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가씨와 말동무와 비밀

공핍한 마을, 유일하게 번듯한 건물인 석조저택에 사는 아가씨의 말동무로 불려간 마릴린. 본의 아니게 남자아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사내 새끼가 그런 것도 못 버텨서 끙끙거려?” 아가씨의 성격이 무척이나 더럽다는 것이다. 아가씨에게 마릴린은 말동무가 아니었다. 하도 욕을 먹기에 욕동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키는 대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모질게 굴 수 있는 개였다. 개… 개… 개같은 아가씨. 처음 발을 빼려 했을 때는 대가가 너무 달콤했고, 정말로 그만두려 했을 때는 아가씨가 말했다. “싫어. 나는 쟤가 좋아.” * “너 여자야?” 마릴린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꼴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멍청한 년. 이것 때문에 아가씨가 화가 났구나. 아가씨는 그녀의 말동무가 이때까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대답해.” 묵직하게 떨어지는 음성에 절망하며 고개를 들었으나 마주친 것은 미처 감추지 못한 기쁨이 줄줄 흐르는 얼굴이었다. 아가씨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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