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육조선-7화 (7/573)

< 1장 6화 - 주정과 항생제(2) (0726 수정) >

“귀한 술들을 이리 하신다니요.”

“더 귀한 약을 만드는 데 쓰일 것이니 걱정 말거라.”

대학원 시절에 증류했던 알코올 농도가 90%이었나? 교수의 말로는 소독약으로 쓰려면 오히려 증류수를 좀 타서 75%가량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었지. 내가 건네준 그림대로 만들었는데 애매하게 내가 원하는 형태와 비슷하다.

하인들은 값비싼 유기로 만든 소줏고리를 보고 얼이 빠져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우선 큰 솥에 물을 채우고 중탕 과정으로 온도를 최대한 정밀하게 유지해야지.

“먼저 여섯 병 붓고 아래에 불을 지펴라.”

빨간 술은 홍주겠지? 알싸한 알코올향도 안 나고 얼핏 보기엔 소주보다도 약해보이지만 저 한 병 한 병이 다 40도는 우습게 넘어가는 독한 술이다. 하인들에게 독한 술만 골라오라고 했으니 최소한 30도는 넘어가겠지.

집에 있던 술 12병은 각기 양이 달랐지만 합치면 한 말(6리터)의 양이다. 예상되는 알코올 획득은 한 3되(1.8리터)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소줏고리 끝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불을 줄여라! 가장 독한 주정을 뽑아낼 것이니 서빙고에서 가져온 얼음을 부숴서 귀때(대롱)에 대거라. 혹여나 흘려서 섞이지 않게 조심하도록 하고!”

대학원에서는 현대 기술의 증류기라 유리관에 냉각수를 흐르게 했지만 여기서는 그런 섬세한 일을 할 순 없었다. 알코올이 나올 귀때(대롱) 끝에 흘러내리는 물을 막게 판을 하나 대고 얼음으로 냉각시키는 무식한 짓을 해야지.

“쇤네가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처음은 내가 보겠네. 다음 차례는 자네가 해보게.”

현대에서 했던 첫 번째 증류실험은 실패했었지. 결과물의 알코올 농도가 60%였는데. 열이 너무 강해 물도 같이 증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실패의 경험이 있어서 이렇게 조선시대에 와서도 만들어 볼 생각을 하네.

알코올이 얼음을 만나 응축되어 방울방울 맺히고 하인들이 대고 있는 도자기에 계속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전체적인 온도가 확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만 받으라고 말하고 끓어오른 술의 맛을 보았다.

“주정이 다 빠져나갔나 보군.”

“맛이 미묘합니다. 이건 술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술도 아니고 물도 아니니 따로 빼 두어라. 다시 술을 부어라.”

한번 내가 했으니 다음부터는 집안 머슴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자가 대신한다. 그렇게 세 번의 증류를 마치고 시험의 시간이다. 미리 준비해둔 평형저울(천칭형 저울)과 완전히 같은 양을 담을 수 있는 됫박을 준비했다.

한쪽 됫박에는 안쪽에 금을 스무 개 그어두어 높이를 표시했다. 이론상 알코올의 비중은 0.8이니. 물이 됫박의 85%를 넘게 올라오면 함량 미달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표식이 없는 됫박에 주정을 가득히 채워서 왼편에 올리어라. 그리고 반대편 됫박에 열여섯 번째 금 까지 물을 채워서 오른편에 올리고.”

“주정이 좀 더 무겁습니다.”

“물을 부은 됫박에 물을 한 수저씩 넣어라. 잠시! 조금씩만 더 부어라!”

만들어낸 주정은 열일곱 번째 금보다 조금 위인 비중 0.87정도에서 평형이 이루어졌다. 이 정도면 알코올 농도 75%에 근접한다. 소독용으로는 충분히 쓰고도 남으니 1차는 성공이고 문제는 2차인 프로폴리스다.

과연 75% 정도 농도로도 추출이 될까? 하인들을 시켜서 꿀을 짜내고 남은 벌집을 잘게 부숴놨는데 거기에 농축된 알코올을 부었다. 여기서부터는 방법을 모르는데 잘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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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지나고 7월의 더위 속에서 밀랍으로 봉인해 증발이 안 되게 막아놓은 도자기를 열었는데 알코올은 남아있었지만 벌집은 흐물흐물한 죽처럼 되어있었다. 그걸 문풍지로 걸러냈지만 프로폴리스 같은 건 없었다.

볕에 말려봤는데. 밀랍에 뭔가 톡 쏘는 맛이 나지만 내가 맛본 프로폴리스는 전혀 아닌 것 같다. 조금 독특한 향이 나는 말똥 같은 덩어리가 되었을 뿐.

