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감자에 고구마랑 바나나도 없고 귀리나 씹어 먹고 있고.”
보디빌더들의 친구인 단백질 보충제. 프로틴은 까놓고 말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상황에서는 그다지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호르몬제와 스테로이드로 대표되는 ‘약’을 할 경우 하루 종일 근육량이 증가한다.
이 상황에서 꾸준히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주면 효율이 급증한다. 24시간 내내 흡수되는 단백질과 24시간 내내 근육량이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니까. 그래도 필요한 이유는 내 식단 때문이다. 이 시대에는 다양성이 너무나 부족하다.
“나리, 이러다가 몸이 상하시겠습니다.”
“내 몸은 상하지 않는다. 그저 단단해질 뿐이지.”
종들도 걱정을 하며 그만 두라 하였다. 그렇지만 아내는 정성껏 나를 돕고 있었고. 역사를 아는 내 입장에서는 세종대왕님이 52세까지 어떻게든 살아계신다는 걸 알지만.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전혀 다르다. 거기에 나한테는 아들이 뚝 태어나고. 형님은 딸만 둘을 낳은 시점에서 위험이 폭증했다.
계유정난에서는 훗날의 단종인 홍위가 있었고 나이가 어린 것만 문제였다. 아직 정정하다 생각 한 형님이 세력이 없는 수양대군을 내버려 둔 것이고. 형님이 연이은 삼년상으로 쇠약해진 몸에 겹친 종기와. 그 후유증으로 급사하면서 견제 과정이 전혀 없었다.
천운과 천운이 겹치지 않고. 지금부터 왕의 몸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퍼진다면? 그리고 내 아래에 아들이 있다면? 엄청난 견제가 시작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형님과 나의 사이는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지방으로 좌천시키겠지.
- 따닥
“가서 타구(唾具 - 침 뱉는 그릇)를 가져오너라.”
“귀리에서 모래와 잔돌을 잘 골라내라고 하지 않았더냐!”
귀리는 가축이나 먹고 가끔 돈이 없는 사람이 먹는 잡초취급을 받아서 도성 안에서는 구하기도 까다로웠다. 그런데 탄수화물의 폭을 늘리고 소화속도를 줄여야 하는 커팅 과정 중이다.
모래 섞인 귀리를 뱉어내고 밥상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귀리, 현미, 보리, 백미를 같은 비율로 섞은 밥을 양을 극도로 줄여서 주먹만큼 먹는다. 종들도 이 밥을 먹고 사람 먹을 게 아니라고 혀를 내두른다.
다른 식사는 쌈 채소, 닭 가슴살, 홍두깨살(돼지고기가 더 비싸다!) 정도로 만들고 된장도 최소한으로 사용해서 아주 싱겁게 먹는다. 아내는 신경이 곤두 서 있는지 종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다.
“사십일만 더 버티면 되는데 여기서 단념하기는 이르지 않겠소. 마음을 푸시구려.”
“이렇게 고생을 하시는데 다들 정신이 없습니다.”
“현동이가 보고 배우겠소. 다들 평소처럼 편안히 있는 것이 좋은 것이오. 아이가 이제 돌인데 배움이 빠른 아이가 아니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는 것은 당연한 것이오.”
아내 입에서는 설마 라는 소리가 나오다가 잠잠해진다. 이때는 아동 심리학 같은 것도 없으니까 그냥 애는 덜 자라서 모른다 하고 말지. 나중에 김시습을 보여주자. 김시습 지금 세 살이던가? 얘가 시문을 언제 지었지?
그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 형님이 나를 호출한다. 동궁으로 가 보니 형님은 나를 보고 놀란다. 한창 지방이 빠져나가는 중이라서 꼴이 말이 아니겠지.
“유야, 서책은 대역기편까지 다 썼느니라. 안색이 좋지 않은데 어찌 된 일이더냐?”
“근육의 결을 살리는 막바지 준비를 하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소매를 걷어서 팔을 보여주자 형님은 바로 이해하신다. 벌크업 기간 동안 어떻게든 소역기편과 대역기편 2개를 집필 완료해서 보내드리자. 형님은 그 바쁜 와중에도 수정과 주석을 달고. 내가 표시한 그림을 그대로 다시 그리시는 정성까지 보여주시면서 내용을 완벽하게 유학서적처럼 포장했다.
그놈의 효경은 수양대군의 기억 속에는 있는데 형님의 수준에서 재해석하니 이것도 문제다. 더럽게 어렵다! 집에 돌아와서 책을 펼치자 졸음이 쏟아진다.
“안 돼! 벌써 자면 안 돼! 내가 다 이해해야 한다고!”
글귀를 읽으니 가뜩이나 탄수화물이 부족한 식단이어서 머리도 안 돌고. 실력과 어긋난 수준의 글이라서 졸려 죽겠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수양대군의 실력은 기껏해야 십삼 경(사서삼경인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상서, 주역에 삼례, 이아, 효경, 춘추삼전)을 논할 정도다.
