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간성

<본 도서는 기존 오메가버스 차용 작품들과는 달리 변형된 설정이 있으며, 해당 설정이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불호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매 전 책 소개글을 꼭 참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명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평범한 삶이었다.

9년 전, 이 세상에 아직 알파와 오메가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이다. 심한 열감기를 앓고 난 15살 이명의 몸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겼다. 남성적인 그의 몸, 성기와 항문 사이 회음에 작게 갈라진 틈이 생긴 것이다. 육신을 찢는 통증과 함께 태어난 그 틈은 무척 작았지만, 이명의 생을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5년 전, 이명이 19살 때에 세상이 한 번 크게 뒤바뀌었다. 인류는 알파와 오메가가 신인류임을 받아들였다. 이명 역시 사춘기 시절 자신이 겪었던 혼란의 정체를 깨달았지만, 이제 와 변하는 것은 없었다. 산더미 같은 빚은 여전했고, 쉽게 나아질 길 없는 현실이 숨이 막혔다. 이명에게는 세상의 소란이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변화한 신체를 무시하며 살던 이명의 앞에 나타난 덫, 한지완.

“이명 씨는 경호할 대상이 범죄자여도 괜찮아요?”
“고용주 개인의 도덕성은 제가 판단할 게 아닙니다.”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한지완은 채용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명이 그의 저택에 발을 들인 순간 그는 쉽게 제 속셈을 드러냈다.

“이런 걸 숨기고 있었어? 형, 오메가야?”

들키고 말았다. 약과 술에 취한 채로 매서운 폭행을 당해 힘을 잃은 이명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저조차 잊고 살던 비밀을 손가락으로 쿡, 짚은 맹수가 이를 빛냈다.

“나랑 실컷 놀아 주면 형 빚 한 큐에 갚아 줄게. 잘 생각해 봐. 손해 보는 장사 절대 아니니까. 내가 질릴 때까지만 놀아 주면 돼.”

이명의 손발에 구속을 채우고, 한지완은 가증스러운 목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였다.
결국 이명은 강압적인 제안에 체념하듯 응하고 말았다.
말 그대로 ‘매춘’이었다. 그러나 이명은 이것이 제 선택이 아닌 협박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부정해왔다. 천천히 허물어지는 제 도덕성에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어느덧 완벽히 한지완의 정부가 된 이명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명아. 너 명이 맞지?”

잊고 있던 첫사랑, 권설영이었다.

*공1: 권설영(24)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 고등학교 동창인 이명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남자에게 끌리는 것이 혼란스러웠고, 아무래도 틈을 주지 않는 이명에게 좌절하기도 했다. 졸업 후 완전히 연락이 끊겼지만 여전히 미련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수년 후,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이명은 예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희미해졌던 첫사랑의 감정이 불시에 피어올랐다. 그는 또다시 이명에게 매료되고 만다.

*공2: 한지완(23) 날 때부터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 무기상인 아버지가 늘그막에 첩에게서 본 막내아들로, 평생 끔찍한 애정을 받고 살았다. 한없이 날아갈 듯한 가벼움과 고압적인 태도를 동시에 가진 구제 못 할 망나니. 독특한 심미안으로 미술품을 수집하는 동시에 마음에 드는 남자들도 수집하고 있다. 제 손에 떨어진 노리갯감을 질릴 때까지 괴롭히고 굴리다가 질리면 쫓아내기를 반복해 왔다.

*수: 이이명(24) 아버지의 병으로 가세가 기울어진 후 십대 때부터 닥치지 않고 갖은 일을 다 하며 돈을 벌었다. 누구나 돌아볼 정도의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삶의 무게가 무겁게 내려앉은 그의 얼굴은 조용히 처연하다. 성격이 덤덤하고 과묵해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이 별로 없다. 높은 연봉을 제시한 채용 공고를 보고 한지완의 사설경호원에 지원하게 된다. 그것이 덫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글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인간은 짐승 이상이거나, 혹은, 짐승 이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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