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애편지 대신 써드릴까요?

“……엘리엇 브라운. 그자를 내 잠자리 시종으로 들이겠다.”
온갖 서비스직을 섭렵한 ‘이달의 사원’ 임성식 씨, 그리고 그가 빙의한 피폐물 BL소설의 악역 조연이자 작가 엘리엇.
원래대로라면 모든 인물이 원작공 아르젠의 손에 죽는 결말이란다. 엘리엇은 그 비극의 시작인 연애편지 대필을 피하기 위해 작가였던 과거를 숨기고 조용히 살려 했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르젠의 잠자리 시종이 된다.
설상가상, 원작 수에게 작가라는 정체를 들켜 아르젠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대필하게 되는데….
그런데 이 대공, 원작에서 봤던 것과 뭔가 다르다…!
엘리엇은 적당히 편지를 대필해 주면서 데드 엔딩을 피할 수 있을까?
[미리보기]
“첫날이니 솜씨 좀 보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들고 온 책을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불 안으로 들어가 누워 눈을 감는 아르젠의 얼굴은 평온 그 자체였다. 죽상으로 아르젠 침대 옆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엘리엇과는 상반되는 태도였다.
“저, 정말, 해야……. 하, 할까요?”
“꾸물거리지 말고 바로 시작하도록.”
두툼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안대까지 쓴 아르젠은 만반의 준비를 마친 듯했다. 엘리엇은 안대 아래 예술적으로 솟아오른 콧대와 붉고 도톰한 입술, 결점 하나 없이 흰 뺨을 절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 정말, 말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시작해.”
신화적인 미모의 주인공은 인내심이 거의 다 떨어진 모양이었다. 엘리엇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풀었다. 아, 에, 이, 오, 우.
대체 잠자리 시종이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 거냐고…….
엘리엇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눈을 질끈 감은 다음 입을 벌렸다.
“자, 자…….”
“…….”
“자…… 장~ 자장~ 우리, 대, 대공님~ 자장 자장~ 잘도 잔다…….”
이거……. 맞아?
아니, 진짜. 이게 지금 맞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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