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산은 그 이름대로 찬란하게 빛났다.그는 천자마저도 우롱하는 자였다.그래, 황제까지도.〈선평군왕께 저를 바치겠습니다.〉하면 이 몸에서 눈뜬 건그런 악귀에게 내린 천벌일까?“짐이 내는 수수께끼를 맞히면너를 살려 주고 품계를 내리겠다.”하늘 아래 두려울 것 없는 군왕에서제 손으로 세운 황제 연제묵의한낱 실성한 후궁이 된 신세.어째선지 저를 기꺼워하는 연제묵의장단을 맞춰 주며 권력을 노리는 그에게남방의 번왕이 ‘화연우’가 지니고 있던연희산의 생전 비밀 장부를 건네 온다.화연우와 연희산, 그리고 연제묵.대체 이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단 말인가.이 모든 것의 답을 쥔 연제묵의복심을 추측하는 연희산에게황제는 그저 방향을 잡아 줄 뿐이다.그가 원한 사내는 바로 이 꽃이었으니까.아름답고 악독하며 그를 증오하는 꽃.“나를 소유해라. 그리하면 온 천하가 오직 너의 것이다.”* * *“너를 괴롭힌 자가 있다면 마땅히 벌을 주마. 누가 너를 그리 괴롭게 하였느냐.”연희산은 여러 이들을 떠올렸다. 당장 눈앞의 황제, 연제묵부터 황후나 궁인들, 그리고 은친왕과 선평군왕을 배신하고 변절한 이들. 하지만 가장 훌륭한 답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황후마마께서 신첩의 무지몽매함을 일깨우고자 보낸 훈육 태감이 회초리로 때려서 낸 자국입니다.”“그자를 어찌해 주랴.”황제의 물음에 후궁이 해사하게 웃었다.“회초리 백 개가 부러질 때까지 그자를 벌하십시오.”선평군왕이 예의 그 잘생긴 얼굴로 웃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낮게 읊조리곤 했다. ‘선평군왕께서 또 누군가를 무너뜨린 모양이다.’그리고 연제묵의 맞은편에 앉은 후궁의 웃음이 그런 선평군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제묵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