“실패했나.”

“괘념치 마십시오. 그렇게 좋은 약을 쉬이 얻을 수 있다면 누구나 있었을 것입니다.”

“의술을 쉬이 보지는 않았소. 하지만 성공하기를 바랐는데.”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는 방법 외에는 없겠다. 벌써 만삭이 된 아내한테 이렇게 항생제라도 준비해주면 좀 더 안전할 텐데. 그렇게 시간이 다시금 두 달 흐르고 결국 산달이 다가왔다. 아내의 진통이 시작되자 준비했던 산파들을 불렀고 그들은 익숙하게 일을 시작했다.

당연히 산파들은 비누로 손발을 몸을 씻게 하고 혹시 몰라서 빨아서 햇볕에 말린 면포에 알코올을 적셔서 손을 닦게 했다. 산욕열은 없겠지.

“벌써 진통이 하루째인데.”

“염려 마시게. 하루 정도면 보통이라네.”

그러면서도 계속 주변을 서성거리는 윤번(尹璠 - 정의왕후 윤 씨의 아버지)도 걱정되기는 매 한가지다. 이 세계에 와서 생긴 아이이고 아내의 출산 경험은 처음이지만. 장인어른이 같이 있으니 걱정을 좀 덜었다.

“건강한 아기씨입니다! 대군마님께서 건강한 아기씨를 닿으셨습니다!”

“남아인가? 여아인가?”

“거 건강한 사내아이구나. 고생이 많았구나.”

아이의 얼굴만 봤다. 이 시대에는 감염방지를 위한 일인지 그냥 경험상 아는 것인지 금줄도 치고 애도 함부로 보기 힘들지. 다음 날이 되자 궁궐에서 세종대왕님이 친히 아이의 이름을 내려주셨다.

- 진양대군이 첫 장자를 얻었으니 이는 왕실의 흥복이다. 이름을 현동(賢同)이라 할 것이니 이 어찌나 기쁜 일인가. 차후 군에 봉할 것이니 이를 명심하고 선현을 본받아 키울 것이다. -

처음에 그것도 단번에 아들을 낳아서 살짝 눈치가 보이긴 하네. 세자는 아직도 남자아이를 못 낳았는데. 단종이 태어나려면 역사대로는 4년이 남았다. 만약의 일이지만 형님한테서 딸만 계속 나온다면 진짜 골치 아픈데.

형님이 말년에도 후계자가 없으면 현동이가 왕위를 잇고 나는 수양대원군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형님이 서책을 한 아름 가져온 사람과 같이 다시금 집으로 찾아왔다.

“여기 불서들이다. 날로 몸이 훌륭해지니 더는 바랄 것이 없구나. 입신체비서라는 서책은 어느 정도 완성 되었느냐?”

“기본적인 것에 한하여 육 할 정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글재주가 볼품없어 남에게 자랑 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어떠하신지요.”

“환후가 그리 깊어지시지는 않았지만 쉬이 나아지지도 않는구나. 행여나 온천(온양, 세종대왕이 온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에라도 다녀오시면 차도가 조금은 있으시겠지.”

어? 온천 발견 했었나? 이 시대에 온양온천이 있었으면 가서 휴가라도 해야 하지 않나?

“형님께서 아바마마를 온천으로 모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올해도 흉년이니 어찌 하겠느냐.”

아 맞아. 이 시대에는 흉년이 들면 재정수입 감소니까 온천여행은 꿈도 못 꾸겠구나. 하물며 행궁 수준으로 이동하는 일은 아무리 유교의 교조화가 덜 되어도 명분이 서질 않고.

“그렇다면 아바마마께서 식사의 양을 줄이고 몸을 놀리십니까.”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려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일전에 강원도에서 강무를 할 때에는 추후의 강무를 나에게 일임하려 하셨는데 신료들이 반대할 지경이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구나.”

“알겠습니다. 제가 조만간 서책을 완성하고 몸을 경지에 올려 아바마마를 설득하고 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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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동이가 태어나고 6개월이 지났다. 아내는 산후조리를 끝내고 다시 일어섰다. 요가를 배우게 한 덕분에 유연성 증가로 회복이 빠른 것 인지. 체력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봄이 되자 내 근육에도 물이 올라 전력을 다해 대역기를 밀어 올린다.

“시작하겠네! 혹시 모르니 지켜봐주게!”

“알겠습니다!”

옆에 있는 머슴은 혹시 모르는 상황에서 날 도와줘야한다. 혼자서 의압을 하면 힘이 빠지거나 실수해서 중상을 입을 수 있으니.

