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크라디온 왕국의 붉은 장미, 다프네 뷰캐터. 그녀가 이 세계에서 가지지 못하는 것이란 없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으니까. 이를 테면……. “셀레스티안 테리오사를 제게 주세요.” 대륙 최고의 검사, 왕국 최고의 미남 왕자, 유령 섬을 가진 대공. 오점? 여주를 쟁취하기 위해 반역을 저지르다 엔딩에서 뒈지는 악역이라는 것. “저 반역자, 제게 파시라고요.”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상관? 여기는 소설 속이고 다프네가 가진 건 돈뿐인데. 버려진 최애, 돈으로 구원할게. 서브남이 빙의한 악녀따윈 사랑할 리 없으니, 다프네는 그를 실컷 골려먹다 단물이 빠지면 가차없이 버릴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정말 그럴 예정이었는데……. * “뷰캐터.” 그는 문고리를 쥐고 있던 손을 놓고 다프네의 젖은 머리칼을 한 줌 감아쥐었다. “나와 함께 자.” 다프네는 눈을 느릿하게 끔뻑거렸다. 얕은 불을 등진 셀레스티안은 허리를 숙여, 경직되어 있는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그대도 그러고 싶잖아.” 왕자님, 잠시만. 좀 진정해 보실래요?