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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조선-5화 (5/573)

< 1장 4화 - 몸을 만들자(3) (0726 수정) >

“이게 최선인가?”

“그렇습니다.”

“이건 반으로 잘라서 소역기에 써야겠는걸.”

역기봉이 왔다. 한양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대장간 거리는 의외로 내 집 근처에 있었는데. 풀무재(현 충무초등학교 인근)에 전부 모여 있더라고. 4곳의 큰 대장간을 찾아서 속이 비어있는 역기봉을 하나씩 주문했다.

“시험 삼아 백 근이 좀 안 되는 모루를 달아 보았는데. 봉으로 된 것은 버텼지만 말아서 만든 것은 여지없이 휘어버렸습니다.”

“알겠소. 그런데 더 잘할 방법은 없었소?”

“이것이 최선이더군요.”

강철판을 말아서 만든 녀석은 전부 내 시험을 통과하지도 못하고 휘어버렸다. 강철을 봉 형태로 가공해서 만든 녀석은 어떻게든 쓸 수 있었지만 오래는 못 쓸 녀석이고. 많은 역기봉을 다뤄보면 성질을 아는데. 이 녀석은 크기만 컸지 현대의 소형 역기봉보다 못하다.

“한 200근 이상 무게부터는 반발력 때문에 몸이 상할지도 모르겠는걸.”

어느새 아내가 뒤에 와서 물건을 확인하는데. 역기봉 자체는 이해했지만 주물로 떠서 만든 령(槓鈴 - 플레이트)을 보더니만 화가 올라온 것 같다. 봉과 플레이트는 같이 보는 거야. 난 당연한 것을 말했어?

“이 쇳덩어리를 하나하나 엮는다는 말씀입니까?”

“내 양생법은 400근(240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오.”

“그게 양생법입니까 마소처럼 일을 하는 것입니까? 차라리 집에 있는 들보를 뽑아서 짊어지시지요! 지리산에 사는 대웅들도 그 무게는 못 들것이옵니다!”

걔들한테 시키면 팔백근도 가능할 걸? 아내의 잔소리를 적당히 듣고 의압(벤치프레스)을 먼저 해보자. 내 체중이 지금 대충 양생(벌크업) 기간이라 90잡고. 수준은 초보자 정도로 잡으면 한 70킬로? 120근(72㎏)까지는 너끈하겠네.

역기봉에 양쪽으로 40근 무게의 공령을 끼운 뒤 힘을 주었는데. 힘이 들지만 못 올릴 무게가 아니다. 그렇게 의압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시거(데드리프트)는 과연 가능할까? 총 무게를 200근에 맞추고 시작했는데.

“이런 젠장! 이건 도저히 못 버티는군!”

“대군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시거(尸擧)는 도저히 안 되는구나.”

가장 많은 무게를 올릴 수 있는 시거(데드리프트)에서 문제가 터졌다. 빙의하기 전 부터 당기는 근육도 센 편이고 기초적인 훈련도 되어있어서 과감하게 200근으로 시작했는데 당겨서 올리는 순간 역기봉이 미묘하게 휘면서 반동이 느껴진다.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놈으로 계속 운동을 하면 반동을 제어하지 못해서 몸이 계속 상해버린다. 남자라면 3대 운동 700kg. 조선시대니까 1200근을 찍어야 하는데 앞길이 구만리네.

“어쩔 수 없군. 당분간 180근 정도에서 멈추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구나.”

“백 팔십 근이면 쇠 대신에 송아지를 드십시오! 사람이 보통 백 근을 넘을까 말까입니다!”

“그 말 좋소. 사람 둘이면 200근은 충분히 넘겠구려.”

그래 역기가 안 되면 사람을 사용해서 하면 되는 거야. 이야 우리 마누라 머리 좋네? 그리고 얘들아? 다 어디 갔니? 아내도 어딘가로 사라졌네? 그렇다면 저 중량 고 반복으로 근지구력도 키우면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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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동을 거치면서 나의 근육은 천천히 불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날이 쌀쌀해질 시월 무렵이 되고. 육조 관리들이 퇴청하는 와중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저거 언성 높이는 거 황희 대감의 아들인 황치신 아니야?

“거기 나도 주시오! 우리 집안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잖소!”

