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5화 - 주정과 항생제(1) (0726 수정) >
그 소동 이후로 좋은 소식만 있는 게 아니다. 나쁜 소식도 있었다. 내 재산! 내 과전!
“백관의 정 1품 과전이 150결인데 대군의 밭이 300결이니 너무 많은 것 같다. 진양대군, 안평대군, 임영대군의 과전 300결에서 50결을 제하고 부마 연창군의 과전 250결 중 30결을 감하라. 이후로 대군의 밭은 250결에 다른 군의 밭은 180결에 그치게 하라.”
연이은 흉년에 결국 세종대왕님이 칼을 뽑아들었다. 그렇게 과전 50결이 깎여나갔지만 별 문제는 없다. 애초에 수양 아니 내가 빙의한 진양대군은 재산에 연연하지 않고 술값과 좋은 말을 사는 것에만 돈을 썼으니까. 그냥 생각이 없는 걸지도.
생각 없이 쌓아만 뒀으니 바꿀 것은 바꾸고 쓸모없는 사치품을 정리하고. 그러던 참인데. 갑자기 형님이 궁궐로 불러 은을 직접 주신다. 그런데 좀 무겁다? 거의 한 근 이상의 무게인데?
“은자가 아닙니까? 저는 이미 나라의 녹을 받고 있습니다.”
“네가 알려준 석감을 세 번에 걸쳐서 판 수익과 석감의 제조법을 알린 공이다. 아바마마께서는 내수소에 일임하라 하셨지만. 내가 상세한 일을 알리니 상으로 은자 이백 냥을 주시더구나.”
이백 냥이면 지금까지 써온 재산을 벌충하고 좀 모자란다. 하지만 재산 정리해보니까 제법 많았는걸. 앞으로는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지 말고 계획적으로 쓰자. 입신체비를 위해 살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이번 일로 많은 고민을 하였는데. 네가 관직에 오르는 일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구나.”
“관직이라 하심은 명예직 정도가 답 아닙니까.”
세자가 아닌 대군들은 대부분 이렇지. 적당한 명예직이나 외교적인 상징물 정도로 취급되면서 조용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 차라리 먼 종친이면 관직에 나가도 눈치가 적지만.
“그렇다 하여도 벗은 많은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벗이라 함은…….”
“하나하나 알려주기엔 너무 고단하지 않느냐.”
다시 몸을 만들면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간관들에게 공격을 당한 이유 중 하나는 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옹호해줄 사람이 없어서였다. 형님이 그렇게 벗을 만들라 한 것은 ‘어느 정도 인맥이나 쌓아라, 수준은 네가 알아서 생각하고’ 같다.
“형님 말씀이 백번 맞네. 간관들이 내 주변 사람들 눈치를 조금이라도 봤으면. 그렇게 대놓고 공격당하지는 않았겠지.”
그럼 누가 가장 좋을까? 이 시기에 인재는 수없이 많고 죄다 세종대왕님에게 신밀레(신하 + 공밀레)를 당하고 있어서 참 애매하다. 함부로 인재와 친해졌다가 그 사람이 이뤄야 할 업적에 구멍이 뚫리면? 역사의 복원력 이전에 업적 정리를 위해서라도 메꿀 사람을 찾아야 하겠지?
지금은 1437년 초입이니 인재를 한번 찾아보자. 전생물 같은데서 인재 미리미리 뽑아 쓰잖아? 내 세력으로 굴리진 말고 안면이나 터야지. 입신체비도 가르쳐줘서 오래오래 살게 만들면 더 좋고.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거둘 놈 거를 놈도 미리 정리해놔야지. 거둘 놈의 목록을 되새겨볼까? 생육신 사육신은 무조건 포함이다.”
수양대군의 기억을 더듬어도 인재는 거의 없다. 다들 수양대군과 나이가 비슷했다고 했으니까 빠른 사람은 대과 준비 중이고 늦은 사람은 소과 준비나 열심히 하고 있겠지. 생육신? 지금 김시습이 돌잡이 할 때쯤 된 건가?
몇몇 인재가 있다. 권람은 머나먼 기억 속에 있긴 하네. 권람 하니까 한명회 이놈이 생각나는데 이 칠삭둥이는 내가 안 키우면 개성에서 한직이나 맴돌다 사라질까.
“사육신은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그리고 유응부인데. 이개는 작년에 과거에 합격해서 나랑 면식이 좀 있고. 박팽년은 전에 집현전에서 신밀레를 당하고 있었는데 나머지는 모르겠네. 넷은 찾아봐야 하나? 어이쿠 오버워크다!”
