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망하고 팔려가듯 부모님의 원수와 결혼하게 된 연지우. 결혼 생활은 끔찍했지만 집의 채무를 탕감해 주고 어머니를 보살펴 주겠단 말을 믿고 꾹 참았다. 하지만 원수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우를 그저 우성 오메가로서 후계자를 생산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 그렇게 비참한 현실 속에서 눈을 감는 그때, 지우는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회귀했다. “저를 빼내어 주세요. 그러면 제가 알고 있는 김해준의 약점을 전부 드릴게요.” 비참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우는 자신의 원수가 증오하던 타고난 계략가 도윤후를 찾아간다. “…내게, 너처럼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김해준이 잡아먹은 계열사의 오메가가 너 하나뿐인지 잘 생각해 봐.” 하지만 도윤후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지우의 말을 어떻게 믿냐며 선을 긋는 그의 행동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가 아니라면 지우는 김해준과 또다시 결혼해야만 했다. “절 살려 주지 않으시겠다면, 전 당신이 고자라는 걸 세상에 다 소문내고 다닐 거예요.” “뭐? 고자?” “김해준의 보고서에서 봤어요. …알파가 러트 사이클인데도 오메가를 거부한다면, 고자가 아니고 뭐겠어요. 고자가 아니면, 뭐 좀, 특이한 취향이신가 봐요?” 어이없다는 듯 웃는 도윤후의 반응에 아차 싶었지만, 어쩐지 그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 * * “제가 그 특이 취향을 받아 드릴게요. 저한테 하세요.” 자신은 없었지만 특이 취향이라고 해 봐야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닐 테니, 그냥 막 던진 말이었다. 사실 그의 손에 죽는다고 하더라도 김해준에게 끌려가 다시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하고, 죽이는 것보단 나았다. 윤후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그러다 순식간에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매서운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연지우라고 했지?” “네.” “그래, 연지우 씨는 아무한테나 다리를 막 벌리고 다니는 사람인가 봐?” “…네? 아니, 제 말이 왜 그렇게…. 누구라도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지우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윤후가 바로 말을 막았다. “진작 그렇게 제안하지 그랬어? 내가 원하면 아무 때나 쓸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으면 30억쯤, 뭐….” “저, 그게 아니고요. 진짜 저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니까요?” 지우의 변명에도 윤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이렇게 쓰기엔 헤픈 게 더 좋지. 우선 임신부터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