“어허! 비키게나.”

내수소에서는 드디어 석감을 대량으로 만들어내서 - 그래봤자 500개지만 - 궁궐 관리들에게 팔고 있었다. 절반은 향이 없고. 절반은 어설픈 향이 나는 물건으로. 그런데 가격이 비싸다? 원가는 개당 쌀 한말인데? 마침 형님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개당 쌀 세말이라니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이리 하여도 충분히 동할 것이다.”

이미 늦은 관리들이나 품계가 낮은 이들은 아예 포기하고 돌아갈 지경이었다. 하긴 석감을 처음 쓰면 묵은 때가 사라지면서 피부의 색이 변할 정도니까.

“그런데 이렇게 비싸게 파시면 다른 생각을 할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알고 있다. 석감을 만드는 법은 퍼질 것이다. 사대부들이 모두 석감을 쓰려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팔도 전체에 석감을 만들려는 자가 늘어날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석감 조제법을 아무리 비밀로 하려고 해도. 내수소에 있는 자들 중 한명만 뇌물을 먹어도 바로 들통 날게 뻔하다. 형님은 그걸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시작했다.

“그렇다. 막지 못할 것이니 처음에는 비싸고 귀한 물건이라 말하고. 그 이후부터는 시전에 파는 석감에 세를 거두면 그만이다. 집에서 만드는 석감은 아예 포기하는 것이 좋겠구나.”

“관리들이 아무리 재주가 좋다한들 양반가 하나하나를 찾아보진 못할 것입니다.”

형님 머리가 좋으시네. 나 같으면 그냥 가격을 낮춰서 한말정도에 쫙쫙 뿌려서 박리다매를 노릴 거다. 하지만 처음에 비싸게 풀고 그걸로 다들 석감을 만들려고 수를 쓰게 해서. 마지막으로는 석감에 세를 매긴다고? 이거 소비세 개념인데?

“그렇다면 당분간은 제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한가위 까지는 조용히 해라. 겨울 한철과 여름 한철이 지나가면 충분하다 본다.”

얼마 전에 장인어른도 오셔서는 석감을 좀 달라고 하셨는데. 당분간은 바람 잘 날이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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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건너온 지도 7개월째다. 해가 바뀌어 1437년 1월이 되었는데 쌀과 각종 식량을 가져다주는 집 중 하나에서 노름판이 벌어진다는 말을 마일용에게 들었다.

“내 분명 말하지 않았는가! 노름판에 내가 준 쌀을 날려버리고. 아이에게 물을 먹여서 얕은꾀로 날 속이려 하다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시끄럽네! 사람이 약조를 하였는데 지킬 생각을 하지 않다니!”

한 집에서는 자식들에게 물을 매일 두 바가지를 먹이고 있다가 제대로 걸렸다. 볼록한 배를 누르니까 물을 뱉어내는데 참 참신한 방법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엿을 줬는데. 애들이 구석에서 눈을 흘기고 있다 너희 아빠가 참 한심하지?

“내일을 끝으로 약조대로 하겠네. 앞으로 볼 일은 없을 걸세!”

“나리 한번만 용서해줍! 어이쿠!”

소매에 매달려 있어서 팔을 휘둘렀는데. 힘이 점점 늘어나는지 날아가서 뒹굴어 버린다. 미안한 마음에 한번정도는 용서해주기로 했다. 이 사람이 남은 2년 6개월간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밖으로 나가니 마일용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대군께서는 날이 갈수록 어깨가 넓어지시는군요.”

“그렇게나 말인가?”

“저도 어디 가면 덩치가 좋다는 말을 듣는데 대군어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겨울이니 벌크 업 해야지. 커팅은 좀 나중에 하고. 봄 되면 날 풀리니까 죽어라 산이나 타야겠다. 같이 산 탈 사람 있나? 하고 기억을 되새기는데 양녕대군이 떠오른다.

양녕대군이 수양대군이랑 관계가 그렇게 좋았나? 차라리 독실한 불교신자 이미지가 있으니까 효령대군이랑 같이 산이라도 탈까? 산에 절 많으니까 변명도 되고 좋잖아? 라는 생각으로 집에 들어갔는데 일이 터졌다.

“혀…형님?”

