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마을의 귀족(貴族)이라는 것들이 백성들의 고혈을 착취하며 저들의 배만 불리고 있으니 괘씸하다. 백 년 동안 이들의 심장 백 개를 취한다면 하늘에 올라 천호(天狐)가 될 수 있으리라.] ‘천호’가 되고 싶은 여우 요괴 비비. 사냥감을 고르던 중 우연히 어린아이를 구해주게 되는데……. 이 아이, 소매에 매달리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비비 님은 엄청 무서운 분이실 줄 알았어요.” “그럼 너는 내가 어떠하느냐?” “…무척 아름다우세요.” 요괴와 인간이 함께할 수는 없는 노릇. 비비는 아이의 기억을 지우고 약속을 저버린 채 홀연히 떠나고야 만다.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다시 돌아온 마을에서 제 취향을 그대로 옮겨둔 듯한 귀족 사내를 만난다. 비비는 사내의 심장을 마지막 100번째 제물로 삼기 위해 그를 홀려보려 하지만, 사내는 되려 엄청난 힘으로 비비를 제압하고,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오는데...! 겉은 요망하지만 속은 순진한 여우 요괴와 겉은 순진하지만 속은 요망한(?) 연하공의 왁자지껄 연정 서사! *** “유자야, 네가…, 너무 먹고 싶다.” 봉선화의 씨앗이 톡, 하고 튀어나오듯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속삭임이었다. 진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듯 웃으며 비비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감싸 안았다. “그럼 먹어요. 당신이 가지고 싶은 게 내 안에 있다면 뭐든 다 가져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