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선하에게는 비밀이 있다

“선하야. 나 좀 믿어 줘. 비밀 지킬게.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수능을 망치고 재수학원에 들어왔지만, 공부는 뒷전인 양아치 이선하. 그는 양성구유라는 신체의 비밀이 탄로 날까 봐 누구와도 친밀해지길 꺼린다. 다행히 자위가 유일한 낙이자 취미 생활이기에 혼자 지내는 기숙사에선 외로움을 달래 줄 친구도 연인도 필요 없다. 자유로운 자위라이프를 즐기며 만족스러운 독립생활을 이어가던 중 주예온이라는 방해꾼이 등장한다. 그는 무슨 꿍꿍이속인지 이선하에게 끊임없이 접근하고 친한 척 군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사건으로 이선하는 비밀을 들키고 만다. 주예온은 그에게 비밀을 빌미로 협박은커녕 자신을 감시해달라며 이상한 제안을 하는데…? 분명 이선하에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굴긴 하지만, 어딘가 수상하고 미심쩍기만 하다. *** “선하야. 몸은 좀 어때?”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그를 온몸으로 막아 냈다. 바닥에 딜도가 굴러다니는 방에 누군가를 들일 수는 없다. 그보다 주예온이 어떻게 제 기숙사 문을 연 걸까?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가 문틈으로 카드키를 내밀었다. 제 것이었다. “네가 이걸 왜 갖고 있어?”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일단은 카드키를 챙겼다. 이어 핸드폰과 가방이 차례차례 건네졌다. 용무를 마친 주예온은 가만히 서서 선하를 바라봤다. 선하도 주예온을 마주 봤다. 그러나 평소와 같은 그에게선 아무것도 읽어 낼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왜 기숙사에 있어?” “내가 부축해서 데려왔어. 정신 차려서 다행이야. 약 먹고 몸조리 잘해.” “뭐?” “아직 정신이 없을 거야. 푹 쉬고 다음에 보자.” 불쑥 쳐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예온은 예고도 없이 돌아갔다. 선하는 혼이 빠진 채로 터덜터덜 침대로 다가갔다. 툭. 발치에 무언가가 걸렸다. 새로 산 딜도였다. 버젓이 바닥을 굴러다니는데…… 당연히 주예온도 봤겠지? 하하. 선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시발. 망했다.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