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사 중 일부 사투리는 현재의 한국어 어문 규범과 다르게 표현되었습니다. 두 번의 이별, 그리고 세 번째 만남. 8년 전, 증발하듯이 노영을 떠난 수윤이 다시 그 앞에 나타났다. “질린다고 키우던 개새끼 그렇게 버리고 가면 되나?”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싸늘한 시선에도 심장이 저려올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그래. 닌 진짜 사람 병신 만드는 거 하나는 소질 있다.” 노영이 돌아섰다. “지겹네.” 늘 자리를 지키는 고목. 바람을 막아주고 우산이 되어주고 그늘이 되어주던 나무가 눈앞에서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스스로 뿌리를 태우며 죽어가고 있었다. 이게 그 초라한 사랑의 말로였다. “그렇게 가지 마, 노영아…….” 수윤에게도 그런 날들이었다. 두고 온 날들이, 홀로 남아 무너지고 있을 노영이 수윤에게도 사랑이 아닐 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