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간 재희는 왕래도 없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빈소를 차린 재희는 아무도 오지 않는 빈 장례식장에서 상조회사 사람들 눈치를 보며 곤란해한다.
가까스로 병원에 말해 삼일장을 하지 않고 다음 날 바로 될 때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한 재희는 누군가가 빈소로 들어오는 것에 병원 관계자라 생각하고 입구로 다가간다. 그리고 거기서 6년 전, 헤어진 이복형 준원과 마주한다.
열일곱 때 모든 것을 내던지며 의지하고 사랑한 준원을 6년 만에 마주하자 분노와 함께 알 수 없는 미련의 감정이 재희를 뒤흔든다. 준원은 그때와 변함없이 재희를 꼼짝도 할 수 없게 붙들고 사랑을 쏟기 시작하고, 재희는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에게 굴복하고 싶은 모순적인 마음에 흔들린다.
*공: 권준원(34) 여섯 살 때 집으로 온 재희를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동생인 권재희만을 위해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자신이 어릴 때 비정상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겪은 혼란과 결핍을 재희는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여섯 살, 불안정한 눈동자로 저를 보는 어린 재희를 보는 순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준원은 재희가 저를 싫어하고 밀어내도 늘 같은 사랑으로 동생을 챙기고, 감싸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생이 된 재희가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와 마중을 나가 기다리는데 골목에서 어떤 놈과 재희가 붙어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리고 그날 재희를 보는 시선과 마음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화가 단순히 동생을 괴롭히는 놈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권재희와 붙어 있는 놈을 향한 질투라는 것을.
그날 이후 감정의 골을 지나 재희와 모든 것을 함께하고 나누는 연인이 되고, 뜨거운 감각들 속에 파묻혀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리고, 준원은 재희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6년 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여전히 사랑하는 자신의 동생, 재희와 재회한다.
*수: 권재희(24)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데리고 간 집에서 새어머니와 같은 성 씨를 가진 열 살 많은 형 준원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도 좋아하지 않는 저를 늘 다정하고 착하게 대하는 준원이 어쩐지 미워 그 손길과 온기를 뿌리치고 준원을 괴롭혔다. 하지만 준원은 늘 같은 온도로 재희를 대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들어가 중학생 때 그랬던 것처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최대한 집에 늦게 들어오는 매일을 살던 어느 날, 취한 친구 놈이 골목에 저를 밀고 스킨십을 시도하고, 재희는 그 친구를 밀어내려 애쓴다. 하지만 밀리지 않고 꼼짝없이 키스까지 당하려는 순간, 몸이 뒤로 떨어지고 그곳에 선 차갑고 화난 얼굴을 한 준원과 눈이 마주친다. 늘 다정하기만 했던 화난 준원의 얼굴에 당황하다가 그대로 끌려 들어가 저에게 고백하는 준원과 마주한다.
말도 안 되는 첫 관계를 가진 뒤, 혼란스러운 시간을 지나 재희는 자꾸만 떠오르는 감각과 제가 차갑게 대해도 여전히 모든 것을 저에게 맞추고 생각하는 준원에게 의지하게 된다. 사랑에 열려 버린 마음은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준원의 사랑이 없이는 조금도 버틸 수 없을 만큼 흠뻑 사랑에 젖어 버린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충격을 받게 되고, 함께 떠나자는 준원의 손을 뿌리친다. 결국, 준원은 떠나고 재희는 혼자 남겨진 채 살아간다.
그리고 무엇도 괜찮아지지 않은 6년 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6년 만에 보는데도 전혀 낯설지 않은 형, 준원과 재회한다.
**글 중에서**
‘솔직히 말하면 네가 더 놀랄 것 같아서 참고 있는 거야.’
‘뭘 참는데? 참지 말고 말해. 여기서 더 놀랄 말이 뭐가 있다고.’
깊게 연기를 한 모금 더 빨아들인 권준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내 뺨을 문질렀다. 내 모든 것을 늘 움켜쥐던 권준원의 손이 흠뻑 젖었다. 그제야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난 너랑 완전히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