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장마 전선

※해당 작품은 애니멀 플레이를 포함한 SM 요소가 내용 초반 담겨 있습니다.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 남자는 위험했다. 나른하고 무미건조한 눈빛은 거칠지만 아름다웠다. “하룻밤에 백만 원이면 이천 번, 이백만 원이면 천 번…. 얼추 오 년 안에는 전부 다 갚겠지만 밑이 헐어서 걸을 때마다 쓰릴 거예요, 그렇죠?” 22억이라는 거액의 빚을 남기고 사라진 부모님, 아픈 동생. 유현은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다. 두렵고 절망스러웠다. 유현은 저도 모르게 떨리는 두 손을 맞잡았다. 뭐라도 잡을 것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지도 모른다. “나한테 팔아 보는 건 어때요.” 그는 마치 사냥을 앞둔 거대한 짐승처럼 정제된 눈빛을 반짝이며 유현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네?” 남자는 손끝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따라 선을 그리더니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눈이 마주친 순간, 유현은 장마가 내리는 덥고 습한 계절이 된 것처럼 꿉꿉하고 축축한 비 냄새를 맡았다. 아스팔트가 젖어 가는 바로 그 냄새. 거친 엄지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꾹 누르더니 슬쩍 문질러 발간 흔적을 남겼다. “나한테 팔아 보라고. 내가 비싼 값에 사 줄 테니.” 이토록 고상하고 우아한 위협이라니…. 한바탕 폭우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거칠게 요동치고 검은 구름은 젖은 냄새를 풍기며 빠르게 몰려오고 있었다. 유현은 기꺼이 폭풍우 속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이 흠뻑 젖더라도. 주해욱은 여름 장마 같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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