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외계인 진짜 있던데

우주선에 납치당했다. 그냥 새벽에 배고파서 편의점 가던 길이었는데. * * * [확실히 귀여운 맛이 있군. 아주 마음에 들어.] 옆구리를 쓸던 손이 점점 위로 움직이더니 가슴까지 올라왔다. 입매를 보니까 내가 꽤 마음에 든 얼굴인데. 죽이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이걸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해야 하나?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여서 긴장이 풀렸다. 물론 저렇게 흐뭇하게 웃고 있다가 날 데려가는 곳이 고문실이면 기절하겠지만, 손 여러 개가 내 몸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또 그건 아닐 것 같고. 나는 지금 아무런 힘도 없고 절대 너에게 개기지 않겠다는 인상을 심어줘야겠어. 그렇게 결정하고 나서 육팔이에게 편하게 몸을 기대어 ‘난 지금 너한테 존나 쫄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육팔이의 입꼬리를 보아하니 작전 성공인가 보다. 내가 제 품 안에 몸을 기대오는 게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휴. 다행이다. 이렇게만 있으면 안 죽을 것 같다. 하루아침에 이딴 꼴이 됐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난 아직 죽기 싫다.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육팔이가 손을 움직여 천천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응? 방금 뭔가……. 느리게 움직이던 손이 유륜 주위를 집요하게 지분대다가 톡 튀어나온 돌기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다른 손은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어 간질이듯 조심스레 만지다가 점점 위로 올라왔다. 어, 뭔가… 기분 좋은데……?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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