땀이 송골송골 솟으며 팔이 부러질 것 같지만 참는다. 속에서 신물도 올라오지만 토하고 또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단 한 번의 의압(벤치프레스)을 시도한다. 결국 단 한번이지만 230근( 138㎏)의 벤치프레스에 성공했다. 역기봉을 세 개나 갈아치운 효과가 있네. 이전까지 쓰던 역기봉은 다 휘었으니까. 머슴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나갔다.

“내 몸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아. 이미 정체기가 오고도 남았을 몸인데 어떻게 근육량은 계속 늘어나지? 이게 진짜 태조대왕님의 힘인가? 누구 있느냐? 저울을 가져오너라!”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역기봉으로 만든 대형 천칭저울로 체중을 쟀다. 하인 둘이서 역기를 쌓아놓고 무게를 합치자 155근보다 아주 약간 더 나간다. 156근이면 94㎏ 정도 나오니까 양생(벌크업) 기간 중으로 기록해두자.

인바디 같은 게 있을 리 없으니까 스킨폴드 캘리퍼(지방 두께를 재는 기구)를 대충 만든 걸로 뱃살의 두께를 정확히 기록한다. 하지만 예상 체지방은 대략적인 표를 작성한 거라 정확하진 않겠지.

체지방은 10% 이하를 수, 10~15%를 우, 15~20%를 미, 이런 식으로 뭉뚱그려 했는데 예상 수치인 체지방 17%로 잡아도 94㎏이면 순수 근육량은 원래 몸보다 적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중량은 쑥쑥 올라간다.

“3대 운동 540, 아니 900근 정도는 가능하단 말이지. 참 이상하단 말이야? 원래 몸은 체지방률 적어서 순 근육량이 많은데도 650에서 허우적거렸는데.”

“아부아바아아아으아.”

“어이쿠! 현동이 왔느냐? 신기하더냐? 그리고 기뻐할 일이 생겼소. 드디어 삼대운동의 합이 구백 근을 넘어섰으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소이다.”

아내는 이제 대충 포기하고 내 장단에 맞춰줬다. 오히려 궁금한 것이 생겨서 물어볼 지경이니.

“셋으로 나누었지만 합이 구백 근이나 짊어지실 수 있다니 대단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오백 근을 들 수 있는 것입니까?”

“가능은 할 것이오. 아마 지금의 나도 10년은 고생해야 가까스로 가능 한 일이겠지만. 이런 훌륭한 몸을 더더욱 가꾸는 것이 아바마마에 대한 효가 아니겠소.”

그러고 보니 신장도 문제네. 성장기가 끝난 내 신장은 아무리 자란다 해도 5자 3치에서 한 치 정도만 가까스로 자랐을 거다.

지금 몸은 신장 178에 체중 93일거고 근육량은 이미 정상 범주를 넘어갔다. 근육량은 표준을 넘어서서면 누구나 일 년에 4근(2.4㎏)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못해 고통스럽다.

하지만 지금의 벌크 업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바디가 없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올 한해만 근육량이 5㎏ 이상 늘어난 것 같다. 이 시대에 남성호르몬이 있는 것도 아니니 순수하게 몸이 좋은 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쯤 되면 이 속도가 나왔을까?

“아놀드, 하늘에서 보고 계십니까?”

“그 분은 어떤 분이시기에 그러시는 겁니까? 아논두?”

“아, 아니오. 작자 미상의 서책에서 배운 것도 있기에 그의 이름을 아논두라고 부르는 것이오.”

하늘에는 없겠지. 태어나려면 510년이나 남았으니까 25대 조상님은 있겠지. 아놀드 탄생 전 500년을 목표로 삼아 3대 운동 700의 벽을 뚫어보자. 근으로 따지면 1200근이면 되려나?

다음날 조회에 나가자 드디어 아바마마께서 내 군호를 말씀하셨다.

“함길도 경원과 경흥은 조종께서 일어난 지방인데. 지금은 나누어 회령, 종성이 되었고 모두 새로 설치한 진이니 온갖 것을 건설하는 것이 마땅하나. 경계가 야인들의 지역과 연접하여 방어하는 데만 중히 여기었다. 거주하는 백성들도 도성에서 벼슬하지 못한 까닭으로 조정에 익숙하지 못하니 그곳 자제들을 가려 서울에 와서 서용(敍用 - 다시 벼슬에 등용하다)하도록 하라. 또 경재소(京在所 - 지방의 유향소를 통제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하되 진양대군 이유는 경원을, 안평대군 이용은 회령을…….”

드디어 나도 일 같은 일을 하는구나. 경재소면 한양에서 출퇴근하며 일하는 거고 지방 유향소랑 관련된 것이니 신밀레(신하 + 공밀레)도 아니고. 그럭저럭 쉬운 일이겠는데?

