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운명의 상대를 찾았군.” “이게 어디서 약을 처먹은 소릴 하고 있어? 너, 어느 행성 출신이야? 어?” “플리비시아.” “프, 플리비시아?” 태비가 되묻자, 남자는 다시금 손을 뻗어 태비의 양손을 꽉 움켜쥐었다. 후 불면 날아갈 것처럼 생겨선 손아귀 힘이 장난 아니었다. “큅튼 함대 소속의 하이플리드 큅튼 주니어다. 나와 결혼해 주지 않겠나.” 태비는 파리의, 아니 은하의 택시 운전사다. 한때는 지구 출신으로 유일하게 은하 연합 군대의 사단장까지 올라갔지만 지금은 우주 정거장에서 행성 사이를 오고 가는 택시 기사일 뿐. 우연히 주운 남자가 은하 영웅 큅튼의 아들이리라곤 상상도 못 할 민간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뒷좌석에 굴러다니던 정체불명의 약을 마신 이 어린 청년은 다짜고짜 태비에게 저와 결혼해 아이를 낳아 줄 것을 요구한다. 은하 영웅의 아드님이요……? 내 나이가 몇인데? 사랑의 묘약인지 뭔지, 방금 마신 요상한 약 때문임이 확실하다. 해결 방법은…… 약으로 반한 상대와 하룻밤을 자는 것뿐이라고. 택시가 우주 한가운데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른다. 이 망할 놈이 마신 약을 어떻게든 해독시켰는데, 글쎄 은혜도 모르고 자신을 기필코 찾아내고야 말겠단다. 누가 네 뜻대로 잡혀 줄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