수양대군의 기억으로 알 수 있는 건 과거시험의 5단계 중 마지막 단계에 해당되는 전시 응시자들뿐이었다. 그나마도 을과는 대충 기억하는데 병과부터는 거의 다 기억에 없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추측대로라면 사육신들 중 기억에 없는 셋은 성균관에서 구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도 유성원은 무신이니 아예 제외하고. 나중에 조정에서 일을 할 때에 친하게 지내면 될 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예정보다 더 많이 운동을 해버렸다. 간단히 씻으려고 밖에 나가니 부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뭐 할 이야기라도 있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왜 그러시오 부인?”
“요즘 속이 이상하여 의원을 만나보고 왔는데. 진맥을 하여보니 회임한 것 같습니다. 일전에 세자저하께서 오신 그 날 저녁에 회임한 것 같습니다.”
“회임이라고 하셨소?”
이거 역사랑 다른데. 1월에 임신이고 지금은 3월이니까 10월에 출산이지. 1437년 출생이 되는 건가. 근데 의경세자 장(暲)은 1438년생이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아주 긍정적으로.
의경세자는 어린 시절부터 잔병치례가 잦았다고 하는데 입신체비 하던 방에서 임신한 거니까 모든 역기들이 이름을 속삭여 줬겠지. 이제 서른쯤 되면 입신체비서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 하면서 역기봉으로 날 때려눕힐지도 모르겠다. 상상이 너무 많이 나갔다 자제하자.
“정말 기쁘구려. 이 기쁜 일을 주상전하께 아뢰고 조만간 불사를 드리겠소.”
“만드시고 계신 연단법이 몸을 좋게 한다면 저도 배우는 것이 나아보입니다.”
“아직 이른 것 같소. 입신체비는 아이가 자리를 잡고 나서 간단한 것을 먼저 행함이 좋겠소.”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말을 하니 다시금 기억이 나네. 왜 계유정난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이 제대로 기억났다. 정말 운과 우연이 겹쳐서 일어난 일이 계유정난이니까.
“알겠습니다. 너무 급하면 탈이 생길 수 있으니 당분간 몸조리를 하겠습니다.”
아내가 들어가고 나도 생각에 잠겼다. 일단 비누를 만들었으니 산욕열을 비롯한 감염질환은 적어도 왕실에 한정해서 위험성이 거의 없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역사의 복원력이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 둬야지.
평소에는 복원력 같은 생각을 하지도 않았지만. 빙의라는 초자연적 현상을 겪으니 가능성은 완전히 0%가 아니다. 우연하게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최대한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 소독과 항생제를 어떻게든 쥐어짜내서 만들어야지.
“비누 만들었는데. 이제는 소독용 알코올도 만들고 항생제도 만들어야지 답이 없네. 알코올이야 대학원 다니면서 꼽사리껴서 소주에서 증류한 적은 있는데. 항생제는 내가 만화 닥터 준도 아니고 페니실린을 만들 순 없잖아? 프로폴리스? 가능한가?”
그 만화에서 나오는 페니실린 제조는 아예 자신도 없다. 그 만화에서도 주인공 보정이 좀 들어갔던가. 현대에서 먹었던 프로폴리스도 생각이 나긴 한다. 분명 알코올 추출법으로 화학약품 없이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소독용 알코올을 만들 증류기다. 일단 돈 쓸 일이 있으니 아내한테 말하고. 전에 하인들 집을 지을 때 의뢰했던 대목장(집을 짓는 목수) 천 씨에게 갔다. 듣자하니 박자청(창덕궁 등을 만든 관료) 아래에서 일했다던가?
“천 목장 있소?”
“대군어른. 어인일이십니까?”
“전에 머슴들 집을 지을 때 말이오. 철물을 잘 다루던 이가 있었는데 그를 만나보고 싶군.”
창호 철물을 잘 만들었으니 누군가에게 배웠겠지? 그러나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고 유장(鍮匠 - 유기 기술자) 말씀입니까?”
“고 유장? 정철장(正鐵匠 - 무기나 연장을 만드는 장인)이 아닌가?”
“그는 유기를 다루지만 철도 제법 만지기에 같이 일합니다, 지금은 외공장(外工匠 - 중앙 관청에 배치되지는 않았지만 납품업무를 담당하는 장인) 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유기라면 더 좋지. 안내해 주시오.”
유기라면 방짜유기일 것이다. 두들겨서 만드는 그 방짜유기. 철물로 소줏고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동으로 만들면 열전도 효율이 훨씬 더 좋아서 수율이 잘 뽑히겠군. 돈도 빵빵하니 지르고 보자!
