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죽었어.” 오빠들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죽임을 당했다. 황폐한 사막에 의지할 데라고는 어머니밖에 없었다. “여자아이는 혼자 살아갈 수 없어.” 남자아이처럼 보여야 한다며 어머니는 루나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땅인 사막에서 어머니와 헤어지고, 루나는 정말 혼자가 되었다. 남자아이의 삶을 살며. 사막의 삶은 잔인했다. 인간은 더 잔인했다. 거의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느꼈던 그때, “파… 파디샤시여!” 파디샤. 왕들의 주인이자 대사막의 지배자.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자. “남자는 전부 죽여라.” 그의 말 한마디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희망마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오래도록 찾았어, 루.” 루는 루나의 어린 시절 애칭이었다. 이 애칭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 시간이 많이 흘렀잖아.” 황량하고 거친 사막에서 빛을 잃지 않는 파디샤의 미모보다도 그의 눈동자가 루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까닭은, “나는 하루도 너를 잊어본 적이 없어.” “사, 사하드…?” 사하드였다. 사하드의 눈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준비했어. 살아남아서 반드시 널 이곳에 데려오겠다고. 그리고 마음껏 사랑해 주기로.” “안 돼, 사하드. 이러면 안 돼…….” “제발, 루. 안 된다고 하지 말아줘.”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속으로 침범하는 그의 혀가 달콤했다. 사하드는 자신이 여자인 것을 알지 못한다. 여자란 사실을 말해도 너는, 내게 다시 입 맞춰줄까? *본 도서는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