형이 왜 여기 있어? 그리고 저 덩치 좀 있는 애들은 뭐야?

“너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있다고 하였다.”

“안 좋은 소문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표정도 심각해서는 대체 무슨 일이시지? 오늘 조회 때만 해도 별 문제없었잖아. 아니 뭔가 수군거리기는 했지. 설마 나 역모인가? 모함이라도 당했나?

“제가 역모라도 꾀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잠깐! 거기 있어라.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나 좀 나누자꾸나.”

금군으로 보이는 자들이 달려들다가 멈췄다. 주마등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지금껏 해온 일이 모두 생각났네. 그래 대장간을 돌아다니면서 이거저거를 잔뜩 여러 번 주문했고 빈민가에서는 구휼핑계대고 사람 모아다가 쌀도 주고 고기도 주고 계란도 주고 콩도 줬지. 그 중간다리는 한가락 한다는 마일용이었고?

“일단 차를 내왔습니다.”

“고맙소.”

형님은 내 입에서 역모 소리가 나와서 그러는지 안색은 검어지다 못해 얼굴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쟁반에 차를 담아온 아내도 이 상황을 눈치 챘는지 빠르게 방 밖으로 나갔고. 해가 슬슬 지고 있어서 어두컴컴한 방 안에 형님의 한숨소리만 퍼진다.

“네 행실이 요즘 수상하다며 사헌부 대관들이 아바마마께 아뢰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하려 나온 것인데 어떻게 된 것이냐?”

“대관이라 함은 대사헌 이숙치가 아닙니까.”

“그렇다. 아바마마께서는 증좌도 없이 입을 열지 말라 하셨다. 하지만 그 후로는 너의 행동에 대해 심히 염려하셨고. 그리하여 확인을 위하여 내가 직접 나선 것이다.”

그래 불문언근(不問言根 - 주장한 것의 근거를 대지 않아도 무방하다)과 풍문거핵(風聞擧劾 - 소문만으로도 탄핵이 가능하다)을 가진 녀석들에게 헐뜯을 만한 짓을 한건 맞지.

이놈들의 본분은 왕권을 수호하고 잘못된 행동을 감시하는 것이라 생각하니까. 이번 일은 내 행동들이 경솔한 게 맞았다. 하지만 세종대왕님 체질 개선하고 사헌부를 비롯한 간관들 깡그리 모아서 PT를 돌리고 만다.

“제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이라 함은. 빈민가에 들락거리고 출신이 이상한 자를 자주 만나며 대장간에서 철물들을 잔뜩 사온다는 말이 아닙니까.”

“어찌하여 그런 일을 하였느냐.”

“형님. 우선 제가 빈민가에 들락거리는 것은 구휼을 핑계 삼아 제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한 것입니다. 그 중간에 필요한 다리로 마일용이라는 자를 택했을 뿐입니다.”

간단히 엮은 책을 형님에게 드렸다. 아직 완성은 안 되었지만 중간 정리본이라도 드려야지 별 수 있나. 입신체비서는 아직 집필단계고 운동 항목만 겨우겨우 채우며 10개정도 썼나.

내가 빙의한 진양대군의 학문적 성취가 낮은 편이라 방법이 없다. 입신체비서를 읽으시더니만 효라? 효라? 하시면서 넘어갔는데 그 다음이 중요하다. 내 행적이 다 드러난 거니까.

“김가의 장손 장연, 연령 11세 임술년 팔월 신장 3척 8촌, 체중 41근. 임술년 시월 신장 3척 8촌 반, 체중 42근. 이게 다 무엇이더냐? 어린 아이들을 20명이나 넘게 신장과 체중을 재다니?”

“어떤 음식이 사람의 몸을 키우는지. 어떤 음식이 더 효험이 좋은지에 대한 답을 아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양생을 위한 방법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양생이라? 사람이 잘 먹고 잘 자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는데 무슨 짓이냐?”

결국 이야기를 했네. 잘 먹고 잘 자면 좋은 것이 없다고? 그래서 형님과 세종대왕님 둘 다 생활을 못하고 있잖아요. 여기서 한번 찔러봐야 한다.

