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러다가 토끼 백숙이 될지도 몰라

천계인도 입학이 힘든 곳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날밤 새워 가며 공부한 것이 허무하게, 토끼 영물인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은 월궁 뿐.
이제 평생 계수나무 그늘 아래서 방아질만 해야 한다니.
"인간으로라도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평생 이리 살 수는 없어!
욱하는 마음에 인간이 될 수 있는 금기초가 있다는 흑룡궁으로 떠났다.
귀신이 나올 것처럼 허름한 궁궐 한 편에 있는 보랏빛 풀을 찾은 그 순간.
"게 누구냐."
느릿한 중저음의 목소리.
검은 눈썹, 검은 머리카락.
나른하고 여유 있는 포식자의 짙은 눈.
사람 해골에 술을 부어 먹는다던,
짐승 살에 코를 박아 넣고 뜨끈한 생피를 빨아 먹는다던 흑룡을 마주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침입자라니...... 흠, 이 김에 토끼탕으로 몸보신이나 할까?."
난초처럼 매초롬한 입술로 정답게 웃는 흑룡의 까만 눈빛은 냉랭하게 반짝였다.
진짜 이렇게 흑룡의 밥이 된다고? 말도 안된다는 생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을 때.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솥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약초물이 코앞에 보였다.
"잘 먹겠습니다."
으악!
토끼야, X 됐어! 진짜 X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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