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젠틀맨 리그

희대의 범죄자가 탈옥했다. 남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일하는 바가 첩보 기관이었고 단골손님들은 죄다 스파이란다. 7년 바텐더 경력을 살려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라는 마스터는 ‘좋은 스파이는 없어’란 뜻 모를 말만 남기고 사라지는데.
“가장 잘 해주는 사람에게 정보를 줄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 젠틀한데 이상한 스파이들이 저 말을 오해한 것 같다. 누가 잘해 달라고 했지 나를 꼬시라고 했냐고!
* * *
“자, 손님들. 제 말 잘 들으시고, 해당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집에 가고 싶다. 눈을 질끈 감은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이 뭔지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 전혀 관심도 없다. 손 드세요.”
사람들이 조용했다. 관자놀이를 꾹꾹 문지른 헤스터가 구석에 앉은 에드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제 볼을 움켜쥔 채 다소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힘겹게 입꼬리를 올린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에 대해 안다. ……나는 스파이다. 손 드세요.”
스무 개의 팔이 동시에 올라오는 것을 보던 헤스터가 얼굴을 쓸었다. 정말로 이상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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