과거를 본다면 소과까지는 무난하게 합격하겠지만 대과로 올라가서 복시에서 떨어질 수준이다. 그리고 형님의 수준은 복시 뚫고 전시 가서 갑과 들어간 장원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눌러버리고 관료생활 좀 해야 상대가 가능하다.
수양대군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실록에 기록된 것으로는 ‘책을 다 읽기 전까진 활을 잡지 않겠다.’ 라고? 나중에 그런 말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내가 빙의한 시점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놈의 유교경전은 프로파간다고 나발이고 진짜 상식수준으로 빡빡 외우는 것 외엔 답이 없나? 어차피 실무로 투입되면 유교는 그냥 명분이고 실무 배워야 하잖아?”
읽다 보니 열이 올라와서 못 참겠다. 세종대왕님 설득하면 다시 시간 내서 실학적 내용으로 꽉꽉 채워 버린다. 내가 이 세계에서 최소한 후기 유학의 실용주의적 면모를 미리 쑤셔넣고 말 것이다.
“하 돌겠다. 그래도 3시진 반은 자야하니 무조건 자자.”
책을 이해하느라 잠을 적게 자버렸다가는 몸이 비상상황으로 인식해서 어떻게 튀어나갈지 모른다. 커팅은 결국 몸과 대화를 해서 점차 줄이는 것이지 극한상황으로 몰고 가서 쥐어 짜내는 게 아니다. 잘못하면 근육량이 쭉쭉 빠져나간다.
그렇게 마지막 삼 주일을 남겨두고. 몸이 제동이 걸리면서 고뇌하고 있을 때 형님이 선물을 보내왔다. 우유와 황태포였다 정확히는 수유(酥油 - 조선시대에 만들던 버터)를 만들고 남은 녀석인 저지방 우유가 동이에 담겨서 보내졌다. 이것도 정말 비싼데.
- 네 운동과 식습관을 보건데 다양한 육고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구나. 함길도에서 잡은 생선을 씻어 겨울바람에 말리면 기름이 없고 버석버석 하다 들어서 구해봤다. 소젖은 그냥 구할 수도 있지만 기름이 없는 것이 더 좋을 테니 수유를 만들고 남은 것을 보낸다. 소젖으로 유락(乳酪 - 원시적인 치즈)을 만들어 먹으면 몸을 보한다 하였으니 이 것도 쓸 수 있을 것이다.
황태포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찾아 보내주시다니! 나도 전에 황태를 만들어 보려고 명태나 생태를 찾았는데 어물전에서도 몰라서 이름이 없더라고. 여기로 오기 전 봤던 연구결과에서는 단백질 생성량을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하던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질 좋은 단백질을 최대한 압축시킨 천연식품이 이 황태포다. 건조기간이 좀 짧으니 북어포인가? 거기다 이 중요한 우유까지!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만에 하나 수양대원군이 되더라도 조카딸들은 반드시 챙겨줄게요.
“소젖으로 두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사실이었군요.”
“이걸 아침저녁으로 한 수저씩 현동이에게 먹이시오. 한창 자라나는 아이인데 큰 도움이 될 거요.”
우유는 바로 따듯하게 데워서 식초를 뿌려 유청을 걸러냈다. 레닛(우제류의 위에서 구해내는 효소)을 구하려고 소를 잡느니 급한 불만 끄자.
황태포는 물에 좀 불려 염분을 빼고 먹었다. 그렇게 최종점검을 위해 3대 운동으로 다시금 확인해보니 정말 아슬아슬하게 천근을 들 수 있었다. 꼼수를 부린 천근이지만.
“진짜 괴물 같은 몸뚱이네. 태조대왕님 정말 감사합니다. 세종대왕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3대 운동 천근을 성공해내고야 말았다. 커팅 기간을 거치고도 근 손실이랑 근력감퇴가 거의 없는 위대한 몸. 아버지인 세종대왕님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샘솟으면서.
완벽한 근육질 몸매가 된 세종대왕님이 3대 운동 천근을 헌릉(태종릉) 앞에서 해내시는 모습도 상상된다. 이건 좀 무리인가? 그렇게 잔치 전날이 되자 형님은 날 따로 불러서는 마지막 확인 작업을 했다.
“몸은 괜찮더냐?”
“네. 조금 무리하였지만 천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어마마마의 생신에 올리는 진연(進宴 - 왕실 잔치)에서 네 순서는 악단과 사당패 다음이고 대군들 중에서도 마지막이다. 입신체비에 쓰이는 기구들이 너무 무거워서 방법이 없었다.”
“오히려 좋은 것입니다. 가장 빼어난 자가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보기 좋을 테니 말입니다.”
“아침에 농으로 세자빈에게 네 이야기를 하였다. 사람이 어찌 삼백 근을 어께에 지고 일어설 수 있느냐고 오히려 화를 내더구나. 사람은 마소도 아니고 대웅도 아니라고.”