“형님. 이런 말씀을 드리면 안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바마마와 형님은 나라를 다스리시는 막중한 책무로 잠을 줄여가면서 국사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그게 양생법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불미스러운 말씀이지만. 아바마마께서 환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님이 말이 없어진다. 자기도 예상하고 있던 것이 뻔하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세종대왕님이 하는 일을 같이 하고 있을 거니까. 그래서 세종대왕님이 말년에 당뇨병 말기로 거의 힘을 잃어버리자 스스로 나서서 정무를 보면서 몸이 상했다.

거기다 삼년상이 연속으로 겹치자 몸이 쇠약해져 종기가 발생하며 죽은 거고. 당장 형님도 수양대군의 기억 속보다는 몸이 차츰 안 좋아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안색이 나빠지고 있었지. 형님이 한숨을 쉬시면서 입을 연다.

“어떻게 아바마마를 도울 생각이냐.”

“제가 보았을 때 아바마마의 환후는 소갈(당뇨병)입니다. 소갈증이 점차 진행되고 있지만 환후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후가 있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소갈이라. 의서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의심은 가는구나. 계속 말해보아라.”

PT받았던 회원들에게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소재로 많이 삼았지. 매일 앉아서 야근에 철야에 불규칙한 식습관 등등. 그래서 술술 나온다.

“저도 의서를 많이 읽은 것은 아니어서 확진은 할 수 없으나. 상소(上消)가 의심됩니다. 폐와 위에 열이 많이 있으셔 물을 많이 자신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안질이 심해지는 것은 열이 눈까지 파고들기 때문이겠지요.”

“네가 나만큼 아는구나. 나도 아바마마께서 안질이 있으시다 하셔서 의서를 읽었는데 환후가 비슷하여서 심히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이도 형님이 이미 아니까 이야기의 진행이 빨라진다. 여기서 바로 치고 나가자.

“아바마마의 환후를 덜어내고자 하면. 몸을 계속 움직여 정체된 열을 몸으로 흩어내고. 땀을 흘려 습과 열을 같이 뽑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머리가 아둔하여 행하지 않으면 알아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몸이 어찌 움직이는지 알아내려 하였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먼저 저의 몸을 단련하면서 사람의 몸을 알아내려 하였습니다. 그렇게 소역기와 대역기를 주문하느라 대장간을 오고간 것입니다.”

형님의 표정이 확 바뀐다. 세종대왕님이 몸을 정말 안 움직이는건 당연히 알겠지.

“그렇다면 그 대역기와 소역기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더냐?”

바로 방 밖으로 나와서 역기들이 널려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형님은 이런 광경을 난생 처음 보는지 눈이 커져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조금 방이 좁습니다. 역기들이 비를 맞으면 녹이 슬어버릴 수 있어서 어쩔 수 없더군요.”

점점 기구들이 많아지자. 아예 건물 한 동을 더 짓고 하인들을 옮겼다. 지금 쓰는 방은 하인들의 거처를 개조한 방이다. 금군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만 역기를 발견했다. 몇 개를 집어 들더니 좌우로 돌려보고 휘둘러보기도 하고.

“이걸 녹이면 환도 수백자루는 너끈히 나오겠구나.”

“공령과 소역기는 칼을 만들기 힘든 주철입니다. 강철은 저기 있는 대역기봉 외에는 없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쓰는 것이냐? 아니 웃옷은 왜 벗어던지느냐? 그 허름하고 소매가 짧은 옷은 무엇이고? 흉배(胸背 - 가슴장식. 현재 관리들에게는 없다)로 장식되어 있구나.”

“저고리는 옷깃이 걸려서 방법이 없습니다. 우선 의압(벤치 프레스)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결국 티셔츠를 개발하고 말았다. 예의 법도에 다 어긋나는 거 맞는데 나도 살아야지. 사대부쯤 되면 삼복더위에도 속적삼 속저고리 저고리를 다 갖춰 입어야 하지만. 운동하고 살자니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티셔츠는 장식으로 쓸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자수로 뜬 흉배를 붙였다. 어차피 역사상으로는 단종시기에 정착된 것이니 별 문제는 없겠지.

“이거 아주 무거운 것 같구나.”

“날이 갈수록 힘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압(벤치프레스)이 160근에 달합니다.