“주상전하께 아뢰옵니다. 종친이 경재소에 임하게 함은 실로 바람직한 말씀이옵니다. 허나 각 지방의 풍속을 모르는데다 아직 경험이 미숙한지라 실책을 범할 수 있다 염려됩니다. 따라서 일 년여의 시간 동안 지방의 풍속과 지리를 익히게 하여 더 굳건히 임할 수 있도록 보하여 주소서.”

“그러한가. 그 말도 온당하니 경재소의 일은 일 년 뒤에 행하는 것이 옳겠구나.”

형님이 태클을 왜 걸어? 그리고 할 말이 있다는 듯 조회가 끝나고 나를 불러서 데려왔다. 이건 형님의 실책이자 상당히 무리한 일이 맞다. 종친과 세자 간에는 서열이 분명하게 있지만 다른 종친 모두를 물 먹이는 건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니까.

“자꾸 재촉하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중요한 일이다. 아바마마께서 환후가 더 심해지셨다.”

“환후가 더 심해지셨다 함은 혹시나 안질이십니까?”

“지난 달 까지만 하여도 쉬이 보시던 서책을 며칠 전에는 높게 들어 눈앞에 대고 보시더구나. 갑자기 안력(眼力-시력)이 떨어지신 게다.”

기억대로는 실명에 이르게 된 것이 1년도 더 뒤인 1439년 3월경 강무를 다녀온 뒤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악화되다니.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당뇨망막변증이 내가 알기론 증식성으로 악화되고도 약간의 시간은 있다. 출혈이 발생한 건 아니고 아직은 혈관이 막히는 단계다. 아마 강무에 나가시고 피로로 출혈이 빈발하셔서 눈이 그렇게 악화된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6개월 후에 아바마마에게 말씀을 드릴 것입니다. 다행이도 아바마마께서 내려주신 이 몸이 워낙 튼튼한지라 목표를 더 쉽게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목표라는 것이 무엇이더냐?”

“3대 운동으로 일천 근을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마침 그 시기가 어마마마의 생신이 아닙니까. 그렇게 돋보이고 난 후 말씀을 드리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할 것입니다.”

형님은 인상을 찌푸리시면서 대체 삼대 운동 천근의 의미가 뭔지에 대해 추측하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몸을 만든다면. 아바마마께서도 제 말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 말이 정말로 옳다. 그러나 너무 늦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아바마마입니다. 서책도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였고 어설프게 행하면 오히려 싫어하실 지도 모릅니다.”

서책이야기가 나오니 표정이 밝아진다. 자기가 도울 일이니까 그러겠지? 미안해요 형님. 제 실력도 구더기고 수양대군의 실력도 구더기에요.

“그렇다면 그 부족한 서책이 문제구나. 집필이 어느 정도 완료 되면 나에게 가져오너라. 내 부족한 것을 채워서 아바마마가 보기 좋게 하겠다.”

“형님만 믿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진짜 미친 짓을 해야 한다. 6개월 동안 3대 운동 무게를 60㎏. 조선시대 무게로 100근을 더 올리고 지방으로 덮여있는 내 몸의 모든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

근육량 3㎏ 이상의 증량과 데피니션(근육의 선명도)을 살리기 위한 체지방 3㎏의 감량까지 하면 인간이 할 짓은 아니다. 그런데 어쩌겠어. 역사의 분기점이나 다름없는데 여기서는 실패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해야지. 아내는 이 말을 듣자 말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지난 2년간 해 오신 일 만큼을 6개월 이내에 하셔야 한다니요.”

“체구를 줄이고. 용력을 길러야 하오. 지금까지는 체구를 늘리기만 하였지.”

“몸을 줄이면서 더 용력이 강해져야 한다니. 얼마나 고달픈지는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다이어트 개념이 없다. 그냥 살 빼려면 굶고 살을 찌우려면 먹는 것이 전부다. 아내는 정말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바마마를 위해서요. 이는 자식의 도리니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소.”

“부디 몸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알겠소.”

내가 어설프게 기억하는 역사와 지금까지의 역사는 큰 맥락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역사의 흐름이라는 것이 억지로 사람을 얽매며 있는지. 아니면 내가 개입을 많이 하지 않아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인지.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본다. 세자의 말도. 아버지인 태종의 말도 듣지 않은 분을 세자의 몸이 아닌 대군의 신분으로 설득해야한다.

“형님의 조력도 있으니 서책은 분명 세종대왕님이 보기 적당하게 쓸 거야. 이제 나는 몸을 준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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