알코올은 농도 70%가 되기 전에는 소독효과가 적으니 방법이 없다. 상처에 바르면 지독하게 아프지만 내가 요오드팅크를 개발할 수준도 아니니 그냥 포기하자. 안내를 받고 간 곳에서는 한창 유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걸 만드는 게 가능하겠소?”
미리 그려간 그림을 내밀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한참을 보더니만 알아낼 수 없다고
“참으로 특이하군요! 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입니까?”
“소주를 한 번 더 걸러서 더더욱 독한 주정으로 만드는 것이지.”
“그렇다면 소줏고리를 유기로 만든다는 말씀이십니까?”
장인들이 다들 입을 떡하고 벌린다. 이해 안 되지? 내가 화공과를 나왔으면 뭘 알기는 하겠지만. 예전 사학과 교수에게서 들은 말만 기억난다. 그 교수가 ‘전통적으로 만드는 소주 도수가 40도가 넘는다고? 그거 일제강점기에 금속 증류기로 만든 녀석이다.’ 라고 했으니까.
“그렇다네.”
“부분만 떼 놓고 보면 가능은 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대로면 이건 집 한 채 가격은 되겠습니다.”
“집 한 채라?”
집 가격이 얼마였지? 하고 기억을 돌아보니 최소 오십 섬 이상이다. 비싸긴 하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쓸 것이고. 잘하면 궁궐에 있는 어의들이 사용할 것이니 나중에 국고로 보상을 해줄거다.
“높이가 3자(1m)에 폭이 2자(66cm)의 크기면. 두께는 최소한 아래는 사분의 일치(0.8cm)에 위는 팔분지 일치(0.4cm)는 나와야 할 것입니다. 그리 한다면 무게가 이백 근은 나올 것인데 동이 이백 근이면 은이 두 근입니다. 공임을 제하더라도 은으로 삼백 이십 냥입니다.”
“삼백 이십 냥? 은 한 냥에 쌀 한 섬이 아닌가?”
“거기에 이 구리를 도저히 감당 할 방법이 없습니다. 공조나 내수소 정도라면 변통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아마 이번 달에 쓰이는 구리를 모두 사와야 할 것입니다.”
잠깐 계산해보니 구리 비중이 얼마인지는 까먹었지만 대충 10으로 두니 부피에 비례해서 비슷한 무게가 나온다. 상상을 초월한 가격에 몸이 움찔했다. 형님에게서 받은 돈 다 밀어 넣고 거기에 더 넣어야 쓸 만한 증류기가 하나 나오는 건가.
그마저도 시험판이고 작동 유무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거다. 계속 조절하면서 도수가 높은 알코올이 나오게 해야 한다. 두 번만 만들어도 동 사용량은 사백 근이 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일단 구리의 양을 줄여보도록 하지, 아래 몸통은 철로 떠서 솥처럼 만들고 위에 유기를 끼우는 방식으로 해 보게나. 주둥이는 분리하여 더 얇게 만들어서 끼우는 방식으로 하고.”
“그리 하여도 공임을 포함해서 대략 은으로 백이십 냥은 주셔야 합니다.”
“기한은 언제까지 가능하겠나? 그리고 성공 할 수 있겠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재료와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라 제가 감당할 수 없으니 공조에 배치된 경공장(京工匠)에게 의뢰하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대군어른께서는 그럴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공조 하고 조정 하니까 생각나는 인물이 있네. 장영실! 영실에몽! 도와줘! 도움은 주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니 한번 찾아가 보자. 다행히도 장영실을 만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상태가 정상이 아니네.
“이거 가능은 하겠소?”
“대군어른. 죄송합니다만 저도 할 일이 태산인지라 이 일을 도맡아 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공조 장인 정도면 어떻게든 가능은 하겠지요. 11명이 한 조로 움직이니 시간이 빌 때 틈틈이 만들라 하면 충분히 될 것입니다.”
장영실, 조선 초기 과학의 전성기를 만들어 낸 인물의 집무실은 그야말로 난장판 그 자체였다. 수많은 한지 덩어리들이 구겨져서 팽개쳐져 굴러다니고 먹물로 손이 범벅이 되어있었고 사방팔방에는 톱니바퀴와 거기에 얽힌 뭔가가 보였다.
“이것들이 대체 무엇이오? 주상전하께서 하교하신 것이오?”
“자격궁루를 더 개량한 옥루(玉漏)를 만들라 명하셨습니다. 하지만 하교하시는 것들이 하나같이 제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어서 이대로는 주상전하를 뵐 면목이 없습니다.”
