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면 근사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상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로 서른인 민준은, 그저 한 달만이라도 푹 쉬어보는 게 소원인, 이름만큼이나 평범한 일개 직장인이다. 근사한 어른은 무슨. 전공과 전혀 상관도 없는 부서에 발령을 받아 경력이 꼬인 데다, 외모와는 달리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이라 회사 생활에, 일상에 점점 회의적이 되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딱히 별 다른 수가 없으니 막연한 미래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만 많고, 그저 퇴근하자마자 맥주 한 캔 마시고 침대 위로 쓰러지고만 싶다.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하고 지루한 어느 날,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민준은 화장실로 향하던 중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일하다보면 부딪힐 일도 많겠지만 잘해봅시다.” 나름대로 정중하게 선을 그었는데, 민준의 얼굴과 내민 손을 번갈아 보는 진환의 얼굴이 묘했다. 어쩐지 가소로워하는 것 같은, 그런 수상쩍은 웃음기를 머금고서. “그래요.” 맞잡아 오는 손이 차가웠다. 뱀처럼 천천히 감겨, 꾹 움켜쥐는데… 아, 민준 본인도 느껴질 정도로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원래 악수는 그렇게 하는 게 맞긴 한데… 꼭 다른 의도라도 있는 것 같아서 재빨리 손을 빼냈다. 이래서야, 아까 침착한 척 굴었던 게 우스워지잖아.」 잊고 살았던 첫사랑, 최진환이 떡하니 눈앞에 나타났다. [[BL] 을의 연애]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