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 동거, 오해, 사내연애, 비밀연애, 능력남, 재벌남, 직진남, 다정남, 동정남, 절륜남, 순진녀, 상처녀, 도도녀, 더티토크, 계약연애/결혼, 소유욕/독점욕/질투, 연재중, 고은하: DS식품 온라인 사업부, 입사 3년차 주임. 누구나 돌아볼만한 미모에 취업도 잘했는데, 사는 게 쉽지 않다. 특히나 집안 좋은 낙하산들 앞에선. 정우건: 경영기획부 신입. DS식품의 모기업인 도산그룹 정주호 회장이 늦은 나이에 본 막내아들. 운동선수 못잖은 넓은 어깨, 긴 다리, 근사한 얼굴, 매력적인 미소까지 갖췄지만, 종종 혓바닥에 날이 선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의 경멸 어린 싸늘한 시선이 떠오른다. 직장 동료 아버지와 원조교제 하는 여자.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대단한 사이였던 것도 아니고 그저 한 달 남짓, 썸 좀 타던 사이. 어차피 잘 되지도 않았을, 잘 되어봐야 몇 달 연애하다 헤어졌을 딱 그 정도의 사이인데 이 남자가 뭐라고 치부까지 드러내야 한단 말인가. 결국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다 아는데… 왜 맥주 몇 잔에 이다지도 기분이 처지는 걸까. “당신이 궁금해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담배를 깊게 빨았다. 여자한테 이렇게 목매는 것도 처음인데, 그런 추잡한 늙은이에게 몸 파는 여자였다니. 사정이 있을 거라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안 된다. 이 여자,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 데 재주가 탁월한가 보다. 겉만 멀쩡한 쓰레기 같은 여자였다고, 그렇게 정리해 버리면 될 텐데 쉽지가 않다. 고도의 연기인지, 아니면 숨겨진 진심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발췌 “몸, 스폰, 원조 교제. 당신 같은 사람들이 그런 관계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들. 수치심에 입술을 깨물고 몸을 떠는 은하에게 정우건이 말을 이었다. “아무리 김한수 판사가 열심히 벌어도, 내가 가지고 태어난 돈에 비하면 푼돈입니다. 내가 줄게요. 가방이든, 오피스텔이든, 돈 아낄 생각 없어요.” 그는 거만한 건지 비열한 건지 모를 말을 하며 은하를 쳐다봤다. “그 대신 내가 당신을 갖는 겁니다.” 그의 시선이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너무 무겁고 어두워서 무슨 감정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보이질 않았다. 은하는 떨리는 손을 감추려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오늘 많이 취하셨나 보네요.” 그가 취해서 헛소리하는 것으로 치부하려 했지만,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오늘 약속, 취소라고 생각한 적 없어서.” 그가 물러나지 않았다. 은하는 다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치마 위로 손을 얹었다.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손끝이 떨렸다. “그런 돈 주고받는 관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면서요.” 한 입 가지고 두말하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은하의 지적에,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우건은 싱겁게 말하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런 짓, 쓰레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그런 스스로가 불쾌하고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근데 궁금해서요.” 당신이 궁금해요, 그가 보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