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잠 못 드는 시녀의 밤

한때는 명문 귀족가의 딸이었으나 이제는 지인 집에 얹혀살며 하녀처럼 살아가는 에바 메이시스. 삶의 밑바닥을 지나고 있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아름답고 강하며 눈부신 남자, 그녀의 전 약혼자였던 황태자 에드워드를. “왜 울어요, 응?” 에드워드가 에바의 아픈 발을 잡고 걱정스레 물었다. “…창피해서요. 흑.” 그의 목소리가 다정해서였을까. 내내 묵혀둔 속엣말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흘러나왔다. 물에 빠져 흠뻑 젖어 있는 모습도, 구멍 나 기워 신은 양말도,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처지도 모두 수치스러웠다. “아파서 그런 건데 뭐가 창피합니까. 발도 이렇게 예쁜데.” 이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창피할 것 없어요. 무슨 이유든,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에바.” 에드워드는 움츠러든 그녀를 달래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가 떠난 후에야 깨달았다. 잠깐 머물다가 간 그 남자가 마음에 무겁게 담겼음을, 그가 첫사랑이었음을. *** 고단한 시간을 따라가다가 에드워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많은 귀족 영애들을 물리치고 황실의 시녀가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이 자라고 강해졌을 때. 더 이상 그가 생각나지 않게 되었을 때. “전하께서 잠드시기 전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고 기도를 올리는 게 침실 시녀의 일입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손을 잡으시는 건.”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영애 앞에서 내 마음대로 행동한 적이 있습니까?“ 따져 묻는 목소리가 전과 달리 까칠했다. 그녀를 담고 번뜩이는 눈동자가 몹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당신이 황궁으로 들어올 줄 알았다면, 그날 그냥 보내지도 않았어.” 지척까지 얼굴을 들이댄 에드워드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경고해왔다. “그러니까 이번엔 내 마음대로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일러스트 By 감람(@cooking_eggs) 타이틀디자인 By 타마(@fhxh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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