힘없이 들어 보여주는 너덜너덜한 한지는 아마 어명을 옮겨 써 놓은 것이겠지. 그 항목은 금으로 태양의 모형을 만들어 호지(糊紙 - 풀 먹인 종이, 공예용이나 모형 만들 때 쓰임)로 만든 산 주변을 돌게 할 것. 낮에는 산 위에 뜨고 밤에는 산 뒤로 숨길 것. 절기에 따라 고도와 원근이 태양과 일치할 것. 모르겠어! 도망쳐야지!
“이만 들어가 보겠소, 바쁜 와중에 미안하오.”
“대군어른! 저도 사람답게! 아니 죄송합니다! 말이 잘못 나왔습니다!”
“난 여기서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한 거요.”
나중에 장영실 시켜서 각종 운동기구 만들게 할 생각이었는데 신밀레 탈출이 더 시급한 문제 같네. 그렇게 추천을 받아서 공조에 가려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대군인데 사사로이 나라의 봉록을 받는 공인들을 써도 되는 건가? 그냥 최 씨에게 의뢰하자. 동은 형님에게 말해서 공조로 들어오는 물량 중 일부를 사오는 걸로 해결해야겠지.
“별 방법이 없네, 내가 사사로이 만드는 물건을 어찌 녹을 받는 장인들에게 일임하겠는가.”
“그래도 동은 구하셨군요. 이것만 있어도 기한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기한은 얼마나 걸리는가? 적어도 여섯 달 뒤인 8월에는 완성품이 나와야 할 것인데.”
일을 진행해도 너무 늦으면 아내의 출산이 빠르다. 그런 걱정을 하면서 물어봤지만 장인들은 쌓여있는 구리를 만지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삼 개월이면 충분히 가능하니 염려 마십시오. 이 이야기를 다른 유장에게 하니 다들 도전하려 드는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왔습니다.”
이거는 정말 다행이네, 장인들이 처음으로 만드는 거대한 놈인 것 같다. 벌써부터 내가 준 그림을 보고 열띤 토론 중이었다. 방짜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하면서 전문용어에 사투리까지 섞여서 도저히 정리가 안 된다.
“그리하여 총 비용은 구리가 있고 주석만 쓰는 향동 유기로 한다면 각종 비용을 포함하여 은자로 칠십 냥 되겠습니다.”
“칠십 냥?!”
“장인 열댓 명이 달라붙어 만드는 물건인데다가. 주철로 아래 솥처럼 만들고 다 맞춰야 하는지라.”
결국 형님이 준 돈은 며칠 만에 모조리 써 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 아내에게 입신체비 기본기와 스트레칭을 위해 배운 요가를 알려주고 있을 때. 증류기가 완성되어서 도착했다.
“저건 소줏고리가 아닙니까.”
“소주를 걸러서 약을 만드는 것이오.”
“아니 소주를 걸러서 약을 만든다 하심은. 그리고 저거 다 구리 아닙니까? 그 비싼 구리를 쓰시다뇨.”
아내가 바가지를 긁기 위해 눈을 부릅뜬다. 미안해요 여보. 나 이번에도 질렀어. 그런데 아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아직도 금주령이 해제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술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금주령에 약술은 해당되지 않소. 또한 소줏고리도 아니고 약을 만드는데 쓸 것이오.”
“약이라뇨? 일전에 말씀하신 그것입니까?”
당장 돈 많이 쓰면 아내가 말릴까봐 자세한 설명은 안했지. 아 앞으로 있을 바가지가 두렵긴 하다.
“봉교라 하는 약이오. 불경을 읽다 보니 과거 천축에서는 독한 주정에 밀랍을 달포 동안 녹여서 약을 만들었는데 이를 피부가 곪거나 몸이 상해 열이 오를 때 복용하면 아주 좋다 하였소.”
“주정이라 하면 소주로도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유기는 너무나 비싼 물건입니다.”
아내도 구리가 비싼 것은 알고 있지. 그래도 확실하게 시도하는 것이 좋다.
“나와있기를 주정이 아주 독하여 입에 넣기도 힘들며. 물보다 확실히 가벼울 것이었으니 어찌하겠소. 조만간 쓸 수도 있는 약이기에 확실히 하고자 하였소.”
“미리 말씀해 주시면 놀라움이 덜 할 것이었습니다.”
“미안하오, 다음부터는 꼭 말을 하겠소.”
몸이 상해 열이 오른다고 말하니 바로 알아들었다. 산욕열은 근대에 와서 소독개념이 제대로 알려지기 전 까지는 공포의 병이었고 걸렸다 하면 대부분 죽어버리는 임산부의 적이었으니까. 소주를 준비하자! 금주령이니 약술로 쓰지 않는 술은 집안에 쌓여있다.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