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에는 폭력 요소(아동학대, 폭력, 자해, 강간, 가스라이팅 등)가 포함되어 있으니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구질구질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던 열성 오메가 이채공은 스무 살의 겨울날, 우성 알파 권현조를 만나 난생처음 받은 온기에 금방 사랑에 빠져버린다. “공짜로 다 해주는데 이 정도는 너도 해줘야 하는 거잖아. 그렇지?” 그러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주는 법을 몰랐던 권현조가 너무 좋아서. 절벽으로 내몰리던 채공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를 떠난다.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던 이채공은, 모종의 사건으로 현조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내가, 이따위로 살라고 보내준 줄 알아?” 권현조는 평생 이채공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쭉 잘살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데?” “모르는 알파한테 처맞으면서 몸이나 팔고, 그러면서 병신처럼 웃는 거?” 하지만 이채공은 돌아왔다. 아니, 권현조가 찾아왔다. 사실은 그냥 만났다. 어쩌다 보니. “넌 내 알파가 아니야.” 다시 만난 이채공은 너덜너덜한 누더기였고, 권현조는 그 누더기가 여전히 좋았다. 빌어먹게도. (미리보기) “……너 미쳤어?” 채공은, 바보 같은 이채공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제 상황을 깨달았다.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은 볼품없는 손과 방금 막 생긴 상처에서 흐르는 붉은 핏방울. 다리 곳곳에 있는 흉터들. 그런가 봐. 내가 미쳐버렸나 봐.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냥 예전처럼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란 건데. 채공이 고개를 들었다. 멀찍이서 올곧게 서 있는 현조는 조금도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딱딱하게 굳은 그 얼굴은 조금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엇이? “하, 한 번 더 다치면, 이것보다 더 크게 다치면……. 또 치료해줄래?” 그 순간, 현조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아니.” “…….” “이제 안 해줄 거야. 몇 번을 다쳐도 안 해줄 거야. 그러니까 이런 짓 하지 마.” 이제 안 해줄 거야. 그 말이 채공의 머릿속에 몇 번이고 울려 퍼졌다. 이제 채공에겐 현조를 웃게 하고 그에게서 다정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채공이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미안해.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 “……이채공.” “내가 왜 이랬지? 진짜 이상하다. 그치?” 채공은 뺨이 축축하게 젖고 나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때, 채공은 누군가의 품 안에 폭삭 안겼다. 어느새 다가온 현조가 채공을 꼭 끌어안은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현조의 손이 조금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 너 안 되겠다. 병원 가자.” 채공이 놀란 얼굴로 현조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가 처음으로 현조의 손길을 뿌리친 것이다. 채공은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상처로 뒤덮인 손을 휘저으며 그런 말을 해봤자 믿어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