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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마수가 돌아다니고, 그 마수를 물리치기 위한 초인 센트릴이 존재하며, 그 초인의 숨구멍을 뚫어 주기 위한 가이드가 세상 어딘가에 살아 숨 쉬니. 이토록 엿같은 세상이 진작 망해 버리지 않은 것도 참 신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최전방에서 오랜 기간 군인으로 복무했던 가이드 도민욱은, 자신과 각인했던 아홉 번째 센트릴을 잃은 뒤 더 이상 센트릴과는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전역한다.
하지만 굳건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민욱은 이사 온 첫날에 바로 미각인 센트릴인 한성진과 엮이고 만다. D급 이하의 신체 재생이라는 볼품없는 능력에, 일반인에게조차 괴롭힘을 당할 정도로 허약한 고등학생. 그런데 이 모자란 센트릴이 바로 옆집에 산다고?
“야, 너 어디까지 따라올 생각이야?”
“전 그냥 집에 가려던 것뿐인데……. 아저씨가 따라오시는 거 아니었어요?”
“……난 1024호.”
“……저는 1025호인데요.”
아무리 모자라다고는 하나 센트릴은 센트릴이다. 게다가 [미각인 센트릴]은 가이드와 각인하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 혹시라도 귀찮은 방식으로 엮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욱은 이사를 준비하고 성진과 거리를 두려 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저 토끼 같은 센트릴이 마음에 밟히는데……?
“어설프게 불쌍한 척 매달려 봤자 소용없어. 나 이사 갈 거야. 나한테는 네 목숨줄 이어 줄 의무 같은 거 없다고.”
“각인 맺어 달라는 말 안 할게요. 이사, 안 가면 안 돼요?”
과연 민욱은 자신이 원하는 [평온한 삶]을 얻어낼 수 있을까?
어떤 사랑이 서로를 보듬고 위안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