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저승꽃감관

#수한정다정공 #팔불출공 #찐저세상다정공 #아기사슴수 #세상물정모르수 #울보수 [지고한 염라대왕은 구더기보다 쓸모없는 미천한 자를 반려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역대 대왕 중 가장 혹독한 공포 정치로 저승을 휘어잡는 위대한 군주, 염라대왕에게 내려온 첫 번째 예언. 그 어처구니없는 예언에 염라대왕은 코웃음을 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자현장자의 환갑잔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달막한 맹인 도령, 궁이에게 온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으니. 한눈에 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진흙탕 같은 인생에서 애처롭게 뒹구는 궁이를 구원해 주려 계략을 짜내기에 이른다. 평소 냉랭하고 안하무인 하기 짝이 없던 그가 보잘것없는 궁이를 어화둥둥 해 주는 모습에, 염라의 신하들은 천지가 개벽했노라고 기겁하게 되는데……. ※ 본 작품은 전통설화 ‘이공본풀이’를 배경으로 차용하였습니다. 설화적 내용을 따르는 일부분이 현 시대상과 달라 보시기에 불편하실 수 있으므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 [본문 중] “그만 울래도.” 염라가 큼지막한 손가락으로 궁이의 눈물을 훔쳐 주었다. 그리고 제 손가락을 적신 흥건한 눈물방울을 보며 한쪽 눈썹을 크게 휘었다. 저 자신이 방금 무심결에 무슨 짓을 했는지, 스스로 놀라워했다. 순간 저 작달막한 몸에서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는 진주알 같은 눈물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무심코 손이 먼저 뻗어 나갔다. 인과를 설명할 수 없는 미친 행위였다. 한데 묘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체 이 묘한 아릿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를 빤히 응시할 때마다 가슴이 더욱더 욱신거리며 아려 왔다. 난생처음 겪는 둔통에 염라의 머릿속 또한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도 아이의 얼굴에서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던 염라대왕의 비밀특근위부대 화랑단장인 여호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처, 천지가 개벽할 일이로다!’ 여호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군을 살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진정 자신의 두 눈알을 이 자리에서 뽑아 바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대체 제 주군이 뜻 모를 기괴한 행동을 하는 저의를 도통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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