피식 웃는 형님을 보니 나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현대에 있을 때 엄마한테 벤치프레스 보여줬던 기억도 나네.
“제가 대군들 중 마지막이라 하였는데. 혹여나 다른 대군이 뭔가를 한다 하였습니까?”
“구(璆 - 임영대군)이 말을 날래게 탄다 하여 승마 시범을 보인다 하더구나.”
“그 말을 짊어질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핫!”
“가자꾸나. 그런데 말을 짊어지는 것이 가능하냐?.”
아마도요? 말이 좀 작으면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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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연은 왕실의 의례답게 정말로 길다. 어좌를 설치하고 형님은 밖에 길에서 대기하고. 문무백관들도 정해진 자리에 있으며 종친들의 자리는 가장 가깝다. 어머니는 오랜 간만에 내 얼굴을 보고 좀 놀라신 것 같은데?
거기다 옆에서 안평대군을 비롯한 대군들이 날 보고 화들짝 놀란다. 그렇게 많이 변했나? 의례 시작 전에 잠시 대화를 나눌 틈이 있었다.
“형님? 요즘 풍문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병환이 있으십니까? 볼이 홀쭉합니다.”
“혹시 금산인 목멱산에서 뛰어다닌다는 이야기이냐? 나한테 병 같은 것은 없다.”
“그러면 다행입니다. 요즈음 구가 말을 날래게 탄다는데 셋이 같이 사냥이라도 나가 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용(瑢 - 안평대군의 이름)아 그런 것은 효가 아니다. 오늘 내가 문무백관과 아바마마, 어마마마, 그리고 종친들에게 보여드릴 것은 진정한 효(孝)이다.”
“효 라고요?”
더 이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의례가 시작되고 형님이 들어오고 술을 올리고. 모든 순서가 톱니바퀴처럼 짜여 있었고. 그것이 거의 다 끝나자 형님이 선별한 사당패가 줄서서 들어온 다음 풍악을 울리며 뛰어다녔다.
왕의 남자 생각나네? 물론 우리 대왕님은 근엄하시고 어마마마도 근엄하시다. 여성 비율이 높은데 이 시기에는 여사당패가 많나? 그렇게 순서가 끝나고 안평대군이 말을 타고 나왔다.
“소자의 날랜 몸을 보시옵소서!”
깃발을 들고 말을 타고 뛰어다니면서 옆으로 돌고 배 아래로 돌고 뒤로 돌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중국 가서 본 마상재보다 못하다. 배 아래로 도는 건 조금 위험해 보이고. 그렇게 나의 순서가 왔다.
“제가 세상에 난 것은 모두 주상전하와 중전마마의 은혜가 없으면 안 될 일이었고. 제가 이리 장성한 것 또한 은혜를 입은 까닭이옵니다. 그리 하여 저의 몸을 다듬어 바로 세우는 것이 그 은혜를 깨닫는. 미약하게나마 보답할 수 있는 진정한 효이기에 보여드리려 합니다.”
뒤에서 평대(平臺 - 벤치)와 틀과 대역기봉이 끼워지고 미리 준비한 종들이 플레이트를 척척 끼워 넣는다. 일부러 두 명이 한 개씩 옮기게 했으니 정말 무거워 보이네. 그렇게 봉 무게 60근, 판 무게는 40근 4개와 20근 2개. 그 거대한 덩어리를 죔쇠로 죈 다음 자리에 누웠다. 역기봉을 넓은 와이드 그립으로 잡고 전신의 힘을 집중한다.
“저 저게 몇 근이오?!”
“저 쇳덩어리면 한쪽이 사람보다 무겁겠소.”
땀이 송골송골 솟아오른다. 잔치가 길어서 그런지 벌크가 조금 빠지고 긴장 때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약간 꼼수를 써서 역기봉을 가슴과 접촉시키지 않고 근처에만 간 다음 들어올렸다. 1rm! 단 한 번의 힘아 생겨라! 그렇게 역기봉이 수직으로 올라간 다음 걸대에 걸렸다. 솔직히 말해서 260근은 실패지만 정확히 알게 뭐야!
“이것이 의압(벤치프레스)입니다. 무거운 것을 몸에서 밀어내며 가슴과 어께를 모두 다스리는 운동입니다.”
“그…… 그것의 무게가 얼마나 되더냐?”
“이백 육십 근 입니다.”
소헌왕후님은 그 말을 듣자 손으로 셈을 해보더니만 뭉크의 [절규]같은 표정을 보여주셨다. 세종대왕님은 내가 대체 뭘 먹어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고. 아직 놀라기엔 이른데? 앞으로 두 번이나 남았다. 공좌(스쿼트)를 준비하기 위해 활대(闊臺 - 스쿼트 랙)가 설치되고 역기봉이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