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절벽에 뜬 달

절벽 위에 외로이 있는 초가집 하나. 그곳에는 왕의 자리에서 폐위된 사내가 유폐되어 있다. 나는 병든 아비를 대신하여 그를 감시한다. 어떤 이들은 그가 친모와 간음을 했다고 하고, 다른 이들은 그가 수백의 처녀를 겁탈했다고 했다. 하지만 소문과 달리, 내 눈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그저 외롭고 자상한 한 남자일 뿐이었다. "얘, 아가. 우리 서로 이름 지어 주지 않으련?" 이 양반이 미쳤나. 너무 외로워서 미쳐버렸나 보다. “네 이름은 호랑이 인에, 아름다울 화를 써서 인화라고 하자. 나도 하나 지어주렴.” “그럼 나리는 산이라고 하십시오. 산은 바다 위 홀로 떠 있어도 외로움을 모르지 않습니까.”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아가. 너는 시인이구나.” 서로 이름을 짓자던 남자. 시를 읊어주고 혼자 농담을 하며 웃던 남자. 이상하게도 점점 그의 목소리가 좋아졌다. 점점 그가 좋아졌다. "오늘은 자고 가련. 너무 외로워."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싶었지만. “저희는 정말 안 될 말입니까?” 그는 조금 웃더니 내 뺨에 입을 맞췄다. “그래. 안 될 말이란다. 네가 내 곁에 머물면 내내 괴로운 일들만 겪게 될 거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그는 내 정적 속에 열기를 피우는 유일한 존재였다. 우리는 달과 해가 한 하늘에서 멀찍이 떨어져 순행하듯이 서로에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로 떨어져 앉아, 각자의 목숨을 조금씩 풍화시켜갔다. 어떤 운명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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