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드레날린 러시

석주를 처음 만났을 땐 너무 두려워 그를 구할 수 없었고, 두 번째는 사랑에 미숙해서 그를 놓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석주야. 나는 너를 절대 포기 안 해. 지원을 처음 만났을 땐 너무 바보 같아서 걱정이 됐고, 재회했을 때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 감정 따위 없어져 버리면 좋을 텐데. 너 때문에 내 삶이 이렇게나 휘둘릴 줄 알았더라면. <본문 중에서> “나는 다르지. 물론.” 석주가 젖은 안경을 벗어 들고 그녀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뒤는 벽이었고, 지원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아니,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수면 밑에선 죽어라 발버둥 치고 있으면서 늘 여유로운 척하는 놈이 대체 뭐라고 지껄일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조소가 섞인 오만한 목소리가 단정한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멍청한 자식들이랑 지금 날 비교해?” 석주의 날카로운 뺨에 맺혀있던 빗방울이 흘러내리며 그의 얼굴을 완전히 적셨다. 지원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대체 넌 뭐가 그렇게 달라서 잘난 척인데.”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의 얼굴을 타고 내려온 빗방울이 그녀의 입술에 떨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난 적어도 하고 싶다고 전교에 소문내고 다니진 않지. 그런 거 천박하잖아. 입으로만 떠들어 대는 것도 우습고.” 지원은 떨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굵어진 빗줄기가 그의 흰 티셔츠를 널찍한 어깨에 밀착시키며 타닥타닥 위로 튀었다. 지원은 차라리 비가 오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아니라면 원인 모르게 몸속에서 솟구치는 열기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반듯한 석주의 콧날이 그녀에게 닿을 듯 가까웠다. 퍼붓는 비에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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