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애결혼

재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그룹인 일원가의 막내아들 지원, 못생긴 알파와 결혼해야 할지도 모를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서 우연히 마주친 훤칠한 알파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잘생긴 게 죄라면 전기의자에 앉아야 할 우진에게 오로지 잘생긴 얼굴만이 연애의 전부라고 생각해 온 지원은 속절없이 끌리게 되는데……. * * * 원치 않는 결혼 때문에 이런 고초를 겪어야 한다니. 딱 두어 번만 더 정성을 보이고 유학을 가겠다고 선언해 보는 건 어떨까. 유학을 다녀온다고 하면 잠시나마 결혼이 미뤄지겠지만 돌아오면 더 늙고 못생긴 알파들과 결혼을 전제로 만나게 될 것 같았다. 짜증나. 지원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나섰다. 결혼 생각에 골몰하며 아무 생각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갔다. 무언가에 강하게 부딪힌 후에야 의식이 돌아왔고, 그제야 당황한 최 비서의 목소리가 의식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코끝을 맵게 강타하며 떨어진 품에서 나는 산뜻하고 포근한 숲 향기에 지원은 다시 주의를 빼앗기고 말았다. 옅은 향수 냄새 위에 상대방의 향이 살포시 묻어 있었다. 지원은 싱그러운 향기에 이끌려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모양 좋은 눈이 크게 뜨여 있었다. 색이 옅은 눈동자와 단정하면서 짙은 눈썹, 시원하게 트인 눈매. 그사이에 단단한 느낌을 주는 콧대가 곧게 뻗어 있었다. 아래가 조금 더 도톰한 입술은 끝이 올라가 다정하게 웃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당황스러움과 이유 모를 안쓰러움이 섞인 얼굴의 양감은 더없이 근사했다. “괜찮으세요?” 나직한 목소리가 걱정을 담고 살짝 위로 올라갔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지원은 남자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든 게 괜찮으면서,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다. 남자의 걱정스러운 눈과 오랫동안 시선을 맞추다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어떻게든 이 남자와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오로지 미남만 밝히고 미남만을 위해 작동하는 지원의 본능이 빠르게 재가동을 시작했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운 것 같아요.” 지원이 커다란 눈을 애처롭게 감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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