대역기에 차근차근 공령을 끼워 넣고. 평대(平臺 - 벤치)에 누워서 천천히 들어 올리고 내린다. 그렇게 열다섯 번을 반복하자 다들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저걸 한번 들어보게.”

“세 세자저하! 백육십 근을 어찌 들어 올립니까? 그냥 들거나 짊어지는 것이면 몰라도 저렇게 누워서 팔 힘만으로 올리는 것은 쉬이 할 일이 못됩니다!”

“알겠네. 나가보게나.”

금군들이 나가고. 형님은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는지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이것이 네가 방 안에서 말한 것과 어떻게 연관이 있는 게냐? 이런 용력을 씀은 좋은 일이겠지만 결국 병졸들이 할 일이고 너와는 관계가 없지 않느냐?”

“제가 양생법을 만들고자 하였는데 서책은 읽을 줄 아나 깊이가 없고 그 재능이 부족하였습니다. 결국 이런 기구를 만들어 몸을 놀리며 하나하나를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훌륭한 몸을 주신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생각하며 더더욱 정진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너를 믿기를 잘 하였구나. 너의 몸이 나에게도 보기가 좋으니 더더욱 정진하여라. 참 이 봉 하나는 증좌로 가져가겠으니 가장 좋지 않은 것을 주거라.”

형님이 나가고 금군들이 그 뒤를 따라 나간다. 아내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와서 고생했다는 듯 저고리를 다시 입혀준다. 아마 문을 통해서 소리를 들었나보지.

아내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따로 없다. 세종대왕님이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면. 아직 업적도 많지 않은 문종 형님이 제법 어린나이에 왕위에 올라가고 나도 중점적인 견제 대상이 되니까.

하지만 이걸로 한 관문은 오히려 쉽게 통과했어. 형님도 세종대왕님의 증상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날 돕겠다고 하셨으니 조만간 입신체비서를 완성하고 찾아가야지.

“행실을 조금만 더 주의할 것을 그랬소. 정말 미안하오.”

“아닙니다. 큰일을 하시는데 이러한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저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있으시니 그 큰 뜻을 이제야 알아서 부끄럽습니다. 잠깐 여기가 말고 방에서 잠깐! 이불도 없습니다!”

잠시 껴안고 있는데 음 모르겠다! 큰 위기가 넘어가니 욕구가 올라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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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안에서는 세종대왕과 문종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간관들의 말을 그냥 무시하려 하였지만. 둘째 아들의 일을 나름 중요히 여겨 세자를 보낸 것이었다.

“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그런 말이 나온 게냐?”

“직접 묻고 증좌를 확인하였습니다. 이숙치가 의구심을 가질만한 사항이었으나 괘념치 마시옵소서. 그 아이는 몸을 다루는 것을 좋아하여 벌인 일입니다.”

“그렇다면 빈민가에서 재물을 나눠준 것은 어찌하여 그런 것이더냐.”

“어떤 음식이 몸을 키울 수 있는지 알아본다 하였습니다. 또한 대장간에 들른 것은 주철과 강철로 신기한 것을 만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요즘 양생법을 만들려 하더군요.”

세종대왕은 천천히 역기봉을 살펴보고 들어보았다. 휘어있고 가운데가 비어있는 모습이 뭐에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거대한 몽둥이라면 무기로도 쓰지 못한다.

“양생법이라니? 하긴 유는 몸이 날래고 강무 때도 언제나 나서서 행동한 아이지.”

“방법이 서툴러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가져온 쇠들도 대부분 병장기를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은 무쇠였습니다.”

“그렇다면 대장간에서 병장기를 만들었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로구나.”

불문언근이라 하여도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 문종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무리 간관이라 하여도 종친을 풍문만으로 이리 욕되게 하였습니다. 이숙치에게 처벌이 필요합니다. 이숙치가 소상히 확인하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얼굴을 여러 번 보기는 싫구나. 그리고 그 나이에 양생법이라니? 석감을 만들어내고 목을 푸는 체조법도 만들어낸 아이가 어떤 것을 만들어 낼 지 궁금하구나.”

며칠 뒤 이숙치는 정흠지를 대신해 함길도(함경도) 관찰사로 임명되었다. 진양대군에 얽힌 문제는 순식간에 사라져 다시금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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