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역천록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선계(仙界)가 아닐까?
고뇌도 슬픔도 없는 별유천지(別有天地)의 무릉도원(武陵桃源). 선녀들이 오색 구름을 타고 내려와 요지(瑤池)에서 목욕을 하고, 신 선들이 낙락장송(落落長松) 아래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한가로 이 바둑을 두는 곳.......
하지만 그런 곳이 정말 존재할까? 여기에 이르면 사람들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런 곳은 상상 속에서 나 존재할 뿐, 현실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 그것은 단연 한 곳을 꼽을 것이다. 바로 황제(皇帝)가 살고 있는 자금 성(紫禁城)일 것이라고!
외양으로는 천만백성 위에 군림(君臨)하는 황제의 위엄을 나타내듯 웅장한 규모를 이루며, 안으로는 호화와 사치의 극을 이루는 고루거 각(高樓巨閣)들이 절묘한 배치를 이루고 있는 곳, 천하의 중심지인 자금성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예술품이 아닐까?
하나 그것은 통념(通念)일 뿐이다.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곳이 또 하나 있다. 그곳은 바로 한산장원(寒山壯園)이었다. 한산장원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 누 가 살고 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단지 한산(寒山)에 위치하 고 있기에 한산장원이라 불리울 뿐이었다.
한산은 하북(河北) 항산(恒山)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나지막한 산 으로 웅장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항산과는 달리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산, 아니 구릉에 가까운 곳이었다. 한산 일대를 청원(淸苑)이라 불렀다.
청원은 반달형의 구릉지대에 형성되어 있는 작은 마을로 저녁이면 밥짓는 연기가 여기저기서 오르는 전형적인 촌락이었다. 사실 이곳은 산이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나지막한 언덕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곳에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진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원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산장원의 규모는 무척 컸다. 장원의 넓이는 한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담장은 허름한 듯하면서도 단단하게 석축(石築)으로 쌓아져 있었는데 한산을 따라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으며 담장을 둘러싸고 죽 림(竹林)이 우거져 있어 무척이나 탈속한 느낌을 주었다. 장원안의 전각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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