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엔딩 시크리트

아이돌 9년차. 공중파 1위 기록은 전무. 망해가는 아이돌 그룹 크로스의 리드보컬 서재하. 그는 이번 앨범을 끝으로 모든 것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노래도, 작곡도, 아이돌도, 모두. 결심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제와서 붙잡는 사람들은 뭘까. 그 중 우리 그룹 소년가장, 팬덤 원탑, 막내 유정원의 행동이 제일 충격이다. 네가 나를 왜 좋아하는데? - 미리보기 - “왜.” “…….” “이번 활동은 지장 안 가게 할 거라니까.” “그게 아니라.” “그럼 뭐.” 선이 뚜렷한 입술이 움직였다. 목소리는 그보다 한 박자 늦게 나왔다. 늘 보아 눈에 익은 입술이 내 이름을 불렀다. “서재하.” “뭐?” “좋아해요.” “…….” “진짠데.” 갑작스럽게 나온 말이 뜻밖이라 나도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지었을 거다. 싱거운 웃음을 지어 보이던 정원이는 입매의 힘을 풀며 웃었다. 그 표정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어서 다시 훑어보았다. 이상하도록 진지한 태도였다. 제 자리에 우두커니 서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정원이는 내게 장난을 친 적이 없었다. 순간 무슨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난처럼 퍽 밀칠 분위기가 아니라 또 그렇게 서 있기만 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는 손을 더듬거려 다시 담배를 하나 꺼내 들었다. 진짜 망조가 들기라도 했나. 정말 이번 활동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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